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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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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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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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문가에게 맡겨(5)

DUMMY

탐색은 순조로웠다. 하늘그림은 목조 건물 치고는 꽤 큰 편에 속했고 평소에 신경 쓰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르는 공간이나 방도 있었다.

뭐 그렇대도 그리 큰 건 아니지만 평소에 작다고 생각해서 실제론 더 크게 느껴지는 거,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투숙객이 창고나 저장고 같은 걸 볼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비어있지만 하늘그림은 분명, 말을 가져온 손님을 위한 마구간도 있었다.

지금은 저장고로 가는 길이다.

솔직히 저장고는 일년 넘게 생활하는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주방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솥들이 서너 개 있는 좁은 방, 세탁실이 있는데 그 안쪽에 짧은 복도를 다시 들어가면 저장고가 있단다.


숨겨놔도 꽁꽁 숨겨놨네.


미지의 곳을 둘러보는 기분이라 홀로 돌아다녔다면 모험하는 기분이 살짝 들 뻔도 했다.

단체 행동도 모자라 보호자까지 대동까지 한 게 아니라 혼자였다면 말이지.


가끔 동생들이 조금 멀리 놀러 나갈 때도 따라가는 보호자라고는 형, 누나, 아니면 동네 형, 동네 누나, 정말 가끔 토비 아저씨,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한 적도 있었다.


애들 놀 때 경비대를 찾는 사람은 없다.

아, 우리 동네의 경우는 동네 형이 경비대일 수는 있었지만.


말하자면 그 때 그 때 되는 사람을 데려간 거지 대뜸 기사를 불러 온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드리안 경은 거짓말 양념 좀 치면 성자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약간 후회하는 것도 같지만.


"저기 있지."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야우라가 또 입을 열었다.


"경비대 사람들은 눈빛만 봐도 다 안다면서?"

"뭐...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죠."


애드리안 경은 그것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꾸해주고 있었다.


"막, 요로고 물건을 쳐다보면 훔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어?"

"나쁜 생각을 가지고 보면 그게 드러날 수도 있긴 한데요..."


"그럼 그럼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도 알아?"


야우라는 경로를 앞질러 가서 제 눈을 들이밀었다.

당황스러워하다가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 야우라의 눈을 들여다보던 애드리안 경은 겸연스럽게 웃었다.


"하하하...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 건 마법사들이 많이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애드리안 경의 시선은 살짝 뒤에서 따라가고 있던 레샤에게 향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정령술사가 아니었다.


"뭔가요, 갑자기...? 전 마법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눈동자 아무리 봐도 모른다고요..."


"아, 보통 사람들한테는 정령술사나 마법사나 비슷하게 느껴져서... 제가 실수를 저질렀네요. 사과할게요."


애드리안 경이 사과하는 사이 야우라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 듯 끼어들었다.


"그럼 그거 말고. 경비대는 평소에 뭐 먹고 살아?"


"뭐 먹고 사냐뇨? 이상한 걸 물어보시네요."


"에이 뭐 어때, 궁금하니까 그렇지. 뭘 먹으면 그렇게... 그런 사람이 되나."


"그런 사람이라뇨?"


그걸 굳이 듣는 것도 이상하다 생각한 것인지 애드리안 경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뭐.... 경비대도 사람이니까. 먹는 건 그냥 똑같이 먹고 살죠.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힘겹게 대꾸한 애드리안 경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야우라는 아직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급료는 얼마나 받아?"


"급료요? 급료는 또 왜..."


"돈을 빌릴 때는 수입에 맞춰 빌리라 그러더라고."


"응? 저는 돈 빌릴 일이 없는데요."


"아니, 애드리안 말고 내가."


"아, 제 돈을 빌리고 싶다고요?"


야우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우라랑 저는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요."


"처음 본 사이는 안 돼? 왕국은 그런 법도 있어?"


"아니, 그런 건 없는데... 그리고 야우라가 하는 얘기는 빌려주는 쪽이 아니라 빌리는 쪽이 자기 수입에 맞추라는 거죠."


"아, 그런 거였어?"


"예... 그런 거죠..."


이어지는 애드리안 경의 한숨엔 왠지 힘이 빠져있었다.


