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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최근연재일 :
2017.03.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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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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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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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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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는 게 왜 이리 거지같냐2

DUMMY

“존만아, 확률에 죽고 사는 것이 심마니여. 산삼이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 알면 좃밥이나 씹밥이나 싸 짊어지고 입산하게. 천종 한 뿌리만 건져도 올겨울은 따땃이 보낼 수 있단 말이여. 실팍한 놈 건지면 놋북 사줄게.”

엄봉달이 당근을 내밀었다. 장고가 엄봉달을 흘끔 쳐다보았다. 울화를 억지로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까라면 까야지 별수 있어.’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놋북 운운은 불알로 목탁 치는 소리다. 주먹이 날아올 시점이기 때문이다.

“새끼, 후딱후딱 움직이면 좀 좋아.”

엄봉달이 썩은 미소를 짓고 빙 돌아서 절벽 아래로 향했다. 아새끼는 모름지기 굴려야 인간이 된다.


“조또, 깜박했네.”

로프를 타고 내려가다 말고 장갑을 벗었다. 장갑 안쪽에 손바닥 껍질이 뱀 허물처럼 묻어나왔다. 아침에 칠점사와 쌀가루 죽만 먹고 뽕나무 미슬토(겨우살이)와 석간수를 빼먹었다.

석간수의 마그네슘 이온과 미슬토의 비스코톡신이 주사제 효과를 연장한다고 했는데 말이다. 작열감과 쓰라림보다 뻘겋게 드러난 진피가 짜증 났다. 제일 중요한 일과를 까먹은 멍청함은 더 짜증 났다.


당장 혈관 주사를 놓기엔 자세가 심히 불량했다. 에라 모르겠다.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로프를 잡고 내려갔다.

끔찍한 통증이 신경을 휘저었다. 천종이고 지종이고 간에 다 때려치우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즈음 달달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눈알이 빠지라고 절벽을 훑었다. 겉보기엔 깎아지른 암장이지만,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부식토가 쌓였다. 교목이 자랄 정도는 못 돼도 관목과 풀이 자라기엔 부족하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곳에서 대물 산삼이 나오기도 한다.


‘찾았다!’

잔뜩 찌푸려진 얼굴이 슬쩍 풀렸다. 도저히 식물이 자랄 것 같지 않은 바위틈에 그분이 강림하셨다. 그런데 모양이 영 아니다.

“뭐 이런 게 있지?”

장고가 연신 고개를 외로 꼬았다. 대형 착암기로 뚫은 듯한 용혈에 부식토와 유기물이 잔뜩 쌓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식물이 턱 자리 잡고 있다. 육구만달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줄기가 여섯 개, 모둠 잎의 형태도 영락없이 산삼인데 잎 뒷면에 솜털이 가득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줄기와 잎이 타는 듯 붉다. 한 마디로 버프를 잔뜩 올린 도라지랄까···.

어쨌든 달달한 향기와 팔뚝만 한 크기로 볼 때 범상한 약초는 아니다. 어쩌면 인세에 나온 적이 없다는 팔구동자삼일지도...


“심 봤다!”

일단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야 동티나지 않는다나.

“머꼬?”

엄봉달이 절벽 아래서 소리쳤다.

“장생 도라지요. 근데 줄기와 잎이 빨개요.”

섣불리 산삼 어쩌고 했다간 뒷감당이 난망이다.

“빨갛다고? 잎끝이 갈라졌냐?”

“야, 줄기도 여섯 개라요. 뿌리가 엄청 커요.”

“뇌두가 몇 개여?”

“셀 수도 없어요.”

“뇌두 색깔은 어뗘?”

“서리 낀 유리창 비슷해요.”

“와따매, 십장생인갑다.”

엄봉달이 펄쩍 뛰었다. 십장생을 본 적은 없지만, 특징은 들었다. 잎이 산삼을 닮았고, 줄기가 여러 대 올라오고, 뇌두가 반투명하면 볼 것 없이 십장생이다. 잎이 붉다는 말은 들은 적 없지만, 그것도 특징일 것이다.


십장생이 뭐냐고?

욕이 아니다. 화장품도 아니고, 십장생도에 출현하는 동물도 아니다. 심심 산중에서 장구한 세월 동안 자연기를 흡수한 산신령급 도라지가 십장생이다. 한 세기에 한 뿌리 나오기 힘든 귀물인 만큼, 전문 심마니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세상 만물 중에 나이 먹어서 대접받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골동품과 약초다. 장생 도라지는 20년 이상 끄떡없이 장수한 특별한 도라지다. 일반 도라지는 사오 년 자라면 뿌리가 썩기에 장생 도라지는 산삼 대우를 받는다.


십장생은 장생 도라지가 20년의 열 배, 200년을 넘긴···. 겁나게 엔틱하고 유니크한 도라지다. 짐작했겠지만···. 십장생은 장생의 열 배라는 의미다.

