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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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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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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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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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1.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7)

DUMMY

커다랗고 붉은 원, 그 안에는 길쭉하게 찢어진 동공이 예리하게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이는 눈동자는 오만하게까지 보인다.

쥐구멍에 가둬놓은 쥐를 지켜보는 고양이처럼.

차라리 고양이는 좀 나은 것일 수도 있다. 걔네들은 장난을 치는 것이지만 저건 잡아먹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하며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니 저 괴물한텐 지금 하는 게 단순한 장난인가.

그럴 수도 있었다. 그 정도의 크기 차이다.


느긋하게 좌우를 훑던 눈동자는 사라졌다.

작은 구멍으로 녀석의 예리하고 지저분한 송곳니가 스쳐지나간다. 또 갔다.

완전히 가는 건 아니다. 뭐가 하고 싶은 것인지 왔다 갔다 하면서 이따금씩 내부를 들여다본다.

그런 식으로 이 동굴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작은 구멍에 갇히게 된지도 벌써 꽤 되었다.


그것도 반 랜드레이랑 같이.


녀석은 말없이, 또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저 어떤 생각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습관적으로 입 언저리를 만지다가 팔짱을 끼고서 발을 까닥이는 것이 전부였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어도 뿜어내는 분위기가 어마어마해서 쉽사리 그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반 랜드레이가 여기 떨어지게 된 건 내가 녀석을 붙잡아서 그런 게 아니었던가, 지금 내 멱살 잡으러 오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이 참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영 아니라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뭐라고 할까...


쿠궁! 콰가각...! 가가각...!


거친 발톱에 바위가 갈려나갔다. 또 구멍을 후비는 소리였다. 막상 저래도 입구를 부수지는 못한다. 부서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놀랄 수밖에 없다.


"뭐하는 거냐."


반 랜드레이가 말했다.

나는 어느샌가 붙잡고 있던 녀석의 어깨를 놓고 옷에 생긴 주름을 곱게 펴주었다. 어떻게 말 좀 붙여보겠다고 가까이 가보다가 너무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방패삼으려 했던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도마뱀 괴물의 도움 덕분에 대화의 문은 트이게 되었다.


고맙다, 이 비늘괴물 자식아...


"어... 그냥. 어깨에 먼지가 앉은 거 같아서."


나는 확신 없이 중얼대며 내가 주름을 편 반 랜드레이의 옷자락 위를 살살 털어주었다.


"흥, 할 일도 없냐."


반 랜드레이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정확한 말이긴 하지만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소리이기도 했다.


"아니 이 상황에 무슨 할 일이 있어."


절벽에서 떨어지고, 작은 동굴에 갇히고, 둘 밖에 안 남았고, 바깥은 집체만한 도마뱀이 언제 두발로 걷는 간식을 꺼내 먹을까 고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할 일이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한가하면 어떻게 나갈지 생각이나 해보지 그래?"


나갈 수 있는 방법?

한심하게 물어보고 있지만 나도 그리 대책 없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한 가지 생각해둔 게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저 도마뱀이 포기하고 갈 때까지 여기 있는 건 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여기 들어올 수 있었던 것부터 행운에 행운에 행운이 겹쳐서 일어난 기적의 요행이었다.


지금도 도마뱀의 머리에는 밧줄이 걸려있다. 우리가 타고 내려온 밧줄. 반 랜드레이가 묶은 밧줄. 내 다리를 옭아맸던 그 밧줄과 그리고 그걸 묶었던 얇은 돌기둥. 그게 도마뱀의 머리에 달려있던 것이 다행이었다. 정확히는 녀석의 왼쪽 눈꺼풀에 작은 외뿔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그걸 보면 녀석은 분명 절벽 안에 숨어있었다는 거다.


숨어있던 걸까?

아무튼 만약 그게 없었다면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심판 받을 처지였던 것을 어떻게든 밧줄을 잡고 매달려서 도마뱀의 아랫배 위로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숨을 쉴 수 있는 거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더 없이 신중해야 했다.


"여기에 언제까지고 처박혀 있겠다고? 아주 좋은 의견이야."


반 랜드레이가 날카롭게 선 눈매 그대로 입만 비죽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군. 가만히 있어라. 그럼 뭐, 싱클레르의 천사가 와서 구해주기라도 하나보지?"


