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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9클래스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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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이형석
작품등록일 :
2017.06.05 09:08
최근연재일 :
2017.06.2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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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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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1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DUMMY

“네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겠지. 베이커.”

“그렇소···. 제발··· 선처를···.”

힘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 이상 반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듯 로레인 공국의 술사인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울먹거렸다.

“이제 곧 저택이다. 아버지께서도 오늘 밤 돌아오시겠지. 그럼 넌 황도로 가게된다.”

카릴은 창살에 기대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랜만의 느끼는 숲내음이 나쁘지 않은 듯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조용한 숲엔 이따금 벌레들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곳에 가면 두 팔이 잘린 것 따윈 우스울 정도로 더 한 고문을 받을 거다. 고문 감독관인 모리스에 대해서 알고 있나?”

“······.”

“손톱의 모리스. 무슨 이상한 별명인가 싶겠지만 그 자의 유일한 즐거움이 죄수의 손톱을 아주 조금씩 잘게 잘게 바늘로 구멍을 뚫는거라던데.”

카릴의 목소리가 감옥 안에 울렸다.

“넌 팔이 없으니 모리스가 꽤나 실망하겠지만···. 대신 발톱에다가 구멍을 뚫으려나.”

꿀꺽―.

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 다음엔 살점을 하나하나 발라내고 그 안에 보이는 뼈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고 하더군. 손톱을 뚫었던 바늘로 말야.”

“······.”

“모든 걸 다 얘기해봐야 네가 남은 건 지독한 고문과 고문 그리고 또 고문뿐이겠지. 죽을 때까지. 나중에 돼서는 차라리 자백을 한 걸 후회하며 최후를 맞이하게 되지.”

카릴은 손바닥을 펼쳤다.

옅은 마나가 응축 되다가 사라졌다.

그의 손바닥에 들풀처럼 작은 풀잎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뭔지는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더 잘 알 터. 마력 족쇄가 채워진 네게 마법은 통하지 않지만 이건 분명 도움이 될거다.”

창살 안으로 그는 작은 잎 하나를 바닥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처를 바란다고?”

막사로 돌아가는 그의 마지막 말이 풀 숲 사이로 나직하게 들려왔다.

“잘 생각해.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선처다.”


@


며칠 뒤,


와아아아아―――!!!

와아아―――!!


마을의 초입부터 영지민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티렌과 란돌은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국의 보물들이십니다!”

“도련님들을 이렇게 뵐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박수갈채.

스스럼없이 백작의 아이들에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맥거번 가(家)의 영지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저 분이 그 소문의 여섯째이신가?’

‘그런데 왜 가면을 쓰고 계시지?’

‘글쎄···.’

영지 내에 카릴에 대한 소문은 이미 쫙 펴져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영지민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스러운 듯 소근거렸다.

“허리를 펴라. 너 역시 맥거번 가(家)의 아들이니.”

“그래, 네가 가장 큰 공훈을 세우지 않았더냐. 너야 말로 선두에 서야했는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카릴을 향해 티렌과 란돌이 말했다.

그런 둘을 보며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첫째와는 확실히 달라. 란돌이 살아남은 것이 과연 어떤 변화를 줄지 궁금하군.’

“상관없다.”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의 옆구리를 차며 좀 더 속도를 높이는 그를 바라보며 란돌은 고개를 저었다.

“건방지긴···.”

하지만 그런 그가 싫지는 않은 듯 보였다.

“란돌. 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이름이 황도에 알려 졌을거다. 폐하께서 우리를 황궁으로 부르실 수도 있다.”

“네?”

“그때도 그런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냐. 너 역시 맥거번 가(家)의 아들이라는 걸 명심해라.”

티렌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에 란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카릴은? 나는 그가 싸우는 걸 봤다. 카릴이 받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그나 앞서 가고 있는 카릴을 바라봤다.

‘앞으로 너는 더욱 주목 받겠지.’

뛰어난 재능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나타나는 법.

