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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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金英)
작품등록일 :
2017.03.03 13:14
최근연재일 :
2017.05.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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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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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법 골동품 거래-2

DUMMY

이상한 일이다. 처음과는 달리 추가 참가자들이 많지 않다. 120억의 호가가 나온 뒤에는 한참을 기다린다.

“의외군요. 이 정도 유물이면 적어도 200억 이상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회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드는 사람이 있다.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복장으로 봐서는 인영이 분명해 보인다.

“혹시 경매에 참여하시는 건가요?”

“한 가지만 확인되면 참여할 예정이에요.”

“그 말씀은 저희 물건에 의문점이 있다는 건가요?”

“그래요. 제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오중청화백자는 세계적으로도 단 세 점밖에 없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는 대만국립고궁박물관에, 다른 하나는 중국의 한 소장가에게 있고, 나머지 하나는 지난해 대영박물관에서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물건들보다 더 깨끗하게 보존된 물건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영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다. 한 편으론 긴장감도 맴돌지만, 다른 한편으론 회장이나 사무총장이 어떤 답변을 할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들이 반짝인다.

“호호호! 안 그래도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어요. 질문하신 분은 혹시 중국의 소장가가 누군지 아시나요?”

회장이 나선다. 한데 그녀의 표정은 매우 밝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제가 알기론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입니다만.”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그럼 잠시 자료 화면을 보시죠?”

회장이 손짓하자 사무총장이 거실 정면에 마련된 100인치 대형 TV의 화면을 켠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분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입니다. 그 옆의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한 번 보십시오. 그렇습니다. 바로 이 물건입니다. 그리고 다음 화면을 보겠습니다. 저건 마윈 회장과 물건의 현 소유자 간의 거래 계약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윈 회장이 직접 손으로 쓴 보증서를 들고 있는 사진입니다. 거래 계약서와 보증서의 원본은 지금 제가 들고 있습니다. 직접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회장은 서류를 참가자들에게 회람시킨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마윈이 물건을 현 소유자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이런 거래를 벌써 5년째 매월 하고 있습니다. 신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지금도 물품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시겠다면 경매에서 빠지시면 됩니다.”

회장은 잠시 방안을 둘러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감사합니다. 모든 분이 계속 참여하셨습니다. 그럼 다시 경매를 이어가겠습니다. 아까 호가가 120억까지 나왔습니다.”

“150억!”

회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150억이 나온다. 경호다!

“170억!”

“200억!”

순식간에 200억을 돌파한다. 사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드디어 200억을 돌파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물건은 희소가치가 매우 큽니다. 이런 종류의 도자기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 점을 유의해서 경매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냐?”

회장이 말을 하는 도중에 일단의 사람들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이런 종류의 고급 객실은 보안이 철저하다. 특히 문은 거의 철옹성과 같아서 웬만해서는 부수고 들어오기가 어렵다. 단 한 번에 열고 들어온다는 건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꼼짝 마라! 지금부터 내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머리통에 구멍이 날 것이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들어온 사람들은 다섯 명인데, 모두 총을 든 복면 괴한들이다. 미국에서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거의 매일 같이 총기 사고가 나지만, 한국은 군부대를 제외하고는 총기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경찰들도 총기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급호텔의 최고급 객실에 총을 든 괴한들이 난입한 것이다. 이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무슨 일입니까? 아악!”

사무총장은 말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권총 손잡이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진다. 얼굴 주위에 유혈이 낭자한 것으로 봐서는 코뼈가 주저앉은 것 같다.

“건방지게 끼어들고 지랄이야. 한 번만 더 묻지도 않는데 주둥이를 열면 총 맛이 어떤지 보게 될 것이다.”

책임자로 보이는 황금복면인이 또다시 경고한다.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무사히 나가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인간은 머리에 구멍이 난 뒤 아스팔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총으로 죽인 뒤 밑으로 던져버리겠다는 뜻이다. 순간 참석자들은 모두 겁을 먹고 고개를 숙인다.

