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속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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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7.04.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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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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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납치

DUMMY

"...어디에 필요하신지..."


나는 약간의 희망을 놓지 않으며, 용도에 관해 물었다. 만약에 대체할 만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져다주겠다는 심정으로.

그러나 라올라드는 딱 잘라 말했다.


[인간을 이용해서 드라이어드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라올라드가 인간을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하는 실험에 인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만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인간을..."


속으로 떨리는 심정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만약 그가 어린아이를 요구한다면 따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우선 머리가 좋은 인물일수록 좋다. 거기에 호기심도 많고, 몸이 변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으면 최고겠군. 아, 나이든 인간은 안 된다. 상식에 잡혀 있는 사람은 실험에 쓰기 어려워.]


나는 우선 머리가 좋다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머리가 좋다는 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요? 인간은 특기가 다양합니다."


단순히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암기, 계산, 응용력 등, 머리를 쓰는 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 중 하나만 잘해도 '머리가 좋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처럼 성적순으로 나열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라, 라올라드의 의도와는 다를 거 같았다.


[기억력이다. 우선은 기억력이 뛰어난 인간을 데려와라.]


'우선'이란다. 아무래도 라올라드는 실험을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암울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바깥으로 나가서 일행들은 알아서 놀게 하고, 기억력에 대한 사람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할지도 몰라.'


라올라드는 전과 마찬가지로 1주일의 시간을 주었다. 난이도가 확 올라가긴 했지만, 그의 말로는 '없다면 주변에 적당한 인재를 데려오라'고. 첫 번째 실험에는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선 최악이다.


'납치 따위를 여러 번 하고 싶지 않아.'


일단 라올라드가 시킨 일이니 따르긴 할 생각이다. 이미 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거기서 망설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건 역시 마음에 걸린다. 그러니 이번에 최고의 인원을 데려가서 단번에 끝내고 싶었다.


'...무지 이기적이군.'


돌연변이 몬스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데, 사람을 직접 납치하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니. 자기 혐오로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어떠하든 내 몸은 임무를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암기왕...'


가장 처음에 찾은 것은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동영상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잘 외우는 거지 기억력이 좋은 게 아니야.'


그들의 암기는 한눈에 봐도 '기술'에 가까웠다. 물론 이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아마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이 요령을 배운다면 어느 정도 흉내는 가능할 터. 겨우 이 정도 인재가 라올라드의 눈에 찰 것 같지는 않았다.


'상대방은 얼마를 살았는지도 모르는 괴물이야. 정말 특수한 사람이 아니라면 만족하지 못 할 텐데... 한번 슬쩍 본 것만으로도 저의 전부 기억할 수 있는...'


물론 인터넷에 뒤져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으니, 실제로 있다 해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

그런 일일 텐데...


'왜 뭔가 걸리는 기분이지?'


내가 근래 기억력 좋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나? 나는 최근 만난 사람들 중,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아.'


생각해냈다. 처음 던전에서 나올 때, 기절시킨 가운 입은 여자를.


'그러고 보니, 가운 삼인방이 분명...'


{"아, 저, 그게, 우리 측 일행이 그쪽을 봤다고..."}

{"어, 그, 그 사람이 착각할 가능성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분명 형사가 협회 건물에 찾아왔을 때의 일이었다. 여자는 잠시 스쳐지나간 장면만으로 날 기억해 냈다.


'...확인해 보자.'


나는 곧장 가운 삼인방 중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던 남자에게 연락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아, 간단해요! 진아가 서번트 증후군인데,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 몇몇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거든요. 그게 진아는 기억력이라, 체이서 소개 사진 보여주고 확인했죠."


통화를 끝내고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 검색한 결과, 나는 라올라드가 말한 '기억력 뛰어난 인간'이 이 아가씨가 제일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이 아가씨를 납치해야 하는 건가.'


망설여진다. 저번에 한번 본 바로, 이 아가씨는 소심하고 움츠려있는 성격이었다. 아마 야욕 있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하루하루를 평탄하게만 보내면 만족하는 부류일 거다.

그런 사람을 라올라드의 실험 재료로 써도 되는가.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정말로 라올라드의 실험에 적합한 사람이라면 나는 한 사람만 납치하는 거로 끝난다.


'핫.'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난 내 손을 더럽히는 게 싫은 뿐 이구만.'


뭔가 나 자신이 쓰레기 같아서 입맛이 무척 나빴다.







목표는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납치할 수단은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불러서 데려가는 건 곤란한데.'


