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최근연재일 :
2023.06.27 01:06
연재수 :
327 회
조회수 :
101,370
추천수 :
2,395
글자수 :
2,515,552

작성
18.08.18 22:49
조회
189
추천
7
글자
16쪽

33. 헛것이 아니야(2)

DUMMY

요술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요사스럽다는 말과도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비슷하니 요사스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무리였다.


그 사람들이 들으면 화 낼지는 모르겠지만 대사제도 못 고치는 고질병을 자기가 완화 시킬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바르는 약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면 치유 마법과 의술은 뭐하러 존재하는 것이냐고.


그래. 바로 그 치유 마법과 의술은 사제들의 것이었다. 나는 내 손을 꽉 붙잡고 설교를 늘어놓는 에반젤린을 빤히 보았다. 그 애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잔소리 할 때는 곧잘 그랬다.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결정짓는 건 굉장히 안 좋은 버릇이에요."


라던가.


"그렇게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사기꾼이라고 하면 듣는 사기꾼도 기분이 나쁠거예요."


같은 것들.


"...근데 사기꾼을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건 괜찮지 않아?"


나는 잠자는 강아지 귀 들춰보듯 슬쩍 말했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죄를 지었을지언정 뉘우칠 수 있는 기회도 분명히 주어져야죠."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은...


"아니... 내가 뭐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닌 것도 아니고..."


"게다가 헬레나 선생님은 사기꾼이 아니에요. 저한테 증명서까지 보여주셨는 걸요."


"즈, 증명서?"


증명서라니 무슨 증명서를 말하는 것인지 도통 가늠가는 것이 없었다.

나는 능력 있는 요술사입니다! 하는 증서 같은 게 있다는 말은 들어본적도 없었고 엄밀히 말해 요술사라고 인정받으면 사기꾼 낙인을 찍히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네. 증명서요. 헬레나 선생님!"


에반젤린이 아직도 여러 부적들을 내보이고 있는 헬레나를 부르자 그 잠정 사기꾼은 항상 있었던 일인 것처럼 무심한듯 재빠르게 품 속에서 어떤 종이를 한 장 꺼내보여주었다. 나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종이만 흔들어대던 그 여자는 금방 그걸 품 안에 넣었다.


낡은 듯 구겨지고 끄트머리도 조금씩 찢어진 종이 위에는 어떤 글자가 쓰여있고 무슨 둥그런 인장 같은 것도 아래쪽에 찍혀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건 그 종이를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잠깐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잠깐만. 다시 보여줘봐요."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뒤가 구렸다.


"뭐? 아니 넌 누군데 남의 물건을 함부로 보여달라는 거지?"


헬레나는 나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보였다.


"방금 전에 증명서 보여달라고 한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도 정말 남한테 관심이 없네!


"그랬나. 뭐 아무튼 보여달라면 보여줘야지. 자."


염려했던 것과 달리 헬레나는 순순히 증명서를 다시 꺼내보여주었다. 나는 거의 종이에 코를 박다 시피하고 읽었다.


그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올해의 도토리 채집 대회 영광의 1위...


첫 줄부터 때려쳐버렸다.


"무슨 도토리! 뭔 상관이야! 뭘 증명한거냐고! 뭐를!"


나는 차마 종이를 빼앗아 꾸겨버리지는 못하고 좀 떨어진 테이블로 가서 그걸 마구 내려쳤다.


"음... 정말 품위없는 청년일세?"


헬레나는 별꼴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래 떴다. 그것도 잠시 증명서가 아무짝이 쓸모 없다는 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부연설명들을 덧붙였다.


"뭘 증명하냐니. 당연한거잖아. 내가 어떻게 도토리를 많이 주울 수 있었겠어."


"어떻게 주웠는데요."


"그 숲에서 목소리를 들었어. 이곳에 도토리가 많다. 어서 주워라... 하고."


"목소리요? 아줌마 정령술사에요?"


"정령은 무슨, 그런 요사스러운 게 아니야."


"그럼 뭔데요."


"귀신."


헬레나는 흰자위가 다 보이도록 눈을 희번뜩 떴다. 안 그래도 화장도 짙은 사람이 눈까지 그렇게 뜨니 정말 괴담이 눈 앞에 나타난 모습이었다.