"그것보단 어떤가요, 레샤. 뭐 들리는 소리라도 있나요?"


"...아, 아니요."


아무리 봐도 멀뚱히 걷기만 하는 거 같던 레샤가 조금 느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그 당당하지 못한 기색을 야우라가 눈치 채었다.


"레샤! 열심히 좀 해 봐아! 으응? 네가 찾기만 하면 우린 시원한 밤을 지낼 수 있다고. 더운 건 너도 싫잖아."


야우라는 레샤의 어깨 위에 팔을 감고서 말했다.

그게 레샤 입장에선 납득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예에...? 제가 정령을 잡는다고 해도 딱히 그걸로 시원한 밤이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에에이, 그러지 말고. 그럼 오늘 밤은 잘 때 나이아스랑 실프를 불러두고 잘까?"


"정령은 그런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하는 겁니까...! 정령도 잘 땐 자야 한다고요...?!"


걔네도 자는 거였어?

뭐 그거야 어찌되었든 레샤와 야우라는 알 수 없는 논쟁을 계속했다.


"뭐 어때 오늘은 걔네가, 다음엔 우리가 도와주면 되지."


"아무리 야우라라도 육체를 가지고 역리세계로는 못 갑니다...? 죽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그거...?"


죽는다는 소리에 야우라는 화들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아, 누가 해봤데? 그 사람 죽었어? 죽었음 어떻게 아는데?"


"그건 아마... 그리트한테 들은 거 같아요..."


"그리트가 누군데?"


"흙의 정령이요..."


"거짓말 한 거 아니야?"


"왜 정령이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하여튼 인, 아니. 사람들이란..."


"아, 저기... 여러분?"


애드리안 경도 삼천포로 빠져가는 이야기를 중재 해보려 했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이상한 겁니다...! 이게 왜 정령 탓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꾹 삼켜 말한 애드리안 경은 정수리를 박박 긁었다.


"그 말대로... 정령 때문이라는 것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네? 아니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여긴 영원히 더운 거야? 안 돼! 전문가라면서!"


야우라도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확인해보려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대화가 점점 격해지자 애드리안 경도 약간 성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 우리 집 아니에요. 여러분들 집이라고. 여러분들 집이 더워서, 지금 원인을 찾는 거잖아요. 그럼 협조를 하세요."


"협조... 나름대로 하고 있는 건데?"


야우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저게 진짜 짜증나는 건 저게 정말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뻔뻔한 것도 아니고 저건 뭘까 대체.


"레이크님. 갑자기 왜 웃으세요?"


옆에 있던 에반젤린이 내게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인지한 건 내가 정말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평소에는 말다툼을 넘어 가벼운 몸싸움도 두어 번 했을 일을 뒤에서 보니까 재미도 그런 재미가 없었다.

남의 집 불구경이라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 하늘그림이 불타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클로에는 개입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 걸음 뒤에 있다는 건 그만큼 여러모로 편이했다.


"아니, 그냥."


차마 느낀 대로 설명할 수는 없어서 그렇게만 대꾸했다.

에반젤린은 여전히 궁금한 듯 보였지만 무언가 더 묻지는 않았다.


"애드리안 경은 참 성실한 분이신 거 같아요."


대신 칭찬을 했다.


"그러게, 흫."


또 한 번 비웃음인지 헛웃음인지 모를 게 비식 튀어나왔다.

그 말대로 만약 기옌 경이었으면 벌써 몇 번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 번 불붙은 야우라가 진정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레샤는 조용히 있었겠지.


레샤가 아무리 눈치를 많이 봐도 간혹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질 때도 있었다.

그 때는 한 번 깨워주지 않으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애는 애였다.


그 사이 앞 쪽의 대화는 좀 더 흘러 간 것 같았다.

귀에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하여간에 레이크 너는..."


"거기서 내가 왜 나와!"


나는 뒤편에서 야우라의 말을 잘라먹었다.


아무리 봐도 내 이름이 나올 건더기가 없지 않았나. 그런데 잘도 남의 이름을 들먹이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놀란 건 야우라인 모양이다.


"아 미안. 레이크는 저쪽에 있지. 뭔가 느낌이 비슷해서 헷갈렸다."


"말이 돼는 소리를 해!"


