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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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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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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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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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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편돌이1

DUMMY

찐따는 일본어 찐빠(짝짝이, 절름발이, 불량품이나 하자 있는 물건)에 왕따가 붙은 용어다. 대체로 선택장애인이 이 범주에 속한다. 삼자 부대찌개, 종근 우삼겹정식, 설리 쌈밥정식, 도시락 3종을 앞에 놓고 한 시간 동안 망설이는 찐따, 교대할 무렵에 들어와서 날이 밝을 때까지 용기 라면을 만지작거리는 최강 찐따에 걸리면 돈다 돌아. 찐따는 어원, 어감, 의미가 좋지 않은 말이다. 될 수 있으면 쓰지 말자.


야간엔 작업량도 은근히 많다. FF(신선식품, 김밥,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등)은 꼭 야간에 배달온다. 매대 정리도 해야 하고 매장과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밤낮이 바뀐 생활에서 오는 피폐함이 문제다.

그뿐인가!

계산이 맞지 않으면 차액을 물어야 한다. 인근 고등학교의 빵셔틀과 업소 나가는 아줌마, 가정이 온전치 못한 초딩이 내 주머니를 터는 주범이다. 알고도 대충 눈감아준다. 빡빡하게 굴어봐야 내가 부지될 것도 아니고, 힘겨운 인생을 털어봐야 나올 것도 없다.


딸랑-

강화유리 도어에 매달린 종이 울렸다. 취객 한 떼거리가 우르르 들어섰다. 예상대로 남자 넷에 여자 둘이다. 풀어 젖힌 넥타이, 불콰한 얼굴과 휘청이는 하체, 전작(前酌)이 목젖까지 차오른···. 진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큰 인간들이다.


“과장니임~ 기분 쪼옴 풀렸어예?”

노랑머리 여직원이 중년 남자의 옆구리에 매달렸다.

“짜샤, 내가 가오리연 얼래야. 풀리긴 뭘 풀려.”

사십 대 초반의 남자가 엉기는 여직원의 손을 털어냈다. 아차 하면 성희롱, 성추행으로 찍히고, 찍히면 골로가는 세상이다. 요즘은 취했다는 변명도 잘 안 먹힌다.


“야, 희망퇴직 어떡할 거야?”

누군가 민감한 주제를 던졌다.


‘아이고, 불붙겠네. 실컷 떠들다 계산하러 오겠지.’

장고는 계산대에 이마를 내려놓았다. 정치, 종교, 회사 이야기가 나오면 편의점은 아고라로 변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숙취 음료와 탄산음료를 하나씩 골라 들고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씨불, 희망은 뭔 희망이야. 난 신청 안 해.”

“나도 버틸 거야. 나갈 놈은 대가린데 조빠지게 일한 우리가 왜 물먹느냐고.”

“그러게 말이야. 엑셀도 못하는 꼰대들 때문에 회사가 이 모양이라고.”

“사원증에 먹물도 안 마른 신입도 메일을 받았대. 이런 놈의 회사는 망해야 해.”

“얼씨구, 망하면 갈 곳은 있고?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란 말을 못 들었어.”

“어익후, 충성맨 나셨네. 벽에 똥칠할 때까지 회사 기둥 잡고 맴맴 하세요.”

‘니들 맘대로 떠들고 상놈 짓만 하지 마라.’

장고는 계산대에 이마를 박은 채 실눈을 뜨고 손님들을 살폈다. 매대를 안고 자빠지거나 바닥에 빈대떡을 부칠 기미가 보이는 진상은 즉각 바깥으로 위치 이동해야 한다.


“됐고. 내일부터 대리점 조지고, 재고 조정하면 돼. 우리 팀원 중에 누구라도 명단에 올라가면 나부터 먼저 나가겠어.”

사십 초반의 남자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장담했다.

“와우, 과장님 쵝오!”

“과장님은 영원한 태양입니다아!”

군상들이 설레발을 떨었다. 턱도 없는 소리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순신 장군의 흉내를 낸단 말인가. 본인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으면 다른 파트원을 몽땅 내보낼 미생 주제에···. 그럼에도 손뼉을 치고 환호한다. 공허한 장담이라도 이 순간엔 복음이기 때문이다.


“어이, 계산해.”

젊은 직원이 손바닥으로 계산대를 탕탕 쳤다. 넥타이가 유일하게 반듯한 남자다.

“계산하시게요?”

장고가 계산대에 던져둔 머리를 수습했다.

“이자슥 근무태도 보소. 그냥 갈까?”

반듯한 넥타이가 비시시 웃었다. 어눌한 목소리만큼이나 잠에 취한 눈알이 초점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딱 보기에도 대충 근무하는 알바의 전형이다. 시간이나 때우면서 사장 욕하고, 시급 타령하는 얼라들 말이다.


