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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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신
작품등록일 :
2017.03.05 18:06
최근연재일 :
2017.05.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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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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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왜 하필 그남자야?

DUMMY

주말동안 헨리의 극진한 보호(?)를 받은 후, 그의 차를 타고 학교앞에서 내리려는 라이.


그러나, 특별히 그에게 별다른 대우를 받지 못한듯이 라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행동으로 좋은 티를 내도 말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남자가 헨리였다. 더군다나 열이 내리자마자 부터 열심히 집안일을 시켜대기까지 했으니. 어찌 기분이 좋겠는가.


'그렇게 아픈 환자를 부려먹고 무슨~다정한 남자 놀이를 해? 병주고 약주나.'


그러나,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이제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지고 작은 손까지 부여잡는다.


라이이겐 연애란 생소하다.


아무리 좋은 감정이 생겼다고나 하나, 아직은 어색함이 많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특히 연애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는 집안에서 혹 그와 마주치기만 해도 먼저 눈을 피하고 괜히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헨리는 자신을 멀리하는 라이를 볼때마다 더욱 달라붙었다. 청소를 하고 있어도, 빨래를 널고 있어도 도와주긴 커녕 옆에서 자꾸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꾸 손을 잡으려는 통에 거의 집안에서는 그를 피해다닌 라이였다. 그러한 점도 헨리는 불만족스러워 보였지만 라이의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디 한창 물 오른 늑대의 손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오늘따라 청초하니 더욱 예뻐보이는 라이를 이대로 보낼 수가 없다.


"이만 가세요. "


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연신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 이 남자. 더욱이 이글거리는 눈빛까지. 애써 눈을 피해보는 라이.


'무슨 전쟁에 여자 손 못 붙잡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사실 마음같아서는 어젯밤처럼 스파수영장에 둘이 같이 발을 담그고 같은 하늘을 또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남자 자꾸 들이댄다.


사실 헨리는 어젯밤 라이와 달작지근한 키스를 나누었다. 물론 자신이 들이댄 거 였지만 딱히 피하지도 않아서 조금 격렬했다.


"아니, 입술을 내주면서 왜 손은 못 잡게 하는거야?"


라이의 그러한 이중적인, 그리고 은근히 가리는 성격 짜증난다. 그래도 순진한 라이이기에 겨우 참고 참아서 늑대의 본성을 내보이지 못하고 사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자들은 모른다.


"그러면....시험 잘봐."

"주인님 때문에 오늘 시험은 완전 망쳤거든요."


울상을 짓는 그녀. 하긴 어제 저녁은 모처럼 마을을 산책하고 들어와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시험공부 삼매경에 빠졌었다.


그러나 건강한 이 몸땡이가 좀처럼 얌전치 못하여 결국은 그녀의 방문을 또 열지 않았는가. 과제며, 시험공부에 지쳤을 생각에 무심코 수영장에 물을 채우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 물에 담가놓았다. 물론 발 뿐이지만.


지난번처럼 온 몸을 적시고 살짝 젖은 피부의 모습을 보고싶은 엉큼한 생각도 떠오르긴 했지만 이내 악의 기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게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오픈 된 밤하늘을 같이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와 나누었던 그 뜨거운 입맞춤의 여운이 아직도 남았는데 말이다. 그것도 딱 한번.


그러나 현실은? 라이는 그 와중에도 전공서적들을 끌어다 쳐다보고 있었다.


괜히 심심한 차에 저 밤하늘에 떠있는 둥근 달을 좀 보라고 하면 ,


"아, 예쁘네요."


괜히 따분한 차에 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좀 봐봐 그러면,


"아, 엄청 예쁘군요."


이렇게 자신은 그깟 전공 서적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이러니, 무슨 무드가 잡혀.


자신이 영화배우면서 마치 로맨틱한 영화에서처럼 분위기 좀 잡아볼려고 하면 귀찮다고 떨어져 앉기 일쑤이니. 더군다나 아예 예상문제를 찝어주면서 자신한테 물어보라고 하질 않나.


