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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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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06.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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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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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안철수 (4)

DUMMY

***


그로부터 시간을 빠르게 흘렀다. 한 지역을 대표하던 명문가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되었지만 범인을 지목하는 목격자나 증거가 한 자락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서 관청에서 나온 조사도 흐지부지 되었다.


한 가문이 몰살당한 끔찍한 사건이라서 곧 전국방방 곳곳이 한동안 떠들썩했었지만 결국 한 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곧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진주언가라는 가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는 이가 드물었다. 오직 언가의 도움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던 주변 상인들만이 한때의 영광을 기억할 뿐이었다.


후손이 아무도 남지 않은 가문이라서 불타버린 저택은 주춧돌조차 남기지 못하고 헐어져 버렸다. 목 좋은 곳에 커다란 공터가 생겼지만 수십 명의 원혼이 담긴 땅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그곳은 오랫동안 텅 빈 공터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칠 년의 시간이 흘렀고 솜털 보송했던 소년은 어느덧 단단한 인상을 지닌 청년이 되었다.


“이제 가려고 하느냐?”


“네, 스승님.”


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조가령을 스승으로 삼고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수련만 했던 언이정이었다. 그 결과 빠른 시기에 조가창법과 언가창법을 상당부분 익힐 수 있었고 절정의 경지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22살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현대의 천유강만큼이나 빠른 성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언이정이라도 가문의 원수와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7년 전에 괴공의 도움으로 절정 고수 3명을 죽일 수 있었지만 그만한 고수가 얼마나 있는 지 알 수 없고 또 그때 초절정의 고수도 확인한 봐가 있었다.


그런데도 언이정이 스승인 조가령의 곁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려는 것은 여기서 하는 수련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조가령은 천유강과 괴공의 생각보다도 더 뛰어난 스승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천재인 언이정이라고 해도 이처럼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언이정에게 필요한 것은 목숨 걸고 싸우는 전투였다. 절정을 뛰어넘어 초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전이 필요했다.


“······몸조심해라.”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조가령도 제자가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니 십중팔구는 반드시 그렇게 될 험난한 길을 떠나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때를 위해서 언이정이 일반 사람이라면 백번은 더 도망쳤을 수련을 묵묵히 견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를 잡지 않고 놓아 주아야 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한 언이정은 이를 악물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힘든 수련의 연속이었던 7년이지만 진주언가의 삼공자로 살았을 때보다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니 더 뒤돌아 볼 수 없었다. 뒤를 돌아 스승의 얼굴을 다시 본다면 다잡았던 마음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반드시······.’


언이정은 뒷말을 삼키며 앞으로 나갔다.


***


진주를 다스리는 현령은 본디 욕심이 많은 자였다. 권력 욕심, 금전 욕심, 여인 욕심, 자식 욕심까지 그득해서 많은 뇌물을 뒷돈으로 챙겨 창고에 쌓아놓았다. 그의 곳간이 차는 만큼 진주의 주민들은 말라만 갔었는데 그의 횡포는 날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그 지겨운 놈들이 없으니까 쉽구나!”


비록 자신이 이 관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전통의 명문이자 가주가 병마절도사에 있었던 진주언가에는 한 수 접어주며 살아야 했다. 조금 욕심을 부리려고 하며 그들이 와서 제지했고 결국 그가 계획했던 수많은 일들이 무산되어야 했다.


심지어 수난리가 났을 때는 관청의 곳간을 풀어 백성들에게 베풀어야 했는데 그 후 한동안은 배 아파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쯧쯧. 그러니 그런 일을 당하지.”


그는 옆에 새로 데려온 첩실의 젖무덤을 쓰다듬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완전히 그의 세상이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해도 한마디 할 수 있는 자들이 없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인생의 탄탄대로에 하루아침에 짖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군.”


분명 자신과 첩인 여인밖에 없어야 했던 공간에서 낮선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 현령은 급히 등을 벽에 붙이며 소리쳤다.


“누,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몰래 숨어든 게냐!”


많은 죄를 지은만큼 적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비싼 돈까지 들여가며 용병을 고용했었다. 많은 돈을 준 그들은 이제는 안전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었었다.


‘이놈들은 어디서 쳐 자고 있는 거야?!’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현령은 일부로 큰 소리를 내며 언이정을 꾸짖었다.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면 주변에 있는 보초들이 뛰어올 거라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트리며 앞에 나타난 사내, 언이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소용없다. 이 주변의 모든 이들을 이미 제압했다.”


“뭐, 뭣!”


그러고 보니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말에 손뼉까지 쳐가며 맞장구치던 여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힐끗 돌려 옆을 보니 여인은 잠든 듯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가슴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더 두려운 일이었다.


‘엄청난 고수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제압할 정도의 고수다. 그의 말대로 이렇게 소리를 질러도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보초들을 다 제압한 말이 사실인 듯 했다.


“누, 누구요. 왜 내게 이러는 거요?!”


분위기 파악한 현령은 바짝 엎드려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는 몰라도 필시 선의로 온 것은 아닐 거다.