“우리의 요구조건은 간단하다. 물건은 가져가도 좋다. 하지만 돈은 내가 제시하는 계좌로 넣어야 한다. 그것뿐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라!”

황금복면인의 마지막 말은 악센트가 강해서 상당히 무섭게 들린다.

“만약 나중에 딴소리하면, 그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나중에 헛소리 말고, 할 말 있으면 지금 해라.”

당연히 한 사람도 나서지 않는다.

“좋다. 그럼 각자 자기가 낙찰한 물건을 들어라. 빨리!”

사람들이 주저하며 머뭇거리자. 황금복면인이 소리친다. 사람들은 후다닥 달려가서 자신이 낙찰받은 물건들을 집어 든다.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인지 몇몇 사람은 여러 개를 차지했지만, 하나도 챙기지 못한 사람도 여럿 있다.

“저건 뭐냐?”

“나..남은 겁니다.”

사무총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혹시라도 잘못 말하면 회장처럼 코뼈가 내려앉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쯤 예상하느냐?”

“호가가 200억까지 나왔습니다.”

“200억?”

“예!”

“그럼 더 나올 수도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적어도 250억에서 300억 사이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 으음! 대단한 물건이군. 좋다. 이것도 간단하게 해결한다. 300억에 차지할 사람은 손을 들어라.”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요?”

경매 참가자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뭐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경매처럼 200억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후후후, 그거 괜찮네. 야! 니가 진행해 봐.”

황금복면인은 사무총장을 부른다.

“제..제가요?”

“왜, 싫어?”

황금복면인이 총을 겨누며 말하자 사무총장은 기겁한다.

“아..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자, 200억이 나왔습니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실 분은 없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가자들이 소리를 지른다.

“230억!”

“250억이요!”

“255억!”

“260억!”

“예! 감사합니다. 오중청화백자는 260억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낙찰자는 경호다. 그는 이 물건만 낙찰받았다.

“이것으로 모두 다 정리됐군. 자, 지금부터는 한 사람씩 앞으로 나온다. 본인이 물주면 바로 입금하면 될 테고, 대리인이면 물건을 사진 찍어서 보낸 뒤 바로 입금해라. 시작이다. 너부터 나와!”

황금복면인은 제일 앞에 있는 참가자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러자 당사자는 머뭇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온다.

“죽고 싶으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냐?”

황금복면인이 총을 겨누자 참가자는 몸을 날리듯이 달려간다.

“죄..죄송합니다.”

“그게 모두 얼마냐?”

황금복면인은 참가자가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말한다. 참가자는 두 개의 물건을 들고 있다.

“모..모두 75억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사실 참가자로선 손해 볼 일이 없다. 그로서는 누구에게 돈을 내든 물건만 챙기면 된다. 물건의 소유자도 불법거래라 경찰에 신고하진 못할 것이다.

“이게 계좌번호다. 제한 시간은 15분이다. 그 이후는 받지 않는다. 대신 네 목을 내놔야 할 거다.”

“예에?”

참가자는 목이라는 말에 기겁하며 목을 만진다.

“난 그렇게 야박한 사람이 아니다. 5분 안에 처리하면 10% 할인이다.”

“저..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75억의 10%면 7억5천만 원이다. 그걸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낙찰자는 할인이라는 말에 인터넷 금융 거래를 재빨리 처리해서 이제 확인 버튼만 누르면 입금이 된다.

이때 또 다른 변수가 생긴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매 참가자들이 복면인들과 싸움을 벌인 것이다. 물론 참가자 전부는 아니다. 네 명이 복면인들과 1:1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놀라운 건 복면인들이 밀린다는 점이다. 한 명은 벌써 제압당했다. 황금복면인은 영문을 몰라서 소리만 친다.

“저런 멍청한 놈들! 총을 쏴!”

