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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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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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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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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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섣불리 오르지 않는게(6)

DUMMY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르는 할머니였다.

아니 할머니가 있었다. 엄청 어색한 표현이었지만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할머니... 하얗게 샌 머리를 차분하게 모아 묶은 주름 자글자글한 할머니.

따뜻하디 따뜻한 이런 날에도 옷을 겹겹이 입고 그 위에 얹은 붉은색 가운이 눈에 띄는 그런 할머니.


어디로 어떻게 보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였다.


중요한 건 할머니의 차림새가 아니다.

명백히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지.

여기 와서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하고 연을 맺은 일이 없었다.


저어기 저수지에 사는 이상한 영감님은 앞으로 모르는 사람이라 여길 테니까 모르는 사람이라고 쳐두자.

중요한 건 할머니였다.

어떤 경위로 저 노부인을 수레에 태우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잘 되새겨보면 머릿속에 스치는 잔상 같은 게 남아있는 것도 같았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말다툼이었다.

너무 사소해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런 논쟁.


아마 스태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가 발단이었던 거 같다.

대체 이 사람은 왜 쓰러져 있는 것이냐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덩굴은 야우라라는 아주 밉상인 녀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말하려면 그 녀석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양심의 가책 상 그리 오래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 애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었다.


원한다면 천막 안에 자리 깔고 양초를 켜놓고 얘기해도 그 초를 일곱개나 다 태울 때까지도 얘기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야우라를 본적도 없는 라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왠지 우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습다.

그래,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무슨 동네 거렁뱅이 대장도 아니고 뒤에 불쌍해 보이는 애들 둘이랑 군것질 거리 싣고서 성당 찾아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야우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부터 게 잘못되었던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거 하나 도와주기 시작하니 라벤도 데려다주게 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쓰러진 나무나 태워서 치우고 이번엔 모르는 할머니까지 수레의 승객으로 모시게 된 거다.


그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은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굳이 내가 해야만 했던 걸까 싶은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뜨신 숨이 헉헉 나왔다. 억울하다고 하면 좀 속 좁은 거 같고, 기껍다고 하기엔 기분이 좋지 않고. 그러니 이러쿵저러쿵 해도 결국은.


"야우라아! 돌아가면 가만 안 둘 거야!"


나는 넘쳐흐르는 우정을 괴성으로 표현했다.

친한 친구들은 곧잘 투덕대곤 하니까 나는 오늘부터 전력으로 야우라랑 친해질 생각이었다.


"레이크..."


뒤편에서 편히 수레에 타고 있을 레샤의 소리가 들렸다.


"아까는 더러워서 야우라 얘기 더는 안 한다면서요."


"내가? 그랬어?"


홧김에 그렇게 말했던 거 같기도 했다.


"네. 그랬는데요. 레이크는 방금 전 일도 기억 못해요...?"


"아니 사람이 좀 헷갈릴 수도 있지 왜 구박을 하고 그래."


"예에? 제가 언제 구박을 했다는 겁니까. 레이크가 그랬잖아요."


"뭐라고."


"내가 만약 야우라 얘기를 또 하면 그 땐 거꾸로 서서 수레를 끈다! 라고요."


레샤는 목소리를 걸걸하게 만들어 말했다. 아무래도 내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걸 왜 알려주는 걸까.


"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수레를 멈추고 허리를 돌려 돌아섰다.


"네."


수레 끄트머리에서 칸막이를 잡고 앉아있던 레샤는 이쪽을 지긋이 보며 짧게, 그렇게만 답했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레이크, 지금 두 발로 걷고 있잖아요."


그 말인즉슨 지금 왜 거꾸로 안 걷느냐고 묻는 거 같았다.


"야. 너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어? 그렇게 빈틈없이 굴면 안 되는 거라고!"


나는 잡고 있던 손잡이를 내려놓고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그 탓에 수레가 앞쪽으로 쳐졌고 편하게 수레에 의지하고 있었던 레샤는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으앗...?! 뭔가요, 갑자기...! 하마터며허억...!"


레샤는 허얘진 얼굴로 하고 싶은 말도 더 하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머리라도 깨져서 레이크처럼 붕어가 되면 레이크가 책임질 겁니까...!? 책임 질거냐구요오...!"


"내가 왜 붕어야!"


"그럼 뭘로 할래요. 곰탱이...?!"


"곰은 똑똑하거든? 그리고 안 해! 동물 안 할 거야. 거꾸로 서는 것도 안 할 거라고!"


