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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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23
작품등록일 :
2017.05.2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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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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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hapter7 : 실전 대비 훈련, 미궁(2-2)

DUMMY

프레이야 파티는 세이온과 승급한 명가의 메리디에스 다섯, 맵퍼 1명을 포함한 총 8인의 최대 파티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소 4인에서 8인이라는 범주를 주었으니 그 범주 안에 꽉 맞추어 파티를 이룬 것이다.

저마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1계층의 슬라임따위는 가볍게 해치우고 그 뒤에 나오는 동굴 보어라든지 자이언트 배트라든지 몬스터들을 단신으로 넘어설 수 있었다.

“최대한 진형을 연습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만···.”

팀의 맵퍼 1명이 조언을 하였지만 프레이야 파티의 최대 다수를 이루는 명가의 메리디에스들은 고개를 저었다.

“일의 힘으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팔의 힘을 더하여 일을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네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것은 조금 더 어려운 적이 나왔을 때 하도록 하지.”

이런 논리로 가볍게 물리친 것이다.

내심 프레이야도 맵퍼의 말에 일리를 느끼던 차였지만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손을 들어 일행의 전체 의견을 반박하기에는 입장이 난처했다. 뭐가 어찌되었든 그녀는 이 무리의 파티장이다. 파티를 잘 이끌고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파티원들에게 끌려가서도 안되지만 독단적으로 파티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울 수 없다. 앞으로 3개월의 기간. 지금까지처럼 얼굴 붉히지 않고 잘 어울리려면 명가의 자존심과 기품, 오만함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저 맵퍼가 조금 더 자신 있게 주장했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조금 더 명성이 높았다면, 조금 더 당당했다면 프레이야 역시 그 말에 힘을 실어줄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파티에 합류한 맵퍼는 명가 출신의 메리디에스들에 기가 눌려있었다. 눈치를 살피고, 조언을 건네나 조언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힘이 실려 있지 않은 것이다.

후우···.

속으로 조금 한숨을 내쉰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길잡이는 파티의 의견에 끌려다니면 안될 터인데···.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메리디에스 파티원들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데 구태여 연습으로 진형을 갖추고 움직이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도 충분히 연습을 한 것인데 슬라임이나 박쥐, 멧돼지 따위에 진형을 갖추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메리디에스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겠지.

들어서기 전 어떻게 방침을 가질 것이냐는 물음에 따라 일행은 단 하나의 목표를 내세웠다. 다른 파티보다 최단 기간 30계층을 찍고 돌아오는 것. 미궁에 3개월이란 시간을 어중간히 보내는 것보다 일찍 해결하고 쉬겠다는 마음이 가득한 의견이다.

일단 파티장으로서 프레이야는 조심히 움직이는 것이 어떨까 권유를 해보았지만 다른 파티원이 가볍게 말을 받으며 넘긴 것이다.

“프레이야양. 그대의 걱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제 세상에 나설 예비용사입니다. 굳이 처음 아우로라 때처럼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그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파티장으로서 부담은 이해해도 움츠릴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용사가 될 모두의 힘이면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타 파티보다 먼저 도착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길입니다.”

파티장은 과제를 일찍 끝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파티원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것. 시험이야 언제고 기회가 있겠지만 목숨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괜한 객기를 부렸다가 미궁 안에서 미아가 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사전에 조사한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들은 것과 경험한 것에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겠지.

저들은 단순히 들은 것만 가지고 미궁을 판단하고 있었다. 전형적으로 실전을 겪지 않고, 이론으로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해도 훈련은 결국 훈련일 뿐이다. 훈련을 받은 많은 병사들이 다량의 훈련만을 쌓아서 정예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실전을 겪어 정예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괜찮으신가요?”

전위에서 함께 움직이던 세이온이 목소리에 프레이야는 안색을 바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요.”

문제될 것도 없다. 자신은 명가의 사람. 저런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다. 여기서 다른 사고를 내보여 괜히 이질감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저 물처럼 저들 속에 섞이면 되는 것이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세이온의 말이 프레이야의 가슴을 찌른다.

그렇게 표시가 났나? 가면을 쓰는 것은 익숙하다. 자신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고, 웃으며 속으로 계산하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충분히 경험했다. 웃는 얼굴로 소개하고, 인사하지만 뒤를 돌아서면 싸늘해지는 것을···.

어째서 다른 것일까? 왜 나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간단했다.

힘이 없어서···. 가문에서 그녀를 밀어내기 위해 뒤에서 음모를 꾸몄으니까.

귀족의 생리가 그대로 이어졌다. 아무리 명가로 재탄생 했어도 그 근본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악습은 그대로 남아 이어지는 것이다. 유모와 집사가 아니었다면 어린 자신은 악의에 노출된 채 그대로 세상과 담을 쌓았겠지만···.

