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프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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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렌지
작품등록일 :
2017.06.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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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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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프로스트 (8)

DUMMY

이곳 전체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머뭇거리지 마! 빨리 나와! 빨리!"


리스가 뒤에 있던 일행들에게 연신 목이 터져라 외친다. 거의 지진 수준의 진동이다. 아니, 아무리 놈들의 육체가 인간보다 월등히 크고 단단한들 이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가.


"살려.. 살려 줘!"

"아악! 다리! 다리 깔렸어! 누가, 누가 좀!"


열댓 명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나오는데 워낙 좁은 통로여서 엎치락뒤치락 제대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난들 어쩔 수가 없다. 저들조차 살려달라는 동료, 일행의 외침을 뒤로하고 뛰고 있지 않은가.


"나왔다! 일단, 일단 아래로 무조건 달려!"

"잠깐, 저기!"


누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괴물들의 시체가 있었다. 두 구. 마치 양손 쇠망치에 직격 당한 듯 얼굴 부분이 완전히 짓이겨진 상태였다.


"누, 누가 이런 짓을..?"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데 그런 거 따질 때야? 죽어라 뛰기나 해!"


리스가 계속 재촉하며 일행들을 몰아붙였다. 동굴은 완전히 매몰되고 동굴이 있던 절벽면도 거북이 등짝처럼 금이 가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생명 반응 감지. 파괴 작업 중지."


정신없이 도망치는데 굉장히 이질적으로 굵직한 기계음이 귀에 꽂혔다. 내 스캐너에서 나온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 소리는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마구 짓밟는 듯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소리, 위치상으로도 위쪽에 있다.


"야, 어딜 한눈파는 거야! 달... 어?"


리스가 소리치다가 내 시선이 멈춘 곳을 바라보자 역시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누구든 본다면 몸이 굳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절벽 위, 멀리 자리 잡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것. 괴물은 아니지만.. 괴물조차 압도할 정도로 두려운 인상을 풍기는 것, 그래, 그 수정 구슬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댄 것..


"말살 작업 개시."


'그것'이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머리도, 어깨도, 몸통도, 다리도 모두 네모반듯한 강철 덩어리가 뛰어내려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충격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바윗덩어리들과 함께.


"공격한다!"

"피해애애애애!"

"아래쪽에도 있어!"

"대체 저게 뭐지?"


조여들듯 내려오고 올라오는 놈들.


"..로봇 군단."


놈들이 위아래에서 일으킨 진동에 나 포함 모든 이들이 거의 구르듯 아래로 떨어졌다.



===



"패러데이가 살았던 동네는 그야말로 줄초상을 치렀죠."


검사 로크가 올리비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수법이 얼마나 악랄한지... 그만한 힘을 이런 곳에 쓰다니."

"그럼 어떤 일에 쓰이길 바라셨나요?"


올리비아가 넌지시 물었다. 그닥 공격적이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질문이었지만 로크는 뻘쭘한 얼굴로 입술만 들썩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만 흐르다가, 올리비아가 더 기다리기 뭐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어 검사에게 물었다.


"공문은 받으셨죠, 검사님?"

"아, 예..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하겠습니다. 다만, 개인정보 관련이니 신중하게 다루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특히 주변 사람 과거 행적까지 포함하니까, 언론이 아주 장난 아닙니다."

"주변 사람이라.. 과연 주변 사람이었을까요?"


또다시 완곡한 질문을 던지는 올리비아. 로크는 이번에도 입을 다무는가 싶더니, 미묘하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읊조리듯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해요.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속담은.. 그야말로 완벽한 개소리란 겁니다."



===



꽤나 평탄한 지대.. 그 쇳덩이 중 한 놈이 내 발목을 잡아 들어 올린 후 가차없이 내동댕이친다. 허억.. 신음이 절로 나온다. 이놈들아, 죽이려면 그냥 빨랑 죽여버리지 무슨 장난감 다루듯 사람을 갖고 노는 거냐.


"존재 불분명 상태, 명령 대기 중."


겨우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는데, 나와 리스를 제외하곤 모두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내가 그토록 애용하던 샷건은 써 보지도 못한 채 찌그러졌고, 여기까지 오면서 한번도 쓰지 않았던 돌격소총을 들어 탄환을 있는 대로 퍼부었지만 놈들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 몸으로 받아 튕겨냈다. 레이저로 어느 정도 흠집은 낼 수 있었지만 에너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쏴도 겨우 하나 녹일 수 있을까 말까..


"빌어먹을 쇳덩이들!"


리스가 거의 몸을 던지듯 주먹질을 날린다. 다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데..


"존재 불분명 상태, 방어막 가동."


로봇 한 대가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고 그녀의 공격을 받아친다. 그리고 그 순간 꽤나 떨어져 나간 나조차도 몸이 움찔거릴 정도로 폭발이 일어났다. 믿을 수가 없었다. 명백히, 분명히 그녀의 주먹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폭발로 인한 화염과 연기가 걷혔을 때조차도 그녀의 몸만은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녀의 몸 자체가 불길이었다. 눈에서 흐르는 게 눈물인지 분노의 불길인지..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으으을!"


리스는 절규했다. 절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폭발보다 더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방어막 손실 4%. 존재 불분명 상태 증가."


바로 가공할 폭발을 맞고도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은 로봇.


"제발 죽어어어어어어!"


리스는 연거푸 로봇을 향해 주먹질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악도 헛되이 로봇은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잡은 후, 날 날려버렸듯이 그녀를 던진다.


"으윽..!"


땅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리스.. 그녀의 분투를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었지만 수류탄을 까서 로봇에게 던졌다. 리스는 꽤나 멀리 떨어져 나갔으니 폭발이 일어나도 문제없을 것이다. 수류탄이 로봇 근처에 붙어 터졌다. 그런데 젠장.. 로봇에게도, 수류탄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어막 손실 7%."


로봇 주변에 희미하게 보이는 푸른 빛줄기.. 저게 로봇이 말하는 방어막이겠지. 저걸 깨부수지 못하면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어막을 깨부순다고 해도 가망은 없어 보였다. 내가 탄환을 퍼부었을 땐 방어막을 쓰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으니까.. 굳이 방어막을 쓰지 않아도 놈들은 충분히 튼튼하다. 게다가 로봇이 한 대뿐이라면 모를까, 지금 여기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세 대다.


"이 개자식들아! 죽이려면 빨리 죽여! 갖고 노는 거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리스가 대신 분노와 함께 토해냈다. 힘이 빠졌는지 그녀를 감싸던 불길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로봇은 다른 이들에게 했던 것과 달리 나와 리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뜸을 들이는 걸까.


"...로봇은 주어진 명령만을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그게 유일한 단점이죠. 그래서 로봇에게는 정확한 명령을 전달해야 합니다! 만약 제거해야 할 대상이 눈앞에 있음에도.. 그 대상에게서 오차가 발견되면 로봇은 직접적인 공격을 중단할 것입니다."


이 하이톤의 목소리는.. 내 뒤에서 나고 있었다. 리스 역시 들었는지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게 뭐야..?"


분명 전에 말했지만, 그래도 저런 생소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그녀 말마따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물건이, 수정 구슬이 놓여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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