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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IN
작품등록일 :
2017.05.20 12:12
최근연재일 :
2017.06.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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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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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잘난 놈들의 세상(3)

DUMMY

헤밍웨이의 6단어 소설 쓰기.

방법은 단순했다.

6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된다.


돈이 없어졌다. 아빠는 운다. 엄마는 웃는다.

(비자금을 잃어버린 아빠의 아픔. 청소를 하다 공돈이 생긴 엄마의 기쁨을 나타내는 이야기).


이런 식으로 6단어를 통해 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대신 그 안에 이야기가 숨어 있으면 된다.

둘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6단어로 된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냈다.

“Get married. The interview fell off.(결혼한다. 인터뷰는 무산됐다.)”

우민이 한 문장을 말하면 쿠에시 아난이 뜻풀이를 했다.

“하하, 막막하겠다. 결혼해야 하는데 아직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니.”

“이제 네 차례야.”

“음··· Scathing. She stood against the sun.(그녀는 태양을 등지고 섰다. 따가웠다.)”

쿠에시 아난은 중의적 표현을 즐겨 썼다. 우민은 문장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기면 쿠에시 아난이 신나게 문장에 대한 해석을 덧붙였다. 이럴 때는 말을 더듬는 습관이 사라진다.

“어릴 때 일을 하고 있으면 어머니가 그늘이 되어주었어. 어머니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우민은 6단어 소설 쓰기를 하면 할수록 쿠에시 아난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범상치 않은 재능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능력 있고, 착한 이 친구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쿠에시, 너는 어떤 글이 쓰고 싶어?”

뜬금없는 질문에 쿠에시 아난이 말을 멈추고 우민을 바라보았다.

“뭐, 어, 어떤 글이냐고 하면, 그, 그냥 생각해 본 적이······.”

마지막 말은 거의 기어들어 가다시피 했다. 신나게 떠들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우민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나는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어. 물론 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면 좋겠지만, 두 가지가 저울에 올라 있을 때 내가 무게를 더 두는 것은 전자일 거야.”

당당히 말하는 우민의 모습을 쿠에시 아난이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 나도 그러고 싶어.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형제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원해.”

지기 싫은 마음에 토해내는 어린아이의 치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쿠에시 아난이 겪었던 과거의 경험이 진심이 되어 흘러나왔다.

도와주고 싶다.

“그렇다면 말이지······.”

자신이 미국에 오기 전 준비했던 것을 함께 하면 꽤 재밌을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랑 같이 ‘Reddat’에 글 한번 올려볼래?”

Reddat.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게시판 형태로 운영되는 사이트다. 한국의 ‘디시인사이드’와 비슷한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곳에서 소설을 연재하는 사람도, 그걸 보는 독자들의 수도 상당했다.

여기다.

여기가 ‘과연 자신의 글이 미국에서 통할까?’라는 의구심을 해결해줄 통로라 생각했다.

“레닷?”

우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쿠에시 아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래, 그곳이 널 구해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벌써 사위는 어두컴컴해졌고,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그래?”

“응.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자. ‘후아암’ 너무 졸립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우민이 침대에 누웠다. 시차 때문인지, 정신없이 몰아친 하루 때문인지 금세 잠에 곯아떨어졌다.


***


아직 개학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일 년 동안 생활해본 쿠에시 아난의 말에 따르면 교과 과정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개학 전에 최대한 플롯을 짜고,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우민은 쿠에시 아난을 데리고 학교에서 인당 한 대씩 제공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게시물을 엮어 책을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사람들도 꽤 많아.”

우민이 레닷에 접속해 게시물들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전체 1등은 아무래도 간단한 뉴스거리, 재밌는 이미지들이 차지하고 있어.”

우민은 능숙하게 레닷의 메뉴들을 클릭해 나갔다.

“여기 novels 카테고리에 가면.”

우민이 마우스를 클릭하자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게시물들이 보였다.

최신, 인기별로 리스트를 정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내 우민이 보여주려고 하는 화면이 나타났다.

“여기 옆에 숫자보이지? 이게 다 사람들이 후원한 금액이야. 작가에게 온전히 돌아가는 돈이지.“

숫자를 보자마자 쿠에시 아난의 눈이 돌아갔다.

1,014$.

자본주의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현재 후원된 금액이 얼마인지 1달러 단위로 적혀 있었다.

천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백만 원이 넘어가는 금액이다.

쿠에시 아난이 태어난 아프리카에서라면 몇 달을 가족들이 굶주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돈이었다.

우민이 쿠에시 아난의 열정에 불을 지필 결정타를 날렸다.

“이 돈이 만 자도 되지 않는 단 한 편의 글로 벌어들인 수입이라면 믿을 수 있겠니?”

편당 결제를 통한 유료 연재라는 개념은 아직 없었다.

대신 후원의 개념이 발달해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순수한 마음에서 후원하는 것이다

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레닷의 인기 게시물에 지원되는 후원금이 상당했다.

“이것만이 아니야. 여기 붙어 있는 광고 수입도 글쓴이에게 분배가 되고, 또 여기서 인기를 끌어 책으로 출판해서 성공하는 케이스도 엄청나게 많아.”

