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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7공모전참가작 끝내 주는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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認知不調和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4
최근연재일 :
2017.08.0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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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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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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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3 대탈주극

DUMMY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가면 들킬 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우선 이리로 가보도록 하죠."

난 부상당한 사내를 업고 조심스럽게 바위와 나무를 피해가며 산아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여 분 쯤 내려오니 아까 지나쳐왔던 백양사의 기와 지붕이 저 멀리 보였다.


"십 분만 더 내려가면 되겠습니다."

남자에게 작은 소리로 알려주어 기운을 북돋아주려 했다.


"감사합니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사내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시 숲을 헤치고 백양사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등산로 저 쪽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 못 찾았어? 빨리 빨리 움직여.

그쪽으로도 가보고. 놓치면 우린 다들 죽는다고."

누군가에게 고함을 지르는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두 사람이 아닌 듯 하다.


"으으으... 빠,빨리 피해야해요.

그 사람들이에요. 잡히면 난 죽어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사내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저 사람들이 당신을 쫓는 사람들인가 보군요?"


"네. 제발 빨리..."


난 백양사로부터 멀어져 도로 계곡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계속해서 등산로로 가다가는 이 남자를 찾는 사람들과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금만 쉬었다 갑시다."

십여 분을 내려가다가, 사내를 계곡 바위에 내려 놓고, 나도 그 옆에 걸터 앉았다.


"저까지 업고, 길도 아닌 곳으로 가려니까 너무 힘드시죠?"


"뭐 할만 합니다. 그런데 쫓고 있는 사람들은 조폭이라도 되는 겁니까?"


"그런 것 같아요."

사내는 바위에 엎드린 채 연신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까?

보아하니 등산을 할 옷차림도 아닌데."


"거제에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운전사가 이곳으로 끌고 왔어요.

저도 왜 그놈들이 날 죽이려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내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하소연을 했다.


"몇 명이나 됩니까? 아까 말소리들을 들어보니 한두 명은 아닌 것 같던데?"


"제가 아는 것만 네 명입니다. 그들 말고 더 있는 지는 모르겠어요."


"위험한 놈들이군요. 빨리 내려가서 경찰에 신고해야 겠습니다."

난 다시 일어나 사내를 등에 업었다.


"죄송합니다. 가볍지도 않은데."


"다친 사람을 보면 돕는게 당연하죠."

다시 바위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제대로 나 있는 길이 아니라 바위를 타고 움직이자니 이리저리 비틀거릴 수 밖에 없었고, 남자의 몸도 계속 흔들거렸다.


한동안 걸어가다가 난 걸음을 멈추고 사내를 내려놓았다.


"잠시 쉬려고요?"

사내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쉿! 조용히.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난 우리가 내려오던 계곡 건너편을 가르키며 사내에게 물었다.


"아뇨? 무슨 소리요?"

사내가 두려움에 가득차서 내가 가르킨 방향을 바라보았고, 난 손가락을 내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


잠시 뒤에 저 멀리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둘 다 그자리에 업드렸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가 났던 방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십 분이 지나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안 되겠습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것은 좀 위험할 것 같군요. 너무 노출이 되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좀 번거로워도 숲으로 들어가야하겠습니다."


난 사내를 업고 계곡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다행이 그렇게 울창한 숲은 아니어서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이거 계속 신호가 안 잡는군. 빨리 경찰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숲을 따라 걷다가, 휴대폰을 꺼내 보고 내가 말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사내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순간 내 발이 한 번 크게 비틀거렸고, 사내는 전화기를 떨어트렸다.


"이런..."

난 걸음을 멈추고 떨어진 사내의 전화기를 주어들었다.


"깨졌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어쩔 수 없죠."

사내는 아예 불도 들어오지 않는 자신의 휴대폰을 받아들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조금 지친 것 같습니다. 잠시 쉬어야 겠군요."

사내를 나무에 기대도록 내려 놓고 팔다리를 풀어주며 말했다.


"제가 한 번 직접 걸어보겠습니다."

언제 다시 그들이 나타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걸음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남자는 그때까지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옆에 던져놓고 나무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지 그정도의 행동 만으로도 고통스러운지 남자는 얼굴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걷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지만, 난 그의 왼쪽 팔을 붙잡고,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부축해주었다.


"끄응!"

사내는 왼쪽 다리를 들고 한 번 힘을 내어 움직여 보았다.


"크윽!"

하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안 되겠습니다."

사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잠깐만 쉬었다가 움직입시다."

