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을 뺏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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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그녀
작품등록일 :
2017.03.02 23:46
최근연재일 :
2017.10.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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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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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2. 동거의 법칙(2)

DUMMY

로라는 생과일주스를 쥐고 상가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 오늘은 자신이 먼저 기태의 병원을 들러보기로 했다. 매번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가지기 위해선, 쟁취하기 위해선-! 로라는 질끈 포니테일로 묶은 웨이브 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다시금 돌돌 꼬며 몸을 휘리릭 돌려 기태의 병원 앞에 섰다. 그러곤 문손잡이를 꾹 쥐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너무 잘생겼다, 그치?”




왠 여자 두 명이 강아지를 안고 병원 밖을 나서며 자기들끼리 히히거렸다. 의사 선생님이 너무 잘생겨···?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며 여자 둘을 쳐다보았다. 하여튼 보는 눈은 있어 가지구. 로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조심스레 병원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 간호사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로라를 쳐다보았다. 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끔뻑였다. 뭐라고···얘기를 해야 하지? 고양이도, 강아지도 데리고 오지 않은 채 생과일 쥬스만 손에 덩그러니 들고 입구에 서 있는 로라를 간호사 둘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저···그게 그러니까···”


“네?”


“어···차···차 선생님을···좀···”




로라가 당황하며 기태를 더듬더듬 찾자,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가운을 입은 기태가 로라를 발견했다. 로라와 눈이 마주친 기태는 로라보다 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성큼성큼 로라 앞에 다가왔다.





“로라씨 여긴 어쩐 일로···?”


“아···저 선생님 뵈, 뵈려구···”


“아. 들어오세요. 왜 여기서 서성이고 있어.”




기태는 생긋 웃으며 로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간호사 둘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라는 간호사들을 한 번 바라보곤 이내 기태를 따라 진료실 안으로 들어섰다.





“저 이거 드세요.”



로라는 들고 온 생과일주스를 기태에게 건네며 싱긋 웃었다. 기태는 주스를 건네받으며 의자에 앉았다. 로라에게도 앞자리에 앉으라, 손짓했다. 로라는 진료실을 휘휘 둘러보며 기태 앞에 살며시 앉았다.




“그냥 이것만 전해주고 가려했는데···진료 하셔야 하는데 방해하는 건, 아니죠?”


“네. 어차피 오전 진료는 모두 끝낸 상태라 커피라도 한 잔 하러 갈까 하던 참이었어요. 로라씨는 점심 드셨어요?”


“네! 저두 뭐 간단하게 먹고 커피 사러 갔다가 선생님 생각나서···요거 사와 봤죠. 하하!”


“제 생각나서 사 오셨어요? 아, 이거 못 마시겠는데 그럼?”




기태는 로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살짝 상기된 양 볼이 귀여웠다.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탓인 지, 안 그래도 동그란 이마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첫눈에 호감을 느낄만한 인상적인 외모 탓도 있었지만 어쩌면 기태가 자꾸만 로라에게 끌리는 건, 이런 로라의 솔직한 매력 때문일지도 몰랐다.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놀라우면 놀라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모두 표현하는 로라의 솔직한 감정. 기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스를 쥐었다.




“날이 많이 더워졌어요. 그래도 밤엔 쌀쌀한데, 오늘 너무 얇게 입고 오신 것 아니에요? 어제 비도 맞아서 감기 기운도 있으실 것 같은데.”


“원래 제가 튼튼한 거 빼면 시체거든요. 내세울 거라곤 이 튼튼한 체력뿐이랍니다!”




로라가 그 말을 씩씩하게 내뱉자, 기태는 자신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어 버렸다. 그리고 그때, 기태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태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휴대폰의 액정을 확인하는 기태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로라는 그런 기태의 표정을 살피다 이내 치맛자락을 손으로 꾹 쥐었다.