지지 않는다.

많은 것을 포기했고, 또 이에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노력했다. 여자의 몸으로 검을 쓰며 동년배의 남자를 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도 감내했다.

그리고··· 친구라고 여긴 리안과 레나 남매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문의 후계라는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그래, 그런 자신에게 리안과 레나 남매는 이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들 남매는 너무 순수했다. 감정에 속임이 없었고, 진솔했다. 있으면 편했고, 때로는 의지가 되기도 했다.

레나는 자신의 고민을 너무나도 잘 들어 주었다. 때로는 자신보다도 먼저 나서 자신의 걱정을 해결해 줄 때도 있어 놀라기도 하였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어려웠던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어깨를 빌려 준 일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후우···.

결국 한숨이 새어나오고 만다. 가면을 쓰는 것이 그녀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보통이라지만 벗고 살았을 때의 싱그러움을 알고 있는 프레이야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주, 아주 사소한 압박이지만 지치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못 미더울지 몰라도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메리디에스로 승급하면서 처진 눈초리와 어깨가 달리진 세이온이었다. 항상 음울하게 움직이던 그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당당히 주변에 의견을 피력했다. 품위를 갖추고,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명가 출신의 메리디에스들도 그가 서부의 아레나 출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기 시작했다.

세이온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또 공감해 주었다. 말을 하기보다 듣는 타입이기에 항상 무엇인가를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은 명가 출신의 메리디에스의 마음을 잘 충족시켜주었다.

“조금 답답해서···.”

작은 속마음이나마 털어놓을 수 있는 것도 세이온의 기질 때문일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잘 될 것입니다.”

그것이 가면을 쓴 겉치레일지 진심일지 프레이야는 모른다. 다만, 다만 그런 위로가 조그만 위안이 된다는 것은 분명 거절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리안 파티는 수직굴을 지나 3층에 도달 할 수 있었다. 로프로 된 사다리를 밟아서 내려갈 수도 있었고, 또 몇 겹으로 꼬인 로프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갈 수 있는 줄도 있었다. 로위나는 이것도 경험이라며 반 정도는 로프로 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게 했고, 또 반은 몇 겹으로 꼬인 로프를 타고 내려가도록 조언했다.

수직굴은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했다. 조금 좁아지는 구역도 있고, 넓어지는 구역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면 하나의 원통처럼 매끈하게 만들어졌을 같았지만 수직굴은 미궁 내 무작위로 만들어져 있고, 또 길드에서 관리하는 것도 소수라고 말하였다.

“그럼 로프는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네요?”

몇 겹으로 꼬아 내구성을 높인 로프는 그 길이만큼이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가 없었다면 수직굴을 발견한다 해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걸리는 것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치체르 연합에서 최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우로라들이다. 비록 용적은 넉넉지 못하다 로프나 텐트, 기본물품 정도는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합 용사 시스템의 희망이 되는 예비 용사들이다. 승급에 통과한 모든 예비용사에게 아공간 주머니를 공급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연합 차원에서 마법사들의 역량을 끌어 모아 아티팩트를 만들게 하고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은 뒷사정이다.

마법사라는 수 자체가 아레나 동맹에 비해 절대적으로 달리다 보니 그 바쁘디 바쁜 그들을 돈으로 어르고, 희귀한 마법재료로 달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용사 시스템은 운영 될 수밖에 없었다.

용사야말로 동맹과 마왕군에 대항할 힘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스윽.

음의 기운에 익숙해진 리안의 감각으로 무엇인가가 포착되었다. 이에 입을 열려는 찰나 미궁에 익숙한 로위나가 어깨 높이로 손을 들었다. 마치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파티마냥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로위나의 말을 기다린다.

“저층이라곤 하지만 미궁은 방심할 곳이 아니란다. 자, 고글을 썼으니까 포착할 수는 있을 거야. 아가들, 한번 찾아보렴.”

여기서 멋모르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건가요? 라고 물을 일행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주위에 무언가 있기에 걸음을 멈추도록 지시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니까.

리안은 로위나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약한 움직임을 놓쳐버렸다면 미궁 속, 음의 기운에 몸을 숨긴 녀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맵퍼의 실력다웠다.

“안 보이는 것 같은데요.”

제레미아가 말한다.

“흐음···.”

눈치가 좋은 아둠 역시 희미하게 신음을 내뱉었지만 감각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비록 로위나에게 여자인 것이 탈로 났어도 하여튼 그녀는 분명 눈치만큼이나 실력이 좋다는 것은 몇 시간의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레나는 끙끙거리며 미궁을 주변을 시야에 담았지만 음영을 가진 초록색 시야에 특정되는 것은 찾지 못했다.

