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이름으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영(金英)
작품등록일 :
2017.03.03 13:14
최근연재일 :
2017.05.12 13:08
연재수 :
208 회
조회수 :
254,088
추천수 :
3,041
글자수 :
1,064,993

작성
17.05.12 13:08
조회
857
추천
7
글자
12쪽

(완결)매국노가 있는 한 ‘국민의 힘’은 존재한다

DUMMY

공무원인 강 형사가 이의를 제기한다. 그의 말대로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훈장으로 전직 대통령과 부인, 그리고 우방국의 원수와 그 부인에게 주어진다. 일반인인 ‘국민의 힘’의 단원들은 받을 자격이 없다.

“물론 현행법으론 불가능합니다. 해서 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일반 국민도 그에 합당한 역할을 했다면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경호는 할 말은 많지만 다 듣고 나서 하겠다는 표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미 합동으로 가칭 친일파청산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국무회의는 ‘국민의 힘’을 공식 기구로 만들며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공동으로 하되, 여러분을 부위원장과 핵심 실무책임자로 선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충격적인 내용이다. 아무리 국가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했다지만, 이제 겨우 30대인 청년들을 전 국민의 관심사인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과 핵심 실무책임자로 선임하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국민의 힘’ 측에서 답을 할 차례다.

“먼저 저희를 존중해주신 대통령님과 국무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에도 경호가 나선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하는 것으로 말을 시작한다.

“여러분의 따스한 말씀에 그동안 조금이나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눈 녹듯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호는 말을 하다 말고는 단원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살핀다. 그들은 모두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부의 뜻은 감사합니다만 그건 ‘국민의 힘’의 창립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친일파 청산을 목적으로 하지만 공개되지 않는 조직입니다. 또한, 그 누구로부터 박수를 받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해서 무궁화대훈장 수여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희가 받고 싶은 건 확실한 친일파 청산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또한, 친일파청산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의 몫입니다. 양쪽이 합심해서 팀을 구성하면 될 거라 믿습니다. 물론 그동안 저희가 확보한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출하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분들이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놈들의 저항을 막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힘이 절실합니다.”

비서실장이 경호의 말을 자르면서까지 반대의견을 피력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명진이 나선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친일파와 그 후손들을 직접 처단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놈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들을 처리할 자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저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저희는 ‘국민의 힘’이 권력기관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또한, 만약 이번 일이 반민특위처럼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저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코, 뒤에 숨거나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으음!”

명진의 말에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참석자들이 고민에 빠진다. 그들도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워낙 세상이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왔다가 역시나가 돼 버렸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의 뜻이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외국을 나가더라도 가까운 곳에 계셨으면 합니다.”

대통령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국민의 힘’의 도움을 받으려는 심산이다.

“그건 약속드리겠습니다. 중국이나 가까운 곳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으로 드리는 것이니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향후 20년간 여러분들은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외교관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건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겁니다. 대통령의 입장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그 후손들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주는 것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도 그에 준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하신다면 여러분을 출국 금지할 겁니다. 이건 명백한 협박입니다.”

“하하하! 대통령님의 입장을 여러분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에게 어떤 혜택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압박을 가한다.

“으음! 역시 정치하시는 분들이라 협박에도 능하시군요. 그건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호가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 함께 대통령에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의 힘’과 정부 책임자들의 공식적인 만남이 마무리된다.


6월 29일. 대학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87년 6월 항쟁의 중심이 되는 날이자 노태우가 6.29선언을 한 날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의미가 다르다. 친일파 청산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하신 고 임종국(1929년~1989년) 선생을 기리는 날이다. 그가 있었기에 오늘의 친일파 청산이 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친일파 연구는 치열했으며, 심지어 연구에 몰두하느라 병을 얻어 돌아가셨으니 목숨까지 바쳤다고 할 것이다.

‘임종국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대학로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친일청산위원회는 구성 한 달 만에 몇 가지 중요한 발표를 했다. 우선 5만여 명에 달하는 친일파와 후손 명단을 발표했다. 이것은 순전히 임종국 선생과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것만 조사하고 분류하는 데만 여러 해가 걸렸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아니다. 발표 후, 한 달 이내에 후손들의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전에 역사문제연구소가 친일파 명단을 발표했을 때는 많은 후손이 이의 제기를 했고, 심지어는 소송을 걸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이의신청하는 이가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에는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친일파에 대해서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친일파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꺼린다. 또한, 연일 언론에서는 유력 친일파의 후손들에 대해서 조명을 하고 있어서 가능하면 숨어 지내려고 애쓴다.

두 번째는 친일로 축적한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그 돈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지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친일파의 후손 중 공직에 있는 사람은 모두 면직 처리하고, 개인사업자일 경우는 각종 정부 지원금을 회수하며, 혜택을 철회하기로 했다.

네 번째는 그동안 국가 유공자로 훈장을 받은 자 중에서 친일파를 철저히 색출해서 그 훈장과 표창을 박탈하기로 했다. 다섯 번째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자 중에서 친일파는 모두 다른 곳으로 이장시킨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를 발표하자 친일청산위원회는 국민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이 과정에서 임종국 선생과 역사문제연구소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임종국 선생의 친일파 청산을 위한 삶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오늘 ‘임종국의 날’이 국민에 의해서 정해지고 기념식이 열린 것이다.

“이런 걸 감개무량하다고 하나 봐. 앞이 보이지 않던 싸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말이야.”

“좋아하긴 이르지 않을까?”

“그야 물론이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친일파 세상이었어. 70년을 넘게 이 나라를 지배해왔는데, 쉽게 무너지진 않겠지. 하지만 이젠 국민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지난 대선과 이번 친일파 문제를 겪으면서 국민의 생각이 많이 바꿨을 거야. 한 나라가 발전하려면 국민이 살아 있어야 해. 사실 지금껏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과 그 후손들이 나라를 주도하고도 망하지 않은 것도 모두 국민의 힘이었어.”

