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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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23
작품등록일 :
2017.05.2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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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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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4 : 전쟁 (5)

DUMMY

(5)

후방 기지의 병영.

화톳불 주변의 초병들은 하품을 하며 잠을 쫓기 위해 눈을 비빈다. 근래 하도 어수선한 일들이 터져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병력이 전방으로 차출되었다. 그만큼 초계라든지 불침번이라든지 막사 내 잡무라든지 상당수 업무가 남은 군병들에게 과중되어 버렸다.

“그래도 용사님들이 계시니까 마음 든든하지 않냐?”

“예, 그렇습니다.”

타오르는 화톳불에 갈탄을 넣으며 손을 쬐는 병사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동맹 놈들만 아니었다면 내 짬밥에 이리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도 전방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뭐 키메라라던가? 괴물들을 이용해 후방을 교란한다고 하잖아. 전방이나 이곳이나 다를 건 없지.”

타닷.

뜨거운 온기에 따뜻해진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기지개를 켠 병사는 어둠에 뒤덮인 병영 주변을 크게 훑는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고, 별 신경 없이 던진 눈길이었다.

“······!!”

헉하니 숨을 멈추며 급히 손을 내뻗는다.

종을 치는 대가 손에 잡히자 병사는 생각할 것도 없이 사정없이 내리친다.

땡땡땡땡땡~!

어둠속에 있던 샛노란 눈빛. 위아래로 길게 갈라진 동공 속 눈동자는 분명 말로만 듣던 괴물임이 분명했다.

스릉.

검을 빼든다. 그리고 옆에 얼어있던 후임병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뒤통수를 갈겨준다.

“죽고 싶어? 검 잡아! 방패 들고 자세 낮춰!”

괴물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일반 병사의 몸을 가볍게 날려 버릴 정도의 엄청난 힘과 비상식적인 재생력, 손톱과 발톱에 대한 주의가 다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초격을 피하거나 막지 못하고 등을 보이거나 쓰러지면 일격에 절명한다는 사실.

다수의 국지전과 몬스터들을 상대로 경험이 풍부한 병사는 긴장으로 침을 삼키며 그 와중에도 후임병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용사, 용사님을 불러와!”

쿵. 쿵. 쿠쿵.

묵직한 발소리가 땅을 울린다. 기습이 실패한 것으로 더 이상 몸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듯이 사방에서 으르렁하는 야수의 울음소리가 번져온다.

“으, 으아!”

병사의 말에 후임병이 정신이 나간 듯 몸을 돌리자 검을 빼든 사냥감보다 더 손쉬운 사냥감에게 괴물이 화살처럼 속도를 올렸다.

쾅!

방패 채로 두 다리가 뜨지만 이내 뒤로 한바퀴 굴러 다시 방어 자세를 잡는다.

“야! 씨벌놈아! 정신 차리고 용사 불러오라니까!”

“예, 예!!”

괴물의 공격에 얼어붙은 듯 창백한 안색으로 멈춰 있던 후임병이 크게 고함을 치며 다시 발을 뗀다.

크르르릉!

“이제 어쩌냐.”

병사는 창과 방패를 든 자세 그대로 사자를 맞선 콜로세움의 투사처럼 눈을 피하지 않고 속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한번 부딪친 것만으로 방패를 든 왼팔이 찌릿했고, 방패를 타고 들어온 충격은 배를 묵직하게 울렸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꿀꺽.

다시 침을 삼키고 괴물을 바라보지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사전에 들은 재생력이란 말만 들어도 일격에 목을 베어내지 못하면 다음 차례는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갑각에 뒤덮인 팔과 검갈색 짙은 털로 뒤덮인 튼튼해 보이는 다리. 눈동자는 파충류처럼 위아래로 길게 갈라진 동공이 섬뜩하게 병사의 빈틈을 찾는 것 같았고, 입에서는 쉿쉿 거리는 뱀의 위협적인 숨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3m의 체구에서 나오는 위압감마저 범상치 않다.

갈색의 평범한 머리카락.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눈과 입을 제외한 부분이 군데 남아 있지만 역시 이를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많다.

키메라.

병사들 사이에서 은연중 퍼져나간 괴물의 명칭이었다. 제국의 실험으로 만들어진 생체 병기. 찌르고 찔러도 다시 일어서며 미친 듯이 피를 갈구하는 마족 같은 놈들!