“......”

장고는 대거리 않고 바코드를 찍었다. 취객의 헛소리에 일일이 신경 쓰면 야간 알바 못한다.

“구천오백 원입니다.”

“에이씨, 뭐가 이렇게 비싸? 엠 마트에 가면~”

“그럼 엠 마트에 가시던가요.”

장고가 심드렁하니 말을 끊었다. 소매점 형태에 따라 유통 단계가 다르고 사입 원가가 다르다. 개뿔도 모르면서 시비터는 인간은 사절이다.

“하, 이 새끼 엄청 건조하네. 니 이름 머꼬?”

반듯한 넥타이가 풀린 눈에 힘을 주었다.

“훗, 족보 따져서 음료수 사시게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만 원 한 장도 안 되는 물건을 사면서 유세하는 꼰대가 같잖았다.

“이 자식,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야. 너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

넥타이가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때릴까 밟을까.’

왼쪽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흐릿한 소용돌이 문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써 눌러둔 짐승이 의식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참고 참고 참으니 참아서 안될 일이 없더라. 참자 참자 참자!’

어무이가 화날 때 외우라던 주문을 외웠다. 다섯 달을 버텼는데 한순간에 말아먹을 수야 있나.


“훅 갈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저씨라요.”

장고가 중얼거리며 비닐봉지에 음료를 주섬주섬 담았다. 회사에서 뺨 맞고 힘없는 편돌이에 눈 흘기는 푼수다.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

“뭐라, 어린 놈 새끼가 말하는 꼬라지 보소.”

남자가 울컥했다.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한데 편돌이까지 휘발유를 끼얹는다.

“그냥 그렇다고요. 계산이나 하세요.”

감정 없는 눈동자가 반듯한 넥타이를 빤히 응시했다.


“새꺄, 그따구로 장사하려면 배지나 떼!”

반듯한 넥타이가 가슴에 부착한 스마일 배지를 가리켰다. 늘 반듯하게 살아온 그로선 싹수없는 편돌이의 가슴에 붙은 친절 배지가 용납되지 않았다.

“남의 인생에 숟가락 걸치지 말고 계산이나 해요.”

장고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어무이가 몸싸움은 지고, 말싸움은 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허이구, 못 생긴 게 말하는 싸가지 보소.”

노랑머리 여자가 티꺼운 눈으로 흘겨보았다.

“내 주제는 내가 잘 알거든요. 그쪽은 본인의 속옷 주제나 챙기셔.”

발목에 걸려있는 스타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든 스타킹이 속옷은 아니지만, 가터벨트로 고정하는 스타킹은 속옷이다.

“어멋!”

노랑머리가 흘러내린 스타킹을 후딱 끌어올리고 베스트 조끼를 입은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남자는 모른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이 이~ 변태새끼!”

노랑머리가 부들부들했다. 서클렌즈를 끼운 눈이 시퍼렇게 번쩍였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장고는 능지처참당하고 부관참시 당첨이다.

“헐, 내가 왜 당신 새끼고 변태란 말을 들어야 합니까?”

장고가 빙판에 자빠진 황소 눈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욱하면 욕이야 한마디 할 수도 있지만···. 변태는 좀 아니다.

“여자를 불편하게 만든 놈은 개새끼고, 여자 기분을 나쁘게 만든 놈은 전부 변태야.”

노랑머리가 당당하게 주장했다.

‘썩을 년, 가슴에 뽕 넣었다고 말했으면 전국구 변태가 될 뻔했네.’

장고는 흥미를 잃었다. 반쯤 맛이 간 여자의 헛소리는 귓등으로 듣는 게 답이다.


“하, 이 새끼 보게. 싸가지가 네가지네.”

베스트 조끼가 위협적으로 손을 들었다.

이건 또 뭐지? 장고가 남자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노랑머리의 관심 남이거나 사내 커플이라면···. 남자가 불쌍하게 보였다.

“이대리, 애꿎은 얼라 겁주지 말고 얼른 계산해.”

과장이 남자를 나무랐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싸가지 없잖아요.”

“요즘 애들 무서운 거 몰라? 꼰대 짓 하다가 뱃가죽에 구멍 뚫리는 수 있어.”

누군가 농담 같지 않은 살벌한 소리를 했다. 남자가 흠칫하고 손을 내렸다. 험상궂은 얼굴과 시퍼런 눈깔을 보면 사건을 치고 남을 놈이다.

“얼른 계산해. 노닥거릴 시간에 한 잔이라도 더 마셔야지.”