결국은 나이에 맞지도 않게 단단히 삐진 헨리는 책들을 모조리 등 뒤, 어딘가로 집어던지고 그녀의 작은 어깨를 끌어다 당겨 안았다. 이런 그의 모습에 발버둥을 치는 그녀.


'아니, 좋으면서 왜 거부해?'


결국 힘! 하면 헨리가 아닌가.


전날 베드신을 찍고 온 탓에 몸은 자꾸 붕뜨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품안에 갖혀 버둥거리는 라이의 턱을 강하게 붙잡고 쪽.


해야 될 일은 꼭 하고마는 성격이지 않는가....그리하여 오늘 아침 볼이 퉁퉁 불은 어묵같이 심통을 내는 라이였다.


한편으로는 그도 순간의 기분 탓에 그녀의 공부를 망친 미안함이 매우 들었다.


"그래서 학교까지 데려다 줬는데 이제 기분 풀어라. 아무리 네가 바쁘고 힘이 든다고 해도 나만치 힘드냐? 나보다 바쁘냐고."


뭐 원래가 이런 풍경이었던 주종관계라 라이는 딱히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의 말투는 이미 다 겪어본 것이 아닌가.


'또 생각해보니 맞아. '


이 남자는 알아주는 영화배우라 늘 바쁜 일상이지만 자신을 위해 스케줄을 조절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면 조금 다정한 면도...


또한 어떡하든 아픈 자신을 위하여 죽도 끓여주고 강아지 다섯마리의 배설물까지 손수 치워주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면 조금 착하네.


그런데 무슨 도우미 주제에 집주인님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무시해. 예전같으면 내 마음을 거부하는 너 같은 것 따위는 소박이지.


"어쨌든 고마워요. 이젠 아프지도 않고 멀쩡하니까 일 보세요."

"네가 일하지 말라해도 네 월급 꼬박꼬박 주려면 일해야 돼. "

"어머, 돈도 많음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은 나태해지면 안된다는 것이 내 각오거든."

"아우, 존경스럽습니다. 주인님!"


라이는 일부러 몸을 웅크리고 손을 비벼대면서 굽신굽신거리며 장난을 치다가 차문을 열고 냉큼 내린다.


"이만 가세요...저는 시험 시간 때문에 빨리 가야해요."


곧 이어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걷는그녀. 그런 라이의 상큼하고도 매혹적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허공에 손을 흔드는 헨리.


그 손이 조금 무색해진다. 그리고는 피식 웃고만다.


"도대체 어디부터 가르쳐야 할까."


모태솔로라 연애의 '연'자도 모르니 작별인사를 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르고, 그의 관심과 배려도 그저 막연한 친절로만 생각하는 눈치이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라이는 그저 부끄러워서 그런 것 뿐인데 그도, 그녀도 서로를 아직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는 시동을 걸고는 이내 차를 돌려 큰길로 빠져나간다.


***


강의실로 들어가니 이미 그녀의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라이를 발견한 정현과 혜림은 손짓을 한다.


"언제 왔어?"

"그러는 넌 평소보다 10분 늦었냐? 혹시 그 스포츠카맨이 또 데려다 준겨?"


혜림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니 차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라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방에서 책들을 꺼낸다.


"와, 이 여자 보소. 완전 순진한 탈을 쓴 여우 아니야?"

"내가 뭘?"

" 어디서 그런 킹카를 물었어? 정현이한테 그 비법을 좀 알려줘봐. 올해가기전 남친 좀 만들게 응?"


정현이는 수줍게 웃다가 혜림을 나무란다.


"야, 나는 연애를 할 시간이 없는거지. 못하는게 아니거든."

"아무리 시간 없어도 이렇게 버젓이 연애질하는 라이도 있잖아."