‘이놈이 왜 여기에 온 거지? 세금을 너무 많이 올려서 어떤 놈이 자객을 보냈나? 저번에 건드린 유부녀가 잘못된 건가?’


나쁜 짓을 한 것이 너무 많아서 어떤 이유인지도 알 수 없었던 현령이었다. 숨도 쉴 수 없는 침묵 끝에 마침내 언이정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칠년 전.”


“네, 네?”


“칠년 전에 진주언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알고 싶다.”


그 순간 현령의 등에 소름이 쫙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맺었던 악연 중에서도 최악을 마주한 거다.


“그, 그게 무슨.”


전주언가와 얽혀 있는 것이라면 절대 쉽게 끝날 수 없다. 그것을 깨달은 현령이 최대한 모르는 척 의뭉을 떨며 위를 올려다봤지만 언이정의 냉혹한 눈은 그것을 절대 넘기지 않았다.


휘릭!


언이정이 팔을 휘두르자 거대한 창이 섬광처럼 휘둘러졌다. 그리고······


툭!


주인 잃은 팔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 떨어졌다. 그것이 자신이 평생 달고 다녔던 것임을 확인한 후에야 고통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악!!!!!”


맹세코 이런 고통은 처음 느껴봤다. 끊어진 팔뚝에서 불길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언이정은 그런 그의 모습에도 절대 동정하지 않았다.


“그날, 열흘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관군들이 전혀 찾아오지 않았어. 그건 네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월래라면 침입자들이 쳐들어오자마자 관군들이 출동해서 함께 싸웠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가족들과 식솔들을 잃지 않았을 거다.


“크윽!”


현령은 한 쪽 손으로 잘린 팔을 부여잡고 벌벌 떨면서 언이정을 올려 봤다. 그러자 이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이 많이 지나 모습이 많이 변하고 분위기마저 전혀 딴 사람처럼 변했지만 언씨 일가의 특유의 특징들이 잘 남아 있었다.


“사, 삼공자?”


“더러운 입으로 나를 부르지 마.”


더러운 것이 귀에 들어간 것 같이 몸서리 친 언이정이 신경질적으로 창으로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


푹!


살짝 찔렀음에도 거의 움직이지 않아 비곗덩어리밖에 남지 않은 그의 허벅지는 쉽게 찢어지고 말았다.


“아악!!!!!!”


“머리 굴리지 말고 말해! 누가 사주해서 그런 일을 벌인 거지?”


언이정이 재촉하자 현령은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며 고함치듯 말했다.


“하, 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근처의 금룡가와 효종문 그리고 귀악문의 문주들이 모두 모여서 저를 겁박했습니다. 저도 절대 그러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닙니다.”

“금룡가, 효종문, 귀악문 그들이?”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모두 뭉쳤다는 말이지?”


금룡가는 전국에 상권을 뻗은 상인 가문이고 효종문과 괴악문은 이 근처에 자리를 잡은 무림 방파들이다. 실질적으로 그 세 세력이 진주를 삼등분하고 있었다.


“그들 셋이 우리 가문을 노리고 뭉쳤단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단일 문파의 힘으로 언감생심 진주언가를 노렸겠습니까?”


언이정도 그들 중 하나일 수 있을 거라고 의심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 가문이 무너진 탓에 그보다 더 큰 세력을 생각했었는데 셋이 연합했을지는 몰랐다.


“그 버러지 같은 놈들이 모두 우리 가문을 짓밟았단 말이지!”


비로소 흉수를 알게 된 언이정이 분노하자 끌어올린 기운 만으로도 주변의 집기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와장창!!!


멀리 서역에서 들여온 값비싼 귀중품들이 모조리 박살나고 있었지만 현령은 그것을 불평할 수가 없었다. 언이정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죽은 목숨과 다름없다.


“살려주세요! 저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현령은 손이 발이되도록 빌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말 하늘이 돕기라도 한 듯이 언이정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살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한 현령이 긴 한숨을 내쉬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느낀 현령이 눈동자를 돌리자 그곳에는 육중한 몸을 지닌 남자의 몸이 피투성이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금방이었다. 현령의 잘린 목이 구르다가 몸통에 닿은 것이다.


‘이럴······.’


곧 잘린 목에 있는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졌다.


***


“세 문파란 말이지.”


다시 관청을 뛰쳐나온 언이정은 분노로 진탕이 된 속을 다스려야 했다. 가문의 원수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지금이라도 뛰어간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곳에 한 문파가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


언이정이 지금 복수를 위해 나온 것은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기 시작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머릿속에 맴돌던 수수께끼를 풀었기 때문이다.


‘청룡상.’


자신을 습격했던 이들이 말했던 청룡상이라는 것이 뭔지 기억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우연히 들여온 돌조각을 가주인 아버지가 보여줬었다.


‘분명 그거다.’


그들이 찾았던 것이 청룡상이라면 그것밖에는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청룡상은 습격 당시에 가문에 있지 않았다.


