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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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객
작품등록일 :
2017.06.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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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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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2)

DUMMY

“어서 오십시오, 소영주님. 마르타의 시장을 맡고 있는 준남작 도렌이라고 합니다. 모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하오, 상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도록 하겠소.”

“네, 어서 들어오시지요. 마르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활짝 열려진 목재 성문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하게 꾸민 길과 단정하게 차려입은 영민들이 그들을 마중나왔다. 하지만 아란은 그들의 너머 지저분한 차림새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손에 끌려 황급히 사라지는 모습들을 언뜻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도렌이 눈치채지 않게 금새 시선을 거둔 아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집사장의 전령 덕분에 삼백 명의 병사들은 편안한 숙소에서 푹 쉴 수 있었다. 도렌은 시장이 묶는 공관을 아란과 수련기사들을 위해 내놓았다.


“보급품은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 또한 그간의 노고를 푸시라고 연회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린 지금 전투를 치르기 위해 가는 중입니다. 연회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저런, 그럼 다 같이 식사라도 하시지요. 제가 정성을 들여 마련해 놓았습니다. 소영주님께서 함께 해주시면 정말 영광이겠습니다. 물론, 병사들에게도 충분히 신경쓰겠습니다.”


아란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도렌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의 준비를 해준 상대로 자꾸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도렌이 이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도 궁금했다.

안내를 받아 호화로운 시장의 저택으로 안내된 아란은 화려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며 눈이 동그래졌다. 산간 지방의 소도시인 마르타에서 구경하기 힘든 해산물과 값비싼 소금으로 간을한 각종 요리들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게 그 짧은 시간동안 준비한 거란 말이지.’


능글맞은 도렌 시장은 소영주를 위한 요리라고 둘러댔지만 아란은 아마 이게 평소 시장의 식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오면서 보았던 영민들의 궁핍한 생활과 비교를 해보며 아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심각하군.’


이곳의 시장은 심지어 영주 가족보다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장 시장의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값진 물건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주성의 저택에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식품만 배치되어 있을 뿐 여기처럼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았다.


“초대해 줘서 고맙소.”

“별말씀을. 여기는 저희 가족들입니다. 제 아내 베카와 두 딸인 소피아와 이리나입니다. 인사드리거라. 소영주님이신 아란 칼리아 님과 부기사단장이신 레벨린 크리드 님이시다.”

“처...처음뵙겠습니다, 소영주님. 기사님.”

“안녕하세요, 소영주님. 기사님.”


마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아름답게 보이는 중년 여성과 이제 막 처녀티를 내기 시작하는 두 소녀를 인사시킨 도렌은 흡족한 표정으로 아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게 꾸며놓은 두 소녀를 보며 아란은 도렌의 속셈을 짐작했다.

준남작인 도렌의 지위는 기사보다는 위지만 실제로 귀족에 속하지는 않는다. 준남작이란 것은 영주가 영지의 관리를 위해 임시로 부여하는 지위인 셈이다. 때문에 영지를 나가서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지위이기도 하다. 단승 귀족이지만 정식 귀족에 속하는 엘리안 남작과는 천지 차이의 신분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소영주와 딸이 맺어지게 된다면 도렌의 지위는 급상승하게 된다. 본처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첩으로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앞으로 도렌은 영주성의 직속 관리나 엘리안처럼 정식 귀족 작위를 노려볼 수도 있는 것이다. 도렌의 속셈을 눈치챈 아란이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일 필요는 없었다.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레이디들을 만나 기쁘군요.”


정중히 예를 갖춘 아란의 말에 두 소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사실 아란의 외모는 상당히 준수했기에 거칠고 난폭한 사내들만 보아오던 소녀들이 잘생기고 예의바른 아란에게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갑습니다, 레벨린이라고 합니다.”


레벨린도 기사의 예법에 따라 한 손을 가슴에 얹으며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엄밀히 따지면 도렌 일가는 귀족가가 아니며 도렌의 자녀들도 레이디의 예법에 따라 대할 필요는 없으나 아란이 그녀들을 존중했기에 레벨린 역시 그 뜻을 존중한 것이다.


“소영주님은 검술도 잘하신다면서요?”

“초급 기사 수준이죠. 사실 여기 레벨린 경이 훨씬 강한 기사입니다. 뛰어난 중급 마나 유저이거든요. 왠만한 영지에서 기사단장도 될 수 있는 수준이지요.”