연애? 연애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진정한 연애일까?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쳐도 뭐 딱히 오늘부터 1일! 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아니고 그 남자는 연예인인데 설마 자신하고 썸씽을 바랄까.


'하긴 틈만나면 입술 박으려고 해서 주말내내 힘들긴 했지만.'


그러고 보면 그 남자도 자신한테 마음이 상당한건데, 왜 찜찜할까. 뭐가 이리 답답해질까? 좋아하는 맘이 생기면서 왠지 더 고민이다.


"공부나 하자. 오늘 시험 되게 어렵대."


이때 딱 정현이가 혜림의 2차 궁금증을 차단시켜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라이는 이내 두꺼운 서적과 노트를 펼치고 바라보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러나, 왜 글자들이 안보이지? 그새 시력이 나빠졌나.


보이라는 글자들은 모두 도망가고 책안에 동그랗게 떠오른 그 남자. 이 와중에도 엉큼나무의 싹이 올라왔나? 왜 이래?


갑자기 왜 그 남자의 벗은 상체가 책속에 선명하게 뜨는데....이거 무슨 조화야. 이런게 왜 보이고 그래.


'이 왠수! 수영장에 발을 담그지 말았어야 했어.'


젖은 그의 티셔츠 사이로 살짝 보이는 가슴의 윤곽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래갖고 오늘 시험을 제대로 보기나 할런지 몹시 걱정되는 라이.


그리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면서 그녀의 고통을 아무것도 모르는 한 남자.


***


2시간의 시험을 마치고 지친 기색으로 나온 라이와 친구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주말내내 도서관이나 와서 살걸."

"하긴 나도 그럴걸. 괜히 자신만만하게 하루종일 남친하고 놀았잖아."


지금 누가 할 소리. 아픈 나머지 하루를 허송세월 보냈고 그와 노느라고 또 하루를 보냈으니 지금 웃는 건 절대로 좋아서 웃는게 아니었다.


하물며 속으로는 이미 몹시 분개하면서도 또 왠지 아쉬웠다. 늘 장학금을 손에 놓치 않았던 그녀였지만 3학년 올라와서는 어림도 없었다.


더군다나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시험과 성적에는 아예 돌을 쌓게 된 그녀였으니. 하지만 누굴 탓해. 결국 자신의 게으름이 이런 불상사를.


한참이나 복도에서 혼이 빠진 얼굴로 서 있던 이들에게 다가오는 대현.


"아, 선배? "

"주말 잘 지냈어?"

"잘 지내긴요...죽을 맛이죠. 완전 시험 망쳤어요."

"완전 어렵다니까요. 우리가 공부한데서는 하나도 안나왔어요."


혜림의 말에 문득 헬쓱한 얼굴의 라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공부하느라 힘들었나? 얼굴이 조금 파리하다.


아무리 옅은 화장으로 가렸어도 그의 눈에는 전부 다 보이니 문제였다.


"라이는 왜 얼굴이 그모양이야?"


자신의 얼굴만 보고도 이미 눈치 챈 듯한 대현의 말에 슬그머니 미소만 짓는 라이. 대신 말 많은 혜림이 말을 잇는다.


"애, 주말내내 많이 아팠대요."

"어, 어디가 아팠어?"


그의 걱정스런 모습이 왜 이 순간에는 부담처럼 느껴질까?


자신을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해주는 선배인걸 뻔히 알면서 그 친절함이 자꾸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아지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헨리, 그 남자가 마음에 들어차면서 이런 현상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전 같으면 이런 대현의 친절이 좋았지만.


"그냥 조금 몸살이 난거에요. 지금은 다 나았어요."


자신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내려보는 대현, 그리고, 다음 시간이 다른 혜림과 정현은 이내 대현과 라이에게 인사를 하고는 멀어진다.


복도에는 두 사람의 정적만이 흐른다. 무슨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그전처럼 귀여운 후배의 말투가 나오진 않았다.


