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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밟았어
작품등록일 :
2017.04.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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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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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5화 평당 1전짜리 땅 (1)

본 작품은 작가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며, 실제 인물 및 지명과는 관련이 없음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DUMMY

“엄청나군요.”


김기덕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15만 원과 나의 35만 원, 그리고 대출받은 50만 원을 합치면 총 100만 원이다. 1900년대 조선의 경제 규모를 미루어볼 때 이 정도 액수면 정말 미친 것이다.


‘허생전을 찍어도 되겠는데?’


어떤 생필품 하나를 매점매석해서 물가 장난질을 쳐도 통할 수준. 하지만 그렇게 해서 죽어나는 것은 서민들뿐이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조선은행에서 제공하는 투자자문은 모두 거절했다.


김기덕의 목재와 석탄 운송 아이템 역시 기각했다.


내가 계속해서 모든 사업 아이템을 기각하자 김기덕은 벌써 애가 타는 모양이다. 하긴 그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자는 계속 나가고 있으니까. 사실 대공황이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지라 은행 이자가 한참 비쌀 때다. 대출을 끼고 뭔가를 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


하지만 나는 다 생각이 있다.


이 돈으로 뭘 하느냐? 땅을 살 거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장차 조선 최고의 거부로 만들어 줄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이 돈으로 토지를 매입할 겁니다.”


내가 단호하게 선언하자 김기덕은 고개를 갸웃한다.


“어디의 땅을 말씀이십니까?”

“나진.”


내 말에 김기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진? 그곳은 함경북도의 깡촌 아닙니까? 완전히 버려진 땅일 텐데요?”


맞는 말이다. 적어도 1932년 8월 23일 아침까지는 그렇겠지.


나는 싱긋 웃으며 함경북도의 지도를 폈다. 그리고 김기덕에게 딱 한마디를 남겼다.


“나진은 10년 뒤에 길회선(吉會線)의 종단항(港)이 될 겁니다.”


내 말에 김기덕은 무슨 미친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길회선은 함경북도 회령과 중국 동북부의 지린 사이를 잇는 철도다. 회령은 처음 김기덕이 목재와 석탄을 모을 곳으로 정했던 곳이니만큼 김기덕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곳.


나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현대에서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내용들이 떠오른다.


일본은 섬이다. 놈들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륙과 연결되는 항로와 항구가 필요하다.


거리만 놓고 봤을 때 최적의 노선은 일본 쓰루가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동해 항로.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일본이 통제가 불가능한 러시아의 영토일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꽝꽝 얼어서 도저히 배를 띄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항로가 아주 조금 길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조선의 끝자락, 호랑이의 앞발 부근에 위치한 항구를 찾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곳은 청진과 웅기였다. 이곳에 중국과 조선을 잇는 철도 길회선과 일본과 조선을 잇는 종단항을 만든다면 일본 쓰루가에서 온 배가 조선에 화물을 내려놓는 즉시 중국의 지린과 신징, 더 나아가 하얼빈까지 보낼 수 있다.


그러나 1925년, 청진과 웅기. 이 두 지역 또한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된다.


청진은 함경북도에서 가장 큰 항구이기는 하지만 정어리나 청어잡이 배들을 위해 개발된 만큼 장소가 너무 협소했다. 최소 1만 톤 급의 선박 수백 대가 동시에 정박하기엔 턱도 없이 무리다.


웅기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항구다. 기반 시설이 잘 닦여 있기는 하지만 항만이 지나치게 좁고 항만의 입구로 들어오는 목 부근의 물살이 지나치게 강해 선박들이 정차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결국 이 두 항구의 사이에 있는 나진이 종단항으로 선정되게 된 것이다.


이때 나진의 땅값은 기껏해야 평당 1전, 지금 돈으로 600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이 고작 10년 만에 평당 50만 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이 되는 것이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1천배씩 뛰었다던 부동산계의 전설.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때다.


* * *


나는 김기덕을 데리고 뷰익 리무진을 몰아 나진에 도착했다.


나진은 정말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면사무소 같은 곳을 지나 차를 몰고 들어가자 다섯 채 정도의 초가집만 보인다. 그 뒤로는 쭉 해변이었다. 오지(奧地)가 아니라 오지(汚池)에 가까운 어촌.


까악- 깍-


갈매기 하나가 목 쉰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갈매기 똥 가득한 바위 위에 올라서니 저 해안절벽 아래로 파도가 하얗게 박살나는 게 보인다.


“어때요?”


나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멋집니다.”


내 뒤에 선 김기덕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가 보다. 나도 마찬가지다. 곧 내 땅이 될 이 천혜의 땅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꽉 쥐고 바다로 시선을 돌리자, 김기덕이 내 뒤로 다가와 말한다.


“바다거북 등딱지로 만든 테죠? 안경 치고는 꽤 어둡군요. 볕을 차단하는 용도인가요?”


“······.”


선글라스 얘기였냐? 뭐 선글라스가 등장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20년쯤 뒤, 패션으로 이용되는 건 50년쯤 뒤의 일이니 신기해할 만도 하군. (현대에서 가지고 넘어온 것은 전부 역사 고증 체크를 했다.)


“그거 말고요! 땅이 어떠냐고 하시는 거잖아요!”


김기덕의 뒤에서 박소담이 핀잔을 주듯 말한다. 그러자 김기덕은 껄껄 웃고는 자연스럽게 해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습니다.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가 않아요.”

