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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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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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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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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 : 대회의 (5)

DUMMY

(5)

모든 갈등에는 원인이 있다. 그것이 내적인 요소든 외적인 요소든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고,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만족하는 해피 엔딩이라는 공식은 쉽게 찾을 수 없다.

한 사람이 달을 가리키며 저것이 달이라고 말해도 정작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지적하며 어째서 이것이 달이냐고 묻는 것처럼, 사람이 가진 관점이나 시점은 몇 마디 말로 형편 좋게 설득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은 최북단 개척마을에 도착해 고블린과 마을 주민, 순찰대와 함께 묘한 긴장감 아래 열렬히 레나와 리안, 프레이야와 아둠을 비롯한 용사 일행을 반가이 환영하면서 더해졌다.

벽난로가 피어오르는 아담한 집.

촌장이 마련해 준 집에 리안 일행은 테이블에 도란도란 마주 앉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타닥타닥 벽난로 한켠 빨간 불길이 도마뱀의 꼬리처럼 살랑살랑 움직였지만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한 일행은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방책을 입에 담지 못하고 있다.

“의뢰로 요청된 이상 빠르게 해결해야 합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을 정보 요원이자 길안내를 맡았던 제이가 입에 담는다.

“알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도와준 고블린들을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레나가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한다.

“레나. 문제의 요점은 고블린이야. 고블린만 배제한다면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어.”

그렇다.

마을 사람들 전부 고블린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젊은 층 중에서도 이곳 개척마을의 장 제퍼슨의 딸인 린과 그 나이 또래의 몇몇만이 고블린을 옹호하며 은혜를 입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악한 고블린 주술사가 어린 녀석들을 세뇌해 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인근에 퍼지면서부터 시작됐다. 마을의 어른들은 떨떠름하면서도 주술사의 무서운 소문을 의식하면서 혹시 자식들이 자기도 모르게 몬스터라는 약탈자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드러냈다. 더욱이 이 같은 부분을 다른 개척마을의 장이 문제 삼으며 상행에서 제외되자 마을에 실질적인 피해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고향의 첸처럼 린이 말하는 녹색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할 거야.”

희망적으로 관측하는 레나에게 프레이야가 고개를 젓는다.

“문제는 관점이야. 린을 비롯한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녹색이라는 고블린이 분명 마을을 여러 번 도와주고 약탈자들의 손에서 가족을 되찾아 준 것은 사실일 거야. 그런데 순찰대뿐만이 아니라 고블린이 사람과 얽히면서 이곳 개척마을이 다른 개척마을에 배척당하는 상황이 일어났어.”

“······.”

“고립된 개척마을은 얼마 가지 못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기란 혼돈의 안개 최북방 개척마을 내에선 불가능한 것을 알잖아. 재봉과 옷을 비롯해서 무기를 만들 철과 광석도, 도구점의 약재들과 물품들도 필요한 것이 많아.”

명가 출신의 프레이야 입장에서는 고블린 녹색이와 린의 입장이 안타까우면서도 효율을 중시하는 발언을 했다. 순찰대, 린, 개척마을의 어른, 개척마을의 장인 제퍼슨의 중심에 분란이 되는 고블린이 있다면 그 고블린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 간단한 문제다.

수상쩍은 의뢰로 내몬 카본의 더러운 수를 단순하게 돌파하면 그만인 문제.

그러나 레나의 생각은 달랐다. 여기서 단순히 문제의 고블린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꺾는 것과 다름없음을 인지한 것이다.

불편한 것.

곤란한 것.

내게 폐가 되니까 외면하고 지나쳐도 된다?

그것은 용사의 자세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다른 명가 출신의 용사가 돌지 않는 외곽의 주변을 돌면서도, 낮은 공적치에도 불구하고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을 도우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음에 레나는 환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편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편한 의뢰만 찾을 수 있다.

대접받으려 한다면 거대 상단에 몇 번 얼굴을 비추거나, 힘과 권력을 가진 가문을 찾아가 지원을 받으면 간단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른 용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레나 나름의 신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면하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

그녀는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드는 지 리안을 통해 확인했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리안. 첸을 비롯해 아카데미에 가기 전 고블린 소족장과 친교를 나누면서 문제를 헤쳐 나가던 리안을 따라잡고자 레나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발 한발 발을 내딛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리안이라는 소중한 쌍둥이 가족이 옆에 있음에 서로 등을 맞대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배제는 없어. 납득할 수 있는 의견을 내야 돼.”

레나의 고집스런 어조에 프레이야가 아둠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둠. 어떻게 생각하니?”

집 안에서도 로브를 벗지 않고 음침하게 한쪽 구석에 자리하던 아둠에게 공을 던지자 아둠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어디든. 고블린도 인간도 다 문제야. 크큭.”

크큭하며 웃는 아둠에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프레이야. 마지막 기대를 담아 리안에게 시선을 보낸다.

“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분명 프레이야의 말처럼 사태를 쉽게 해결하자면 고블린의 이동과 더 이상 접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 이는 린과 그들 사이의 우정을 무시한 처사가 되겠지.”

“리안. 알고 있잖아. 고블린의 문제가 지속되면 카본의 수에 따라 중앙에서 관섭할 것이 분명하다고. 거기에 너와 레나까지 도매급으로 얽힐 수 있다니까!”

용사 시스템을 지원하는 세 갈래.

중앙과 교관과 신관.

그중 중앙과 신관의 사이는 나쁘지 않다. 신관이 바라보는 이점과 중앙이 바라보는 이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이점.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다는 것은 협력에도 두말할 나위 없지만 중앙과 교관진은 다르다.