‘리안. 찾았어?’

미궁에 들어선 뒤 들어보지 못했던 의식공유가 오랜만에 이어진다. 로위나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있었기에 얼굴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레 뚱한 표정이 머리에 그려진다.

‘풋.’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심상 안에서 웃고 말았다. 리안! 하면서 발끈하는 레나의 의식이 이어진다.

‘미안. 미안.’

‘정말이지~. 리안 찾은 거야?’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가 그래도 적이 먼저라는 듯 생각을 고친 레나의 의식에 리안이 답을 주었다.

‘로위나를 중심으로 우측 50m 정도의 위치를 살펴봐.’

리안의 조언에 레나는 눈동자를 커다랗게 떴다. 굳이 작게 뜨나 크게 뜨나 고글의 성능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내 눈이 가늘어지는 것이 위화감이 드는 지점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언니. 저기요.”

레나가 손가락으로 50m 전방의 우측을 가리키자 로위나는 잘했다는 듯 살짝 박수를 치고는 레나를 칭찬하였다.

“레나 아가는 눈치가 빠르구나. 보통 처음에는 저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데···. 정식 명칭은 바위지네란다. 특히 한 쌍의 더듬이를 가지고 있는데 대략 100m 정도의 감지 범위를 가지고 있지. 초반 미궁을 탐색하는 초보 모험가에게 가장 위험한 녀석인데, 더듬이를 이용해 모험가들의 리듬을 파악하고, 빈틈을 찌르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감지가 쉽지 않아요, 언니.”

레나의 말에 로위나는 맞장구친다.

“5계층 이내는 동굴 지형이고, 대다수가 바위라는 명칭이 붙거든. 그만큼 훑어 내리는 시야만으로 찾기가 어려운 녀석이야. 분명 처음 만나고 적응할 때까지 근접 거리를 주게 되면 독니에 당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쉽게 찾는 방법이 있나요?”

레나의 반문에 로위나는 주변에 널린 돌멩이 하나를 들어 멀리 한쪽으로 던진다.

톡. 톡. 도르르륵.

돌이 동굴의 벽에 부딪치다 굴러가며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고 바위지네가 무수한 다리를 움직이면서 소리의 진원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금은 움직임을 확인하기 쉽지?”

“예.”

“바위지네는 열이 아닌 소리를 감지하기에 멈춰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이런 식으로 움직임을 이끌어 내면 쉽게 잡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동할 때, 항상 주의를 늦추지만 않으면 저층에서는 우리 아가들이 위험할 일은 없는 것이란다. 그럼, 리안 아가. 처리 부탁할게.”

리안이 검을 빼들고 접근한다. 뒤에서 다시 던진 돌에 신경을 빼앗긴 지네의 뒤에서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키엑! 하는 소리와 함께 세로로 반 토막이 났다.

“깔끔한 솜씨구나. 수고했어.”

로위나의 칭찬을 뒤로 리안 일행은 바위지네에게 다가갔다.

“마, 마석을 찾아야 하는 건가요?”

남자답지 않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제레미아가 말한다. 아둠이나 레나는 멀쩡한데 제레미아가 이리 말하는 이유는 그 체액의 냄새가 고약하고 끈적끈적 늘어지는 것이 아무리 장갑을 낀 손이라도 밀어 넣고 싶지 않았기에 나오는 말이 분명했다.

“남자가!”

아둠이 타박을 주며 손으로 바위지네의 몸을 헤집었다. 인간형 몬스터라면 심장 부근을 찾겠지만 이 바위지네는 어딘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머리일까?

반으로 쪼개진 좌우의 머리를 손으로 휙휙 젓는다. 달갑지 않은 느낌에 머리끝이 쭈뼛하게 섰지만 벌수 있는 돈을 마다하는 건 아둠의 취향이 아니었다.

몸통일까?

좌우로 갈린 바위지네의 몸통 하나하나를 꼼꼼히 헤집는다.

탄탄한 근육에 큰 키. 부리부리한 체격의 제레미아는 아둠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 자리를 맴돌다 결국 로위나에게 묻는다.

“로, 로위나씨.”

“씨라니 딱딱하네. 누나라고 부르렴, 아가. 왜?”

“누나는 그렇고, 누님으로 부르겠습니다. 누님. 바위지네에 마정석은 잘 나오나요?”

로위나는 제레미아의 말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

“저층도 희박하게 마정석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만 저기 봐. 저런 질척질척한 체액에 수백마리를 잡아도 나올까 말까 하는 바위지네의 속을 헤집고 싶겠어? 다른 몬스터나 마물의 경우 핵이 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바위지네는··· 답이 없거든.”