“······.”


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씩 웃었다. 역시나. 미래의 토지 대왕답게, 김기덕은 나진의 잠재력을 바로 알아보았다.


“만(灣)의 비탈이 낮아지는 동시에 해 면적이 넓어지는군요. 저기 나진만 입구에 장승처럼 선 섬 두 개가 세찬 파도를 막아 줘서 수면도 잔잔하고요. 좌우로 말발굽처럼 휘어진 해안선에 가장자리는 쭉 펼쳐진 평야. 크. 그림 같습니다. 마치 항구가 들어서기 위해 만들어진 땅 같아요!”


김기덕의 말에 나는 첨언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함경북도에는 60억 톤의 석탄과 3억 그루의 목재, 그리고 3억 평의 미개간지가 있습니다. 이곳 나진항은 최소 4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동해의 심장이 될 거예요.”


경성의 현 인구가 30만이다. 내 말에 김기덕은 식은땀 한 방울을 해풍에 털어냈다. 그가 나를 보는 시선에는 이제 존경을 넘어 경외심이 섞여 있다.


“······.”


나는 몸을 돌려 바위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자 김기덕은 내 뒤를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온다. 박소담이 그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역사에 의하면 김기덕은 이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낸다. 루블화 폭락으로 부도가 난 그는 1만 원짜리 순금 시계추 뇌물로 조선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곳 나주에 땅을 산다.


김기덕이 산 땅은 자고 일어나면 수백 배씩 올랐고 결국 그를 조선 최고의 토지 대왕으로 만들어 준다.


나는 그의 결심에 확신을 주듯 말했다.


“공동무역상회 본사를 웅기로 옮기시고 나진과 웅기의 토지를 최대한 사들이세요.”


“네!”

“너무 노골적으로 중요시설이 들어설 곳은 피하세요. 자칫 국가에 환수당할 위험이 있으니까. 아마 나진에 종단항이 들어서면 웅기까지 시가지가 확대될 겁니다. 시가지에 위치할, 대형 건물이 들어서기 좋은 목 위주로 알아보세요.”


지금이야 공시가가와 실거래가 거의 일치한다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차이는 천정부지, 결국엔 부르는 것이 값이 될 것이다. 공시가가의 위력이 아직 존재할 때 빨리 사둬야 한다.


“아 잠깐!”


나는 손을 들어 신이 나서 리무진으로 뛰어가는 김기덕을 붙잡았다.


“청진의 땅도 사세요.”


내 첨언을 들은 김기덕은 고개를 갸웃한다.


“나진에 항구가 들어서면 웅기야 그렇다 쳐도······. 접근성이 나쁜 청진의 땅값은 폭락할 텐데요?”


김기덕의 말에 나는 싱긋 웃어준다.


“그거야 종단항 발표가 났을 때의 일이죠.”

“아하!”


김기덕은 손뼉을 짝 쳤다.


청진 역시 항구가 들어서기 상당히 좋은 곳이다. 인구 4만에 제반 시설들도 갖추어져 있다. 웅기보다 항만이 커서 어지간한 수준의 물량은 커버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청진이 종단항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일제 역시 종단항을 청진에 설치하려고 했다.


‘1931년에 일어난 그 사건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됐을 것이다.’


1931년 9월. 만주사변이 일어났다. 만주의 정세가 어지러워짐에 따라 길회선과 종단항으로 수송해야 할 군수물자의 양이 폭증했고 결국 그 물량은 청진항의 수용 가능량을 훨씬 넘어서기에 이른다.


택배상하차를 해 본 적 있는가? 컨베이어 벨트가 8차선 고속도로만큼 넓고 물량이 가득 차서 몰려오는데 짐을 실어야 할 트럭이 쪼끄만 한 다마스라면 얼마나 속이 미어터질까?


그래서 결국 일제는 청진과 웅기의 제반시설들을 포기하고 오지나 다름없던 나진에 새로 항구를 짓게 된 것이다.


‘그러니 1931년, 만주사변 전까지는 꾸준히 땅값이 오를 것이다.’


어차피 지금 이 지역의 땅값은 똥값이나 다름없다. 1만 평에 100원쯤 하는 가격. 심한 곳은 1평에 1전을 하는 곳도 있다. 현대에서는 달고나 하나도 못 사 먹는 가격이다.


‘일단 웅기에 400만 평, 나진에 200만 평. 그리고 청진에도 300만 평. 그 정도 사 두는 게 좋겠다.’


그리고 청진 땅은 바로 팔아 버려야지. 아마 청진에 땅투기를 했다가 모든 걸 잃고 미쳐 버리는 이들이 속출할 것이다.


“기덕 씨.”


나는 또다시 김기덕을 붙잡았다. 내 말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려던 김기덕은 또다시 급제동을 건 채 나를 돌아본다.


나는 단호한 어조로 추신을 남겼다.


“청진의 땅은 조선인에게는 팔지 마세요. 꼭 내가 리스트를 적어 주는 일본인 관료나 지주들에게만 팔도록 해요.”


김기덕은 얼어붙는다. 내 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리라.


청진.


땅값이 제일 미친년 널뛰듯 뛸 곳. 그리고 바닥을 모르고 떨어질 곳.


이곳의 토지는 1931년 9월까지는 나의 칼이다.


훗날 생길지도 모르는 내 적들의 목에 구멍을 뚫어 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벼려 놔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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