삭!

바람을 가르며 괴물의 손톱이 4줄기 긴 호를 만든다.

방패를 앞에, 뒤에 검을 댄 후 자세를 낮춘 그대로 병사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아 타점을 흐리려 했지만 방패는 발톱의 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난다.

챙!

검과 손톱이 부딪치며 생명을 지켜주는 검마저도 반토막이 나고 만다.

그 충격으로 몸이 뒤로 튕겨가며 첫 번째 공격을 막았을 때와 다르게 형편없이 땅에 처박힌다.

컥. 커컥!

숨이 턱 막히는 느낌.

눈앞이 흐려지고, 저도 모르게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나온다. 충격에 몸이 움츠러들고 팔과 다리가 덜덜 떨리며 움직여지지 않았다.

“흐, 흐흑.”

어떻게든 자세를 잡아보려 했지만 괴물의 숨소리가 목덜미를 간질이는 느낌에 병사의 눈동자가 죽음의 공포에 물드는 순간 병사는 새하얀 빛을 볼 수 있었다.

서걱.

무엇이든 가르는 날카로운 빛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느낌.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병사는 검을 들고 나타난 한명의 여성을 볼 수 있었다. 뒷모습뿐이었지만 검을 들고 맞선 괴물을 상대로 한치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

화톳불에 붉게 물든 여성, 아니 용사님의 움직임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괴물의 날카로운 손톱이 머리를 노리고 움직일 때에는 턴을 돌며 흘리고는 반걸음 더 내딛는 것으로 적의 초 근접거리 안에서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에 홀린 괴물은 몸이 굽어진 채 두 팔과 두 다리 그대로 허공에 붕 뜨고는 뒤로 처박혀 버린다.

“으, 아아아!”

병사는 저도 모르게 함성을 질렀다.

압도적인 힘과 무력을 가진 괴물을 단 한방에 다운시켜 버린 용사의 위용에 저도 모르게 고양된 것이다.

그가 듣던 용사의 모습. 그리던 용사의 모습. 당당하고,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신의 기사 앞에서 병사는 크게 찬양하고 고개를 숙인다.

슥.

괴물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휘둘러진 검은 괴물의 목을 가볍게 베어낸다.


* * *


옅은 물비린내.

거기에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자 리안은 레나와 프레이야를 비롯한 아둠에게 동과 서 남의 세 방위를 부탁했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큰 기운이 느껴지는 북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적입니다!”

막사의 서쪽 너머 울리는 타종소리.

“알고 있습니다.”

적들은 한곳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사방에서 빈틈을 드러내는 곳을 찔러 침투해 보급 물자를 파괴하거나 간부급 장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피해 사례를 토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괴물들이 야성에 사로잡혀 있지만 이를 통제하는 존재 또한 곁에 있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보급 물자와 병기고의 무기들이 그렇게 철저히 파괴될 수 없으며, 또 병사들을 통제하는 일선 장교들의 목숨을 그리 쉽게 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둠.

그 속의 이질적인 기운이 선명하게 포착되자 리안을 빼어든 검을 들고 먼저 오러를 불러일으킨다.

챙!

4개의 손톱.

3m를 훌쩍 넘는 괴물의 손톱은 리안의 오러를 거뜬히 버틴 채 오히려 힘으로 압박한다. 리안은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뒤로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린 후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다시 쏘아지듯 돌격.

거구에 감춰져 있던 꼬리가 돌연 괴물의 다리사이에서 솟구치며 리안의 몸통에 쇄도했다. 리안은 검을 들어 꼬리의 최대 타점을 비껴 흘리고는 사이드스텝을 통해 괴물의 왼팔과 겨드랑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오러가 깃든 검으로 옆구리를 베어버린다.

묵직한 느낌.

그러나 뼈를 베는 느낌은 아니었다. 단단한 갑각에 쌓여 일정 수준의 오러를 방어해 내는 것 같았다.

다시 벌어진 거리.

손해를 본 것으로 경계를 갖는 것인지 괴물은 붉게 물든 눈을 크게 뜨며 눈동자를 굴린다. 옆구리에 난 오러의 상흔이 눈에 띠게 줄어든다.

