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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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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최근연재일 :
2017.03.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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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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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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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는 장고다3

DUMMY

시커먼 덩어리가 스톰을 향해 몰려들었다. 빛에 이끌린 정어리떼다.

쏴아아-

아래쪽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접근했다. 정어리떼를 쫓아온 귀신고래다. 고래가 입을 쩍 벌리고 급부상했다.

콰르르-

승용차를 삼키고 남을 만큼 거대한 아가리가 정어리떼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며 솟구쳤다.

아가리가 수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스티로폼 박스가 박살 나고 스톰이 고래 아가리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기껏 지옥을 빠져나왔는데 고래 간식거리라니.

“으아, 빌어먹을!”

긴 비명이 고래 목구멍을 울렸다. 빛이 툭 꺼졌다.


귀신고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유유히 대한해협으로 향했다.


레드문이 사라졌다. 단 10분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감마선과 X선의 EMP 효과는 차르붐바급 핵폭탄 수십 배에 달했다.

대지진과 쓰나미를 얻어맞은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반도체와 회로기판이 들어간 각종 전자제품과 장비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운항 중이던 항공기가 추락하고, 수십만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선박이 좌초하고,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운석이 비 오듯이 쏟아진 유라시아 지역은 주택과 인프라 시설이 큰 피해를 봤다. 캘리포니아 오로빌 댐이 붕괴한 미국은 5만의 사상자를 냈다.

한국은 다른 의미에서 난리 났다.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제주도 절반 크기의 땅덩이가 불쑥 솟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세상이 망할 징조라고 떠들었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80억 인구 중에 몇백만쯤 죽어봐야 우물에서 물 한 두레박 들어낸 격이다.

인류는 수천 년간 자연재해를 극복해왔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서 충격 내성을 키웠다. 인구가 갑자기 줄어들면 아기를 많이 낳으면 된다. 망가진 산업시설은 다시 건설하면 되고, 고장 난 장비는 고치면 된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다. 있는 놈은 있는 대로 없는 놈은 없는 대로 각자의 시간이 흘러갔다.


******


“그게 뭐유?”

멸치를 삶던 김삼순이 주걱을 내려놓고 남편을 맞았다.

엄청난 사건이 연속 터지다 보니 작은 일에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오늘 아침만 해도 시체 여러 구가 해변에 떠밀려왔다.

동해에 솟은 섬을 구경하러 간다고 친구들과 호기롭게 나섰던 박 씨 일행이었다. 객기도 정도껏 하지. 정부가 접근 못 하게 하는 곳을 왜 가서 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지···.


“그물 걷어오다가 명선교 밑에서 주웠어.”

엄봉달이 어깨에 메고 온 시커먼 물체를 덕장에 내려놓았다.

“이 양반이 뭔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를 하는 거여. 방사능에 오염된 물건이면 어쩌려고 그래.”

김삼순이 눈에 힘을 주었다. 도카이 대지진은 하마오까 원전의 원자로 4개를 박살 냈다. 시즈오카 일대는 헬게이트가 열렸다.

“그건 아녀. 조난했나 봐.”

엄봉달이 슬쩍 시선을 비켰다.

섰다 한판 땡기러 장생포에 갔었고, 그물에 걸린 귀신고래를 해체하는 장면을 구경했고, 고래 몸통 밖으로 삐죽이 빠져나온 물질 옷을 발견했고, 경찰에 연락했고, 출동한 순찰차가 모쥴(중량물을 옮기는 중장비)과 충돌했고······.

어쩌다 보니 본인이 처리하게 되었다는 장황한 스토리를 풀어놓을 만큼 세심한 성격이 못 된다.

결정적으로 마누라는 긴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인내심 있는 여자가 아니다. 입양 보상금을 노렸다는 말을 했다간 주걱으로 뒈지게 맞을테고...


“조난?”

김삼순이 주걱으로 시체를 뒤집었다. 물질 옷이 여기저기 녹아내렸다. 드러난 팔다리와 몸통은 무채를 썬 듯 갈라졌다. 푸딩처럼 흐물거리고 푸르딩딩한 것이 이미 괴사 진행 중이다.

“에구, 아즉 얼라네. 그러게 바다 무서운 줄 모르고 개나 소나 장비 빨 믿고 뛰어드니까 사달이 나제. 근데 집으로 오면 우짜요. 경찰서에 가져다 놓던지 영안실로 가야제.”


“안 죽었어.”

엄봉달이 잽싸게 늘어지는 지청구를 막았다.

“뭘 안 죽어. 척 보기에도 고태골로 갔구먼.”

김삼순이 이마를 찌푸렸다. 이건 물귀신이지 사람이 아니다.

“백만 원 내기 할랑가?”

엄봉달이 자신 있게 나섰다.

“이 양반 보게. 내기 좋아하다 배 한 척 날려 묵었으면 반성해야지. 내기는 뭔 내기여.”