"그럼 가서 싸우게? 저거랑?"


나는 커다란 주둥이를 구멍에 들이밀고 있는 도마뱀을 가리켰다.

코볼트 같은 거하고는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미 들어온 턱주가리만 해도 우리가 싸웠던 코볼트만하다.


"이 동굴이 언제까지고 널 지켜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야. 어마어마한 착각이지. 바위 절벽을 부수고 나온 놈이야. 술래잡기에 싫증나면 이깟 동굴, 홧김에 부숴버릴 거다."


"그럼 적어도 그 때까지는 쉬어둬야겠네, 또 도망가려면. 안 그래?"


나는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머리가 회까닥해서 긴장을 못하는 건지, 너무 심하게 해서 반동이 온 건지 웃음마저 실실 나왔다.


"멍청한 소리에 장단 맞춰 줄 생각 없다."


그러는 동안 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어쩌면 배가 안 고플 수도 있고. 왜 동물들은 배 안 고프면 사냥도 안 하잖아. 아... 그럼 저 앞에서 저러고 있지도 않겠구나."


"입 좀 다물어."


냉정하게 굴던 반 랜드레이가 불현듯이 화를 내었다.

짜증을 낸다던가, 비아냥댄다던가 하는 것 하고는 분명히 다른 감정이었다.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다. 전에 말했던 초조함보다도 더 크다. 실제


"야. 반 랜드레이."


나는 다물지 않고 반대로 녀석을 불렀다.


"뭐냐."


"우리 결투 한 판할까?"


"뭐라고...?"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비틀었다.


"진 쪽이 검대 매고 먼저 구멍 밖으로 나가는 거야."


"헛소리 할 시간에 잠이나 자라. 네 말대로 쉬라고."


"왜 질 거 같아서?"


그 한 마디에 반 랜드레이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말 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않다.

한 번은 봐주겠다. 그러나 이 이상 얼토당토않은 소릴 떠들었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


"하긴, 넌 실내장식 전문...!"


켁, 말을 채 끝 맺기도 전에 달려든 반 랜드레이가 내 멱살을 잡고 벽까지 밀어붙였다.


"죽음이 코앞이라 미치기라도 한 거냐? 원한다면 내가 곱게 보내줄 수도 있어. 더 추한 꼴 보이기 전에..."


"너야말로... 막상 막히니까...익...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니야?"


나는 녀석의 손을 뿌리쳐냈다.

반 랜드레이는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 나갔다.

나나 녀석, 둘 중 누구에게도 정말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할 이유가 없는 미친 짓이었다.


압박감이라고 생각한다. 느끼는 무게가 다른 거다.

고아원 출신의 레이크 아이힐데른하고 스칸달른의 용사 반 랜드레이가 지고 있는 책임은 엄청나게 차이가 있었다.


이해한다.

아니 이해 못 한다.

나는 반 랜드레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저 녀석도 내가 왜이리 실없는지 이해 못할 거다.


실없지 않아.

나라고 해서 속없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올라가서 야우라 머리털을 두 뭉치 뽑아내고 싶었다. 뽑아서 가발점에 팔아버릴 거다. 건강한 금발은 부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야우라 앞에서 엄청 맛있는 걸 먹을 거다. 그야말로 최고의 복수지.

...이런 게 실없다는 건가.


그래.

이제 와서 누가 잘못했느니 누가 시작했느니 하는 이야기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나중에 끝난 뒤에 그 애 몫의 빵조각을 뺏어 먹고 통쾌하게 웃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럼 같은 거잖아.


중요한 건 그 빵을 뺏어먹을 수 있냐는 것이지.

지금은 저 도마뱀 녀석을 따돌릴 수 있냐는 것이었다.


"넌 가만히 있겠다는 쪽 아니었냐."


반 랜드레이가 말했다.


"네가 그러긴 힘들 거 같다며. 나도 맘 같아선 저 괴물이 우리 까먹을 때까지 여기서 먹고 살고 싶지."


"먹고 살긴. 이 동굴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곳에서 뭘 먹고 산다는 거냐."


그 말대로 여긴 도마뱀 괴물이 부쉈던 절벽 아래에 있던 동굴이다. 이미 한 번 무너진 거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아니 진짜로. 내가 그러고 사는 사람을 한 명 알아."