핑계도 핑계다워야 들어주지.


"미안해, 애드리안. 레이크 같은 거랑 비교해서."


"야! 나 지금 뒤에 있다? 뒤에서 다 들린다고!"


안 들리는 척을 하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그러거나 말거나 야우라와 애드리안 경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하, 괜찮아요... 원래 누구 닮았다는 소린 자주 듣는 편이거든요."


"그래에! 뭔가 아는 사람 같은 얼굴이라니까? 레샤도 좀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고."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너 기옌 스나이더인가 그 성격 더러운 기사 앞에선 아무 말도 안 하잖아."


"아, 그, 그건...!"


"여러분!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요. 지금은 저장고를 먼저 갑시다."


애드리안 경은 겨우겨우 사태를 진정시키고 저장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장고라서 해서 특별히 신기하게 차가운 곳은 아니었다. 사시사철 햇빛을 막아놓고 통풍이 잘되게 해놔서 그저 바깥보다 약간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덥다. 그래도 관리 좀 하는 곳이라고 조금 나은 정도일까.


"근데, 여기는 아까 클로에, 네가 보지 않았어?"


나는 클로에에게 물었다.

정령 같은 게 있었다면 아까 저장고를 확인하러 간 클로에가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만약 정령이라면 레샤의 셀라임이랑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차이의 열기인데 그러면 크기도 엄청 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클로에는 저장고 열쇠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하긴 쟤는 할 거면 확실하게 하자는 주의니까.

어쨌거나 지금의 내 자리는 한 걸음 뒤였다.


"와, 오늘은 여기서 잘까?"


야우라는 공기의 차이를 느끼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팔을 휘저었다.


"아니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야우라."


짙은 한 숨, 애드리안은 레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떤가요, 레샤? 뭔가 들리나요?"


레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안 들리나 보다.


"여기는 아닌가 보네요. 제가 올 때도 건물 주변은 덥지 않았으니까, 나가 볼 필요는 없겠고 일층은 다 본 거 같네요. 이제 이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이층은 전부 숙실인데요? 함부로 들어가기에는 아무리 저라도..."


클로에의 입장에선 숙실을 확인한다는 게 약간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왜 갑자기 약한 척 하실까. 내 방문은 부서져라 여시는 분이.

반대로 애드리안 경은 그런 부분에서 자신 있어 보였다.


"경비대는 전문갑니다. 이런 때를 위한 전문가죠. 여관의 수색 정도는 제 권한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기사가 발하는 공권력의 빛에 야우라가 환호했다.


"오와! 레이크보다 훠얼씬 낫다! 얼굴도 더 잘 생겨 보인다!"


"그러니까 거기서 내 이름이 왜 나오냐고!"


얼굴 얘기는 왜 나오는 거고.

나 안 못 생겼어. 우리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 그랬다고.


"그런데 레이크는 수색 못하는 게 사실 아닙니까...?"


반대로 지나가는 길에 슬쩍, 레샤가 물었다.


"왜 못해. 문 정돈 나도 열 수 있어."


"열 수야 있겠죠."


"그래 열 수는 있다고."


그 후 뒷감당이 문제지.



그리하여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애드리안 경이 한 말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말도 아니다. 아주 짧은 탄식.


"어후..."


뜨거운 공기가 들이차 생기는 답답함이 소리로 나오는 것이다.

왠지 아까보다 더 더워진 것 같았다.


"먼저 방 하나씩 열기 전에 소리부터 확인해보죠. 부탁드릴게요, 레샤."


"어떻게 말입니까...?"


애드리안 경의 이야기에 레샤가 되물었다.

어떻게긴, 애드리안 경은 문에 귀를 가져다대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냥 열어보면 안 되는 겁니까?"


이층 숙실에 대략 방이 열 댓 개 가량. 레샤랑 내 방을 뺀다고 하더라도 열 개가 넘는다. 그걸 일일이 귀를 대고 오랫동안 감청해서 확인을 먼저 할 이유가 있는 걸까.


"가능하면 열지 않는 게 좋으니까요."


애드리안 경은 매우 정직한 정론을 이야기했다.

정론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 짚어본다면 그건 바로 할 말 없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레샤는 첫 번째 방문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어때, 뭐 들려?"