김삼순의 눈이 세모꼴로 변했다.

“어어, 나 병원에 가네.”

본전도 못 찾은 엄봉달이 어마 뜨거라 하고 트럭 시동을 걸었다.

“살 수 있을까. 상태가 별로 안 좋은디.”

김삼순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트럭 뒤꽁무니를 쳐다보았다. 모진 세상을 버티느라 뿌리까지 강퍅해진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


******


‘여긴 어디지?’

시커먼 동굴 속으로 가라앉았던 의식이 표층으로 올라왔다. 진한 알코올 냄새가 먼저 코를 쥐어박았다. 뒤이어 익숙한 약품 냄새와 인간의 체취가 코를 간질였다.


“으억!”

벌떡 일어나려다 풀썩 무너졌다. 뼈마디가 우지직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죽는다고 아우성쳤다.

‘이건 뭐야?’

보형물로 상체를 고정하고 붕대로 칭칭 감아놨다. 본능적으로 신체를 점검했다. 과도한 처치와 달리 신체적 데미지는 별것 아니었다. 갈비뼈, 빗장뼈, 왼팔 상박이 골절되고 뒤통수가 깨졌다. 자잘한 열상과 타박상은 데미지 축에도 못 낀다.

골절된 삼일이면 연성 가골이 형성되고 오일이면 경성가골이 형성된다. 열상과 타박상은 하루면 복구되고, 골절은 넉넉잡고 일주일이면 제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왜 다쳤지?

지옥에서 빠져나올 때 다쳤다. 그런데 지옥이 뭐였더라?

지옥의 의미를 몰라서가 아니다. 분명 지옥에서 빠져나왔는데 정작 지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흰 구름이 걸린 하늘이 보였다. 맑은 하늘, 멀리 보이는 산, 높이 솟은 크레인 붐대, 크고 작은 건물들, 길거리의 남자 여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어색하긴 한데 모두 알고 있는 사물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 치밀었다. 뭔가 성취했다는 뿌듯함, 열망, 안타까움, 온갖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이런 기분과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칭칭 감아놓은 붕대가 어색하듯이 익숙지 않은 감정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지?’


터덕터덕-

발소리가 울렸다. 문이 덜컥 열렸다. 구레나룻이 얼굴 절반을 덮은 체격 좋은 남자가 들어섰다.


“여어, 젊은 몸이 좋구먼. 벌써 깨어났네.”

중년 남자 인간이 친한 척했다.

“누-구-세-요?”

맹한 눈으로 남자를 올려보았다.

위험등급 최하인 인간이다. 옷 밖으로 드러난 근육은 단련되지 않은 물 근육이다. 훈련받은 흔적이 없고 숨긴 무기도 없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분석을 하지?


“머시 중한디.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자네가 누군 지부터 알아야 혀. 그래야 경찰과 병원이 지네들 할 일을 하거든. 컬컬컬.”

중년 남자가 별로 우습지도 않은 말을 던져놓고 신나게 웃었다.

“나는 나는...스톰?”

스톰이 어물어물했다.

“사담? 사씨에 이름은 담? 사담 후세인은 아닐 테고···. 버터 바르지 말고 제대로 발음해 보더라고.”

엄봉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빈약한 지식과 상상력만큼이나 남의 다리 긁는 인간이다

“아니, 그게···.”

스톰이 말꼬리를 흐렸다. 스톰은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쯧쯧, 나이도 몰라?”

“네!”

“주소는?”

“기억에 없어요. 땅속인 것 같은데···.”

“봉창 뚜디리는 소리한다. 니는 귀신고래 뱃속에서 나왔거든.”

“넹?”

스톰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황소 앞차기 하는 소린가?

“별일이지. 동해에 땅이 솟더니 이자 고래가 사람을 잡아묵어삐네. 세상이 진짜 망할라꼬 하나베. 근데 니 고래 뱃속에서 우예 안 죽고 살았노?”

“그 글쎄요.”

스톰이 속절없이 버벅거렸다. 뭘 알아야 대답을 하든지 말든지. 뭔가 생각날 듯하다가 홀라당 사라져버렸다. 머리가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졌다.


“너무 애쓰지 마라.”

엄봉달이 머리를 쥐어뜯는 스톰을 말렸다.

“얕은 곳에서 다이빙하다가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거나 질소 중독일 거야. 말이 서툰 걸 보면 외국에서 살았을 수도 있어. 그 뭐야···. 어릴 때 도피유학인가 뭔가 가자녀. 여튼 정신을 잃고 둥둥 떠다니께 고래란 놈이 덥석 주워 먹었겠지.”

엄봉달이 제멋대로 전후 사정을 꿰맞추었다.

“그런가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스톰이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믿음을 주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인간이다.

“암만, 일시적으로 잃은 기억은 대부분 돌아오거든. 나만 믿으라고. 기억을 찾을 때까지 우리 집에 있도록 해. 숟가락 한 개 더 얹으면 되지 뭐.”