‘강변에 있을 거야.’


약 10여 년 전에 근처 마을에서 큰 수해가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살 곳을 잃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을 가주가 불쌍히 여겨서 곡식들을 무료로 나눠주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문의 돈을 투자해서 둑까지 쌓았었다.


그리고 그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고 창고에 두었던 청룡상을 수호신처럼 그곳에 세웠던 것이다.


“그게 진짜 보물이라면 허탈한 노릇이군.”


그 청룡상은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세워져 있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상이라서 귀한 물건임에는 분명했지만 물건에 욕심 없는 가주가 사람들을 위해서 선뜻 내놓은 것이다.


‘그들이 이런 짓까지 하면서 손에 넣으려고 했던 물건이니 분명 복수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 거다.’


그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무엇이든지 좋았다. 신병이기나 전설의 무공이면 가장 좋고 많은 금이 있다면 그것도 복수에 요긴하게 쓰일 거다.


‘혹시 사라지지 않았겠지?’


청룡상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간 언이정은 혹시 청룡상이 없어졌을 까봐 불안해했다. 워낙 공공장소에 세워둔 탓에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었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습격했던 자들이 결국 찾아내었을지도 몰랐다.


많은 추측을 하며 도착하니 다행히 청룡상은 비바람에 부식된 것을 제외하면 아무 문제없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곳 어디에 비밀이 있다는 거지?”


사람 키만 한 청룡상이다. 작은 편은 아니지만 언이정이 살펴보고자 하면 순식간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어떤 글씨나 비밀 같은 것이 감춰져 있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건가?”


언이정은 청룡이 물고 있는 여의주 모양의 돌에 손을 가져다댔다. 여의주도 석상과 같은 재질의 돌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손을 넣어 만지니 살짝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부숴야겠는데?”


여의주는 용의 이빨에 막혀서 나올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결국 언이정은 내공을 사용해서 용의 이빨을 부러트렸다.


댕강!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의주가 툭하고 튀어나왔다.


“이건?”


여의주를 살펴보니 뒷면에 정교하게 그려진 지도가 보였다. 상을 부수고 여의주를 꺼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곳에 그려져 있었다.


“보물지도라도 되는 건가?”


이게 뭔지는 모르지만 놈들이 찾으려던 것이 틀림없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에 분명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순간 천유강의 정신이 또 다시 깨어났다.


“이런 상황이군.”


다시 언이정의 몸을 차지한 천유강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부인 조가령과의 7년간의 수련과 현령에 대한 피의 복수를 한 후다.


“이번 균열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설마 복수를 끝마쳐야 하나?”


하지만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까지 모든 균열과 세레나자드의 말을 종합해보면 균열의 상황은 플레이어가 개입하지 않으면 그곳이 붕괴될만한 거대한 음모나 사건이 있었다.


언가의 일이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에는 큰 변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하나씩 정리하자.’


균열에 들어오면 원래 몸의 기억을 공유하고 때로는 감정도 공유하게 되는데 이번만큼 강력하게 천유강의 의지에 침입한 적은 없었다.


마치 자신의 가문이 멸문한 것처럼 천유강의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좋지 못해.’


천유강은 분노를 원천으로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해서 작은 틈새라도 비집고 올라 결국 승리해내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천유강이 감정을 다스리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언이정은 칠 년 동안 이런 상태로 살아왔다는 건가?’


그날 이후로 언이정은 절대 분노를 추스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며 벽에다가 머리를 찧어대면서까지 절대 자신의 사명을 잊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지고 살 수는 없다. 그의 인내심도 거의 한계에 닿았고 만약 시간이 더 지났으면 원수들을 확인하자마자 무기를 들고 쳐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것을 조절해야 해.’


절대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분노에 먹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거다.


‘천부경의 힘이 없으니 이런 것도 조절하기 쉽지 않군.’


신비의 무공인 천부경이라면 이런 심마조차 아무렇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을 거다. 새삼 천부경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지도의 비밀부터 찾아야겠지.”


천유강은 돌로 된 여의주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지도에 그려진 목적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언이정의 기억 속에 있는 지명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곳의 지명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들은 맹세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곳들이다.


“그만큼 오래된 지도인가?”


이곳이 세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의 지명이라서 지금은 바꿨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명에 주시하기보다는 그림에 더 집중했다.


“여긴······ 섬서성 쪽인가?”


그려진 강의 모양을 보니 섬서성 쪽과 흡사한 것 같았다. 자세한 것은 지도를 사거나 직접 가봐야 알 것 같았다.


“지도보다는 직접 가보는 것이 더 빠르겠네.”


다행히 천유강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사람은커녕 짐승들도 갈 수 없는 가파른 절벽의 한가운데가 목적지라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절벽을 덮은 긴 나무뿌리를 정리하자 목적지의 정체가 드러났다.


불사동(不死洞)


작가의말

아직 균열의 비밀이 밝혀지 것이 없네요 ㅎㅎ 조금만 기다리시면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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