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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최근연재일 :
2017.03.11 12: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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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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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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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2쪽

사람이 변할수도 있는거지3

DUMMY

고민에 빠지긴 김삼순도 마찬가지였다. 2년째 되던 날 약속대로 카페를 찾았고, 버킨 백 여자와 만났고, 커피를 마시다 머리가 핑 돌았고, 어딘지 모를 무인도 폐가 마루에서 깨어났고, 익숙한 물질 덕분에 살아남았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버킨 백 여자가 나타났다.

이년이 모든 사건 사고의 원흉이다.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했다. 와락 달려들었다. 주먹질이라면 나도 좀 하거든. 머리채를 후려잡고 면상에 원투 스트레이트를 깔끔하게 꽂아넣기는 개뿔, 하늘과 땅이 뒤바뀌며 몸뚱이가 부서지는 고통이 뒤따랐다.

이게 뭔 도깨비놀음이여? 여자는 손도 까딱 안 했는데 혼자 대갈빡을 땅바닥에 모심었다. 빌어먹을, 힘없는 년은 서러워서 살겠나.

“미친년아, 너 구미호지?”

쑥대밭이 된 머리를 손질하고 버럭 소리쳤다.


버킨 백 여자가 대답은 않고 뭐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에구머니나!

볼링공 크기의 불덩이가 슝하고 스쳐 지나갔다.

꽝-

100m쯤 떨어진 해안의 바위기둥이 날벼락을 맞았다. 굉음이 울리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버킨 백 여자가 서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헙!”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숨이 가빠졌다. 쪽팔리게 오줌도 지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준비해둔 욕설 108개도 홀랑 날아갔다.


[치료 끝났다.]

[입에 자크 채워라.]

[행복해라.]

딱 세 마디가 머리를 웅웅 흔들었다. 환청이 계속 들리고 머리가 몽롱해졌다. 살을 파고드는 한기에 깨어났다. 깜박 잠들었나 보다.

세상에!

방동 약수터 시멘트 의자에 대자로 누워있다. 이런 황당하고 소름 끼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년은 구미호 따위가 아니라 지옥을 뛰쳐나온 나찰녀다.


왜 갑자기 풀어주었을까?

치료 끝났다는 말은 치료를 포기했다는 의미일까?

아무리 곱씹어봐도 버킨 백 여자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장고는 SCID 환자다. 그들이 제공하는 PEG-ADA(SCID치료제)는 치료제가 아니라 ADA를 보충해주는 보전제다. 겨우살이와 방동약수는 ADA 소멸을 억제하는 보조제다. 장고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질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행복해라’는 마지막 말이 잇몸에 박힌 갈치 가시처럼 찝찝했다. 버킨 백 여자는 상대방의 인격, 인권, 자유의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개싸가지다. 타인의 운명을 조롱하고 제멋대로 재단하는 나찰녀가 진심으로 남의 행복을 바랄까?

양화대교 가사를 봐라. 행복해지자고 되뇌는 말은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다. 파피용이 갇혔던 앨커트래즈 정문에 ‘희망을 품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점의 희망도 없다는 역설이다. ‘행복해라’는 말은 영원히 불행을 이고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앗!”

김삼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정체 모를 집단의 이유 없는 선의, 백설공주가 먹은 독 사과가 번득 생각났다. 나찰년은 처음부터 장고를 표적으로 접근했다. 악은 선의 결여이며,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장고의 신상에 뭔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고, 그들의 관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면?

자신을 미끼로 장고를 조종하려는 음모가 아닐까?

두려움과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기우라고 하기엔 나찰년의 능력이 너무 무서웠다.

“미친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 생각 없이 좋아라고 달려온 단순한 머리가 원망스러웠다. 이럴 때가 아니다. 한달음에 비닐하우스에서 죽치고 있는 엄봉달을 끌어냈다.


“최근에 뭔 일이 있었죠?”

“있었지. 어미는 가출하고 아들은 싹수없어졌거든.”

엄봉달이 김삼순과 장고를 싸잡아 비난했다.

“농담할 기분이 아니네요.”

나름 일타이피를 자찬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지청구였다.

“별일 없었어. 약 잘 챙겨 먹이고 주사도 제때 놔줬어.”

엄봉달이 어물어물했다. 잘 챙기기는 개뿔이, 꼴 보기 싫은 놈 죽으라고 내버려뒀다.

“진짜? 찾아온 사람도 없었고?”

김삼순이 불법 사채업자처럼 닦달했다.

“네버, 절대로 없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산골인데 뭔 일이 있겠어. 당신도 그걸 원해서 나를 이곳에 처박았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엄봉달은 억울했다.

