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어떤 용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깅씨
작품등록일 :
2017.03.20 23:33
최근연재일 :
2019.05.06 23:02
연재수 :
190 회
조회수 :
155,965
추천수 :
2,465
글자수 :
692,309

작성
18.10.15 01:10
조회
104
추천
3
글자
6쪽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6)

DUMMY

주위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날씨의 영향이 아니라, 내 시야가 반전되고 있다는 것이 옳겠지만. 편협한 시선으로 보는 이 세계는 정말이지 깔보기 좋은 세계였다.


패배자들. 즉 희망을 포기한 자들. 욕심이 욕망을 이기지 못한 자들.


그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어느새 평평했던 대지가 발목 까지 잠기는 늪지대처럼 변하며, 그 경계선에서 반쯤 잠긴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천하영의 모습이 보였다.


“꺄핫. 쟤 뭐한데?”


천하영은 끝없는 어둠과도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에 목을 맨 천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목을 매단 천사는 고통스럽다는 표정보다 편안하다는 표정으로 목을 졸린 채 늘어져 있었고, 그것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천하영의 눈빛은 뭔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행복해보여.”


천하영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말에 천하영의 정수리에 누워서 하품을 하고 있던 천사의 외형을 한 소악마가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을 툭 튕겼다.


그러자 하늘에서 천사가 목을 맨 것 같은 동아줄이 뚝 떨어져 천하영의 앞에 도달했다. 그 광경에 살짝 주의를 둘러보던 천하영이 나를 발견하고선 살짝 놀란 눈으로 내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봐. 아저씨.”


아무리 봐도 아저씨라고 하기에 어폐가 있을 정도로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나이 즉. 회귀의 시간을 더한다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 맞았기에 그냥 넘어갔다.


“왜?”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어느새 반쯤 내려와 있던 눈꺼풀을 완벽하게 접어올린 천하영이 살짝 까치발을 하면서 자신이 붙잡은 동아줄을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자신의 목 쪽으로 움직였다.


“어때?”


목걸이를 채우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에 동아줄을 건 천하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뭐가?”


일반인이었던 임찬영, 그리고 천하영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분명 정색하면서 이런 행동을 말렸겠지만, 그런 상황도, 그럴 입장도 아니니까.


“죽으면 편해질까? 아저씨는 여러 번 회귀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여러 죽음들을 봐왔을 거 아니야. 어때?”


천하영의 대답에 살짝 두 눈을 감았다. 내 머리 위에 레오레 밀리아가 배꼽을 붙잡고 웃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 정도는 무시하고 집중할 정도의 정신력은 됐다.


나는 회귀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수많은 죽음을 내렸으며,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며, 그것에 안타까워했고, 분노했다.


수많은 죽음을 내리며, 그것을 통쾌해 했고, 당연하다 생각했다.


수많은 죽음을 겪으며, 한 때는 그것이 불공평하다 생각했고, 한 때는 원통하다 생각했으며, 가끔은 편안하다 생각했으며, 대부분은 고통스러워했다.


“죽음은 현실의 연장선이야. 그것도 끝없는 뫼비우스 같은.”


백여 번이 넘는 회귀를 경험하며 깨달은 지혜였기에, 천하영이 이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말에 천하영이 흔쾌히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그녀의 목에 있던 개 목걸이 같이 생긴 초커의 원뿔이 길쭉하게 자라나 목에 있던 동아줄을 갈기갈기 찢어냈다.


“그럼 아저씨. 죽음보다 편안한 게 있을까?”


천하영의 말에 고개를 살짝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렇다고 죽음은 그 어떠한 것에 대한 해답도 되지 않아.”


내 말에 허리 양 옆에서 자그마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난 천하영이 하늘에 매달린 천사를 향해 날아오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아저씨.”


그리고 천하영이 하늘에 목을 맨 천사를 구해내면서 하얀 빛에 둘러싸였다.


“헤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는 하네. 자신의 성향이 확실히 무엇인지 찾아낸 선택이야. 꺄핫.”


레오레 밀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하영을 둘러싼 빛이 점차 사라졌다.


