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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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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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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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장-푸른 왕관의 늑대

DUMMY

챙!


준영의 검과 칭기즈 칸의 검이 맞붙으며 불꽃이 주위로 튀었다.


서로 음속을 넘어선 움직임으로 적의 빈틈을 노렸고, 단 한 번의 실수가 승부를 결정하게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딱히 특별할 건 없군. 그나마 말 위에 있어서 조금 거슬린다는 점 정도인가? 아니, 엄청 성가셔.’


준영은 혀를 차며 칸의 공격을 피했다.


기병의 약점이자 강점인 말은 준영의 입장에서 엄청나게 성가셨다.


‘후···. 저 발차기에 맞으면 칼로 깔끔하게 베이는 것보다 피해가 클 텐데···. 젠장 더럽게도 귀찮군.’


무기를 휘두르거나 찌르면 그 사이에서 나오는 동작의 딜레이 때문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빈틈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빈틈이 생기는가 하면 말의 거대한 몸집에 가려져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쩝···. 괜히 전력으로 하라 했나? 말은 타지 말라 하는 게 나았을지도.”

[지금 눈을 파는 것인가!]

“에이, 내가 설마 그러겠어? 전혀 아니지.”


그러나 성가신 것뿐이지 칭기즈 칸도 제 뜻대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준영의 빈틈을 발견하고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그는 무언가 자신이 끌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거기서 나온 왠지 모를 불안감에 얼른 검을 회수했다.


그대로 공격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되는 싸움이거늘, 왜 그런 것인지는 그 자신도 알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술수인지···. 분명 빈틈이 맞거늘.]

“술수라니, 이게 나의 무도(武道)일 뿐이라고.”


챙!


다시 한번 둘의 검이 맞붙으며 불꽃이 튀었다.


그렇게 몇 발자국 물러선 둘은 서로를 지긋이 응시하며 서로의 빈틈을 살폈다.


“아, 진짜. 말이 엄청나게 거슬리네. 애지중지하던 말인가 봐?”

[그대의 검이 거슬리는 것도 마찬가지네. 이는 분명 인간의 검술, 그러나 무슨 깨달음이 있었기에 하늘을 넘어섰는가?]


둘은 서로에게 불만을 터트리며 눈살을 찌푸렸고, 그러면서도 일격(一擊)을 준비했다.


“조화검 일장, 구세의 검.”

[Цэнхэр чонын сүр жавхлан нь мөнхийн юм(푸른 늑대의 영광은 영원하리).]


세상을 양단시킬 것 같은 거대한 검과 용맹하고 거대한 푸른 늑대가 맞붙으며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서로의 최선의 일격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강한 일격의 파장은 어느 정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고, 뒤이어 둘은 더욱 격렬하게 맞붙었다.


준영의 검이 칸의 말의 다리를 베려 하자 그것을 검으로 막아낸 칸은 그대로 준영은 압사시키려 했고, 혼령보를 이용한 준영은 변칙적 이게 방향을 틀어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 이후 생겨난 빈틈에 칼을 꽂아 넣는 데에 성공했고, 말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자 황급히 한 발자국 물러서며 횡을 그어 녀석의 다리를 베었다.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던 칸은 말에서 뛰어내려 중검(重劍)의 묘리를 담은 일격으로 아주 잠깐 생긴 준영의 빈틈을 노렸고, 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공격을 받아내었다.


끼기긱···!


쇠와 쇠가 만나며 들리는 소음과 함께 칸의 검은 준영의 자세를 조금씩 무너트려 갔다.


그럼에도 꿋꿋이 검의 무게를 견뎌내는 준영을 바라보며 칸은 의문을 품었다.


[지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내 검이 그리 가볍지는 않을 텐데.]

“아, 내 특기가 원래부터 부드러운 검이라서!”


돌연 준영의 눈빛이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의 그것같이 밝게 빛났다.


스릉-!


그대로 검을 약간 비틀어 부드럽게 칸의 검을 떨쳐낸 준영은 그대로 칸의 가슴팍을 베었고, 뒤이어 후속타를 날리려던 찰나에 무언가 안 좋은 낌새를 느끼고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가 물러섬과 동시에 그의 말이 준영이 있던 자리를 덮쳤고, 가슴을 베인 칸은 신음을 내뱉으며 말에 올라탔다.


[크흠···. 감이 좋군.]

“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감각이 제일 중요해서 말이야.”


아까까지는 정말 탐색전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끊임없는 공방이 펼쳐졌고, 둘은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튼, 대단하군. 그렇게 검을 흘릴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는데.]

“기술이라는 거지. 그러는 당신은 힘으로 압살하는 걸 좋아하나 봐? 기술이 약한걸?”

[그러는 그대는 기운을 제외하니 힘이 없어 공격이 옅었나 보군?]

“하하, 힘만 무식하게 세서는.”


말은 서로를 놀리듯 비웃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살벌했다.


둘은 약간의 기회만 생기면 서로에게 달려들어 집요하게 공격을 이어갈 것이 분명했다.


“거참 성가신 말은 처리하기도 귀찮단 말이지···.”

[그대의 검이 가지고 있는 묘한 기운 역시 말이야.]

“하하, 맘껏 성가시라···. 고!”


그 한마디와 함께 준영이 먼저 달려들었다.