"그 동굴도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 작정하고 파내면 금방 뚫릴 거야."


"혹시 거꾸로 배가 고파서 힘이 없는 거 아니야? 그래서 못 뚫고 있는 거지."


"너 도대체 지금 진지한 거냐. 아니면 장난치는 거냐."


"아니 진짜로. 생각해봐. 절벽 안에서 내내 자다가 오늘 마침 일어날 때가 되서 일어난 걸 수도 있잖아. 그럼 아무것도 못 먹었겠지."


정말 그렇다면 재수 더럽게 없는 거겠지만.


"됐다.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이럴 땐 헛소리 같은 것도 다 의견이라니까."


"네 똘마니들이나 그렇겠지."


"똘마니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말이 심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딱히 취소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반 랜드레이는 한 걸음 물러나 다시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곤 먼 바닥을 보며 말했다.


"언젠가 저런 걸 상대할 거라고 생각은 해봤어."


나하고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 있는 모양이었다. 토비 아저씨도 그랬지. 네가 용사가 되면 너보다 더 큰 녀석들하고 싸우게 될 거라고.

근데 저건 너무 크잖아...


"생각만으로는 그저 그랬는데 막상 대면하고 보니 막막해. 검 한 자루만 있어도 물러서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칼끝이 닿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 많던 조언자들도 다 쓸모없군."


갑자기 귀신씨나락까먹는 자기 얘기였다.


"검이 안 닿으면 뭐 별 수 있나. 돌멩이라도 던져야지."


있는 그대로 대답 해줬을 뿐인데 반 랜드레이는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지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잖아...!"


"아, 그래? 근데, 폼 잡고 시 적으로 말할 때는 미리 얘기 좀 해라. 헷갈린다. 정 모르겠으면 에라 모르겠다, 덤비는 건 어때? 보통 용사들은 그러지 않나? 그... 로망소설에서?"


"소설처럼 될 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용사가 애들 장난이야?"


"장난은 모르겠고, 애들이 하는 건 맞잖아."


"네가 뭘 알아."


"왜 몰라. 나도 해봤는데."


순간 반 랜드레이가 우뚝 멈췄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망생 중 하나였다는 걸 반 랜드레이에겐 말한 적이 없었다.

진짜 용사 앞에서, 나도 용사되려고 해봤는데 떨어졌어, 하고 말하는 건 정말 이상한 취미지 않나.


"그게 무슨 뜻이야."


정지 상태에서 풀려난 반 랜드레이가 물었다.


"말 그대로지. 그 시골 소년의 위대한 도전이었다고나 할까."


실패했지만.


"계시를 받았다는 거냐?"


"너도 못 믿냐? 내가 꼭 이걸 보여줘야 해?"


용사는 다른 사람을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우리의 평소 관계가 있으니 나는 소맷자락을 걷어 성흔을 보여주었다.

푸르스름한 얼룩? 혹은 문양. 왠지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었다.


흥. 반 랜드레이는 별다른 말없이 코웃음만 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곧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다가 뚝 끊었다.


"레이크 아이힐데른."


그리고는 새삼 날 불렀다.


"난. 절대. 너한테 지지 않는다."


뭐. 입으로는 내지 않겠지만 나는 용사가 되지 못했고 쟤는 용사가 된 시점에서 승패는 정해지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 그래. 말 안 해도 알아."


"절대 안 져. 꼭 기억해둬라."


"알았다고. 왜 이 사실만 알면 다들 시비를 걸지? 이거 혹시 보면 기분이 나빠져? 성흔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아니면 나만 그런 건가?"


"네가 계시를 받았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군."


"알았으니까. 그 얘기 좀 그만하자.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그 말 정말 수도 없이 들었었거든?"


내가 이 말을 왜 꺼냈을까.


콰가각...! 콰가각...!


그 와중에 발톱을 긁어대는 소리가 심장을 콩알만 하게 만들었다.

뭔가 계속 얘기하려던 반 랜드레이 또한 긴장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내 편을 들어주는 녀석은 저 도마뱀뿐이구나. 이제 잡아먹지만 않으면 딱 좋겠어.


"좋아, 나가자. 여기 있다가는 가만히 앉아서 꺼내 먹히겠군."