전신을 감싸고도 남을 새하얀 천사의 날개, 그리고 원래 핑크빛 양머리 옆에 돌돌 감은 머리끈 대신에 새로이 나타난 천사의 링 두 개, 마지막으로 평소의 귀차니즘을 잔뜩 머금은 것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바닥을 향해 착지하는 천하영에게서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천사와 악마, 그 두 기운이 천하영이라는 개인에게 완벽히 순응하면서 공존하는 느낌의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천하영의 모습이 스르륵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마 1층의 구원의 조건을 만족하면서 2층으로 이동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아까 그 여인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던 거군.”


내 혼잣말에 레오레 밀리아가 내 정수리에서 뒤집어진 얼굴을 스윽 내밀면서 씨익 웃었다.


“그럼. 그럼. 임찬영 너라면 여기 누구를 선택해도 성에 안 찰 걸. 그래도 나는 합리적으로 그 중 가장 나은 녀석을 고른 거고.”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이 됐을 지도 모른다.


내가 용사가 아닌 용자였으면 말이다.


천하영이 사라지고 나서 나는 천천히 늪지대와도 같은 곳을 향해 걸었다. 처음에 발목까지 찼던 찐득찐득한 늪이 서서히 무릎을 덮고, 허리까지 차오를 때쯤에 늪과 관련된 고통에 빠진 이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늪지대에 유일한 통나무배 위에서 미친 듯이 웃으면서 늪에 빠진 이들을 비웃고 있었으며, 늪에 빠진 이들은 저 마다의 이유로 끝없이 늪에 빠져 들어가며 절규하고 있었고, 몇 몇 이들은 늪에 빠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얼굴이며 머리며 할 것 없이 늪 안에 처박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이들은 늪지대에서 나타난 괴물이나 벌레들에게 쫒기고, 신체 일부가 파 먹히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처음 평평한 대지위에서 보았던 이들과 다르게 감정의 소모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으며, 제물이라기보다는 먹이라는 상태가 어울릴 정도로 절망적인 공간이었다.


자신보다는 남을 탓하며, 남을 비웃고 헐뜯으며, 그것을 즐기고, 그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심지어 벼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듯이, 늪지대에 신체 일부가 녹아들어가고 있음에도 벌레에게 자신의 몸이 파 먹혀 비명을 지르는 자를 보고 비웃는 자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떤 용자의 회귀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인하여. 주말에 3회분씩 연재됩니다. 19.05.01 11 0 -
190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12) +1 19.05.06 19 3 5쪽
189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11) +2 19.04.19 33 2 6쪽
188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10) +1 19.04.15 28 3 6쪽
187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9) +1 19.04.10 33 3 4쪽
186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8) +3 19.03.17 57 4 5쪽
185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7) +2 19.03.11 42 4 6쪽
184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6) +2 19.03.06 54 4 4쪽
183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5) +2 19.03.04 52 3 6쪽
182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4) +2 19.02.21 59 4 5쪽
181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3) +2 19.02.18 78 2 7쪽
180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2) +2 19.02.15 52 2 6쪽
179 제 9장. 철혈의 용자와 타락한 용자. +2 19.02.13 73 3 6쪽
178 제 8장. 악마들의 축제.(20) +2 19.01.27 88 4 5쪽
177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9) +2 19.01.27 79 3 5쪽
176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8) +6 18.10.25 138 2 5쪽
175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7) +2 18.10.21 112 4 7쪽
»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6) +2 18.10.15 105 3 6쪽
173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5) +2 18.10.11 132 3 6쪽
172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4) +2 18.10.09 118 3 6쪽
171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3) +2 18.09.30 125 3 7쪽
170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2) +2 18.09.25 148 3 6쪽
169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1) +2 18.09.23 125 4 6쪽
168 제 8장. 악마들의 축제.(10) +2 18.09.18 117 3 6쪽
167 제 8장. 악마들의 축제.(9) +2 18.09.11 137 4 7쪽
166 제 8장. 악마들의 축제.(8) +2 18.09.10 132 3 7쪽
165 제 8장. 악마들의 축제.(7) +2 18.09.05 151 3 5쪽
164 제 8장. 악마들의 축제.(6) +2 18.09.03 146 5 6쪽
163 제 8장. 악마들의 축제.(5) +2 18.09.03 142 5 7쪽
162 제 8장. 악마들의 축제.(4) +2 18.08.30 149 5 6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깅씨'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