"그 숲에서 목 매달아 죽은 귀신이었어."


그러고선 다짜고짜 하는 얘기도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사제님 저런 얘기 막 해도 되는 거예요? 안 막아도 돼?"


나는 도리어 에반젤린에게 따져물었다.

왜 그런 느낌이 있지 않은가. 감히 신의 종인 사제 님을 앞에 두고 귀신이라니 그 목소리가 들린다니 목을 메달았다니 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우리 엄마가 있었으면... 있었으면... 어?! 있었으면 아무튼 굉장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네? 아. 제가요? 음... 왜요?"


그러나 돌아오는 건 순진한 물음뿐이었다.


"왜냐니! 그 뭐야! 그러니까, 그! 아... 에... 음... 어... 아니면 됐어..."


끓어올랐던 피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그래 사제 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동네 청년이 이러쿵 저렁쿵 떠들어대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그런 걸로 사제가 딴지를 걸어야한다면 레샤는 아마 에반젤린 앞에서 한 마디도 못 했겠지.


"후후후... 레이크 님은 가끔 정말 엉뚱하시다니까요."


에반젤린은 빙긋 웃으며 내 앞머리를 오른쪽으로 정리했다. 그러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왼쪽으로 정리했다.


"그런 부분도 정말 귀엽지만..."


그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손가락 빗질로 앞머리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던 에반젤린은 무심코 했던 말이 부끄러운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어머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날 때렸다!

아니 칭찬은 고마운데 왜 날 때리는 거냐고, 하는 것조차 지금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더 더 납득 안 가는 이야기에 대해 난 따져묻기로 했다.


"아니 그것보단!"


나는 따끔거리는 팔뚝을 문지르며 다시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귀신이 도토리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고요?!"


"그래. 그랬지."


헬레나는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 매달은 귀신은 원한이 많아. 남들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족속들이거든. 그런 방향으로 조금만 살살 구슬리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어."


"그래서! 도토리가 많이 떨어진 자리를 알려줬다고요?! 귀신이?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그래서 원한이 많다던 그 귀신이?!"


"글쎄 그렇다마다. 사람을 못 믿는 걸 보니. 너도 마가 좀 낀 거 같구나. 한 번 봐줄까? 어디 고개를 좀 똑바로 해봐보렴."


그리고 헬레나는 내 뺨을 잡아누르고 내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생긴 것답게 퉁퉁한 손가락 힘이 꽤나 억세 나는 힘 꽉주고 그 손아귀를 떨쳐냈다.


"전 얼굴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은 안 믿어요."


"하지만 이쁘고 잘 생긴 것들이 잘 사는 것도 사실이잖아."


헬레나는 초연하게 사람 기죽는 소릴 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아 잠깐만. 지금 잘 생긴 거 못 생긴 거 따지는 게 아니잖아!"


"그래도 안심해도 될거야. 내가 보기에 넌 평탄하게 살 상이거든. 완전 순둥이야."


"아니!"


오늘 벌써 몇 번째 아니였더라.


"아줌마가 뭘 모르시나 본데... 제가 나름 굴곡이 많거든요? 그렇게 평범하고 순둥순둥하단 소리 들을 사람은 아니란 말이에요...!"


"뭐. 이 나라 용사라도 돼?"


그 한 마디에 나는 덜컥 말문이 막혔다. 헬레나가 정말 뭘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말이 너무 왈가닥스럽게 들리니까 본인도 시시한 말로 받아친 그런 가벼운 농담.


근데 그런 농담이 왜 이리도 아픈 걸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뭐. 그 정도 반응은 나에게 약과지. 이런 일을 하다보면 너희 같은 애들도 자주 만나는 편이거든. 하지만 괜찮아. 보아하니 이 사제 님하고 친한 거 같은데. 오늘 이 사제님을 도운 것도 나거든."


헬레나는 거들먹거리며 옆의 에반젤린을 가리켰다.


"맞아요. 제가 어제 물을 긷고 있을 때의 일이었요."


그러자 에반젤린은 새삼 고마운 듯 두 손을 맞잡고 회상했다.

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고 함은.