명진과 미루의 대화 내용이다. 다른 단원들은 모두 해외로 나가고, 두 사람만 국내에 남아 있다. 만약을 대비해서 대통령이 강력하게 요구했고, 단원들도 동의해서 남게 되었다. ‘임종국의 날’도 명진을 비롯한 단원들과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특히 대통령은 스스로 밝혔듯이 친일파를 처단하는 만큼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대우하자는 뜻에서 처음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했다. 아마 조만간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공식적으로 ‘임종국의 날’이 선포될 것이다.

“얼마나 될 것 같아?”

“글쎄? 한 시간 전에 해외언론들에서 100만 명이 모였다고 했으니 그건 넘었겠지.”

“선생님의 살아생전에 이 모습을 보셨으면 좋았을 것을.”

“선생님도 대단하셨지만 난 사모님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 나라면 과연 그 병과 가난에 견딜 수 있었을까?”

“보통 사람이었으면 견디기는 고사하고, 시작도 못 했을 거야.

“난 말이야.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친일파를 청산하는 데 회의적이었거든. 시간이 지나면 놈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그럼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질 거로 생각했어.”

미루의 말이다. 그녀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 그래선지 얼굴이 더 고와졌다.

“그렇게 되면 친일 언론과 경제계에서는 북핵과 경제 문제를 거론하며 양자 간의 타협을 요구하겠지?”

“우리가 예상했던 일이잖아?”

“그런데 말이야. 지금은 이전과는 달라 보여.”

“뭐가?”

“국민들의 생각이 말이야.”

“어떻게?”

“오늘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서 정치 모리배들은 이전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빼며 적당히 타협해서 잇속을 챙길지 모르지만, 국민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동감이야. 정치인을 믿을 게 아니라 국민을 믿어보자는 생각. 이젠 설사 계엄령이 내려지고, 탱크가 시내를 장악한다고 해도 결코 국민이 굴복하지 않을 거야.”

미루는 말을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쥔다.

“군부도 국민의 의지를 안다면 감히 쿠데타 같은 건 생각도 못 할 거야.”

“호호호! 이렇게 되면 친일파 청산이 성공하게 되는 건가?”

“말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네.”

“난 그 과정에서 피를 많이 흘리지 않을까 걱정이야.”

“사실 모든 것이 평화롭게 순리대로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무런 희생 없이 시민혁명이 이뤄진 적이 없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차라리 우리가 나서면 좀 더 수월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후후후! 이 아가씨가 생각보다 음흉하네.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대통령 앞에서 말해 놓고 인제 와서 딴생각이야?”

“내 생각에 대통령도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으라고 한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워낙 고단수의 정치인이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네. 그럼 넌 안 하려고 했어? 정말로 순순히 물러나려고 했어?”

“무슨 소리야? 난 너랑 함께하는 일이라면 어떤 거라도 좋아.”

“어째 사랑 고백하는 것 같다?”

“흥! 당연하지. 난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모든 걸 너랑 함께할 거야.”

“야! 그건 내가 하려고 준비한 말이야.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도 너랑 함께라면 불이라도 들어갈 수 있어. 너무 유치한가?”

“유치해도 좋아.”

“그래?”

“당연하지. 넌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거든. 호호호호!”


“친일파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 건설하자!”

“임종국 정신 계승하여, 평화통일 이룩하자!”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로 수십만 군중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분노의 이름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 17.05.12 532 0 -
» (완결)매국노가 있는 한 ‘국민의 힘’은 존재한다 +2 17.05.12 858 7 12쪽
207 일본의 공식 사과 17.05.12 792 5 11쪽
206 한반도를 지켜라-4 17.05.11 601 6 11쪽
205 한반도를 지켜라-3 17.05.11 628 6 11쪽
204 한반도를 지켜라-2 17.05.11 635 7 11쪽
203 한반도를 지켜라-1 17.05.11 668 6 11쪽
202 대 일본 선전포고-2 17.05.10 675 6 11쪽
201 대 일본 선전포고-1 17.05.10 662 5 11쪽
200 드러나는 일본의 야욕 17.05.10 578 6 11쪽
199 친일파를 구하라-2 17.05.10 587 4 12쪽
198 친일파를 구하라-1 17.05.10 543 5 11쪽
197 친일파라고 해도 왜놈들에게 죽게 할 순 없다 17.05.09 503 4 11쪽
196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 17.05.09 503 5 12쪽
195 왜놈들에게 살해당하는 친일파 17.05.08 581 5 11쪽
194 위기의 추모식장 17.05.08 509 6 11쪽
193 민족의 혼 '임종국' 선생 17.05.08 539 6 11쪽
192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2 17.05.08 496 5 11쪽
191 식지 않는 일본의 대륙에 대한 집착-1 17.05.07 524 6 11쪽
190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2 17.05.07 503 5 11쪽
189 미끼로 사용되는 공대갈-1 17.05.06 525 9 12쪽
188 해외로 도주하는 공대갈 17.05.06 583 7 11쪽
187 현금 1조를 눈으로 확인하다 17.05.06 587 9 12쪽
186 드러나는 실체 17.05.06 439 8 11쪽
185 비자금 수송작전-2 17.05.05 573 5 11쪽
184 비자금 수송작전-1 17.05.05 601 8 12쪽
183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2 17.05.04 557 7 12쪽
182 용팔이파를 위한 복수-1 17.05.04 508 6 11쪽
181 부활을 꿈꾸는 친일파들 17.05.04 503 5 11쪽
180 사이비 '무상의 검' 17.05.04 530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