도라지도 이쯤 되면 영물 급이다. 실제로 십장생은 산삼 최고봉인 육구만달을 뛰어넘어서 칠구두루부치와 동급이다. 도라지를 빼고 그냥 십장생이라 칭하는 이유는 도라지의 탈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오살할 놈, 잔뿌리 하나라도 상하면 개 털릴 줄 알아.”

엄봉달이 고개를 잔뜩 젖히고 소리 질렀다. 로프 한 가닥에 의지해서 절벽 중턱에 매달려있는 장고는 눈 밖이다.

“......”

오살할 놈은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온 신경이 반투명한 뿌리와 호미 가랑에 집중되어 있다. 이제 막 뇌두를 드러낸 대물은 둘레가 한 뼘 남짓한 용혈에 박혀있다. 좁은 틈서리를 비집고 파내기가 여간 상그럽지 않았다.


“새꺄, 안 들려?”

엄봉달이 목청을 높였다. 십장생이 호미 날에 찍히기라도 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걱정 마요.”

장고가 돌아보지도 않고 성의 없는 대답을 던졌다. 안 그래도 흔들리는 로프와 추위땜에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꼰대까지 지랄이다.

차라리 생깔걸. 더러운 성질머리를 알면서 심봤다를 외친 자신의 주뎅이를 쥐어박고 싶었다.


“야 임마, 그거 십장생이란 말이야.”

엄봉달이 안달복달했다. 아들의 미숙한 스킬을 믿기엔 불안하고 자신이 오르기엔 육중한 몸이 불안했다.


“내가 미친다 미쳐! 저놈의 성질하고는.”

투덜대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앞이 침침해지며 머리가 핑 돌았다. 소음이 아득히 멀어지고, 자동 검안기에 턱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흐림과 밝음이 교차했다.

“니미 조또!”

자각 증상이 시작되었다. 절벽에 매달린 채로 의식을 잃으면 오늘이 제삿날이다. 생존 본능이 멀어지는 의식을 붙들었다.

호미를 바위틈에 꽂아놓고 품속에서 비상용 키트를 꺼냈다. 주사기 포장을 벗기고 바이알에 든 우윳빛 액체를 충전한 다음 손목 정맥에 꽂았다.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다.

주사제의 효과는 직방이었다. 흔들리던 시야가 초점을 찾고, 고막을 울리던 기적 소리도 멈추었다. 그렇다고 병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고 갈증 날 때 물 마시는 수준이다. 아차 하면 터지는 시한폭탄이 몸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휴! 디질뻔했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병명도 원인도 알 수 없는 유전병, 누가 보내는지도 모르는 치료제, 어릴 때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엄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대답해줄 사람도 없다.

팔팔한 이팔청춘이 그 모든 의문을 가슴에 안고 옛 화전민촌에 처박혀서 세월을 좀먹고 있다. 억지 자연인도 서러운데 불치병 걸린 몸으로 약초 앵벌이에 시달리는 신세라니.

갑자기 가슴이 싸해지고, 코끝이 맹맹해졌다.

뭔 인생이 이렇게 거지 같으냐!


“새꺄, 걱정 안 하게 됐냐. 날이면 날마다 보는 잔대 뿌리가 아니란 말이야.”

꼰대는 사정도 모르고 악악댔다. 알아도 별반 달라질 것도 없지만.

“아 쫌! 그렇게 걱정되면 꼰대가 매미 하던지.”

짜증이 확 치밀었다. 2년이나 강원도 산이란 산은 다 뒤지고 다녔는데 잔대와 도라지를 구분 못 할까. 말 안 해도 십장생이 중한 줄 모를까.

“저런 싸갈텡이 없는 새끼를 봤나. 이 나이에 떨어져서 허리라도 부러지면 어쩔 겨.”

엄봉달이 덩칫값도 못하고 악악거렸다.


“씨바, 아무리 친아버지가 아니라지만···.”

욕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된 인간이 아들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허리와 십장생만 걱정이다. 요즘 아버지들은 인형 뽑기 스킬을 전수하고, 게임 파트너 서비스도 한다는데···.


“존만아, 내 말 안 들려?”

“알아서 한다고요. 그만 좀 깝쳐요.”

참다못해 빽 했다. 서슬에 솔새떼가 후드득 날아올랐다. 아들을 존만이, 오살할 놈이라 부르는 인간은 저 인간밖에 없을 거다. 입만 열면 욕으로 시작한다.

오살할 놈, 새꺄, 야, 이 새끼야, 존만아, 씨부럴놈...욕의 범위가 행동과 윤리형을 넘어서 사회현상에 이르렀다. 이름을 부르지 않을 거면 짓긴 왜 지었나.

내 인격이 조금만 부족했으면 당신은 씹장생이다. 뭐 꼭 그렇게 부르겠다는 건 아니지만.


“씨팔, 똥배만 아니었어도 내가 줄을 타는 건데. 반쪽이 새끼가 디게 까칠하네.”