“별일 없는데 상태가 갑자기 좋아져요?”

김삼순의 얼굴에 서리가 내렸다.

“그렇다니까. 저놈 목숨줄이 고래 심줄보다 질긴 거 몰라. 곧 죽을 것 같다가도 다시 살아나곤 하잖아. 잘 알면서 그래.”

엄봉달은 짚이는 바가 있었지만, 딱 잡아뗐다. 십장생 헤프닝을 꺼냈다간 미친놈 취급받고, 장고가 절벽을 탄 사실을 눈치채면 맞아 죽는다.

“털어놓을래요? 몸으로 때우실래요?”

김삼순이 까만 가죽장갑을 꺼냈다. 최고급 송치(송아지 태아 가죽)로 만든 타격 전용 수제품이다.

‘미친년!’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근육이 꼬이고 뼈마디가 부러지는 고통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남자가 얼마나 찌질하면 마누라에게 매 맞고 사느냐고 했는데···. 자신이 주인공이 될 줄이야.

피이잇-

쉐도우 피스팅이 공기를 찢었다.

“잠까안!”

본능적으로 목이 쑥 들어가고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뇌에 새겨진 원초적인 공포가 작동했다. 남자가 덩칫값도 못한다고? 제대로 맞아보고 말해라. 천적은 몸뚱이 크기와 상관없다. 담비가 노루를 잡아먹고, 울버린이 산양을 잡아먹는다. 덩치 큰 남자도 파워와 스피드에서 밀리면 맞을 수밖에 없다.


“어제 말이야.~”

엄봉달이 십장생 사건의 전말을 조곤조곤 풀어놓았다.

“내 생각엔 향기가 약으로 작용한 것 같아. 썩어도 준치라고 했자녀. 본체의 영기는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곁불을 쬔 것만 해도 어디여. 무려 십장생이잖아.”

이래서 폭력이 무섭다. 사실 전달에 이어서 둔탁한 머리로 어설픈 추론을 짜냈다.

“껍질 가져와 봐요.”

“어제 저놈이 아플 때 달여 먹였어.”

거짓말이다. 장고 놈 탕약을 달일 때 본인이 고아 먹었다. 엄봉달은 아무리 나쁜 아버지라도 이웃 아저씨보다 좋다는 말이 틀린 사례다.


‘설마 그 때문일까? 다른 원인이 있을 텐데’

김삼순은 고민에 빠졌다. 속없는 인간이지만, 확인하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할 만큼 멍청한 인간은 아니다. 그렇다고 썰을 믿자니 너무 황당했다.

‘아싸, 먹혔다.’

눈치를 살피던 엄봉달의 얼굴이 밝아졌다. 계속 추궁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무슨 일인지 나도 알면 안 될까?”

슬쩍 한 다리 걸쳤다.

“숨쉬기 피곤해졌나 보죠?”

서늘한 응답이 돌아왔다.

“지기미 말을 해도···.”

엄봉달은 바로 찌그러졌다. 할 말을 못 하는 더러운 세상, 이래서 선진국이 되려면 가정폭력이 사라져야 한다.


‘저 인간과 계속 살아야 하나?’

김삼순은 회의감이 들었다. 여자가 싫어하는 남자 일 순위는 능력 없는 남자다. 여기서 능력이란 돈이다. 대머리, 작은 키, 못생긴 얼굴, 까칠한 성격은 뒷순위로 밀린다. 엄봉달은 일 순위에 해당 사항 없고, 뒷순위엔 전부 해당하는 인간이다. 게다가 성격마저 개차반이다.

책임감은 쌈 싸먹은 지 오래고, 가장으로서의 자각조차 없는 인간, 돈이 되면 장고를 팔아먹고 남을 인간이 엄봉달이다. 한마디로 장고의 앞날에 민폐만 끼칠 걸림돌이다. 걸림돌은 미리 치워야 하지 않을까.

‘내가 미쳤나 봐.’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아들이 소중해도 이건 아니다. 괴물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도 괴물이 되었나 보다. 실망과 증오가 덕지덕지 쌓여도 남편은 남편이다.

‘걍 튀자! 그년도 행복하라고 했잖아.’

결론은 먹튀였다. 그동안 어마무시하게 값비싼 약을 보내준 건 고맙지만, 올가미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짐 싸요.”

“머시라?”

엄봉달이 빙판에 자빠진 황소처럼 눈을 끔벅였다. 그는 방금 저승사자가 찾아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다.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짐 싸라고요.”

김삼순이 윽박질렀다.

“뭔 일인지 영문은 알아야 할 거 아녀.”

