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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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0.10.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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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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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뜨랑제 (2) - 탈선 -2

DUMMY

1. 탈선 -2





손을 만져본다. 양쪽 손과 손가락에는 이상이 없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본다. 양쪽 발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허리, 가슴, 엉덩이, 대퇴부, 종아리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다행히도 부러지거나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운이 좋았군. 다치지 않았으면 최고지 별거 있나.

그나저나 그 멍청한 신병 놈은 괜찮은가?”


산은 왼쪽 어깨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찰칵- 휘르륵’


사위가 밝아졌다. 보아하니 숲인 것 같다. 불을 한 바퀴 빙 돌렸다. 뒤쪽에는 그의 낙하산이 키 작은 나무에 걸쳐진 채 자신의 어깨와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돌아보니 오른 쪽 나무에 멍청한 신병 녀석이 새우처럼 굽은 자세로 생가지에 널려 있다.


산은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물었다. 많이 피우지는 않지만 이런 생존귀환 등 매우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을 때는 꼭 피우는 버릇이 있다. 그 담배 맛은 정말 최고다.


“후- “


한 모금 깊게 내밀고 담배를 입에 문채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우선 이 지독하게 어두운 곳에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산은 한쪽 손에 라이터를 켠 채 앞쪽 무릎에 달아놓은 자신의 커다란 색을 분리한 뒤, 사물을 뒤졌다. 먼저 군용 플래시와 사제 고성능 플래시를 찾았다. 이럴 때는 가볍고 장착이 쉬운 사제가 유리하다. 플래시를 어깨 견장에 걸어놓은 채 작업에 들어간다.


‘철컥, 철컥’


산은 낙하산 하네스를 모두 해체하고 일단 낙하산은 나무에 걸린 채로 놔두었다. 일단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아무래도 병사 녀석이 마음에 걸린다. 무사해야 할 텐데. 나뭇가지에 널려져 있는 모양으로 봐서 어디가 부러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단 헬멧부터 벗기고…


산의 눈이 크게 떠졌다. 표정이 미묘하다.


“에헤- 여군이었어?”


신체 접촉 부위에 약간의 이질감은 있었지만, 산은 멍청한 이 여군장교를 뒤집어 돌리다시피하여 땅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낙하산을 벗기고, 배낭을 분리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 여자라는 족속은 어디 딱히 만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봐! 정신차리지?”


“…”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군. 에이! 어차피 망가진 거. 뭐’


“찰싹-“


산은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것도 매우 세게!


‘미안하다. 내가 시간이 없거든.’

“어이 김비연 중위 일어나! 여기가 네 집 안방이냐?“


‘번쩍’


정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매우 긴장했던 만큼 그 동작도 빠르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살폈다. 아픈 뺨을 문지르며 상대를 탐색한다.


“히긱- 누구세요!”


그녀의 눈에는 완전한 어둠과 눈이 부실 만큼 강한 플래시 불빛만이 보였다. 그 모습은 괴기영화만큼 공포스럽다. 그러나 상대의 입가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작은 불빛과 그 옆으로 여유롭게 피어 오르는 희뿌연 담배연기가 그녀의 의식을 현실로 돌렸고, 오히려 긴장을 풀게 했다.


“발딱 움직이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없겠군. 지금 몸 상태를 자세히 점검해보도록! 정신 없이 떨어져서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거야. 동작 빨리 해라. 집결시간에 늦겠다. “


“귀관은 누구십니까?”

“특임대 중대장 대위 강산이다.”


짤막하게 용건을 마친 뒤 산은 자신의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나무에 걸린 낙하산의 분리작업이 가장 큰 문제다.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를 수도 없고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고가의 물건이다.


비연은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어디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떨어지며 나뭇가지에 긁히고 채여 아프고 온몸이 욱신욱신 하지만 특히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하다. 그러고 보니 저 남자 장교와 낙하산이 엉켜서 당황하고 있을 때 공중에서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고 기절한 것 같다. 아마 저 ‘우악스런’ 장교가 그랬을 것이다. 낙하산이 엉켜서 이제 죽었다 싶었는데 그래도 살아난 걸 보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기분은 살짝 나쁘다. 아니 매우 나쁘다.