"우물의 두레박을 긷고 있는데 그 날 따라 무척 무겁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안을 들여다봐도 모르겠고 두레박에 돌이 들어간 것도 아닌 거 같았거든요. 그래도 못 들 정도로 무거운 건 아니었으니까 계속 했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헬레나 선생님을 만나게 된거예요."


그리하여 헬레나가 무엇을 했는고 함은.


"헬레나 선생님은 그 우물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셨어요. 알고보니 너무나도 애달픈 우물이었더라고요. 그곳이..."


"우물이... 애달퍼?"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네. 그렇게 깊은 사연이 있는 줄 몰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건 레이크 님에겐 알려드리지 않을 거예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주지 않겠다니, 김 빠지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젓는 에반젤린에게 되물었다.


"아니 왜?"


"레이크 님은 그런 이야기는 모르고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그런..."


에반젤린은 입가를 가리고 거듭 벅차오르는 슬픔을 참아내었다.

거 참 옛날 이야기 한 번 얻어듣기 으음청 힘드네.


"아, 알았어. 근데 그래서 어떻게 된건데?"


나는 에반젤린을 얼러 다음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랑은 관계도 없는 애달픈 과거 따위 몰라도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헬레나 선생님이 우물의 원한을 풀어주셨어요. 안에 숨어있는 영령의 이야기를 들어주셨거든요. 상당히 길었는데도 헬레나 선생님은 도르래르 만지작 거리면서라도 지루함을 견디고 모두 들어주셨고 대화로 풀어내니 두레박이 다시 가벼워졌어요."


"아니 잠깐만!"


정말 오늘 몇 번째 아니인지 까마득했다.


"그 도르래를 만지면서라는 게 엄청 신경 쓰이는데. 어? 도르래를 만진 게 대화보다 결정적인 게 아닐까요, 사제 님?"


"그치만 도르래는 저도 확인해봤는 걸요."


"아 그래? 아... 그랬구나."


저렇게 의심없이 믿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한단말인가. 별 수 없이 난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대고 네 눈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할 순 없었고 서로 박박 우겨봐야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캥기는 부분은 묻고 싶었다.


"근데, 거기 성당 우물 말하는 거 아니야? 그런 곳에 그런 사연이 있어? 있어도 돼?"


"레이크 님."


에반젤린은 왠지 익숙한 어조로, 진득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왠지 익숙한 어조로 내 오른손을 위아래로 포개 잡았다.


"저는..."


"알았어. 알았어, 안 그럴게! 안 그런다고!"


뭔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에 나는 반성부터 했다.


"저는 레이크 님이 좀 더 다른 사람을 쉽게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믿음이란 건 그런 거니까요. 음... 혹여 속더라도 그를 용서하시고 다시 타인을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래 얼마나 좋은 말이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속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다시 밝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냐고! 그런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꼭 한 번 삐딱하게 굴고 싶었다.


"그러다 전재산을 잃으면?"


"엇, 저, 전재산을요? 아... 그럼..."


에반젤린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전재산을 잃은 레이크 아이힐데른을 보살펴줄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것이다.

사제 님의 이런 부분 때문에 장난을 치고 싶게 되는 거다.


"그럼 그 때는 제가 어떻게든... 이 머리카락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어떻게든 해드릴 테니까아!"


에반젤린은 모자까지 휙 벗으며 날 밀어붙였다. 당장이라도 한 뭉텅이 자를 기세에 지레 내가 놀라버렸다.


"저기, 사제님. 아직 안 당했어요."


"혹시라도... 돈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전... 머리카락이 금방 자라는 편이거든요..."


"아니요... 사제 님. 사제 님 머리 팔아서 번 돈으로 나보고 뭘 하라는 거예요."


"...과자를 사드셔도 돼요."


"왜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려고 그래?"


여자 머리 판 돈으로 과자 사 먹는 놈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은 폼도 안나고 실속도 없으니 되고 싶지 않았다. 되고 싶지 않았다기 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거겠지.


어쨌거나 에반젤린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요 허여물그레한 아줌마의 말은 믿는 셈 치기로 했다.


"근데... 그래서 이 아줌마는 왜 데려온 거야?"


나는 또 다시 스태로 아저씨와 흥정을 벌이고 헬레나를 보며 말했다.


믿는 것 믿는 것이고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아, 사실은..."