음속을 넘어선 초음속의 경계에 진입하며 검에 기운을 응집시켰다.


그 모습을 본 칸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과 함께 초음속의 경계에 도달했고, 그곳 안에서 마주친 둘은 서로에게 검을 겨누며 소리쳤다.


“조화검 일장, 멸세검. 낙천만뢰(落天萬雷)!”

[Цэнхэр чоно замыг үргэлж удирддаг(푸른 늑대가 항상 앞장서리라).]


거대한 푸른 늑대와 세상을 파멸시킬 번개의 검이 부딪치고, 폭발로 그쳤던 아까와는 다르게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끼—익--!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둘의 주위는 소멸해갔지만, 그 안에서도 둘은 여전히 힘 겨루기 중이었다.


“싸움을 너무 길게 끌어도 재미없잖아? 여기서 끝장을 보자고!”

[바라던 바다! 푸른 늑대에게 영광을!]


기운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이곳에서 끝장을 보자고 마음먹은 두 사내는 진심전력으로 서로 맞붙었고, 둘의 기세는 막상막하!


칸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는 인간의 몸으로 누구보다 지고한 존재인 준영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지경에 도달한 것이었다.


물론 준영이 힘을 제한하고 싸운 것이긴 하나 이미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법.


그는 결코 깨질 수 없다던 격의 차이를 어느 정도 따라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승리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던 둘의 싸움에서 칸은 자신이 밀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그는 어림잡아 알 수 있었다.


[말이···. 무너지는군.]

“원래였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버텼겠지만, 나랑 싸우는 데에 집중해서 녀석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까먹은 거 아니야?”

[설마 회복하지 못하는 상처라니···. 그걸 예상하지 못한 것뿐이다.]


말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말이 무너지자 푸른 늑대의 기운은 급격히 소멸했고, 준영은 검을 거두고 칸에게 손을 내밀었다.


칸은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한 채로 준영의 손을 붙잡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수부타이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증명이 되었겠지? 나는 초원의 율법대로 그를 나의 왕으로 모시겠다.]

“믿을 수···. 없다!”


칸의 선언에도 수부타이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인지 중얼거렸다.


패배란 모르던 그가 이렇게 패배하다니···.


그의 우상이자, 왕이자, 인도자인 테무친이 패배하는 것을 그는 감히 상상조차 못 했다.


그 결과가 압도적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은 것은 칸뿐.


준영은 옷깃 하나 상한 것이 없다.


기운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충격이 심했나 보군. 아리아, 잠시 다른 곳으로 보내줘.”

“알겠어요. 잠시 쉬고 나면 훨씬 괜찮아지겠죠.”


아리아의 가벼운 손짓에 수부타이 장군은 땅에 묻히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영은 고개를 돌려 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대결의 조건대로···.”

[그대의 수하가 되도록 하지.]

“좋았어, 당신은 내 휘하 8군단장 중 일인이 될 거야.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은 나중에 알려줄 테니···. 일단 의식부터 진행하자고.”


이번엔 준영이 손가락을 튕겼다.


주위의 장소는 급격히 변하여 드넓은 초원이 되었고, 놀란 칸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준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모든 군단장을 존중한다고, 그러니 늑대의 대관식답게 초원에서 진행해 보자고.”


자신이 제한했던 힘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준영의 옷은 바뀌었다.


평소에 즐겨 입던 어두컴컴한 후드와 청바지의 조합이 아닌, 거룩한 신관 같은 옷을 입은 준영이 푸른 왕관을 만들었다.


[그대. 칭기즈 칸, 테무친은 들어라. 그대를 지금부터 수호자의 일원이자 군단장인 푸른 왕관의 늑대에 임명하니. 그대, 자신의 사명을 다할 것인가?]


그의 입에서는 그가 지고의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듯 신성과 함께 거대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런 그의 선언에 어느덧 반(半) 영체에서 완전한 신체(神體)를 가지게 된 칸은 고개를 숙이며 왕관을 받아들었다.


“푸른 늑대로서, 그대의 명을 받들어 푸른 왕관을 짊어지니, 나의 사명은 초원의 수호. 외신과의 전쟁에서 그대와 함께 이 땅을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


그가 자신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자 전 차원에 거대한 파동이 일며, 칸은 자신을 새롭게 채워가는 힘에 전율하며 푸른 늑대의 가죽을 둘렀다.


마치 환골탈태(換骨奪胎)하듯 천천히 바뀌는 칸의 모습을 바라보며, 준영은 피식 웃었다.


그가 완전한 변화를 마쳤을 때, 얼마나 강해질지. 초원을 지키고자 싸움에 임할 때, 얼마나 강해질지 감히 상상된 것이었다.


“이제 앞으로 6명···. 서둘러야겠군.”


기대된다는 듯한 표정의 준영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유난히, 밝고 청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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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아자토스 +1 19.03.30 197 3 11쪽
226 결전의 때 +2 19.03.30 221 3 12쪽
225 혁명 +1 19.02.16 230 4 12쪽
224 탐색전 +1 19.02.15 210 4 12쪽
223 숭고한 반역자 +1 19.02.15 228 4 11쪽
222 변수 +1 19.02.13 238 4 11쪽
221 전쟁(4) +1 19.02.12 216 4 12쪽
220 전쟁(3) +1 19.02.11 22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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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회의 +1 18.11.08 30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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