엄봉달이 큰소리를 뻥뻥 쳤다.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재산을 홀랑 까먹고 마누라 등에 얹혀서 살아가는 인간다웠다.


“몸은 어때?”

“좋아요.”

스톰이 팔을 빙빙 돌렸다.

“걸을 수는 있겠냐?”

“네!”

스톰이 침대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뼈마디가 삐걱거렸지만 견딜 만했다.

‘일주일 만에 깨어난 놈이 대단하네.’

엄봉달이 고개를 저었다. 어린놈의 뼈대와 강단이 대단했다.

“견딜만하면 퇴원하자고. 내 벌이가 시원찮아서 병실료도 부담되거든. 껄껄껄!”

벌이가 시원찮기는 개뿔, 본인 밥벌이도 못 하는 방거치인데다가 입양 보조금을 노리는 쪼잔한 인간이 엄봉달이다.


“아 네!”

스톰이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붕대를 풀었다. 병원비가 없다는 말이 가슴을 푹 찔렀다.

“그런데 말이야~”

엄봉달이 말꼬리를 뺐다.

“왜요?”

“암것도 아이다. 가자.”

엄봉달은 궁금증을 꿀떡 삼켰다. 고래 뱃속에서 살아나온 것도 황당한데 몇 달을 자리를 보전해야 할 놈이 일주일 만에 벌떡 일어났다. 난장을 친 상처도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인간인지 의심스럽지만···. 너 사람 맞아? 라고 물을 만큼 인생 경험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회야강 회 식당 / 많이 드립니다.]

“내 저놈의 간판을 그냥···.”

엄봉달이 인상을 찌푸렸다.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전적으로 간판 때문이다. 함석판에 페인트로 삐뚤삐뚤 쓴 글씨는 그렇다 치고 황당한 문구는 뭔가?

“그냥 우짤라고?”

회칼을 든 김삼순이 도끼눈을 부릅떴다.

“아니 뭐 참신하다고.”

우물쭈물했다. 고깃배를 날려 먹고, 새우 양식장을 말아먹은 뒤론 가장의 위엄이 홍어 거시기로 추락했다. 아내가 안방을 버리고 팔자에 없는 칼잡이로 나섰으니 할 말도 없었다.


“저놈, 이름을 지어야겠어.”

“이름? 이것저것 다 말아먹고, 노름으로 날밤을 까더니 이젠 철학관을 차릴 참이여?”

김삼순에게 개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개명했다가 망한 인간들 많다. 삼순이란 극악한 이름도 지고 사는데 뭔 개명!

‘으이그 내가 미친다 미쳐.’

엄봉달은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남편이고 가장인데 툭하면 눈부터 부릅뜨고 뿌사리(성난 황소)처럼 들이받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게 아니고···. 쟈가 기억을 잃었어. 개똥아 소똥아 부를 수는 없자녀.”

“저런!”

김삼순이 측은한 눈으로 스톰을 쳐다보았다. 삼칠일도 안 돼서 잃어버린 아들이 자랐으면 딱 저놈 나이다. 어렵게 얻은 아들인데···. 그러고 보니 남자답게 우락부락한 얼굴이 자신을 닮았다.

“몇 살이고?”

김삼순이 바투 다가섰다.

“모르겠습니다.”

스톰이 움찔하고 한걸음 물러났다. 이 여자의 과도한 반응은 뭐지?

“하이고, 기억을 이자뿟다 카디마는...얼굴은 장부답게 훤한디. 이 일을 우짜노.”

김삼순이 주걱으로 솥 전을 땅땅 내리치며 안타까워했다.

‘뭐지? 여자분의 격렬한 감정은?’

스톰은 훤한 얼굴과 기억상실, 나이의 상관관계를 유추하느라 머리를 싸매야 했다.

“열네 살로 하자.”

김삼순이 뚝딱 정했다. 이름도 짓지 못한 아들, 남편이 산후조리원에서 잃어버린 아들의 나이다.

“안 돼!”

엄봉달이 비명을 질렀다.

“왜? 뭐땀시?”

김삼순이 멸치 삶을 때 휘젓는 대형 주걱을 들고 다가섰다. 주걱이 아니라 노에 가까운 흉기다.

‘시파, 양육수당은 14세까지란 말이닷.’

엄봉달은 속으로 외쳤다. 마누라 성격에 그딴 소리를 했다간 바로 결딴난다.

“임자 맘대로 혀.”

15만 원 받아봐야 개 껌이지. 셀프위로하고 조용히 찌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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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작년에 화장실에서 미끄러졌었죠. 뇌진탕으로 고생 많이 했어요.

반갑지 않은 이명 현상땜에 요즘도 괴롭습니다.

자나깨나 낙상 주의^^

오늘은 마의 월요일!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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