“어머나, 대단하세요.”

“별 것 아닙니다.”


레벨린이 얼굴이 벌개진채 대답하자 아란은 그 모습을 재밌게 바라보았다. 솔직 단순한 레벨린이기에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매일 전투만 수행하던 레벨린에게는 여성에 대한 두 소녀들은 아버지인 도렌 준남작과는 다르게 순진한 편이었고 아란 역시 편안하게 그녀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때문에 식사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도렌은 무언가 더 원하는 듯 보였지만 아란은 작전을 세워야 한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공관으로 돌아온 후 레벨린이 촛불 아래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


“이틀만 더 이동하면 로리앙입니다. 로리앙 도시에 임시 지휘소를 차린 후 하루를 더 이동하면 재퍼가 말한 촌락이 나올 겁니다.”

“오크들은 어디쯤 있을까요?”

“오크들은 그 흉포함이 무리를 지을수록 높아지고 소규모일수록 작아집니다. 30마리 안팎의 오크라면 아마 아직 숲의 가장자리에서 사슴따위를 사냥하며 머물고 있을 겁니다. 중앙에는 오크를 잡아먹는 고위 몬스터가 있으니 점차 가장자리로 이동하다 재퍼의 촌락에 당도하겠지요. 제 예상으로는 닷새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겠군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지요.”

“네, 쉬십시오 소영주님.”


레벨린은 병사 서넛을 뽑아 아란의 호위를 맡긴 후 나머지 병사들을 점검하러 이동했다. 시장의 침실로 들어온 아란은 화려한 비단이 깔린 시장의 침대를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비단은 남동쪽에 위치한 중소왕국 로드론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로 자유도시 탈론을 거쳐 수입되는 굉장히 고가의 상품이다.

여기오기까지 목격한 굶주린 영민들과 화려한 시장의 침실을 비교하며 아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속보로 행군을 한 결과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칼리아도를 제외한 도시들은 영지 순회의 정보를 미리 입수해 거리를 정비해두었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실히 확인해 둘게 있지.’


아란은 창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뛰어내렸다. 3서클의 하이드 포스 주문이면 일반 병사들의 눈 정도는 금새 속일 수 있었다. 밤새 거리를 돌아다니며 영민들의 실상을 확인한 아란은 어두운 얼굴로 침실로 돌아왔다.

이튿날 날이 밝자 아란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한 얼굴로 침실을 나섰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레벨린과 병사들이 예를 갖추자 아란은 병사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보급은 문제가 없습니까?”

“슈만 집사장이 잘 처리해 두었더군요. 바로 출발해도 됩니다.”

“지체할 필요가 없겠지요. 출발하지요.”


아란이 말 위에 오르자 레벨린의 명에 의해 다시 병사들이 행군을 시작했다. 이틀간의 행군 후 로리앙 도시에 도착한 아란은 공관을 비우고 임시 지휘소를 차린 후 상세한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로리앙 도시의 시장인 준남작 렌카츠는 마르타의 도렌과는 달리 빼빼 마른 심약해보이는 인물이었는데, 능글맞아 보이던 도렌과는 달리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던 레벨린은 표정을 바로하며 아란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기병들을 보내 바로 척후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크들이 정말 촌락으로 향하고 있다면 어설픈 목책에 기대어 방어하는 것보다는 이곳의 공터로 오크들을 유인해 섬멸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게 좋겠군요. 도시 경비대는 후방에 배치해놓았다가 전투가 끝나갈 때 즘 뒷정리를 시킬 생각이지요?”

“그게 낫겠지요. 훈련되지 않은 병력을 함부로 대열에 끼워넣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니까요.”


아란과 레벨린이 병사들의 배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렌카츠 시장은 이내 시녀로부터 무언가를 전해듣고는 한발짝 앞으로 나서 입을 열었다.


“저...기다리시는 동안 연회를 준비했습니다만...”


연회라는 말에 레벨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자 아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렌카츠를 향해 말했다.


“척후가 돌아오는 대로 출병해야하니 돌아오면 고맙게 받겠소.”


아란이 시장의 요청을 정중하게 물리치자 렌카츠는 즉시 고개를 숙여보였다.


“알겠습니다, 돌아오시는대로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겠습니다.”