어찌 된 일인지 복면인들은 들고 있는 총을 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총은 오히려 싸움에 부담이 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복면인들이 총을 쏜다. 근데 그게 진짜 총이 아니라 호신용 가스총이었다. 쏴아아아! 그래도 가스가 발사되자 효과를 본다. 경매 참가자들은 얼굴에 가스를 맞자 고통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돼 두 명의 경매 참가자들이 쓰러지고, 복면인은 한 명이 더 바닥을 구른다.

“이 새끼들이 건방지게!”

황금복면인은 달려가서는 쓰러진 경매 참가자들의 몸을 발로 무자비하게 가격한다. 퍼억!

“크악!”

“체포해!”

부하들은 명령에 따라서 세 사람의 팔에 수갑을 채운다. 이때 또 다른 사람이 나선다.

“호호호! 난 또 누군가 했네. 요즘 대정원 살림살이가 궁한 모양이지?”

미루의 목소리다. 그녀도 경매에 참여했다. 그녀는 복면인들을 대한민국정보원 요원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이나 검찰이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일 리는 없고, 그들 이외에 이런 상황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할 수 있는 곳은 대정원밖에 없다.

그녀가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본 것은 상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대충 판단은 했지만, 명확히 하려고 기다린 것이다. 그렇다면 복면인들을 공격한 경매 참가자들의 정체도 알고 있을 것이다.

“네년은 누구냐?”

황금복면인이 미루에게 총을 겨눈다.

“쯧쯧, 사내자식이 오죽 못났으면 숙녀에게 총을 겨눌까? 경고하는데 다치기 전에 총을 조용히 내려놓아라.”

미루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경고한다.

“흐흐흐! 이것도 가스총으로 보이냐?”

“그거야 방아쇠를 당겨보면 알겠지?”

이번에는 경호가 나선다.

“네놈도 한패냐?”

황금복면인은 미루와 경호가 자신들을 공격한 자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글쎄? 난 친일파랑은 안 친한데?”

경호의 말대로라면 대정원 요원들을 공격한 자들은 김만수 선대본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김만수의 지시로 비밀경매를 지키기 위해 나와 있었다. 친일파는 김만수를 빗대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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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한반도를 지켜라-3 17.05.11 628 6 11쪽
204 한반도를 지켜라-2 17.05.11 635 7 11쪽
203 한반도를 지켜라-1 17.05.11 668 6 11쪽
202 대 일본 선전포고-2 17.05.10 675 6 11쪽
201 대 일본 선전포고-1 17.05.10 662 5 11쪽
200 드러나는 일본의 야욕 17.05.10 578 6 11쪽
199 친일파를 구하라-2 17.05.10 587 4 12쪽
198 친일파를 구하라-1 17.05.10 543 5 11쪽
197 친일파라고 해도 왜놈들에게 죽게 할 순 없다 17.05.09 503 4 11쪽
196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 17.05.09 503 5 12쪽
195 왜놈들에게 살해당하는 친일파 17.05.08 581 5 11쪽
194 위기의 추모식장 17.05.08 509 6 11쪽
193 민족의 혼 '임종국' 선생 17.05.08 539 6 11쪽
192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2 17.05.08 497 5 11쪽
191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1 17.05.07 524 6 11쪽
190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2 17.05.07 503 5 11쪽
189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1 17.05.06 525 9 12쪽
188 해외로 도주하는 공대갈 17.05.06 583 7 11쪽
187 현금 1조를 눈으로 확인하다 17.05.06 587 9 12쪽
186 드러나는 실체 17.05.06 439 8 11쪽
185 비자금 수송작전-2 17.05.05 573 5 11쪽
184 비자금 수송작전-1 17.05.05 601 8 12쪽
183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2 17.05.04 557 7 12쪽
182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1 17.05.04 508 6 11쪽
181 부활을 꿈꾸는 친일파들 17.05.04 503 5 11쪽
180 사이비 '무상의 검' 17.05.04 53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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