‘무슨 전화 길래···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기태는 한참 휴대폰만 바라보다 이내 주머니에 다시금 집어넣었다. 의아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로라를 발견하고 기태는 다시금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채 로라를 바라보았다.




“안 받아도 되는 전화네요.”


“아···네에. 저 근데 정말로 선생님 주스만 전해드리구 가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방해하는 것 같은데 제가.”


“방해하는 거 아닌데, 로라씨가 불편하신가?”


“그런 건 아니지만···다음에! 휴무 때나, 아님 퇴근하구 이야기 나누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보···”




하며 로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기태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라는 엉거주춤 일어나다 말고 기태를 돌아보았다.



“데려다 드릴게요. 뭐 2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그러고 기태는 피식 웃었다. 로라 역시, 그를 따라 피식 웃고 말았다. 완연한 봄이 지나고 성큼 다가온 여름의 문턱에서 로라와 기태는 여전히 봄 속에 살았다. 뒷모습을 보이는 봄이 채 아쉬워 로라와 기태 손을 놓지 못하듯, 기태와 로라는 둘 사이에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때늦은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된 봄의 향기에 생긋, 그저 생긋 웃고야 말았다.



* * *


“너 한국 아니야?!”


“그럼. 도대체 뭐가 알고 싶어 이러는 건데.”




도헌은 성가시다는 듯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도헌의 여자 친구는 아무래도 의심이 간다는 듯 말끝을 흐리며 정말? 정말? 이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도헌은 몸을 일으켜 주먹을 꾹 쥐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너야 말로.”


“뭐.”


“지금 뭐하고 있는데. 딴 남자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냐?”


“뭐, 뭐? 야. 구도헌. 너 지금 말 다했냐?”


“아니. 시작도 못했다. 내가 바보로 보이지, 넌?”


“뭐···?”




도헌은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을 한껏 찌푸린 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너 저번 주 주말에 뭐했냐. 집이라고. 학교 끝나고 디자인 학원가야 한다 하지 않았냐?”


“근데. 그랬는데 뭐. 뭐가 잘 못 됐는데 그게?”


“나랑 친한 형.”


“······!”


“이세훈이랑. 1박 2일로 여행가지 않았냐?”


“구, 구도헌···그···게 무슨 말이야.”


“발뺌 할 생각 마라. 어쭙잖게 알아보고, 대충 그럴 것 같다 예상하고 말 하는 거 아니다.”


“······.”


“3년을 너만 바라보고, 3년을 너만 사랑하고, 3년을 함께 해 온 너랑.”


“······.”


“이 말 한 마디로 끝이 나버릴 수 있는데. 끝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회생 불가능 정도로 우리의 사이가 산산조각이 나버릴 수도 있는 건데.”


“도헌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헛소리로 이딴 말을 내가 지껄일 것 같냐.”


“도헌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도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베란다로 나섰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착잡해져 오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았다. 아무리 정이 떨어졌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허망함과 허탈함은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 없었다.


도헌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며 이마를 짚었다.





“얼굴은 보고 이야기하려 했다.”


“······.”


“그런데 얼굴 볼 가치도 없을 것 같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런데 난 정말 너뿐이다. 구도헌. 생각해. 3년을 함께 했어, 니 말대로. 잠깐의 실수였어. 너 유학 가 있고···외로워서···그래서 그냥 잠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만난···”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니가.”


“뭐···?”


“3년을 만난 너와 내 사이를···잠깐···외로워서···아무 생각도 없이···돌이킬 수 없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냐.”


“······.”


“너는 날 속이고 내 친한 형을 8개월이나 만났어. 모를 줄 알았냐, 내가? 내가 세컨이었냐. 아님 그 형이 세컨이었냐. 아니. 됐다. 더는 안 듣고 싶다. 그만 하자.”


“···도헌아. 제발···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줘.”


“니가 식사는 제 때 했는 지, 뭘 먹었는지, 오늘 하루는 뭘 했는지, 공부는 잘 되어 가고 있는 지, 피곤하지는 않는 지, 아프진 않는 지.”