과장이 묵직한 멘트를 날렸다. 높은 자리에 있는 놈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하아, 너나 나나 피곤한 인생이구마.”

반듯한 넥타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갑을 꺼냈다. 개값 물고 싸가지없는 편돌이를 냅다 패버리고 싶지만, 희망퇴직 명단의 두려움이 뒷골을 당겼다. 너나 할 것 없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잔돈은 필요 없어.”

반듯한 넥타이가 지폐를 계산대에 집어 던지고 일행을 뒤쫓았다. 그는 음료수 몇 개를 사고 카드를 내미는 양아치가 아니다. 적선한 500원으로 너덜너덜해진 정신을 치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놔, 월급 따박따박 받는 니들이 알바의 슬픔을 알겠느냐고.”

퀭한 눈이 편의점을 빠져나가는 남녀의 등에 머물렀다. 500원을 적선받은 장고의 정신도 너덜너덜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으니 약속을 지킨 셈이다. 뿌듯했다.


진상 손님들 덕분에 달콤한 쪽잠이 날아갔다. 안개 낀 듯 몽롱한 머리를 흔들고 벽시계를 흘끔 쳐다보았다. 시침이 1시와 2시 사이에 걸렸다. 눈꺼풀이 내려앉고 엉치뼈가 저렸다.

정정한다. 엉치뼈가 저리다는 말은 다분히 심리적인 수사다. 같은 자세로 삼박사일을 버텨도 무리 없는 인간이 나 엄장고다. 그런데도 피곤한 이유는 일곱 시간이나 남은 교대 시간의 압박감 때문이다.


“씨파, 비바 라 비다는 개뿔이, 싸나이 장고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풀렸지? 피곤하다 피곤해!”

턱을 계산대에 걸쳐놓고 피곤하다를 연발했다. 적성에 맞지 않고 보상도 없는 노동,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피곤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코가 석 자, 아니 서른 자는 빠진 슬픈 인생, 지난 세월도 구리고 앞도 보이지 않는데 뭔 인생 만세를 외칠 수 있겠나.


벌떡 일어나서 빗자루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앞에 놓인 파라솔은 달랑 두 개인데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원룸 앞마당처럼 지저분했다. 월급이 밀려도 편돌이 본분은 다 해야지.

차량이 남긴 질소산화물의 메케한 냄새, 나태를 조장하는 온갖 기계와 인간 군상이 쏟아놓은 역한 냄새 분자가 코를 쥐어박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토할 것 같았다. 예민해진 감각이 불러온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서쪽 하늘에 방패연처럼 걸려있는 오리온자리가 보였다. 오리온 좌상귀에 자리 잡은 붉은 별, 베텔게우스가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진 적색 초거성,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주의 시한폭탄이다.

뭐 지금 폭발해봐야 640년 뒤에나 지구에서 알 수 있겠지. 아니다. 슈퍼노바 파동은 시공간을 건너뛸 수 있다고 했다. 중력파가 지구 자기장을 날려버리면 생명체가 몽땅 죽을 텐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내 한 몸도 주체못하고 헤매는데 나라가 망하든 지구가 두 쪽 나든 뭔 상관인가.


모두가 잠든 시간에 밤하늘을 쳐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반짝이는 별이 고독과 정적 속에 잠든 신비로운 세계를 깨운다.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옆에 내려와 잠들어 있노라.’

뭔가 울컥함을 느꼈던 도데의 문장이 떠올랐다. 별 무리가 나를 끌어당긴다. 별빛이 가슴에 들어찬다. 스테파네트가 아니어도 좋다. 나를 이해하고 함께할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저건 뭐지?

베텔게우스 자리가 화악 빛을 뿜었다. 천체 망원경으로나 볼 수 있는 붉은 별 무리가 밤하늘을 채웠다.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붉은 별 무리와 몸이 공명했다. 베텔게우스가 주체고 몸은 객체다. 주체가 객체를 쥐고 흔들었다.

두웅-

몸이 첼로 바디라도 된 듯이 공명음을 냈다. 정수리가 북 치듯 울렸다. 정신이 광활한 우주를 유영했다. 광막한 붉은 대지, 바위를 날리는 폭풍, 푸른색으로 빛나는 달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달, 듣도보도 못한 거대한 괴수, 하늘을 날고 불을 뿜는 생명체···. 현실인지 꿈인지 망상인지 모를 장면이 펼쳐졌다.


작가의말

중미산 자연휴양림에 왔습니다.

별을 보고싶어서요.

이곳에선 천체망원경을 빌려줍니다. 

눈알을 접안엔즈에 박고 아무리 봐도 별이 안보입니다.

오늘의 양평군 옥천면 매우 흐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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