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마왕 승부예측을 하다.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바둑을 배우러 왔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따로 바둑강의를 하거나 하지 않아. 단지 바둑을 둘 장소를 제공하고 음료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판매를 하는 것 뿐이지.”
“혹시 구경해도 되나?”
“응 물론이야. 기료는 2만원이야. 선불이고.”
“알겠다.”
약간 비싼 듯 했지만 준혁은 기료를 지불하고 입장하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발품을 꽤나 팔았지만 바둑관련해서 준혁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준혁에게 기료를 받은 직원은 카운터에 돈을 넣은 뒤 말했다.
“자 이제 마감시간까지 마음껏 이용해. 아참. 음료수 마실래? 콜라, 사이다.”
“콜라로 부탁하지.”
직원이 얼음컵에 콜라를 가득 채운뒤 준혁에게 건냈다.
“자, 마셔. 음료수 더 마시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고. 그런데 혹시 바둑을 두러 온거니?”
“그렇다만.”
준혁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흐음. 그래? 하지만 여기서 대국상대를 찾기는 어려울거야 아마.”
직원의 대답에 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국상대를 찾기 어렵다고? 저 사람들은 다 바둑을 두고 있지 않나?”
“아... 보통 여기서는 내기바둑을 두거든.”
“내기바둑?”
“그래. 판돈이 걸린 바둑을 말해. 보통바둑에 걸리는 판돈은 5만원에서 10만원정도야. 그 아래로는 잘 안하려고 해. 너같은 어린 아이가 판돈을 걸고 바둑을 할리는 없으니 대국상대를 찾기가 쉬울 리가 없지. 어쨌든 구경을 하던 대국상대를 찾던 이제 네가 알아서 해. 그것까지는 내가 못해주니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직원은 카운터로 돌아아가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모두 준혁에게 해주었으니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준혁도 직원이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기에 그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
준혁은 일단 기원을 둘러보았다. 다들 대국에 몰두중이었다. 하지만 준혁이 보기에도 실력이 아주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기원은 정석적으로 바둑을 배우는 곳은 아니다. 기원을 찾는 사람들은 동네 노인들이고 상대적으로 바둑교실 사범들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하다.
체계적인 검술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쌓은 기사를 바둑교실 사범이라고 비유한다면 전쟁통을 구르며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용병들은 동네기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원바둑의 특징은 정석보다는 실전으로 다져진 꼼수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런 꼼수들은 정석에 의해 쉽게 파해가 되지만 그 파해법을 모른다면 더 크게 당하는 수들이 많다. 말하자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볼수가 있다.
“알바야. 튀어와라. 50수 됐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알바를 불렀다. 준혁도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쪽 테이블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열댓명의 사람들이 몰려서 북적거렸다. 호기심이 생긴 준혁은 그쪽을 향했다.
거기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바둑판을 보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아 글쎄. 내말대로 흑으로 가라니까. 포석만 봐도 흑이구만 뭘.”
“에이 김씨도 참. 봐봐. 흑이 세력은 두텁긴 한데 실리가 너무 없잖어. 백이 우세하지.”
“자자. 고만하고 이제 걸어야지. 알바야 빨랑 안튀어오고 뭐하냐.”
“네~ 가요.”
직원이 액정타블렛을 들고 오더니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승부예측대국 시작합니다. 사장님들 배팅 하세요.”
“김정훈 흑에 5만원이다.”
“정두칠. 백에 10만원.”
“정우진 백에 10만원.”
거기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액수를 밝히면서 직원에게 배팅금을 건냈다.
직원은 한사람 한사람 돈을 받으면서 액정 타블렛에 배팅자와 금액을 기입해나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준혁이 물었다.
“승부예측대국이 뭐지?”
“궁금한게 많은 녀석이구나. 그래 이야기 해줄게. 승부예측대국은 배팅금을 걸고 승자와 패자를 맞추는 대국이야. 모든 대국을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또 그렇게 되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조작의 문제가 있지. 그래서 매일 공인인증 승부예측 기사를 초청해서 대국을 두고 있어.”
“공인인증 승부예측 기사?”
생소한 단어에 준혁이 그 의미를 묻자 직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 설명해줄게. 승부예측 기사는 승부예측 대국을 전문으로 두는 대국자를 말해.
국가 공인인증 승부예측 기사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정식으로 기원에서 기사로 활동할 수가 있지. 승부예측 기사의 시험최소 조건은 3급 이상이야. 급수가 어느정도는 되기 때문에 대국을 보는 맛도 있지. 어쨌거나 말이 셌는데 이런 승부예측기사는 랜덤으로 초청하기 때문에 조작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돼.
그렇게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50수까지의 진행만 보고 승패를 예측해야 하는게 바로 승부예측대국이라는 거야.
이 승부예측 대국에 배팅을 해서 승자를 맞추면 배당금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지. 잘만 하면 돈을 많이 벌수도 있어. 후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한테 설명하려다보니 말이 길어졌네. 이제 궁금한건 다 끝났니?”
“설명해줘서 고맙군. 음. 종합해보자면 승부예측대국이라는 건 일종의 도박이라 이거군.”
준혁의 정리에 직원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너 정말 재밌는 아이구나. 그래 맞아. 도박이지.
너 도박이 재밌는 점이 뭔지 아니? 도박은 한번 빠져들면 빠져나오지 못해. 십중팔구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지. 사람이 절망으로 빠지는 거야. 그런데 웃기는 점이 뭔지 알아? 아이러니하게도 그 도박을 하게 되는 계기가 희망이 있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희망이냐면 결국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돈을 딸수 있다 이런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이거야. 흐흐흐. 하지만 틀렸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도박에 미친 사람들이야. 자기 자신만 모를 뿐이지.“
직원은 약간 과장되게 도박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야 나중에 준혁같은 어린아이가 이런 곳에서 도박에 빠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혁이 직원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있을 때 배팅자중 한명이 직원에게 소리쳤다.
“아 뭐해. 알바야. 대국 속개 안하냐?”
배팅자의 외침에 직원은 그제서야 자신이 준혁에게 설명해주느라 대국을 중지시키고 속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 죄송해요. 이제 할게요. 이제 배팅 하실분 더 없죠? 없으시면 대국 속행할게요.”
그리고 그때 준혁이 입을 열었다.
“잠깐. 기다려. 배팅 하겠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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