‘그러나 이민족이란 출신이 너를 붙잡을 거다.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란돌은 카릴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그건 마르트의 도도함이나 티렌의 고고함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마치,

밑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

그 모든 것의 가치가 무의미하다는 듯 그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너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하게 살아왔던 자신이었다.


평민의 아들.


그것이 마치 족쇄처럼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보다 더 험난한 삶을 산 이민족의 아이가 누구보다 먼저 세상의 이름을 알렸다.


꽈악―.


고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처음으로.

조용한 그의 마음에 약하지만 분명하게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


늦은 밤.

카릴은 집무실의 문을 두들겼다.


‘백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시종장인 테일러는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는 듯 은밀히 그를 불렀다.

“대단한 공을 세웠구나.”

황궁에서 돌아 온 크웰이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바라봤다.

약 한 달만의 만나는 재회의 기쁨보다는 그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알고 있다.

크웰이 서둘러 저택에 돌아 온 이유도.

그리고 오자마자 자신을 찾은 이유 역시.

“운이 좋았습니다.”

카릴은 그 것이 익숙한 듯,

낮은 한숨을 내쉬면서 준비 했던 대답을 꺼냈다.

“운을 잡는 것도 실력이지. 너는 단순히 첩자를 잡은 것이 아니라 형제들의 목숨도 살린 거다.”

저택으로 돌아 온 크웰은 누구보다도 먼저 카릴을 찾았다.

“너의 대한 얘기는 황궁에도 이미 퍼졌다. 아마···. 황도에서 널 찾는 전갈이 올 것이다.”

“그렇습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크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너를 황도로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카릴은 말없이 크웰을 바라봤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아직 너의 태생을 황궁에 알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하여···. 황궁에서 전갈이 온다면 티렌과 란돌을 보낼 생각이다.”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란 것이 아버지께서는 역력하게 느껴졌다.

그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나름의 배려도 느껴졌다.

‘어머니께서 서운해 하시겠군. 솔직히 마르트를 보내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뭐니뭐니해도 가문의 대표는 장남이니까. 하지만 토벌에도 참가하지 않은 그를 대표로 보내는 건 아버지에겐 용납 할 수 없는 일이겠지.’

“상관없습니다.”

카릴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이것은 황궁으로 갈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대로 황궁으로 간다 한들 오히려 자신의 신분 때문에 문제가 될게 틀림없었다.

‘내가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니다.’

처음 생각했던 공을 쌓아 하루라도 빨리 황궁으로 가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황궁에 입성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건 첫 단추에 불과하다.’

그가 계획한 명예의 독식이란 겨우 이정도가 아니었으니까.

‘나의 태생조차 뛰어 넘을 공을 세우는 것. 그래서 황궁의 귀족들이 나를 인정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정도는 너무 작다.

‘더 큰 것을 위한 준비 역시 끝냈으니까.’

크웰은 카릴의 말에 낮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준다니 고맙구나. 대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얘기 하거 라. 최대한 도와주마.”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통행 허가서를 얻고 싶습니다. 제국 내에서 신분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그 말은 저택을 나가고 싶다는 의미인게냐.”


끄덕―.


‘어차피 저택에서 원하는 것은 얻었다.’

처음부터 그가 회귀의 시간을 이 때로 정한 이유도 용의 심장을 얻기 위함이었으니까.

몸을 만들 시간도, 란돌을 구하고 루레인 공국의 첩자인 아르딘을 처단하는 일 도.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야 수두룩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허비 할 필요가 없다.’

카릴은 아르딘과의 전투에서 자신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 할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기사를 상대로 12살의 몸으로도 그는 충분히 압도 했으니까.

“이 곳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니면 이번 일로 실망은 한거냐.”

“아닙니다. 단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으흠···.”

‘물론, 앞으로 일어날 커다란 사건들에 내가 관여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그러기에 저택은 너무 좁았다.

크웰은 카릴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듯 눈을 감았다.

“백작가의 증표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띄어 더 번거로울 테니까.”

그의 고민을 알아 챈 듯 카릴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백작의 수행자만이 쓸 수 있는 인증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허허···. 네가 그런 것도 알고 있느냐.”