무슨 스위치라도 올라간 것인지 반 랜드레이가 부쩍 진정하지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건 초조함보단, 고양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하게. 동굴을 거꾸로 파볼까.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겠지."


"네가 미끼를 해라. 그리고..."


잠깐, 하는 말로 나는 반 랜드레이의 이야기를 잘라먹었다.


"너무한다. 진짜."


"이럴 땐 미끼가 더 안전한 거야. 내가 말했지. 너한텐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네가 잠깐 시간을 끌면 내가 나가서 저 놈하고 싸우든 도움을 요청하든 하겠다."


어쩐지 매우 위험하게 들리는 작전이었지만 그 외에 내게 다른 작전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걸로 채택이다.


직후, 나는 동굴의 위로 오를만한 길을 찾았다. 길이라고 해봐야, 짚고 딛을 수 있는 돌멩이를 찾아 말 그대로 위로 오르는 거였다.

하나하나 손대보고 발대보고 바위틈을 손가락으로 짚어 오르자, 어떻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반 랜드레이는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위쪽의 작은 구멍 밖으로 나가 어떤 식으로든 도마뱀의 시선을 끌면, 그 동안 반 랜드레이가 밖으로 탈출한다.

그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간다."


나는 밑에 있는 반 랜드레이에게 말했다.


"쫄지 말고 확실히 소리쳐, 알겠냐?"


"뭐라고 소리칠까. 이 돌마뱀 자식아 이런 거?"


"아무거나 해...!"


반 랜드레이가 어금니 꽉 깨물고 성을 내었다.

허기야 무슨 말을 하든 도마뱀이 알아들을라고. 그래도 나름대로 효과적인 소리를 내보겠다고 물어본 거였는데, 꽤나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은 모양이었다.


"간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간다?"


"간다간다, 말만 하지 말고 가라고...!"


참, 용사님. 성격도 급하셔.


위에 뚫려있는 구멍은 정말 작았다. 밑에 쪽도 작지만 여긴 부서지고 무너지고 난 뒤에 생긴 틈인지라 허리를 숙여서 다녀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약간 높은 곳에서 봐도 내려다보지 못할 압도적인 크기의 괴물.

길쭉한 몸, 투박한 검은색 피부. 유연하게 움직이는 꼬리와 무거운 광택이 나는 거친 발톱. 그리고 시선자체로 찢어버릴 거 같은 파충류 특유의 눈.

그래, 나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야아...!"


이게 아닌데.

뭐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수레를 올려놔도 좋을 거 같은 앞발이 동굴 위를 덮쳤다.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나는 다시 안쪽으로 밀어 넣어졌다.

아무것도 잡힌 것이 없자 녀석은 앞발을 치우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들어오지 못한 걸 안다. 그런데도 의지와 관계없이 몸은 뒤로 기어 하마터면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겨우 붙잡고 발대고 미끄러져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나의 무사귀환을 반 랜드레이가 반겨주었다.

반겨주면 안 되는데.


"너 왜 아직도 여기 있냐...?"


내가 말했다.

나는 작전대로 목숨 걸고 시선을 끌었는데, 넌 뭘 했느냐 그런 뜻이었다.

그런데 반 랜드레이에게도 할 말은 많아보였다.


"소리 지르고 몇 초는 버텨야 나갈 거 아니야...!"


녀석이 소리쳤다. 뿐만 아니라 출입구 바깥에 보이는 놈의 꼬리를 가리켰다.


"코앞에서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나가냐고...!"


뭔가, 우리가 더 논쟁을 하기 전에 도마뱀 녀석이 앞발을 다시 아래쪽 입구에 들이밀어 쑤셔댔다.


나랑 반 랜드레이는 얼른 뒤로 물러났다. 혹시라도 저 발톱이 스치기라도 하는 날엔 살짝 까졌다고는 말 못할 상처가 생길 터였다.


그렇대도 우리 걱정해주는 건 저 녀석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 우리보고 싸우지 말랜다."


나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반 랜드레이도 그 부분엔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아직 기회랑 시간이 남았으니까.“


작가의말

길이가 늘어져서 약간 가공해서 잘랐습니다.

만약에 뒷부분이 완성되면 오늘 저녁 이후에 올라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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