맞고 기분 좋을 인간은 없다. 왜 그래야 만 했을까? 왜?


“이쪽으로 플래시를 비춰 주겠나? 정말 대책 없는 암흑이군. 어째 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없을까? 강하할 때는 날이 맑았는데, 별도 총총하고...”


산이 중얼거리며 군용 대검을 꺼내든 채 나뭇가지와 낙하산줄을 분리하고 있다. 그 솜씨는 매우 능란하고 빠르다. 특임대 장교답게 칼은 예리하게 날을 세워놓았고, 대검을 놀리는 손놀림이 매우 익숙하게 보인다. 벌써 자신의 낙하산을 나무에서 분리하여 대충 개어 놓았다.


이제 산은 비연의 낙하산을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낙하산은 4미터 정도의 키 작은 나무를 아예 덮고 있어 이 작업은 제법 까다롭다. 특히 이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업이면 더욱 시간이 걸린다. 산은 제법 초조하다. 이런 강습 훈련이면 보통 신병들이 산 하나 넘어가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밤새도록 뒤져보면 나무에 걸려 기절한 채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당분간 고문관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고참 베테랑 장교가 늦어버리면 매우 곤란하다.


산의 동작이 잠깐 멈칫하고 있다.


‘놔두고 갈까? 어차피 우리 부대소속도 아닌데…’


산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플래시 불빛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뒤에는 표정을 알 수 없는 여군장교가 있을 것이다. 언뜻 봤지만 생각 밖으로 미인이다. 간호장교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 이런 우악한 사내들 세상에, 그것도 제일 지랄 같다는 이 부대 훈련에 참여했을까?


‘아무래도 규모가 큰 연합사 훈련이니 통역장교일 수도 있겠지…’


산은 머리를 흔들며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플래시 불빛에 어스름하게 비추는 빛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낙하산을 분리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문득 시계를 쳐다본다. 9시 강하에 10시까지는 1차 집결지에 모여야 되는데…


“응? 시계가 망가졌나? 지금이 3시 20분이라고? ”


산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고 기다리니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초기화면이 뜬다. 이어 ‘통화지역 이탈’ 메시지가 뜨고… 시간은 9시01분을 가리킨다. 전원이 꺼져있어도 내부 클록으로 시간은 간다. 그리고 켜지는 순간 이동전화 기지국에서 보내주는 시간을 받아 휴대전화 시간을 동기화 시킨다. 9시 1분이라면 정확하게 비행기에서 떨어져 나온 시간이다. 그 다음에는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고? 휴대폰 내부 수정 진동자가 죽었다 살아났다고? 말이 되나?


“이거 시계가 이상하네. 김중위 지금이 몇 시냐?”


비연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의 손목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다. 휴대전화 시계 역시 9시 02분을 가리킨다.


“시계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3시 21분을 가리키고 있는데요. 휴대전화는 9시 02분이라고 뜨고요”


비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산의 미간이 좁혀지고 있다. 분명히 작전 전 정확하게 시간을 맞췄었다. 강하 중 시계가 잘못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두 사람의 시계가 동시에 잘못될 확률은 드물다. 더구나 틀린 시간마저 같을 확률은 거의 제로다.


이제 작전 책임의 압박에서 분리된 그의 감각과 본능은 뭔가를 경고하고 있었다.


이 공간 뭔가 많이 이상하다. 냄새도, 공기도, 분위기도, 느낌도… 그러고 보니 3월에 벌어지는 훈련인데 여기 분위기는 여름 밤 숲의 분위기에 가깝다. 방금 올라간 나무도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수종이 아니다. 뭔가 물기가 많고 낭창낭창하며 열대수처럼 잎이 넓고 퍼석하게 잘 부서지는 목질이라…


‘꿀-꺽-‘


산은 처음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하시간도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두 개의 낙하산이 엉켜서 한쪽 낙하산만 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빨리 떨어져야 했는데도 자신의 감각보다 훨씬 깊고도 오래 떨어졌었다.


“대체 여기는 어디죠? 어디로 데려 온거냐구요?“


비연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를 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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