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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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金英)
작품등록일 :
2017.03.03 13:14
최근연재일 :
2017.05.12 13:08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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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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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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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로에 선 경찰청장

DUMMY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분이라면 수많은 부정부패의 유혹에 시달렸을 텐데, 청장의 자리까지 오를 때까지 한 번도 그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깨끗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면 온갖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하고, 경찰 내부의 문제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진정으로 경찰을 사랑하고, 또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걸 안타깝게 생각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으음!”

대전청장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인영이 경찰의 치부이자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청장은 다소 담담하게 대응한다.

“그런데요?”

“대정원이 국내정치, 그것도 대선에 개입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정도면 경찰 내부의 문제도 타협하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 정치권력에 굴복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어요?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좋소. 그건 인정한다고 치고. 단순히 대정원이 대선에 개입하는 문제로 날 만나자고 한 건 아닐 텐데요?”

청장은 인영의 직설적인 비난에도 흥분은 고사하고 더욱 차분해진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동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들인지 봐 주시죠?”

인영은 방안의 TV에 USB를 꽂더니 전원을 켠다. 동영상은 두 사람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다급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건물의 복도 구조를 보니 경호 일행이 머무는 R 호텔이 분명하다.

“저놈은 최 과장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아무래도 2차장이 이번 일을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청장과 대전청장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도 알고 있다.

“이번 것은 음성 녹음 파일만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 같으니 동일 인물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들은 3팀이 아닙니까?>

<3팀?>

<예. 저기 보십시오. 입구 왼쪽에 있는 자들 말입니다.>

<저들이 왜?>

<이걸로 한 번 보십시오.>


“어떻습니까? 아까 인물과 동일인인가요?”

녹음 내용이 끊어지면서 경호가 청장에게 질문한다.

“나보다는 이 친구가 잘 알지. 어떤가?”

“100% 확신할 순 없지만 비슷한 건 사실입니다.”

“그럼 계속 들어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익숙한 사람들이긴 한데······. 으음! 김 과장은 분명하다. 저 친구는 3팀의 책임자고, 3팀은 저격조가 아닌가? 저들이 왜 여기에 있지?>

최 과장이란 자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는 아마 망원경으로 호텔 입구 쪽을 관찰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쪽도 한 번 보시지요.>

<보나마나 5팀이겠지?>

<그렇습니다. 저격조와 침투조는 항상 함께 움직이니까요.>

침투조는 뒤쪽에 있는 자들을 말한다.

<자넨 이 일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이건 판단의 문제 이전에 대정원 신입교육 교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상대 요인을 암살할 때는 침투조와 저격조가 함께 움직인다. 침투조가 적의 후방을 교란하면 그 틈을 이용해서 저격조가 전방의 저격 대상을 처리한다고.’ 말입니다.>

<그걸 모르는 요원이 어딨어? 문제는 저들이 왜 이곳에 와 있느냐 하는 거지. 안 그런가?>

<둘 중에 하나겠지요?>

<둘?>

<그렇습니다. 하나는 김만수 후보를 노리는 북한 요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정원이 김만수 후보를 저격하는 것이죠. 과장님은 어느 쪽일 것 같습니까?>

<그건 자네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일세. 그보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제가 드려야 할 질문인데······.>

<하하하! 그렇게 되나? 나도 보안대부터 시작해서 정보기관에만 이십 년 가까이 몸담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일세.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못 된 일도 많이 했지만 이건 상상도 못 한 일일세. 어떻게 우리가 대선 후보를 직접 저격, 아니 암살을······. 가..가만! 우리가 여당 후보를 암살해서 얻는 게 뭔가?>

<저도 그게 감이 잡히지 않아서······. 호.. 혹시!>

<바로 그 걸세. 만약 여당과 야당 후보를 동시에 암살하고, 그중 여당 후보만 살아남는다면? 그래서 그것이 북한의 소행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서..설마 그..그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아니기를 바라야지. 아니,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질 않습니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닐세.>

<어떻게 말입니까?>

<현재 상황에선 대정원 내의 그 어떤 자도 믿을 수가 없네.>

<그럼 외부에서······.>

<일단 따라오게.>


그걸로 대화 내용은 끝이 난다. 한데 대화 내용을 듣는 청장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한다. 그건 단순히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청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경호가 눈을 감고 있는 청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청장은 한참을 눈을 감고 뜨질 않는다. 뭔가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소. 최 과장이 날 찾아온 건 사실이오. 그리고 똑같은 얘기를 했소. 사실 그대들을 만난 것도 그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오. 아니면 아무리 강 형사의 부탁이라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시간을 내기란 불가능하오.”

청장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정하게 되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국가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청장으로서 대정원 요원들을 체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에 동조해서 경호 일행을 제압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인영이 나선다.

“후후, 우리 청장님께선 계속해서 권력의 똥개 노릇을 하고 싶은 모양이네요. 그럼 할 수 없죠. 솔직히 경찰의 도움이 없어도 이번 일은 해결할 수 있어요. 다만 저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경찰의 독립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회를 드리고자 찾아왔을 뿐이에요.

잘 아시겠지만 어떤 권력도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지 않아요. 이건 역사적인 교훈입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정치권력에 꼬리를 흔들어도 그들은 절대 권력을 나눠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찰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빠! 가자.”

인영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시에 강 형사가 한마디를 한다.

“우릴 어쩌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두 분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몸을 돌려 나간다.