쿠에시 아난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우민의 귀에 들렸다. 하지만 쿠에시 아난은 자신이 없었다.

“내, 내가 할 수 있을까?”

우민이 하는 말이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작년 이곳에 입학하여 잠을 쪼개가며 학업에 열중했다. 타고난 재능 덕에 문학, 언어, 창작 같은 분야에서는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성적을 거두는 것과 책을 출판해 성공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자신 없이 말하는 쿠에시 아난을 향해 우민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내가 할 수 있어.”

두근거렸다.

두근두근.

우민의 말이 마치 휘발유라도 되는 양 심장은 멈추지 않고 속도를 올려 나갔다.

잘생긴 동양인 친구의 저 끝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야기를 나눌수록 부럽기만 했다.

“너도 할 수 있어. 말했잖아.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덜컥.

브레이크라도 걸린 것처럼 빠르게 달려가던 심장이 멈추었다. 쿠에시 아난은 알 수 있었다.

멈춘 게 아니다.

가속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하, 하자. 할게. 죽을힘을 다해 써볼게.”

“개학까지 일주일 남았으니까 그 전에 올리는 걸 목표로 하자.”

일주일?

아직 플롯도 전체적인 구성도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에 대한 주제도 정하지 못했는데 일주일 만에 소설을 써내자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 보겠다던 쿠에시 아난이 할 말을 잃고 우민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해서 다시 물었다.

“이, 일주일 만에 써, 써서 올리자는··· 거, 거지?”

“맞아. 이거 보아하니 내 말을 못 믿는 것 같은데?”

정곡을 찌른 말에 쿠에시 아난의 말 더듬는 증상이 더욱 심화 되었다.

“그, 그런 거, 그런 거 아, 아니야.”

우민이 괜찮다며 한차례 웃어 보인 후 물었다.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왜 물어보는지 몰랐지만 쿠에시 아난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답했다.

“이, 이, 인물, 인물. 사, 사건. 배, 배겨, 배경인가?”

말을 더듬는 것이 살짝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그보다는 대화가 통한다는 희열이 더 컸다.

“인물, 사건, 배경. 여기서 이미 인물과 사건이 잡혀 있다면 수월하지 않을까?”

우민이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쿠에시 아난에게로 돌렸다.


Title: Children of a Poor Village


“가난한 마을 아이들?”

“내가 한국에서 출판한 장편소설이야. 미국에서 출판해 보기 위해서 영어 공부할 때 짬짬이 번역했었지. 이래봬도 지금 한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최 상위권에 있어.”

원제, 달동네 아이들.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던 우민의 첫 장편소설이었다. 영어 공부를 하며 자신의 소설을 번역한 것을 쿠에시 아난에게 보여준 것이다.

“아, 저, 정말 우민 네가 출판한 책이야?”

쿠에시 아난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글을 한 번 보고 우민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이걸 내가 말한 레닷에 올려보려 했는데, 널 만나고 나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쿠에시 아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비록 말은 더듬고 있지만 그 역시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특별 전형으로 트렐로 스쿨에 입학한 수재.

우민이 말한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배, 배, 배경을 아, 아프리카로··· 하, 하겠다는 뜻인가?”

고개를 끄덕인 우민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배경이 바뀌면 인물이나, 사건도 조금씩 수정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해.”

자신도 머지않은 미래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이 친구는 이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란다.

자신의 목표를 이룬 소년.

이 친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원하는 곳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믿으라는 말만이 아닌 결과물로 보여주는 모습에 조금 전까지 마음속에 드리웠던 작은 의심이 차츰 강한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제목도 생각해 뒀어. ‘아프리카 아이들’.”

“나, 나도 조, 좋아!”

사슴 같은 눈망울로 자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쿠에시 아난을 보자 우민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

“정말? 아닌 것 같은데··· 방금 전에 날 의심한 것 같았는데······.”

은근한 어조의 말에 쿠에시 아난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한층 말을 더듬었다.

“아, 아, 아니, 아니야. 그, 그게. 그, 그냥. 어······.”

말을 하던 쿠에시 아난이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 진지한 반응에 오히려 우민이 놀라며 쿠에시 아난의 어깨를 붙잡았다.

“야, 자, 장난이야. 왜 그래.”

“사, 사, 사실은, 조, 조금 너, 널 미, 믿지 모, 못했어.”

약간은 울먹이기 까지는 말투에서는 혹여 자신을 싫어할까 두려워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게 당연한 반응이지. 뭘 그걸 가지고 그래.”

“아, 아니야. 미, 미안해. 내, 내가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이고 하는 말에 이번에는 우민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남자아이의 눈물을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자, 시간이 없으니까 미안함은 잠시 묻어두고, 작업부터 시작하자. 내가 전체적인 구성부터 설명해 줄게. 들어보고 아프리카라는 배경에 맞는 건 그대로 두고, 수정할 건 수정하자.”

“저, 정말 열심히 할게!”

쿠에시 아난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 피부에 박혀 있는 하얀색 눈에 살짝 붉은 기가 돌았다.

친구.

친구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우민의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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