에반젤린은 다소 머뭇거리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걸까. 그렇다면 무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거절이라는 걸 좀처럼 하지 않는 애다보니 이게 지금 괜찮은 건지 아니면 내가 곤란하게 하고 있는 건지 잘 가늠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는지 에반젤린은 수줍게 말을 꺼냈다.


"전에... 제가 해골 인형을 못 알아봤잖아요... 정신없던 상황이라고는 해도 진짜 언데드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한 건 사제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제가 전투 사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요."


"괜찮지 않을까. 나도 우연히 알아챈거고. 그 인형도 꽤 정교했잖아."


"아니에요!"


에반젤린은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고 하시니 나는 얌전히 그런가보다 맞장구부터 쳤다.


"그래서 사술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려고 했는데 미크로셀 성당엔 그런 걸 하시는 분이 없고 독학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떻게 고민하던 찰나에. 헬레나 선생님을 만나게 된거예요. 정말 운이 좋았죠."


아아, 그렇게 듣고보면.


"사술 좀 다룰 거 같이 생기긴 했는데..."


그 한마디 하기 무섭게 에반젤린이 손등을 꼬집었다.


"레이크 니이임!"


"아니 뭐, 생긴거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 같은 게 그렇다고..."


실실 웃으며 변명하자 에반젤린은 애써 엄한 표정을 지어보려다가 결국 픽 웃고 말았다.




그리하여 에반젤린의 사술 선생님은-


사상 최악의 상대를 대면하고 있었다.

안 쪽에서 뭘하고 있었던 건지 하루종일 설거지를 하던 야우라가 헬레나를 붙들고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한참이나 말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아니 노려본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긴장감마저 흘렀다.

진짜 왜인지 모르겠다.

왜? 대체 왜.

대체 뭐기에 야우라가 이렇게 오래 입다물고 가만히 있는 거지.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역대 최장기록이었다.


얼마나 좋아. 지금만큼은 저가 항상 떠들듯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는 미녀 여급이 맞았다. 저렇게만 있어봐, 클로에가 가진 근심 걱정의 절반은 날아가는 거였다.

절반은 아저씨 거였으니까.


"그래서..."


한참만에 야우라가 한 말은.


"난 언제 출세할 거 같아?"


때 아닌 미래 상담이었다.


"난 그런 걸 봐주는 사람은 아닌데."


헬레나가 담담히 대꾸했다.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아니야? 안에서 그렇게 들렸는데?"


"그런 건 점쟁이를 찾아가야지."


"그럼 넌 못해?"


"못하는 건 아니야. 관상은 내 전문분야가 아닐뿐이지. 인종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귀 가리면?"


야우라는 양손을 들어 길쭉한 제 귀를 가리고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똑 같 겠 지."


보다가 기가 찬 내가 끼어들었다.

귀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라고.

눈 감았다 뜨면 운명이 바뀌는 소리하고 같지 않은가. 바보 같은 얘기였다.


"넌 조용히 해! 알지도 못하는 게?"


야우라는 들고나온 행주를 나한테 던졌다.

급작스럽다곤 하나 나풀거리는 천조각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거꾸로 내가 야우라를 향해 행주를 던지자 그 애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팔만 움직여 행주를 낚아챘다.


저 봐, 진짜 진지하다니까.


"그럼 출세 말고 다른 건?"


남이사 노려보건 말건 야우라는 제 관심사에 집중했다. 아직 닥쳐오지 않은 자신의 미래 말이다.


"음...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 내게도 확실히 보이는 게 있어."


"있어? 뭔데? 뭔데뭔데?!"


"아가씨는 결혼을 일찍 할 상이야."


"으에엥? 결호오온?"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야우라는 인상을 팍 썼다.


그보다 야우라가 일찍 결혼할 상이라니 참 이상한 얘기였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마흔 두 살이면 벌써 많이 늦은 거 아냐?"


나는 에반젤린의 의견을 물었건만 귀신 같이 행주가 날아와 얼굴을 덮었다.