만만치 않은 회복력을 확인한 리안에게 괴물은 가볍게 발을 움직이더니 양팔을 크게 휘두르며 클로처럼 총 8줄기의 손톱을 엑스자로 교차했다. 긴 리치에서 더해진 손톱의 날카로운 기세만큼 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죽음의 칼날이 펼쳐진다.

미세한 간격으로 먼저 휘둘러진 왼팔을 한발 내딛는 것으로 손톱 안쪽의 팔목을 팔꿈치로 방어한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2격을 허리를 굽히는 것으로 흘려버린 뒤 그 기세를 그대로 실어 회전하듯 상체를 굽힌 채 다리가 대각선으로 호를 가르며 괴물의 관자놀이를 가격한다.

신성력이 어린 돌려차기.

뇌속으로 파고든 신성력의 기운에 괴물이 비틀거리면서 꼬리를 휘두른다. 단순히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행하는 무분별한 움직임.

수많은 허점이 리안의 앞에 펼쳐졌지만 리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괴물의 붉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보인 눈빛으로 인해서였다.

“죽, 죽여줘.”

카르릉 거리는 거친 쇳소리에 어린 희미한 인간의 목소리.

그러나 말하는 눈빛에는 고통이 가득하다. 찌푸려진 안색. 떨리는 손짓. 신성력으로 인지를 잃은 괴물이 광기에 물든 기운을 밀어내고 잠깐의 인지를 찾는 순간 괴물은 저항을 포기했다.

난데없는 변화에 리안은 입술을 깨물더니 신성력을 가득 실은 검은 투척하듯 그대로 쏘아보낸다.

그 검을 바라보며 괴물은 평온한 안색을 짓는다.

입가에 미소마저 띤 모습은 뭐랄까? 이 전장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모습이다.

눈을 감고 안식을 기대하던 괴물은 파공음을 흘리며 쏘아진 검이 그대로 귓가를 스쳐 뒤로 날아가는 것을 감지하고는 눈을 뜬다.

눈동자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왜? 왜 안식을 주지 않느냐고!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이리 만든 사람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 * *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것 같군”

“신성력에 취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스터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적의 성기사에게는··· 역시 소재의 문제로 보입니다.”

분쟁지역의 한 안가.

흑색 로브를 입은 몇몇 사람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기운의 문제라면 국내 남아 있는 신관들을 차출해보겠습니다.”

“녀석들이 제대로 따라줄까?”

“이 땅의 모든 주인은 오직 한분입니다. 그들이 입는 것 먹는 것 모두 그분에게 나오거늘 어찌 반발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나이가 많은 로브의 인물이 고개를 끄덕인다.

“거부해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 모두 투입해. 최대한 많은 실험을 준비해 이번에는 적의 성기사들에게 맞는 놈들을 만들어 보지.”

이에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흑색 로브의 인물들.

그런 인물들을 바라보며 냉혹한 명을 내리는 로브의 인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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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chapter6 : 마왕 (7) 17.08.06 8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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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chapter6 : 마왕 (4) 17.08.06 108 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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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chapter6 : 마왕 (1) 17.08.06 93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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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chapter5 : 반전 (5) 17.08.05 95 1 10쪽
214 chapter5 : 반전 (4) 17.08.05 180 1 11쪽
213 chapter5 : 반전 (3) 17.08.05 95 1 12쪽
212 chapter5 : 반전 (2) 17.08.05 96 1 14쪽
211 chapter5 : 반전 (1) 17.08.05 166 1 12쪽
210 chapter4 : 전쟁 (8) +1 17.08.05 119 1 14쪽
209 chapter4 : 전쟁 (7) 17.08.05 95 1 14쪽
208 chapter4 : 전쟁 (6) 17.08.05 188 1 13쪽
» chapter4 : 전쟁 (5) 17.08.05 97 1 11쪽
206 chapter4 : 전쟁 (4) 17.08.05 95 1 11쪽
205 chapter4 : 전쟁 (3) 17.08.05 87 1 10쪽
204 chapter4 : 전쟁 (2) 17.08.05 90 1 12쪽
203 chapter4 : 전쟁 (1) 17.08.05 9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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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chapter3 : 대회의 (5) 17.08.02 9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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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chapter3 : 대회의 (3) 17.08.02 9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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