"음... 벌써 다 온 거니?"


여기서 기적처럼.

나는 그 말을 레샤가 한 게 아니라 할머니가 했다는 사실을 잡아채었다.


"아니요! 아직 다 안 왔어요!"


그럼에도 흥분은 체가시지 않아서 목소리는 여전히 하늘을 찔렀다. 게다가 확신하건데 어디 간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은 한사코 없었다. 그건 내 마지막 양심이자 자존심이었다. 분명히 없었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그래서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천천히, 아주 느린 동작으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요오오오...! 앞이란다."


손가락이 향한 곳은 어딘가 그저 앞. 나는 그 방향에 있는 집과 길 그리고 그 길의 끝을 계속 손가락과 번갈아가며 보았다. 글쎄, 별다른 건 모르겠고 유독 하늘이 푸르러 보였다.


아아 그런 건가. 저 길의 끝으로 가면 우리는 상상에 바라던 영혼의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그 손가락의 끝과 초점이 맞는 적절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설령 저 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가 저 코앞의 곳을 가기 위해 모르는 애들이 끄는 수레에 냉큼 올라탔을 리도 없고 목적지가 오리무중이었다.


"...요앞이 어딘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할머니는 조금 굼뜬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으응? 뭐라구?"


뭔가 힘이 빠져서 작게 말하긴 했다.


"요앞이 어디냐고요."


다시 한 번 여쭈었다.


"으응?"


착각이 아니라 확실히 귀가 어두운 듯 했다.


"요앞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거냐고요!"


"요오오오오.... 앞이란다."


요오오오오오

요오오오오

요오...


"그러니까아! 그 요가 어디냐고요! 요!"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나는 절대로 화낸 적이 없었다. 언성을 높이는 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귀가 어두운 어르신과의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해 취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였다.


"예?! 그 요가 어디냐고요! 요! 너 알아?!"


아무래도 할머니는 자세히 모르시는 거 같아서 나는 옆에 있던 레샤에게 물었다. 어쩐지 눈에 힘이 자꾸 들어가는 거 같은데 그건 내 착각이 분명했다.


"제,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걸...! 레이크가 타도 된다고 해버려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기억 안 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은 그런 기억이 살짝 났다. 이런저런 억하심정을 쏟아내는 와중에 누가 와서 말을 걸었고 그렇게 하시라고 대충 말했는데 그게 수레 탄다고 하는 건 줄 알았겠냐고.


"그건 레이크 잘못이죠...!"


"그럼 친구가 잘못된 길로 빠져들고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 일러줘야 할 거 아니야!"


"이게 왜 잘못된 일입니까...?"


레샤가 두 눈 가득 의문을 띄우며 반문했다.

그 애의 말이 맞았다. 백 오십 번 정도 더 맞았다.


"그러네! 이거 좋은 일이었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돕는 일에 누가 뭐라 하겠다고.


"너희들은 여전히 사이가 좋구나."


할머니는 평범하게 흐뭇해하고 계셨다.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뺨을 씰룩이며 따뜻하게 웃는 모습 자체는 그럴 듯 했는데 그건 말 그대로 그 모습만 그럴 듯 했다.


"할머니 저희 아세요?!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희 평소의 모습을 아셔서 여전히 라고 끼워넣으세요.


"이것 보렴. 메어리, 네 오빠가 또 장난을 치는구나. 호호호 이 늙은 할미를 골리는 게 그렇게도 재밌을까."


내가 놀라든 말든 할머니는 홀홀 웃으며 옆의 레샤에게 너스레를 놓았다.


"예에....? 저 메어리 아닌데요...? 레샤 레스트레이드 입니다...! 글자 수가 다르다구요..."


레샤는 온 몸이 흔들릴 정도로 화들짝 놀라는 것으로 사실이 아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디서 온지 모를 이 쪼끄만 꼬맹이가 제 손주 딸로 보일정도라면 이제는 착각의 범주가 아니라 할머니의 다른 부분을 의심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이것 보렴, 라벤. 이 두 애들이 벌써 재미가 든 모양이구나."


레샤마저도 자기를 놀리고 있단 생각을 한 할머니는 뒤이어 라벤에게도 말을 걸어도.


"아니 할머니! 거 착각도 참...!"


이 의미모를 이름 찾기 놀이를 끝내려는 찰나 나는 무언가 짙은 위화감을 느꼈다. 할머니가 사람을 착각하고 착각하고 착각하지 않았다.