“자..잠깐!”

청장이 황급히 일행을 막아선다.

“아직도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먼저 방관자의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청장은 정중하게 단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고충이 있습니다. 그 점을 양해해주십시오.”


........................................................


“혹시 이것 때문입니까?”

경호가 품속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 청장에게 건넨다.

“어...어떻게 이게?”

서류의 제목을 읽는 순간 청장은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날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 그건 대전청장도 마찬가지다.

“이게 어떻게 당신 손에······.”

있느냐는 말이다. 서류의 제목은 ‘경찰의 비리 리스트’로 그곳에는 스물다섯 가지의 비리 내용이 적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경찰 내 마약 스캔들’, ‘경찰의 장물 처리 과정에서의 비리’, ‘경찰과 조폭과의 커넥션’, ‘경찰과 재벌의 공생관계’ 등이다.

제목도 제법 거창하지만,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대부분 경찰 상층부와 관련이 있으며, 그중 하나만 폭로돼도 경찰 간부 수십 명이 감방 신세를 져야 할 사안이다.

이걸 청와대와 대정원 정보라인이 쥐고 있다. 당연히 대정원에서 조사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지난번 이후진이 넘겨준 정보 리스트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이번 일이 끝나면 저희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다시는 권력기관에서 그걸 이용하지 못하게 말입니다.”

“저..정말이오?”

“물론입니다. 제 부모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대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경찰 내부에서 해야 합니다.”

경호는 정중하고, 진중하게 말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당연히!”

“청장님!”

대전청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청장을 부른다. 그는 그동안 청와대와 대정원에게 당한 굴욕적인 순간들을 떠올린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오 청장!”

“예, 청장님!”

“자네 날 믿나?”

“제가 경찰 교육을 마치고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제 선임이던 형님이 제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대전청장은 경찰청장을 형님이라 부른다. 그만큼 둘 사이는 막역하다는 걸 의미한다.

“후후, 그런 일이 있었나?”

“한 달쯤 지났을 때였을 겁니다. 형님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경찰청장이 되고 싶다. 그래서 경찰이 더는 상인들에게 푼돈을 뜯지 않고,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는 그런 경찰을 만들고 싶다.’고 말입니다. 전 그때 결심했습니다. 형님을 따르기로.”

“하하하! 고맙네. 고마워.”

“형님!”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동안 그들이 겪은 설움과 경찰의 밝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감회어린 눈물이다.

“자, 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지금 당장 지방청장들을 위시한 전체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게. 시간이 없을 테니 화상회의로 하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분명히 알리게. 이제 경찰은 정치권력과 대정원, 그리고 검찰의 꼭두각시가 아니라고.”

“옛 썰!”

대전청장은 거수경례를 하곤 황급히 문을 나선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청장은 문을 나서는 경호 일행을 향해 거수경례를 한다.


..................................................................


더사랑민주당의 박명호 후보는 유세장으로 가기 위해 막 방을 나섰다. 김만수 후보보다 유세장이 멀기 때문에 30분 먼저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방문을 나서는 순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다.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박 후보의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종북 빨갱이 박명호는 즉각 사퇴하라!”


“부산시민은 빨갱이를 싫어한다. 박명호는 후보직을 사퇴하라!”


십여 명의 사내들이 손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호텔 복도를 장악하고 박명호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놀랍게도 이 순간 박명호의 주위에는 경호원들이 한 명도 없다.

“경호 실장!”

“김 실장은 어디 간 거야?”

참모들이 경호 실장을 찾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선에서 후보는 경찰로부터 대통령급의 예우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자체 경호팀이 철통같이 보호한다. 그런데 경찰은 물론이고, 자체 경호원도 보이지 않는다.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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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한반도를 지켜라-2 17.05.11 635 7 11쪽
203 한반도를 지켜라-1 17.05.11 668 6 11쪽
202 대 일본 선전포고-2 17.05.10 675 6 11쪽
201 대 일본 선전포고-1 17.05.10 662 5 11쪽
200 드러나는 일본의 야욕 17.05.10 578 6 11쪽
199 친일파를 구하라-2 17.05.10 587 4 12쪽
198 친일파를 구하라-1 17.05.10 543 5 11쪽
197 친일파라고 해도 왜놈들에게 죽게 할 순 없다 17.05.09 503 4 11쪽
196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 17.05.09 503 5 12쪽
195 왜놈들에게 살해당하는 친일파 17.05.08 581 5 11쪽
194 위기의 추모식장 17.05.08 509 6 11쪽
193 민족의 혼 '임종국' 선생 17.05.08 539 6 11쪽
192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2 17.05.08 496 5 11쪽
191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1 17.05.07 524 6 11쪽
190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2 17.05.07 503 5 11쪽
189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1 17.05.06 525 9 12쪽
188 해외로 도주하는 공대갈 17.05.06 583 7 11쪽
187 현금 1조를 눈으로 확인하다 17.05.06 587 9 12쪽
186 드러나는 실체 17.05.06 439 8 11쪽
185 비자금 수송작전-2 17.05.05 573 5 11쪽
184 비자금 수송작전-1 17.05.05 600 8 12쪽
183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2 17.05.04 557 7 12쪽
182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1 17.05.04 508 6 11쪽
181 부활을 꿈꾸는 친일파들 17.05.04 503 5 11쪽
180 사이비 '무상의 검' 17.05.04 53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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