중앙은 용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고 교관은 용사를 대등한 입장으로 보는 관점을 주지한다. 이는 결국 같은 시스템 내에서도 갈등의 씨앗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양 진이 양보하지 않는 것은 거기에 많은 것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중앙에서는 신분제가 타파된 지금 명가라는 이름으로써 새로이 자리를 다지고 다시 힘과 권력 많은 재물을 위해! 반대로 교관진에서는 그런 중앙의 도구화에 반대하여 용사와 그들을 가르치는 교관들이 뭉쳐 스스로의 권리 신장과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이런 논점에 따라 서로가 서로의 세를 꺾기 위해 수면 아래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레나 제국이 마왕군의 발호와 치체르 연합의 분쟁 속에서도 신관들을 쳐낸 것처럼 치체르 연합 내에서도 인내가 허용되는 경계를 넘나든다.

마왕이 등장했다.

모든 인류가 힘을 합쳐 마왕을 몰아냈다.

와~ 남은 사람들은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하는 이야기처럼 되지 않은 것.

현실.

그리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당장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다스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사교 모임이라든지 사교 파티에 참석한다. 일반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비싼 술과 음식을 펼쳐두고, 사람들을 말처럼 여기면서 이리 붙고, 저리 붙고 움직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용사 시스템이라는 것도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만든 것.

명목으로는 마왕을 처단한다 표방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용사라는 존재를 만들고 경비견처럼 국경 밖에 내몰아 안위를 지키는 것이 지니지 않는다.

분.명. 용사라는 존재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라는 존재를 한낮 체스의 말처럼 도구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교관진은 이에 대항하는 기치로서 일어났다.

스스로의 도구화에 반대하며 효율보다는 용사들의 권리와 신장, 그 이후의 삶까지도 생각하며 일을 진행시켰다.

부족함 없이 지내왔던 프레이야의 관점이 변경 출신인 리안과 레나와 다른 것은 이러한 부분에도 관여했다.

“카본의 다음 행보가 우려스럽기는 해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어.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내일 아침 일찍 탐문하면서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아둠은 리안이 프레이야에게 답하는 말을 들으면서 과연 일이 쉽게 해결될 것인가 궁금해하는 즐거운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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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chapter8 : 교차 (4) +2 17.08.12 88 1 10쪽
236 chapter8 : 교차 (3) 17.08.12 69 1 12쪽
235 chapter8 : 교차 (2) 17.08.12 7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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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chapter7 : 분기 (7) +2 17.08.09 100 1 9쪽
232 chapter7 : 분기 (6) 17.08.09 9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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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chapter7 : 분기 (4) 17.08.09 88 1 10쪽
229 chapter7 : 분기 (3) 17.08.09 72 1 9쪽
228 chapter7 : 분기 (2) 17.08.09 73 1 10쪽
227 chapter7 : 분기 (1) +1 17.08.09 138 1 10쪽
226 chapter6 : 마왕 (8) +2 17.08.06 101 1 11쪽
225 chapter6 : 마왕 (7) 17.08.06 81 1 10쪽
224 chapter6 : 마왕 (6) 17.08.06 111 1 42쪽
223 chapter6 : 마왕 (5) 17.08.06 85 1 21쪽
222 chapter6 : 마왕 (4) 17.08.06 108 1 33쪽
221 chapter6 : 마왕 (3) 17.08.06 89 1 18쪽
220 chapter6 : 마왕 (2) 17.08.06 99 1 29쪽
219 chapter6 : 마왕 (1) 17.08.06 93 1 19쪽
218 chapter5 : 반전 (8) +2 17.08.05 125 1 24쪽
217 chapter5 : 반전 (7) 17.08.05 105 1 19쪽
216 chapter5 : 반전 (6) 17.08.05 97 1 12쪽
215 chapter5 : 반전 (5) 17.08.05 95 1 10쪽
214 chapter5 : 반전 (4) 17.08.05 180 1 11쪽
213 chapter5 : 반전 (3) 17.08.05 95 1 12쪽
212 chapter5 : 반전 (2) 17.08.05 96 1 14쪽
211 chapter5 : 반전 (1) 17.08.05 166 1 12쪽
210 chapter4 : 전쟁 (8) +1 17.08.05 119 1 14쪽
209 chapter4 : 전쟁 (7) 17.08.05 95 1 14쪽
208 chapter4 : 전쟁 (6) 17.08.05 188 1 13쪽
207 chapter4 : 전쟁 (5) 17.08.05 96 1 11쪽
206 chapter4 : 전쟁 (4) 17.08.05 95 1 11쪽
205 chapter4 : 전쟁 (3) 17.08.05 87 1 10쪽
204 chapter4 : 전쟁 (2) 17.08.05 90 1 12쪽
203 chapter4 : 전쟁 (1) 17.08.05 99 1 11쪽
202 chapter3 : 대회의 (10) 17.08.02 143 1 11쪽
201 chapter3 : 대회의 (9) 17.08.02 168 1 20쪽
200 chapter3 : 대회의 (8) 17.08.02 90 1 15쪽
199 chapter3 : 대회의 (7) 17.08.02 155 1 10쪽
198 chapter3 : 대회의 (6) +2 17.08.02 122 1 11쪽
» chapter3 : 대회의 (5) 17.08.02 93 1 9쪽
196 chapter3 : 대회의 (4) 17.08.02 104 1 12쪽
195 chapter3 : 대회의 (3) 17.08.02 95 1 12쪽
194 chapter3 : 대회의 (2) 17.08.02 98 1 10쪽
193 chapter3 : 대회의 (1) 17.08.02 111 1 13쪽
192 chapter2 : 삼파 (7) +2 17.07.29 133 2 11쪽
191 chapter2 : 삼파 (6) 17.07.29 1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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