작가의말

잠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갔다오고나니 이런 건 공지해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4 혼연무객
    작성일
    18.08.18 23:21
    No. 1

    뭐 더웠던것은 사실이고

    정기연재요일에 공지도 안올리고 그러셨으면 좀 그렇지만

    뭐 아니니 전 괜찮음

    다음편을 기다리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7 56. 또 손가락 걸고(7) +2 23.06.27 49 1 17쪽
326 56. 또 손가락 걸고(6) +2 23.06.22 47 1 15쪽
325 56. 또 손가락 걸고(5) 23.06.16 42 2 16쪽
324 56. 또 손가락 걸고(4) +2 23.06.08 48 1 14쪽
323 56. 또 손가락 걸고(3) +2 23.06.05 48 2 19쪽
322 56. 또 손가락 걸고(2) +4 23.05.05 50 2 14쪽
321 56. 또 손가락 걸고(1) +2 23.04.26 58 2 16쪽
320 55. 기우면 될까(5) 23.02.15 61 2 14쪽
319 55. 기우면 될까(4) +2 23.02.09 65 2 14쪽
318 55. 기우면 될까(3) +2 23.02.03 62 2 18쪽
317 55. 기우면 될까(2) +2 23.01.30 64 2 13쪽
316 55. 기우면 될까(1) +2 23.01.28 61 2 16쪽
315 P.S 옛날 옛날 어느 옛날에 23.01.25 83 2 7쪽
314 54. 조각조각 사각사각(8) 23.01.18 61 2 12쪽
313 54. 조각조각 사각사각(7) +2 23.01.13 78 2 14쪽
312 54. 조각조각 사각사각(6) +1 21.11.06 124 1 16쪽
311 54. 조각조각 사각사각(5) +2 21.10.24 106 2 20쪽
310 54. 조각조각 사각사각(4) 21.10.19 110 2 20쪽
309 54. 조각조각 사각사각(3) +1 21.10.13 122 1 17쪽
308 54. 조각조각 사각사각(2) +2 21.10.05 202 2 12쪽
307 54. 조각조각 사각사각(1) +1 21.10.02 122 3 17쪽
306 드리는 말씀 21.10.02 144 4 2쪽
305 53. 파편의 편파(5) +2 21.01.26 163 3 20쪽
304 53. 파편의 편파(4) +2 21.01.07 134 2 13쪽
303 53. 파편의 편파(3) +2 20.12.31 137 4 27쪽
302 53. 파편의 편파(2) +2 20.12.21 150 4 19쪽
301 53. 파편의 편파(1) +2 20.12.15 133 3 20쪽
300 52. 편파의 파편(6) +2 20.09.19 174 6 24쪽
299 52. 편파의 파편(5) +2 20.09.09 168 3 16쪽
298 52. 편파의 파편(4) +2 20.09.05 137 5 19쪽
297 52. 편파의 파편(3) 20.08.20 136 4 19쪽
296 52. 편파의 파편(2) 20.08.13 140 3 20쪽
295 52. 편파의 파편(1) +8 20.08.07 166 5 17쪽
294 51. 찰박찰박 해(5) +3 20.04.24 184 2 17쪽
293 51. 찰박찰박 해(4) +2 20.04.21 149 2 19쪽
292 51. 찰박찰박 해(3) +4 20.04.13 151 3 20쪽
291 51. 찰박찰박 해(2) +3 20.04.07 152 3 16쪽
290 51. 찰박찰박 해(1) 20.04.07 143 3 12쪽
289 P.S 푹 익혔어 +4 20.04.02 157 3 10쪽
288 50. 삼월의 토끼(5) 20.04.01 147 2 12쪽
287 50. 삼월의 토끼(4) 20.03.27 137 3 14쪽
286 50. 삼월의 토끼(3) +4 20.03.25 144 3 20쪽
285 50. 삼월의 토끼(2) +2 20.03.22 177 3 22쪽
284 50. 삼월의 토끼(1) +2 20.03.17 139 2 15쪽
283 49. 오목과 오목(5) 20.03.13 148 2 16쪽
282 49. 오목과 오목(4) +2 20.03.01 171 2 18쪽
281 49. 오목과 오목(3) +6 20.02.27 154 2 22쪽
280 49. 오목과 오목(2) +4 20.02.21 157 3 23쪽
279 49. 오목과 오목(1) 20.02.19 164 2 26쪽
278 48. 볼록과 볼록(5) 20.02.13 153 2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