강태진이란 이름에 나쁜 인식이 생겨서 좋을 건 없다. 그러니 이번 일은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진행해야 할 터. 아니면 반대로 절대 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화로 다시 가운 삼인방에게 물어본 결과, 진아라는 아가씨가 생활 장소와 방식은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곳이 과학자들의 기숙사라는 것이다.


'기업이 과학자에 대한 보안을 철저하게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기숙 생활까지 시킬 줄이야.'


게다가 진아라는 아가씨는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과학자 생활을 하면서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내가 기숙사에 침입해야 한다는 뜻인데.


'기계가 문제군.'


그곳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영상에 찍힐 수밖에 없다. 물론 부숴버리면 되겠지만, 경비실은 찾아가기도 어려울뿐더러, 간다 해도 목격자가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괜히 목격자를 만들어서 사람을 죽이고 싶진 않아.'


사실 이건 억지나 다름없었다. 내가 변장을 한다 해도 체격 등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들키기 때문이다.


'납치를 하고, 찍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라올라드에게 마법을 받아올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가기 전에 '없으면 아무나'라고 말은 한 만큼, 반드시 인간 한 명을 잡아가긴 해야 한다.


'아, 젠장. 그냥 확 스켈레톤으로 납치해 버릴까?'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긴 하는데, 라올라드의 허락도 없이 '몬스터가 바깥에 나갈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어도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 보니 나 진화 아직 안 했는데, 뭐 나온 게 있나?'


오랜만에 스켈레톤 생각을 하니까 떠올랐다.

분명 데스나이트를 잡고 레벨업을 해서 진화가 가능했지만, 그간 바쁘고 필요도 없어서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그 부분을 살펴보았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진화의 형태를 선택해 주십시오.

-데스 오더

-조화의 스켈레톤


안타깝게도 진화 개수는 늘어난 게 없었다.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두 가지 진화의 방향을 보았다.


'...그냥 둘 중 하나로 해버릴까?'


이만한 시간이 흐르고, 다른 경험을 했는데도 별다른 게 나오지 않았다면 추후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럼 호텔로 가서 해볼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진화는 '조화의 스켈레톤'으로 골랐다. '데스 오더' 뭔가 어두운 느낌이 팍팍 들어서 사양했다.

그래서 장기 투숙으로 빌린 호텔로 들어가 진화를 했는데.


'하... 복권이 터졌다 해야 하나?'


나는 웃으며 능력을 살펴보았다.


-조화의 스켈레톤으로 진화하셨습니다.

-조건과 경험이 만족하여 능력이 생성됩니다.


-친화 lv 1(0.0%)

다른 존재들과 친화력을 높인다.

-효과 : 지성이 있는 존에 한하여 친밀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의태 lv 1(0.0%)

다른 종족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효과 : 일정 수 이상의 다른 종족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변한 몸으로 움직일 때의 페널티를 줄여준다.


-신뢰의 증거 lv 1(0.0%)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이에게 능력치를 보정해 준다.

-효과 : 자신을 믿고 따를수록 능력치 추가. 대상 능력치 + 보정 능력치는 사용자의 능력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 만약 대상의 능력치가 사용자의 능력치를 뛰어넘고 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뒤처지는 경우, 뒤처지는 능력치에만 적용된다.


왜 진작 진화를 하지 않았나 후회스러울 정도로 전부 내게 필요한 것투성이다.

친화는 라올라드에게 배신을 감출 때 유용할 테고, 의태는 지금, 그리고 신뢰의 증거는 배신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솔직히 이것 하나로 내가 가진 고민 대부분이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진화가 이렇게 유리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구나.'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곧장 의태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자 곧장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키는 줄어들었고, 몸통은 조금 불어난 데다, 얼굴은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약 30대 중반 정도에 키는 165cm쯤 되는 살찐 남성으로 변했다.


'...이건 인간이란 종족의 평균적인 남자의 모습 정도 되려나.'


뭐랄까 전체적으로 인상이 희미한 느낌이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한 바퀴 둘러보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정도면 나와 착각할 일은 없겠지.'


이제 필요한 건 적당한 옷만 있으면 된다.

나는 원래의 환영마법으로 돌아가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날 바로 백화점 화장실에서 의태를 하고 옷을 사 왔지만, 납치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운 삼인방에게 정보를 얻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던전에 들어가려면 다른 준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후. 던전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 나는 납치를 감행했다.

왜 전날이냐 묻는다면 저녁에는 던전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전날 납치를 하고, 쫑의 몸속에 하룻밤을 넣어 놨다가 다음날 던전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 자는 일행 중, 쫑만 기숙사 근처 야산에 데려다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서 의태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럼 가볼까."


한밤중 습격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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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 데스 오더 +10 17.08.11 3,641 9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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