이대, 딱 알맞게 날라온 휴대폰의 문자. 서둘러 가방에서 꺼내어 보는 라이의 눈이 금새 동그랗게 변한다.


[윤라이, 오늘부터 시험공부 열심히 하란 뜻으로 일주일 휴가줄게. 무조건 만점 받아라. 내 사랑의 기운을 마구 보내주마. ^^]


뭔가 기분좋게 보인다. 움직이는 작고 여린 손가락이 몹시 빠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는 대현.


'혹시 그 남자? 헨리인가.'


라이의 얼핏 짓는 미소속에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 직후 알았다. 지금 이 아이는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을 더이상 오빠 이상으로는 봐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러니 사랑은 오래 마음속에 담아두고 바라만 보면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껏 소중하게 간직해 놓았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건 한순간이었으니.


"라이야...."


대현이 라이를 부른다. 아리는 고개를 들고 대현을 마주본다.


'뭐지? 오빠가 왜 이러지? 뭐가 또 나는 불편한거야? 이런 사이 아니잖아?'


그가 무슨말을 할지 난감한 라이의 표정을 읽은 대현. 둘사이의 정적이 흐른다. 그러는 사이 무언가 또 딩동하고 문자음이 들린다.


자동으로 휴대폰에 손이 다시 갈라할 때,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으며 말하는 대현.


"왜 하필 그 남자야?"


그의 행동과 말에 놀란 눈을 차마 내리지 못하는 라이.


"내 마음 다 알면서 왜 그 남자를 받아주었니?"


머리에 둥하고 순간 북이 울리는 라이. 그리고 서글픈 눈매의 대현.


그리고, 촬영용으로 쓰는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라이의 답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헨리.


이 세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변하게 될까. 라이는 누구와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작가의말

삼각관계의 시작. 날이 안좋네요.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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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7월 초 출간준비로 인해 개정 들어갑니다.^^ +8 17.04.28 519 0 -
44 내가 아는 그 헨리씨? +3 17.05.17 772 4 14쪽
43 뭔가 수상해 17.05.17 426 1 12쪽
42 반짝반짝 17.05.07 578 1 13쪽
41 참을 만큼 참았어 17.05.05 854 1 14쪽
40 너를 향한 밤 17.05.04 774 1 13쪽
39 너를 위한 밤 17.05.02 811 3 13쪽
38 미치도록 그리운 사람 17.05.01 438 3 13쪽
37 분노의 질주(2) 17.05.01 408 3 14쪽
36 분노의 질주 17.04.28 433 4 13쪽
35 다르지만 같은 생각 17.04.28 505 2 13쪽
34 한번 만져볼래? 17.04.27 590 1 13쪽
33 헨리 ,당신이 필요해! 17.04.26 466 3 13쪽
32 라이벌의 등장 17.04.25 417 3 13쪽
31 내 남자의 질투 17.04.24 460 3 14쪽
30 좋아하는데 갈등? 17.04.22 439 4 12쪽
» 왜 하필 그남자야? 17.04.20 474 4 13쪽
28 눈만 뜨면 보이는 남자 17.04.18 501 5 12쪽
27 배드신 혹은 베트맨? 17.04.18 549 4 13쪽
26 사랑은 빗물을 타고 17.04.12 842 5 15쪽
25 감히 내 여잘 건드려? +2 17.04.10 579 5 13쪽
24 애인연습 17.04.10 446 3 13쪽
23 그의 뻔한 속셈 17.04.08 487 3 13쪽
22 행복한 고민 17.04.05 478 3 14쪽
21 착각도 자유 17.04.05 708 4 14쪽
20 동침은 무슨 17.03.31 787 3 13쪽
19 나한테 들이대지마 17.03.31 531 4 13쪽
18 제삿상 차려드려요? 17.03.29 535 3 12쪽
17 썸은 개뿔! 17.03.26 578 4 14쪽
16 변태맛 캔디 17.03.24 613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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