"라벤은 아시네?!"


그 기이한 안면 기억 구조에 나는 곧장 이의를 제기했다.


"아, 그건. 이..."


그에 대한 해명은 의외로 라벤이 했다. 그 애는 자연스럽고 예의바르게 손짓으로 할머니를 가리켰다.


"...슬랭 할머니와는 면식이 있거든. 저번 주에 부군 장례식 때문에... 내가 직접... 묻어드렸지..."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크림을 만들 땐 이렇게 잘 저어주는 거예요, 하는 투였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니까.


"레이끄으! 이 사람 역시 이상해요! 직접 묻어버렸다잖아요...!"


레샤가 금방이라도 수레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로 소리쳤다.


"너나, 너나 아닌 거 알면서 왜 말을 그렇게 하는 거냐고! 지금 나 속 터져 죽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어?!"


나는 두 녀석 다 빠져나갈 구석 없이 차례차례 손끝으로 지목하며 윽박질렀다.


헷갈리게 알아먹는 녀석이랑 헷갈리게 알아듣는 녀석이 모이니 정말 환상의 짝을 이루고 있었다.

이정도 호흡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악단을 꾸려도 될 정도로 쿵짝이 잘 맞을 것이다.


둘 다 악기하고는 인연이 없어 보이지만 말이지!


쿵짝이 맞든 떨어지든 맞은 게 화살이고 떨어진 게 새건 간에 우리가 지른 괴성은 온 세상 널리널리 퍼져나가기에 충분했다.

한낮의 거리는 잡음으로 가득하더라도 누군가 길길이 날뛴다면 자연히 시선이 집중되고 조용해지기 마련이었다.


우리 집처럼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랬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고 여긴 보통 사람들이 사는 보통 마을이었기 때문에 보통답게 익숙한 수군거림이 들렸다는 뜻이다.


"저것 봐. 할머니한테 화를 내고 있어."


엄마 손 잡고 따라온 애부터 시작해서.


"애들끼리 싸우는데? 그럼 저기 쓰러진 사람은 뭐지, 아빠인가?""


물건 배달해주러 온 아저씨나.


"에이, 하나도 안 닮았잖아."


그 물건 받으러 나온 주인이나.


"아까 보니까 할머니는 저 애들을 손주라고 착각하는 거 같아 보이던데."


그 이야기가 궁금해서 끼어든 옆집 아줌마나.


"저거 수상하지 않아? 붙잡아서 경비대에 물어볼까?"


어쩜 그리들 이야기가 착착 잘 맞아떨어져 제조 되는지 다들 없는 사자도 한 마리쯤은 충분히 만들 실력들이 되어보였다.


오해들이야 여태껏 적지 않게 겪었으니 그런대로 참아줄만 했지만 그냥 거저들을 수 없는 소름끼치는 단어 하나가 나와 레샤의 귓전을 찔렀다.


"하하... 하하하하...!"


웃음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난 그렇게 운을 땠다. 그나마 그게 가장 자연스러워보였다.


"갈까. 메어리...?"


그리고 레샤에게 친절히 제안했다. 그 애 역시 경비대 부르는 건 좋아해도 불려가고 싶지는 않아하는 눈치였다.


"그래요오...! 이름 모르는 오빠...!"


이어서는 수레를 꽉 잡기에 나는 알아서 수레를 끌었다. 뭐든지 곤란해지면 일단 그 자리를 뜨는 게 가장 마음이 편했다.


"오호호, 메어리. 네 오빠 이름은 새클턴이잖니."


기가 막힌 할머니의 첨언이었다.



그리하여 새클턴과 메어리는-


새클턴은 매우 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목적지를 가고 있는 것처럼 꾸며 말하고 있었지만 실은 성당에 가는 길을 고대로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달리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새클턴, 그러니까 나는 할머니가 말하는 요앞이 어디인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몇 번이고 거듭 되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요앞, 요앞 그리고 요앞뿐이었다.

그나마 요오앞이 저어어기가 되지는 않았으니 그걸 위안 삼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제와 할머니보고 내려서 알아서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나에게는 수수께끼 같은 요앞의 비밀을 파헤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메어리와 새클턴 가족은 웬 장애물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나무판자와 상자. 판자는 웬만한 집의 방문만큼은 될 크기정도는 되는 게 넓적하게 서너 개 쌓여있고 상자는 두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게 두 개 있었다.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내 의지로 멈추는 거하고 이렇게 남의 방해로 멈추는 건 엄연히 달랐다.