꼰대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파, 다 들리거덩.’

다른 욕은 귀 등으로 흘리는데 저 반쪽이란 말만은 잇몸에 박힌 갈치 가시처럼 버성겼다. ‘반편이’가 지적, 정신적 하자를 지적한 비칭이라면 ‘반쪽이’는 육체적, 유전적 하자를 지칭하는 비칭이다.

불치병에 시달리는 허접한 인생이지만, 반쪽이는 너무하지 않은가. 내가 불량품이면 삼신할머니 실수지 내 탓이냐고. 당신 인생이 거지라고 내 인생까지 시궁창에 처박지 말란 말이다.


호미질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점이 오락가락했다. 욱하고 솟구치는 불뚝골을 해소하지 못한 정서 불안정 증세다. 김여사가 덮어씌운 뜨거운 미역국이 원형탈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더러운 성질머리 때문에 머리가 빠졌을 것이다.


꼬르르-

뱃구레 우는 소리다. 물 흐르는 소리가 아니다. 온종일 먹은 거라곤 소금과 참깨를 섞어 만든 주먹밥 두 덩이가 전부다. 엄마가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 말라고 했는데···.

싸구려 파카는 부실한 몸을 파고드는 싸늘한 골바람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해는 반대쪽 산마루에 걸쳤는데 십장생 뿌리는 깊기만 했다.

“조또, 자연인은 아무나 하나.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서 못 해먹겠네.”

춥고 배고프고 아픈 중생보다 서러운 중생은 없다. 꼰대는 본인이 좋아서 자연인으로 산다고 치자. 졸지에 끌려와서 억지 춘향이, 아니 억지 자연인이 된 청춘은 어쩌라고.


‘돌삐(돌멩이)를 주 차 뿌까.’

쿠르릉-

사악한 생각이 슬며시 치미는 순간 절벽이 출렁했다. 요즘 부쩍 잦아진 지진이다.

“헉”

식겁한 장고가 매미처럼 절벽에 달라붙었다. 한국이 안전지대라는 말은 말짱 황이었다.

투투투툭-

절벽에 간신히 붙어있는 돌멩이와 흙덩이가 우르르 떨어졌다.

“으갸갸!”

엄봉달이 머리를 감싸 쥐고 콩 튀듯 튀었다.

“크크크 쌤통!”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반짝이에 피 칠갑이 되었으면 닥상이겠지만, 꼰대는 자유 낙하물에 대가리 터질 만큼 어수룩한 몸치가 아니다.


휘이잉-

볼때기에 선득한 느낌이 턱턱 달라붙었다. 큼직한 눈송이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찬바람이 눈발을 몰고 왔다. 서둘러야지. 노닥거리다간 오늘도 비닐치고 비박하게 생겼다.

“오올, 개꿀!”

호미를 다잡다 말고 입이 벌어졌다. 화산과 지진이 창조적 파괴라는 설은 팩트였다. 뿌리가 박혀있는 바위틈이 쩍 벌어졌다. 촘촘한 나이테가 새겨진 뇌두 아래 투명한 몸체와 은색으로 빛나는 실뿌리 몇 가닥이 보였다.


퍽퍽-

약초 호미에 힘이 실렸다. 놋북 장만하고, 밀린 급식비도 정산하고, 캐시 질로 강화도 좀 하고, 눈팅으로 찍어둔 구스다운도 사고···. 개 발에 땀이 나도록 호미질했다.

어지간히 대물이다. 거의 일 미터 가까이 파내고서야 뿌리 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공처럼 뭉쳐진 실뿌리 안쪽에서 붉은빛이 스며 나왔다.

뭐지?

짐승이 숨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껌벅인다. 요요로운 빛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구덩이 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쩐지 실뿌리가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실뿌리가 죄다 몰려가서 선홍색 구슬을 누에고치처럼 빽빽하게 휘감고 있다.


“헐, 도라지 뿌리에 방울토마토가 달렸네.”


십장생 같은 소리를 뱉고 보니 헛소리다. 개입에 상아가 날 리 없고, 도라지 뿌리에 방울토마토가 열릴 리 없다. 자체 발광(發光)하는 열매가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다.

보석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보석에 무슨 영양분이 있다고 도라지를 팔뚝 크기의 십장생으로 키운단 말인가!

영물?

그건 무협이나 판타지에 등장하는 양념이다. 중2병에 걸린 놈이면 몰라도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청소년이다. 아차, 정상적이라는 말은 뺀다.

‘아 몰라!’

알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면 머리만 복잡해진다. 아재들의 흔한 말씀 중에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생각만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가의말

엄장고 인생에 서광이 비치려나 봅니다.

어영부영 일년이 후딱 지나가고, 내가 뭘했나 생각하다 또 두 달이 지나갔네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는 말이 가슴에 쿡 박힙니다.

오늘도 힘 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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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는 게 왜 이리 거지같냐1 +24 17.03.01 1,724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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