“성대할 필요는 없소. 전투를 끝낸 병사들이 피로를 풀 정도면 충분하오.”

“아...알겠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면박만 들은 렌카츠 시장이 구석에 박힌 후 두어 시간이 흐르자 척후가 돌아왔다. 하지만 척후에게서 보고를 받는 레벨린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의아해진 아란이 다가가자 레벨린이 보고를 올렸다.


“...오크의 숫자가 예상외입니다.”

“몇 마리나 된다고 합니까?”

“최소한 이백마리는 된다고 합니다.”


레벨린의 말에 아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백마리요? 예상 숫자의 몇배나 되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저희의 예상이 틀렸습니다. 그정도의 무리가 경로를 벗어나 산을 넘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저역시 책임이 있지요. 허나지금은 잘잘못을 가릴때가 아닙니다. 대책을 세워야지요.”

“...도시 경비대에서 일부 병력을 더 차출해 본대에 합류시킬 수 있겠지만 오크들과의 난전이 벌어질 경우 오히려 방해가 될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도시 경비대의 일부를 빌려 전장의 뒷 정리를 시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백마리의 오크라면 틀림없이 난전이 벌어질 텐데 그때는 도시 경비대들이 오히려 대열을 흐트러트릴 우려가 있었다.


“렌카츠 시장. 경비대의 숫자는 몇이나 됩니까?”

“겨...경비대장을 불러오겠습니다!!”


시장이 황급히 사람을 내보내자 아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다스리는 도시의 지형이나 경비대의 숫자조차 모르는 이가 시장이 되어 있다는게 한심해서다. 하지만 시장을 임명하는 것은 영주의 권리이며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잠시 후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건장한 중년 남성이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숙여 예를 보였다.


“경비대장 마커스라고 합니다!!”

“어서오게, 가용 가능한 경비대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


경비대장 마커스는 아란의 물음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자세를 바로하며 보고를 올렸다.


“최소한의 치안 순찰과 경비, 휴무자를 뺀 가용가능 인원은 오백명 정도이며 모두 창병입니다.”

“모두 무장시켜 문앞에 대기시켜 놓도록 하시오.”

“옛!!”


명령을 받은 마커스가 나가자 아란은 수정해놓은 작전을 내놓았다.


“원래 경비대는 이 뒤쪽에 배치해놓았다 전투가 끝나면 정리를 시키기로 했지요?”

“예, 그게 원래 계획이었지요.”

“그러면 조금 작전을 수정하도록 하지요.”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란은 손가락으로 지도에 표시된 곳을 가리켰다.


“...이곳은 어떻습니까?”

“여기는 개울이 있는 곳 같습니다만...”

“렌카츠 시장, 이곳의 지형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오.”

“네, 네...저보다는 이 근방의 지리를 잘아는 아이를 데려오겠습니다.”


렌카츠 시장이 데려온 아이는 이제 갓 열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앳된 소년이었다. 소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가 인사를 올렸다.


“시...시몬이라고 합니다, 소영주님. 이 부근에 친척이 살고 있기에 인근의 지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시장님을 대신하여 설명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한다. 지도를 볼줄 아느냐?”

“볼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다. 렌카츠 시장. 이 아이에게 이곳의 지형을 말로 설명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렌카츠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몬에게 아란이 지도로 짚은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몇 번의 이야기 끝에 시몬은 비로소 지형을 파악했다.


“저...이곳은 솔트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자이론 호수로 이어지는 개울로 폭은 어른 걸음으로 스무 걸음 정도고 깊이는 어른의 허리정도입니다.”


시몬의 설명을 들은 아란은 지도를 살피다 레벨린에게 물었다.


“이곳에 방어선을 차리면 어떨까요?”

“개울 건너에 말입니까? 오크들은 이정도의 개울은 아무렇지 않게 건너올텐데요.”

“바로 그렇습니다. 오크들은 이 개울을 무시하며 달려오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움직임에 지장은 줄겁니다. 우리에게는 궁수들이 있으니 개울 건너에 창병으로 방어선을 구축한뒤 후미에 궁수를 배치하고 오크가 개울을 건넜을 때 창병으로 돈좌 시키며, 그때 도시 경비대로 하여금 측면을 치게 한다면 피해를 줄이며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영주님이 근래에 공부를 많이 하신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전략 전술도 공부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란은 레벨린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은 회귀전 대륙을 떠돌며 겉핥기레나마 익혔던 일종의 잔머리였지만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소영주로서의 기본자세니까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런 진형을 갖추는건 어떻습니까?”