심지어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뒤에 환자도 한 명 태우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자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라벤의 말에 의하면 아저씨의 코밑에 붙여놓은 향초는 저렇게 오랫동안 맡고 있을 향이 아니라고 했다.


수레를 세우고 길에 멈춰 서있던 나는 아예 손잡이까지 내려놓고 이 물건에 대해서 얕게 고민했다.


누가 봐도 가져다놓은 물건. 금방 주인이 와서 가져갈지도 몰랐다. 아니면 여기 꼭 있어야하는 물건일수도 있고. 설령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에 치우더라도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니었다.

의외로 곧 짐덩이의 주인이 나타났다.


"어? 레이크잖아. 너 여기서 뭐해?"


다름 아닌 헤세였다. 그 애는 한 장의 판자를 더 들고선 뒤뚱뒤뚱 옆걸음으로 걸으며 내가 있는 곳까지, 짐덩이가 놓인 길까지 다가왔다.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냐?"


이런 것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애가 갑자기 나타나니 나는 조금 맹하게 물었다.


"뭐하긴 어후 말도마라."


헤세는 한숨을 섞으며 말을 이었다.


"어르신이 섬 보강할 재료 좀 받아오라고 해서 왔더니 이 꼴이다."


"너 그런 것도 해?"


목공도 하다니 헤세 녀석 별명은 낚시꾼이면서 의외로 만능의 남자였다.


"뭐 이것저것 다 해."


판자가 무거운 것인지 두건을 들썩이며 큰 숨을 내쉬던 헤세는 대뜸 날 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래도 널 봐서 다행이다."


그리고는 징그러운 소릴 했다.


"나를? 내가 왜?"


갑자기 저런 이야기를 할 때는 경계해야했다.


"저기, 좀 미안한데. 네 수레에 이것들 좀 실어주라."


헤세는 저쪽에 놓여있는 판자들과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 수레가 만약 비어있다면 나는 기꺼이 허락했을 것이다. 까짓것 나는 수레만 빌려주고 헤세가 끌면 되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딸린 식구가 몇이고 이미 짐짝 같은 인간 하나와 진짜 짐도 몇 가지 실여있었다.


"안 돼."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럴 때는 단호해질 수 있는 남자였다.


"어? 왜. 저거 보기보다 그렇게 안 무거워."


무게 문제보다도 다른 차원의 과제가 우리에겐 또 있었다.


"지금 들러야할 곳이 한 둘이 아니야."


정말로 일언의 거짓 없이 한 둘이 아니었다.


"에이, 내건 제일 나중에 나 혼자 가도 되니까. 응?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친구? 친구라.


"너 새클턴 알아?"


나는 헤세에게 물었다.


"새클턴? 그게 누군데. 이 수레 주인이야?"


헤세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모른다면 넌 내 친구가 아니다."

"응? 뭔 소리야, 그게. 레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랑은 말이 안 통한다 생각한 것인지 헤세는 뒤에 있던 레샤에게 물었다.


"어... 레샤가 아닙니다. 저는 메어리입니다..."


하지만 그 애는 메어리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 거절 절차에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아니면 요앞이 어디인지 알기라도 하던가. 그럼 해줄게."


"뭐어? 요앞?"


헤세는 눈을 찡그리며 두건을 고쳐 썼다.


"그래 요앞."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것만 알면 돼?"


더 볼 것도 없다는 생각에 눈감고 고개만 주억대던 나는 헤세의 대꾸에 고갯짓을 멈추고 눈을 떴다.

딱 말하는 투가 그렇지 않은가?


"너 알아?"


"뭐... 한 군데 있긴 한데. 일단 나 이거 싣는다?"


그리고 헤세는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작은 상자부터 레샤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이게 원래 이렇게 길어질 내용이 아닌데 주기가 길어지다보니 내용도 늘어지네요.

원래는 기말고사 끝나고 좀만 쉬고 쓰려고 했는데 어... 그... 쉬는 날 끄트머리에 보기 좋게 탈이 나서 엄청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턴 방학이니까 연재주기도 점점 회복세로 들어갈겁니다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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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49. 오목과 오목(2) +4 20.02.21 157 3 23쪽
279 49. 오목과 오목(1) 20.02.19 164 2 26쪽
278 48. 볼록과 볼록(5) 20.02.13 153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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