“······.”


“이제 더는 궁금하지 않다, 한지혜.”


“도헌아, 제발.”


“너의 하루를 걱정하고 궁금해 할 가치가···더는 없는 것 같다고.”





도헌은 푸우-, 담배 연기를 힘껏 내품었다. 그래도 속에 응어리진 딱딱한 무언가는 풀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답답해졌다.





“진심···아니지? 한국 오면 연락해. 한국 와서 다시 얘기하자.”


“니 하루를 궁금해 할 바엔.”


“···뭐?”


“차라리. 오호라의 하루를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뭐? 오호···라?”


“끊는다. 잘 살아라. 전화번호는 차단할 테니, 괜히 차단된 번호로 연락 계속 하지 말고. 어차피 못 받을 테니.”


“야, 야 구도헌!”


“한국 가서 우연히 라도 마주치면.”


“······.”


“그냥 잽싸게 피해라. 괜히 아는 척 했다, 나한테 욕 듣지 말고.”





도헌은 그렇게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그래, 차라리 널 걱정하느니, 멍청한 오호라의 하루를 걱정하는 게 낫지. 그게 백 배 천 배는 더 낫지. 암. 도헌은 있는 힘껏 담배 연기를 푸우-, 내뱉었다.


* * *



‘야, 오로라. 마치고 어차피 너 술 먹을 거 구도헌하고 술 좀 먹어줘라. 애 오늘 무슨 일 있는 가, 하루 종일 연락도 잘 안 되더니 우리 집 앞 호프집 있지. 거기서 혼자 술 먹고 있는 것 같더라. 걔 친구들 걔 아직 한국 온 거 알면 안 돼서, 혼자 먹고 있나 보더라. 나는 오늘 친구 결혼식 피로연 때문에 못 가. 부탁 좀 한다.’




로라는 로준과의 통화를 곱씹으며 집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앞에 우두커니 섰다. 정말 기태 말대로 여름이 성큼 왔다지만 밤공기는 쌀쌀했다. 로라는 팔을 감싸 안으며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도발···청승맞게 혼자 무슨 술이냐. 하여튼 오늘 하루는 내 간을 좀 쉬게 해주려했건만. 도움을 안 줘요, 도움을.”




로라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막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딛었다. 그때, 로라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을 들여다보니 도발이었다. 구.도.발. 로라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다댔다.




“오냐.”


“오호라 누나.”


“말해보거라.”


“나 오늘만 저녁 상 땡땡이칠게요.”


“어째 서지?”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어서. 이해해줘요. 대신 내일 아침 밥상은 맛깔나게 차려드릴게요.”





그러고는 뚝 끊겨 버린 전화. 녀석···기분이 많이 안 좋은 건가? 로라는 끊긴 전화를 한참 내려다보며 도헌이 있다는 호프집 앞에 섰다. 팔짱을 끼고서 로라는 호프집 입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뭐. 하루쯤이야?”




그러고 라는 피식 웃으며 호프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 멀리 구석 자리에 혼자 청승맞게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도헌이 보였다. 로라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팔짱을 낀 채 도헌 앞으로 다가갔다. 도헌은 자신 앞에 우두커니 멈춰선 로라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곤 빈 잔에 소주를 채우기 바빴다. 로라는 삐딱하게 서서는 고개를 갸우뚱 한 채, 그런 도헌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어이, 세입자? 이건 엄연한 계약 위반 아닌가?”


“어···오호라···.”




도헌은 갑작스런 로라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그제야 로라를 올려다보았다. 질끈 묶은 머리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로라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도헌은 피식 웃으며 다시금 빈 잔에 소주를 채우기 시작했다.




“누가 청승맞게 혼자 술 마시래?”


“여긴 어째 알고 왔데. 오로준이 가르쳐줬구나?”


“무슨 일인데 저녁상까지 땡땡이쳐가며 혼술 중이셔?”