열심히 바위지네를 헤집던 아둠의 손이 뚝- 하고 멎는다.

“그, 그럼 왜 말리지 않으신 건가요?”

“누.나.”

“예, 로위나 누님.”

로위나의 강조에 제레미아가 뒤에 누님을 덧붙이자 배부른 고양이의 만족한 웃음을 띠우며 이리 답하는 것이었다.

“혹시 모르잖아. 희박하다고 했지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는 안했거든. 구태여 찾을 필요는 없지만 찾겠다면 말릴 이유는 없는 거란다.”

쭈그리고 않았던 아둠이 다리를 폈다. 그리고 손을 한번 털었다.

처억.

질척거리는 체액이 덩어리째 로위나를 얼굴을 향해 날아갔지만 잽싸게 자리를 이동하여 결국 마주 대화하던 제레미아의 얼굴에 부딪치고 말았다.

“으, 으앗!”

어이없는 비명소리와 함께 얼굴을 닦아내는 제레미아.

아둠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로위나를 향해 말했다.

“이런, 로위나씨. 체액이 튀길 줄은 몰랐네요.”

“저런. 조심해야지. 그러나 이 언, 아니 누.나.는 튀기지 않았으니까 미안한 마음은 가질 필요 없단다.”

상큼 발랄하게 말하는 웃는 로위나와 마주 대응하는 아둠을 바라보며, 제레미아는 바위지네의 체액을 닦아내면서 내심 섞인 목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둠··· 로위나 누님. 무서워.”

기사 가문이라지만 캄캄한 미궁. 그 두 사람의 대화가 살벌하게 느껴지는 것은 둔감한 제레미아라도 알 수 있었다. 체액을 튀긴 아둠의 사과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리저리 치이는 것이 많은 제레미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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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chapter8 : 교차 (3) 17.08.12 69 1 12쪽
235 chapter8 : 교차 (2) 17.08.12 76 1 10쪽
234 chapter8 : 교차 (1) 17.08.12 70 1 9쪽
233 chapter7 : 분기 (7) +2 17.08.09 100 1 9쪽
232 chapter7 : 분기 (6) 17.08.09 95 1 9쪽
231 chapter7 : 분기 (5) 17.08.09 86 1 9쪽
230 chapter7 : 분기 (4) 17.08.09 88 1 10쪽
229 chapter7 : 분기 (3) 17.08.09 72 1 9쪽
228 chapter7 : 분기 (2) 17.08.09 73 1 10쪽
227 chapter7 : 분기 (1) +1 17.08.09 138 1 10쪽
226 chapter6 : 마왕 (8) +2 17.08.06 101 1 11쪽
225 chapter6 : 마왕 (7) 17.08.06 81 1 10쪽
224 chapter6 : 마왕 (6) 17.08.06 111 1 42쪽
223 chapter6 : 마왕 (5) 17.08.06 85 1 21쪽
222 chapter6 : 마왕 (4) 17.08.06 108 1 33쪽
221 chapter6 : 마왕 (3) 17.08.06 89 1 18쪽
220 chapter6 : 마왕 (2) 17.08.06 99 1 29쪽
219 chapter6 : 마왕 (1) 17.08.06 93 1 19쪽
218 chapter5 : 반전 (8) +2 17.08.05 125 1 24쪽
217 chapter5 : 반전 (7) 17.08.05 105 1 19쪽
216 chapter5 : 반전 (6) 17.08.05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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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chapter5 : 반전 (4) 17.08.05 180 1 11쪽
213 chapter5 : 반전 (3) 17.08.05 95 1 12쪽
212 chapter5 : 반전 (2) 17.08.05 96 1 14쪽
211 chapter5 : 반전 (1) 17.08.05 166 1 12쪽
210 chapter4 : 전쟁 (8) +1 17.08.05 119 1 14쪽
209 chapter4 : 전쟁 (7) 17.08.05 95 1 14쪽
208 chapter4 : 전쟁 (6) 17.08.05 188 1 13쪽
207 chapter4 : 전쟁 (5) 17.08.05 96 1 11쪽
206 chapter4 : 전쟁 (4) 17.08.05 95 1 11쪽
205 chapter4 : 전쟁 (3) 17.08.05 87 1 10쪽
204 chapter4 : 전쟁 (2) 17.08.05 90 1 12쪽
203 chapter4 : 전쟁 (1) 17.08.05 99 1 11쪽
202 chapter3 : 대회의 (10) 17.08.02 143 1 11쪽
201 chapter3 : 대회의 (9) 17.08.02 168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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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chapter3 : 대회의 (3) 17.08.02 95 1 12쪽
194 chapter3 : 대회의 (2) 17.08.02 9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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