얼마 지나지 않아 야우라가 물었다.


"호와아아아... 하는 소리요."


레샤는 기묘한 바람 소리를 흉내 내었다.


"그건 그냥 귀 막으면 들리는 소리잖아."


"야우라는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궁금한 적 없었습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정령의 소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령이 내는 소리는 아니에요... 그럼 뭘까요...?"


"저기 죄송하지만 지금은 탐문에 집중해주시겠어요?"


하하.

그러게 이게 한 걸음 뒤에서 보면 되게 재밌다니까.


어쨌거나 애드리안 경의 재촉에 우리는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레샤가 어떤 소리를 감지해냈다.


"스스... 스스... 하는 소리가 납니다만... 정령 같지는 않은데요..."


"한 번 열어보죠."


애드리안 경은 미리 클로에에게 받아두었던 열쇠 꾸러미로 골방마법사의 방문을 열었다.

왜 그렇게 지칭할 수밖에 없느냐하면 누가 누구고 어디에 묶는지 아직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뭔가 퀴퀴한 냄새가 세어나오면서 문은 열렸다.

유리? 수많은 유리 상자가 선반에 올려져 있었다.


"어어? 아잇... 방에다가 선반 만들지 말라니까..."


분을 삭이는 클로에.

그보다도 방 안에서 들렸다던 소리의 정체가 더 압권이었다.


"뱀?"


나는 허심탄회한 소리를 흘려버렸다.

유리로 만든 상자 안에는 뱀과 도마뱀들이 종류별로 들어 있었다.


"어머, 여기 사시는 분은 동물을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입구 틈 사이로 슬쩍 안을 들여다 본 에반젤린도 간단히 감상을 남겼다.


"글쎄..."


끓여 먹으려고 키우는 게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마력에 좋다고 하면 상한 달걀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설마 샐러맨더 새끼 같은 게 있을 리는 없겠고. 설사 있었다면 지금 이 건물이 깡그리 탔을 테니 여긴 아니군요."


애드리안 경이 얼른 문을 닫았다.


"아아, 왜 벌써 닫아. 방금 파란 녀석하고 눈 마주쳤는데."


한창 구경하던 야우라가 저 아쉬운 소릴 했다.


"야우라는 오늘 밤 샐 생각인가요?"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던 것인지 야우라는 군말 없이 애드리안 경의 조치에 따랐다.

그 후로도 입으로 투덜대는 바람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 후로도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방들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방들이 간혹 있었다.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낙서가 새겨진 종이로 가득한 방은 오히려 식상했다.


정체불명의 알록달록한 물들이 담긴 유리관이 있는 방은 좀 재미있었지.


어디는 커다란 그릇 두 개가 위 아래로 설치되어 위쪽에 담긴 물이 물방울로 하나씩 떨어지는 걸 아래 그릇에서 받는 장치가 만들어진 방도 있었다.

대체 어디다가 쓰는 걸까, 그건.

역시 알다가도 모르기는 커녕 처음부터 모를 사람들이었다.


그러게 하나하나 격파 해나가며 방을 지나가던 우리는 내 방을 뛰어넘어, 열어봐야 한다고 이 자식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박박 우기는 야우라를 물리치고 넘어가, 그 옆의 방 앞에 섰다.


이젠 기계적으로 행동을 하기 시작한 레샤가 그 방 문 앞에 귀를 대고 눈을 감았다.


잠시 그렇게 집중하던 레샤는 갑자기 번쩍 눈을 떴다. 그런데 그 표정이 몹시 해괴하다.

마치 들으면 안 되는 걸 들은 사람의 얼굴 같았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요... 진짜 이상한 소리...?"


"예? 무슨 소리요?"


덩달아 놀란 애드리안 경도 가까이 붙어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이거 사람 신음소리 아니야?"


애드리안 경이 심각하게 소리쳤다.

누군가 안에서 쓰러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런데 이 방은...


애드리안 경은 황급히 열쇠를 골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헤세가 쓰러져 있었다.


작가의말

만약 제가 오늘 안에 한 편 더 올리지 않는다면

왼쪽으로 세번 돌고 오른쪽으로도 세번 돈 다음 나는 빡빡이다를 크게 세번 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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