로라는 도헌 앞에 털썩 주저앉아 플라스틱 그릇에 소복이 담긴 팝콘을 주워 먹었다. 도헌은 그런 로라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입 안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로라는 도헌이 마시고 내려놓은 빈 소주잔을 뺏어 소주를 콸콸 붓더니 이내 자신 역시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도헌은 그런 로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호라 누나.”


“그래. 말해봐.”


“누나도 허망하고 허탈했어? 배신감도 들고? 이미 끝나버린 사랑이고. 마음에서 떠난 지도 오랜 사랑이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허망하고···허탈할 수 있을까 싶어서.”





왠지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녀석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로라는 턱을 괴었다. 그러곤 빈 잔에 술을 따라 자신의 입에 넣으려는 도헌의 손목을 꾹 쥐며 로라는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해? 배신감만 들어?”


“······.”


“이미 끝났고, 마음 떠난 지도 오랜 사랑이래도.”


“······.”


“그래도 사랑이었잖냐.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도 같이 있겠지.”





로라는 그 말을 내뱉으며 도헌의 손에 쥐어진 술잔을 뺏어 자기가 마셔버렸다. 도헌은 로라의 말에 그대로 굳었다.





“사랑인데. 안 아프면 그게 사랑이야? 배신을 했든, 당했든. 아파야지. 어쨌든 이별인데.”


“오호라.”


“나한테 똥차만 탄다고. 남자 보는 눈이 발에 달렸다고 엄청나게 구박하더니? 결국 너도 그 바람난 여자랑 깔끔하게 사요나라 했나 보네?”


“···했어야죠. 일찌감치. 8개월 동안 참고, 꾹 참았던 건데.”


“8개월씩이나? 너 뭐 성인군자세요? 부처야? 미쳤네, 미쳤어.”


“···사랑하니까 그랬죠. 그러다보면 돌아올 줄 알았지.”





도헌의 말에 로라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손을 번쩍 들어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하고 잔 하나 더 주세요-! 씩씩하게 외치곤 팔짱을 꾹 꼈다.




“참고 이해하고 자꾸 넘어가다보면.”


“······.”


“그게 당연한 건 줄 안다? 인간들이 참-그렇게 나빠요. 돌아오긴 뭘 돌아와. 돌아왔을 인간이면 애초에 떠나지도 않아. 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 지 아는데 어떻게 떠나? 모르니까 떠난 거지.”


“똑똑한 척은.”


“야, 너는 뭐 그렇게 똑똑한 척 연애 박사인 척 하더니? 어쨌든 너랑 나랑은 지금 같은 신세다? 사랑하는 연인 바람나서 뒤통수 맞은 거.”


“아 됐어요. 그 얘기 그만 해요.”





로라와 도헌은 소리 나게 잔을 쨍-, 하고 부딪히더니 동시에 소주를 마셨다. 알싸한 알콜향이 로라의 입안을 맴돌았다. 도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로라를 향해 팝콘을 건넸다. 로라는 도헌이 건넨 팝콘을 받아먹으며 코끝을 찡긋해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청승맞게 혼술 중이셨어? 뭐 그리 대단한 이별했다고?”


“······.”


“너도 나처럼 축하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축하 파티라던가? 그런 돼 먹지 못한 인간이랑 빠이빠이 한 건 백 번이고 축하해야 할 일이라구.”


“······.”


“뭐 또 풀 죽어 있어. 구도발 답지 못하게!”


“어쨌든. 헤어진 거니까. 막상 헤어지고 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하.”





깊은 한숨을 내쉬는 도헌을 바라보며 로라는 왠지 자신의 마음도 아파옴을 느꼈다. 불과 며칠 전 자신도 겪어야 했던 아픈 감정들이었기에 더욱더 지금의 도헌의 한숨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봐 세입자.”


“네.”


“우리의 동거 법칙에 한 가지 사항을 더 추가하지.”