난 사내의 옆에 주저 앉아 정말로 힘이 든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제기랄!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지 모르겠군."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그 자식들.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


"혹시 아는 사람들이 있었나요?"


"아뇨. 하지만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차번호도 기억하고 있구요."


"다행이로군요. 전화만 연결되면 바로 신고하지요."


"으윽!"

사내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라해도, 등산복은 커녕 그 흔한 패딩 점퍼 한 벌 없이 신사복만 입은 채 햇빛이 들지 않는 숲에서 한 시간도 넘게 있었으니 한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견딜 수 있겠습니까?"


"네에..."

하지만 꽤 고통스러워 보인다.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사내를 업었다.


"빨리 내려갑시다. 한 삼십 분만 걸으면 산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네..."

남자는 별 다른 말 없이 서류가방을 들더니 내게 업혔다.

그도 살아남으려면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쯤이죠? 왜 숲이 끝나지를 않는 걸까요?"

삼십 분 정도 걷고 있을 때, 등에 업힌 남자가 내게 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슬슬 걱정이 되는군요. 근데 신호도 잡히지 않으니..."


"으으..."

남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기가 깊숙하게 스며든 모양이다.

빨리 따뜻한 곳을 찾지 못하면 크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제가 혼자 신호가 터지는 곳을 찾아 구조대를 불러야 할 것 같군요."

난 사내를 바위에 기대도록 내려 놓고 결정을 내렸다.


"네에..."

사내는 불안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간신히 대답했다.

내 말이 합리적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혹시나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봐 무서운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자들이 여기까진 따라오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저도 금세 돌아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하고,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점점 추위가 그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사내를 두고 난 왔던 길을 다시 걸어 가기 시작했다.

오 분 정도 걸어가니 사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시 오 분 정도 걸어가다가, 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한 시간? 아니면 삼십 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난 속주머니에서 가져온 에너지바를 꺼내 포장을 벗기고 천천히 씹어먹기 시작했다.

한 시간도 넘게, 건장한 남자의 몸을 들고 움직였더니 사실 좀 피로감이 느껴진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에너지 바 몇 개를 해치우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난 사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괜찮습니까?"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온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 못한다.


"종훈씨. 김종훈씨. 정신 차려봐요."


"으으으..."

내가 몇 번이나 몸을 흔들어 깨우자 사내가 간신히 눈을 뜨고 날 봤다.


"살려줘요..."

남자의 입술은 완전히 말라있었다. 산에 오른 뒤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을 테니, 당연할 것이다.


"추워요."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 한 모금 마셔봐요."

난 주머니에서 작은 생수병을 꺼내 사내의 입안으로 흘려넣어 주었다.


꿀꺽, 꿀꺽...

남자는 차가운 생수를 몇 모금이나 맛있게 마셨다.


하지만 곳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지 않아도 추위에 떨다가 그렇게 차가운 물을 마셨으니, 체온이 더욱 떨어졌을 것이다.


"전화는? 구조 대원은..."

반쯤 넋이 빠진 얼굴로 그가 물었다.


"구조 대원은 안 올 거예요."


"어째서..."


"전화는 못 했어요."


"으윽..."

충격을 받았는지,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김종훈 씨. 들려요?"

오 분 쯤 지나, 사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내의 코에 손을 대 보았지만,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남자의 옆에 앉아 속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흰색 종이를 꺼내 남자의 서류 가방 속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살펴서 혹시라도 내가 흘린 흔적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남자의 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일은 꽤 피곤했다. 칠십 킬로그램 가까이 나가는 사내를 업고 산을 타는 것은 아무리 내리막이라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삼십 분 정도 걸어가니 다시 백양사가 보인다.

남자를 업고 갈때에 비하면 반 정도 밖에는 걸리지 않은 셈이다.



숲을 벗어나 사내를 업고 힘들게 걸었던 계곡을 건너 백양사에 도착했다.

아까 올 때와는 달리, 작은 산사에는 몇 명의 나이 많은 사내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절 앞을 걸어오는 내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서로 눈짓을 하고는 부랴부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참 겁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었던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폭은 커녕 그냥 동네 아저씨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를 납치해 고문까지 할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시골 노인네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고도 남는다.

나 같아도 피가 거꾸로 솟아 무슨 짓을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평생 일궈온 모든 것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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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시스템 원 +26 17.07.16 19,468 578 12쪽
31 #31 부정한 돈 +22 17.07.15 20,208 6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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