엄봉달이 울컥했다. 명색이 가장인데 한마디 상의도 없다. 제멋대로 끌고 오더니 제멋대로 떠나잔다. 독재도 정도껏이지...이쯤되면 간디 할배도 쇠파이프를 들고 남는다.


“바늘은 바늘통에 숨기고 사람은 대처에 숨겨야지.”

“그게 뭔 소리여?”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가출했다가 돌아오더니 더 나빠졌다.

“아니, 짐 쌀 것도 없어.”

반항을 가볍게 씹고 휘적휘적 부엌으로 걸어갔다. 아궁이에서 기세 좋게 타오르는 참나무 장작을 꺼내 들었다.

“어어!”

식겁한 엄봉달이 뒷걸음쳤다. 사람을 북어 패듯이 때리더니 이젠 마른오징어 굽듯이 구울 참인가?

“고야는 어디 갔어요?”

“제 엄마 왔다고 토끼 볶음 탕을 만들 거래. 마대자루를 들고 토끼굴 쑤시러 갔어.”

“호홍, 역시 내 아들! 좀 본받아요.”

“나는 집 지을 목재 다듬고 있었잖아.”

엄봉달은 억울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휙휙휙-

불붙은 장작이 지붕 위로 날아가고 방안으로 날아갔다.

화르르-

불길이 바람을 타고 거세게 일어났다. 바싹 마른 손바닥만 한 귀틀집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이런 시부럴!”

엄봉달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구경 중에 불구경이 젤이라지만 본인이 당하면 피를 토할 노릇이다.

“속 시원하죠?”

김삼순이 남의 일인 양 선소리 했다.

“어어!”

차마 욕은 못하고 두꺼비 삼킨 살모사처럼 앓는 소리만 내뱉었다. 또라이 기질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런 개또라이년을 봤나!


“이기 머꼬?”

장고는 망연자실했다. 불길을 보고 식겁해서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마이 홈이 불덩어리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신도 부처도 없다는 눈빛으로 불타는 집을 멍하니 바라볼 뿐.

“뭐긴 뭐야. 나는 자연인이다. 마지막회 방영 중이지.”

김삼순은 달집에 불을 붙인 듯 태연했다.

“대차다 대차. 고수레!”

장고가 손에 든 토끼를 불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안 그래도 떠나고 싶어서 몸살을 앓던 방태산이다. 미련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하긴 거지 살림 챙겨봐야 거지지.”

울상이 된 엄봉달이 셀프 위로했다.


그렇게 김삼순 가족은 야밤에 방태산을 도망치듯이 떠났다. 김삼순이 엄청나게 오버했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 이틀 후 두바이가 화재 현장에 나타났으니까.


일 년이 지났다.


******


“내가 미친다 미쳐!”

김삼순이 가슴을 쳤다.

대구 가까운 동네로 이사한 지 일 년, 장고는 게임 폐인,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방구석에 처박혀서 왼손에 키패드, 오른손에 마우스를 잡고 밤을 까고 낮을 뭉갰다. 이런 아들을 보는 엄마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아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자퇴 처리하고 집 안에만 머물도록 강요한 장본인이 바로 그녀다. 버킨 백 여자에게 들킬까 두려웠고, 장고의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변했냐고?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복장이 터지는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옆집에서 키우는 도사견이 목줄을 끊고 튀어나와 초등학생을 덮친 적이 있었다. 장고는 아이가 물어뜯기는 끔찍한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왜 아이를 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소름이 쭉 끼쳤다.

장고가 동네 양아치를 폭행했다. 한 방에 두개골이 깨진 양아치는 응급실로 실려 갔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왜 때렸느냐고 물었다. 녀석이 삥 뜯으려고 했단다. 불쌍한 놈, 차라리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지.

자잘한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장고에 이빨을 드러내고 짖은 강아지는 밟혀 죽었고, 밤늦게 체르니를 연습하던 여고생은 따귀를 맞았다. 경운기에 깔린 어르신을 본체만체 지나쳤고, 배수로에 떨어진 아이를 멀거니 구경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나쁜 놈이라 치부할 수도 없었다. 평소엔 정물처럼 조용했다. 위협을 느끼거나 상대가 도발하지 않으면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땅속에 묻혀있는 대전차 지뢰다. 언제 대형 사고를 칠지 모르니 동선을 제한할 수밖에.


작가의말

포식 유전자가 발현하면 인간이 어떻게 변할까요?

근육과 뼈대가 강화되고, 무엇보다 자아가 변할것 같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호랑이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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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는 게 왜 이리 거지같냐1 +24 17.03.01 1,683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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