“그럴 거면 새로 계약서를 뽑아 오세요. 자꾸 추가하지 말고. 나 일일이 다 기억 못해.”





한껏 풀이 죽은 채 로라에게 팝콘을 건네는 도헌. 로라는 그런 도헌이 주는 팝콘을 다시금 받아먹으며 오물오물 거렸다.





“이렇게 우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슬프다거나, 술이 땡길만한 그런 상황이 생겨 술을 제껴야겠다-, 싶은 날엔.”


“······.”


“연락해.”


“······.”


“내가 뭐 집 주인으로서? 세입자가 힘든 일이 있어 술잔을 기울여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잖아? 뭐 나도. 그럴 상황이 생기면 니가 세입자로서 나와 함께 술을 마셔 줄 수 있으니까.”


“···좋네요, 그건. 근데 그걸 꼭 계약서에 작성해야 할 만한 사항인가? 동거의 법칙이라···너무 거창한걸요.”


“조용히 하고 한 잔 해. 그리고 그렇게 세상 잃은 표정으로 술 마시는 거 아니야. 웃어, 구도발.”





그러자 로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헌은 눈은 울고 있는, 그러나 입은 웃고 있는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 로라를 바라보았다. 로라는 그런 도헌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피식, 웃고 말았다. 도헌 역시 그런 로라의 웃음에 자신도 그제야 피식 웃었다.


피식거리다 둘의 눈은 마주쳤다. 그러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깔깔거리며 웃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둘이었다.


* * *


작가의말

와ㅏㅏ여름이 성큼왔나봐요오-!
오늘 무쟈게 덥네용^_^

독자님들 더위조심하시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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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hapter23. 김치볶음밥엔 계란 후라이를. 17.10.06 52 0 15쪽
22 Chpater22. 우리 오늘 같이 자자(2) 17.10.03 22 0 11쪽
21 Chapter21. 우리 오늘 같이 자자(1) 17.08.13 48 0 12쪽
20 Chapter 20. 사랑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7.08.08 17 0 14쪽
19 Chapter19. 낮보다는 밤에 더 좋은 당신 (2) 17.08.02 34 0 12쪽
18 Chapter18. 낮보다는 밤에 더 좋은 당신(1) 17.07.11 61 0 9쪽
17 Chapter17. 이유 없는, 그러나 예의 있는 이별. 17.06.29 31 0 15쪽
16 Chapter16. 널 사랑하지 않아. 17.06.24 66 0 15쪽
15 Chapter15. 그에게 묻다. 17.06.23 62 0 14쪽
14 Chapter14. 사랑해요, 의 의미. 17.06.13 29 0 15쪽
13 Chapter13. 그녀가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17.06.08 67 0 13쪽
» Chapter12. 동거의 법칙(2) 17.05.30 82 0 17쪽
11 Chapter11. 동거의 법칙 (1) 17.05.26 84 0 14쪽
10 Chapter10. 오늘 밤, 말입니다.(2) 17.05.25 88 1 10쪽
9 Chapter9. 오늘 밤, 말입니다.(1) 17.05.21 66 1 7쪽
8 Chapter8. 녀석과의 동거 시작!? 17.05.13 67 1 15쪽
7 Chapter7. 너에게 취해. 17.05.08 60 1 13쪽
6 Chapter6. 오호라와 구도발. 17.04.22 56 1 13쪽
5 Chapter5. 자꾸만 내 눈앞에 나타나는 그 남자. 17.04.09 50 1 17쪽
4 Chapter4. 보기 드문 여자 vs 보기 싫은 남자 (2) 17.04.02 89 1 10쪽
3 Chapter3. 보기 드문 여자 vs 보기 싫은 남자 (1) 17.03.22 79 1 13쪽
2 Chapter2. 잘-생긴, 장난꾸러기, 연하남과의 동거? 17.03.07 76 1 17쪽
1 Chapter1. 오늘 '이별' 하렵니다! 17.03.02 317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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