“주워들었을 뿐입니다.”

물론,

전생에서 귀족의 증표 정도는 숱하게 봐왔던 것이지만.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크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릴은 그의 대답에 나지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됐다. 아르딘을 잡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작지만 이정도면 괜찮다. 제국을 돌아다니기 위해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분이었으니까.’

물론,

관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눈이야 쉽게 속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공을 쌓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밝힐 수 있는 신분이 필요했다.


탈칵―.


크웰은 품 안에서 문언가를 꺼냈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청보석이 박힌 장신구였다.

“기사단에 허가 된 제국 내의 검문을 통과 할 수 있는 인장이다. 내 임무를 수행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니 네 신분이 알려질 일은 없을게다.”

‘좋아.’

카릴은 그것을 바라봤다.

‘게다가 나르 디 마우그의 레어도 동쪽 끝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황도를 거쳐야하고 그 전에도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하지.’

아직 잠들어 있을 백금룡(白金龍).

지금 당장 갈 수 없지만 언젠가 신탁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그를 찾아 가리라 생각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취했다.’

“감사합니다.”

카릴이 장신구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구나.”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백작님―――!!!!!”


복도가 소란스러웠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부관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그···그게···.”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며 카릴을 바라봤다.

“어서 말하게.”

부관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포로가··· 자살했습니다.”


그 순간,

카릴은 마치 그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

소란스러운 저택의 외침들을 들으며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티렌. 나는 네가 평생 했던 후회를 막아주었고 란돌의 생명을 구해줬다. 이 정도면 너희들도 충분한 보상을 받은거겠지. ’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라.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 남으며 그가 깨달은 진리.

카릴의 눈동자가 빛났다.


‘나는 아무리 작은 공이라도 남에게 거저 줄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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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탈출. +19 17.06.25 6,841 279 6쪽
28 27화. 한 발 먼저. +20 17.06.25 8,249 286 10쪽
27 26화. 공백, 새로 채우다. +20 17.06.24 9,884 293 7쪽
26 25화. 그가 모르는 3년의 공백. +25 17.06.23 11,024 315 10쪽
25 24화. 두 사람의 목적지. +21 17.06.22 11,910 322 12쪽
24 23화. 굴레를 벗다. +47 17.06.21 12,055 376 12쪽
23 22화. 찾았다. +18 17.06.20 12,623 367 8쪽
» 21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21 17.06.19 12,954 389 11쪽
21 20화. 계획은 이제 부터 시작이다. +17 17.06.18 13,563 385 10쪽
20 19화. 첫 번째 공적(功績). +16 17.06.17 13,685 387 9쪽
19 18화. 수확. +15 17.06.16 14,035 391 7쪽
18 17화. 고민할 필요 없다. +11 17.06.15 13,826 355 7쪽
17 16화 숨긴 꼬리. +15 17.06.15 14,085 357 7쪽
16 15화. 제물을 정하다. +18 17.06.14 14,565 347 7쪽
15 14화. 준비하다. +12 17.06.14 15,133 359 9쪽
14 13화. 그 날이 오다. +13 17.06.13 15,504 382 10쪽
13 12화. 최초이자 유일무이 한. +15 17.06.13 15,484 374 7쪽
12 11화. 환골(換骨) 하다. +18 17.06.12 15,482 392 8쪽
11 10화. 없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25 17.06.11 15,489 402 7쪽
10 9화. 마법의 속성. +18 17.06.10 15,383 389 7쪽
9 8화. 문을 열다. +17 17.06.09 15,484 377 7쪽
8 7화. 용의 심장 +21 17.06.08 15,601 387 7쪽
7 6화. 원하는 대답. +14 17.06.07 15,556 391 8쪽
6 5화. 등잔 밑이 어둡다. +8 17.06.07 16,075 369 8쪽
5 4화. 마법이란. +11 17.06.06 16,627 364 8쪽
4 3화. 길을 정하다. +12 17.06.06 17,493 365 8쪽
3 2화. 검(劍)으로. +18 17.06.05 19,494 39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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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7 17.06.05 24,836 42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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