레벨린은 즉각 몇가지의 보완책을 내놓으며 아란의 진형을 수정해나갔다. 열기의 기병과 다섯의 수련기사, 아란의 마법까지 동원한 좀더 꼼꼼한 진형이 만들어지며 보완을 하자 만족할만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역시 기사가 만드니 틀리군요.”

“별건 아닙니다. 전장에서 이런 상황을 겪어봤기에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훌륭하군요. 이대로 하지요.”

“그럼 즉시 준비를 시키겠습니다.”


레벨린이 자리를 비우자 렌카츠 시장이 시몬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이아이도 데려가시겠습니까? 지리를 잘 아니 도움이 될겁니다.”


렌카츠 시장의 말에 시몬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반항은 하지 못했다. 아란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장은 언제나 위험하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은 아니지.”

“걱정마십시오, 이 아이는 농노입니다.”


렌카츠 시장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농노는 평민이지만 농토에 묶여 있는 이들로 노예보다는 낫지만 보통의 영민취급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전장에 길잡이로 데리고 다니다 죽어버려도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란은 그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필요없소. 이제 됐으니 넌 집에 가보거라. 이건 수고료다.”


아란이 주머니에서 1실버를 꺼내어 시몬에게 건네주자 아이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지만 쉽사리 받아들지 못하고 여전히 시장의 눈치를 살피며 망설였다. 아란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렌카츠 시장이 황급히 손짓했고 그제야 은화를 받아든 시몬은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자리를 비웠다.

도시 경비대와 합류한 아란의 부대는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반나절 정도의 행군 후 목적지인 개울가가 보이자 아란이 입을 열었다.


“...여기가 좋겠군요. 이곳에 진형을 갖추지요.”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레벨린은 아란의 말에 따라 병사들을 배치한 뒤 다시 한번 척후 기병을 보낸 뒤 진형을 살피며 물었다.


“오크들을 어떻게 유인해 올까요?”


레벨린은 이미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소영주가 생각보다 전술에 밝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어떤 일이든 그의 의견을 묻게 되었다.


“기병을 동원해 오크들을 측면을 공격한다면 그들은 기병들을 따라오게 될겁니다. 오크들은 전투법이 단순하니까요.”


오크들은 강력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격방법은 돌격이다. 수천명이 넘는 대부족의 경우에는 다양한 주술을 사용하는 오크주술사와 오크전사 등의 고급 병종이 존재하며 군대라 불릴 전술을 펼치지만 평범한 수백 단위의 오크 무리에서의 전투법은 돌격하여 난전에 돌입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기병 몇만 보내도 금새 유인이 가능하다. 그들이 말을 하는 사이 저 멀리 기병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척후가 돌아오는 군요. 보고를 들은 뒤 기병들을 보내겠습니다.”

“맡기겠습니다.”


잠시 후 척후로 떠났던 기병이 진형으로 돌아와 레벨린에게 보고를 올리자 그의 낯빛이 조금 변했다. 아란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레벨린이 즉각 보고를 올렸다.


“오크들이 갑자기 속도를 올렸습니다. 오크들을 발견하고 탈출하던 상인들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향하는 곳이 재퍼의 촌락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죠?”

“기병들로 유인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흥분한 오크들은 기병 몇이 공격한다 해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을을 습격할겁니다.”

“그럼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예?”

“일반 기병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이라면 무시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오크들은 마법을 두려워하고 싫어합니다. 마법사가 눈에 띈다면 놈들은 반드시 저를 잡으려 할겁니다.”


아란의 말에 레벨린이 펄쩍 뛰며 만류했다.


“위험합니다!! 고작 가난한 평민들을 위해 소영주님이 위험을 감수하시다니요, 말도 안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들은 저의 영지민입니다. 소영주인 저의 책무는 그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저를 제외하면 병사들을 지휘할 분은 레벨린 경 뿐입니다. 본인의 책임을 잊지 마십시오.”

“하지만...”

“이건 영주 대리로서의 명령입니다. 레벨린 경. 진형을 갖추고 절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작가의말

매일 매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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