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동해로 가다3
장비 대여점을 가보니 이건 무슨 판타지 게임에서 보는 장비 판매점 같다.
정확히는 대장간에서 풀무질하고 망치질하는 대장일 하는 모루와 용광로 시설만 뺀 장비가 사방에 즐비하게 걸려있는 장비 상점이다.
“우와···. 이걸 내가 현실에서 보다니···..”
“아하하. 오셨군요.”
“네. 아무래도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해변으로 가보려고 했더니 막길래 여기로 와봤습니다. 해변에 들어가 보기라도 하려면 장비를 입고 사냥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한 명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 수가 정해져 있죠. 물론 여기 해변처럼 필드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곳뿐이고 던전의 카오스 몬스터는 또 다릅니다. 그곳이야 위험한 곳이니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하더군요. 부산물도 구할 수 있고요.”
카오스 몬스터.
분명 혼돈의 마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던전도 미궁을 뜻하는 것이고.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형적인 게임의 이름들이 튀어나오니 참 어색하기도 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직접 해보죠. 임시 허가는 여기서도 처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저희는 장비를 대여해 드리고 임시 허가는 이 앞의 허가소에서 해드리는 겁니다. 물론 저희가 대행해 드리기는 하지만요.”
대화를 이어가며 우리를 이끌고 장비가 진열된 곳으로 이끌어간다.
“여기서 장비를 보시면 됩니다. 방어구들은 해변에 있는 몬스터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서 여기 어린 아가씨가 입고 들어가도 안전합니다. 다른 세계 존재들의 도움으로 만든 장비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우리 아파트 드워프 분들이나 다른 인간계의 장인들 도움을 받아서 장비를 제작하는 것 같다.
아니면 신족이나 마족의 도움이 있었겠지.
아무리 봐도 그들의 손을 탄 흔적이 느껴진다.
장비를 둘러보며 홀로 생각을 이어가는 나를 두고 일행들은 장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 이거!”
“응? 클러네?”
“응응! 이거 사줘! 이거!”
“아하하. 어린 아가씨. 미안하지만 이건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랍니다. 우리도 정부에서 임대로 가져온 거라서요. 필요하면 따로 구할 방법은 있을 거예요.”
“웅···. 나 이거랑 똑같은 거 사줘. 응?”
어쩌다 묘족이 클러에 빠져서 그러냐?
그것도 양손에 쌍으로 끼고서 저러고 있다.
“일단 빌려 가보자. 응? 참. 이거 위험하지는 않아요? 사람을 공격하거나 하면 어쩌죠? 아무리 봐도 심각하게 다칠 것 같은데?”
“안심하셔도 됩니다. 각성자들의 사냥 장비는 사람은 절대 공격할 수 없게 되어있는 매직 아이템입니다. 사람에게 절대로 피해를 입힐 수 없어요. 아예 행동 자체를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매직 아이템?”
설마 이런 것도 게임의 체계를 그대로 가져온 거냐?
어쩌자고 이렇게 변한 거지? 세상이?
“각성자들의 장비는 최하 매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람을 공격할 수 없고 몬스터의 마력은 크게 흔들 수 있는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매직 아이템으로 인정됩니다. 그보다 능력이 더 많이 붙어있으면 유니크 아이템으로 판정받습니다. 레전드 등급도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발견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아직은 우리 인간이 만들 수 없다고 하니까요.”
저 등급도 죄다 뻔한 등급이네.
아무 기능도 없는 일반 도구 같은 것들이 전부 일반 등급일 거다.
뭔가 하나라도 붙으면 당연히 매직 아이템 등급부터 시작할 것이고.
전부 게임이다. 게임.
“게임 속에 들어온 기분이군요···. 이렇게 혼란스러울 줄은···.”
“하하. 이해는 합니다. 아직도 몬스터 사냥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들이 많아서 처음 이 얘기를 듣게 되면 모두들 혼란스러워합니다.”
다들 장비를 제대로 갖춰가고 있었다.
하리야는 어디서 찾았는지 서핑복같이 생긴 전신 슈트를 찾아서 두 개의 클러와 함께 입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엘레나 님과 아스타로스도 마찬가지였고.
“참 빨리도 갈아입으셨네요. 저도 금방 입고 올게요.”
둘러보며 미리 구해둔 쌍검과 슈트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서 갈아입었다.
방패를 들까 생각했으나 처음부터 방패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아무래도 이게 좋지 않을까?
일단 통제봉과 삼단봉을 쌍검처럼 쓰기는 했으니까.
“모두 갈아입으셨으면 개인 물품은 저기 있는 보관함에 함께 보관해 주세요. 참. 신분증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어린 아가씨도. 알았죠?”
“응! 삼촌!”
“아하하! 좋군요! 삼촌이라! 하하.”
그가 이끄는 대로 가보니 정면에서 보았던 허가소가 간판만 다른 것을 달고 있었다.
[임시 사냥 허가소]
이름 그대로의 기능이겠지.
다른 미사여구도 없으니 왜 존재하는지 이유는 충분히 알겠네.
“저희 손님들 사냥 허가받으러 왔습니다.”
“신분증 주십시오.”
엘레나 님, 아스타로스, 하리야,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의 신분증을 제시하니 허가소의 직원이 말한다.
“1인당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는 3마리,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4명 일행이 잡아 올 수 있는 일반 몬스터는 모두 12마리이고 만약 강화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몬스터는 마릿수에서 제외되며 별도의 보상을 지급합니다.”
“별도의 보상이요? 어떤 보상인가요?”
“강화 몬스터는 카오스 몬스터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신체도 매우 좋은 재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잡으시면 꼭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 이 무전기와 헤드 카메라를 써주세요”
무전기 4개와 헤드 카메라 4개. 설마···..
“해드 카메라는 여러분들의 사냥이 기록되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냥 중에 분쟁이 발생하면 이 카메라로 판독을 할 겁니다. 그러니 절대로 임의로 끄지 마시고 꼭 쓰고 계셔야 합니다. 쓰고 계시지 않는 동안 사냥한 몬스터는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니 무슨 레저 사냥 같은데 이렇게 까다롭냐?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닌데 뭐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려고 한다.
“이제 절차는 끝났습니다. 신분증은 사냥이 끝나고 나오시면 돌려드립니다. 즐거운 사냥 되시기 바랍니다.”
이제 끝이구나. 지친다 지쳐.
너무 지쳐서 대여점 사장을 바라보았다.
“하하. 처음 오셔서 설명을 길게 들으셨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이제부터 즐거운 사냥을 즐기시면 됩니다. 몬스터를 최대로 잡으시면 이곳에서 파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소득이 좀 되더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사냥 되시기 바랍니다.”
겨우겨우 사냥터로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우겨우.
뭔지 모르게 세상이 참 많이 변하긴 변했다. 몬스터가 등장하고 사냥을 하는 시대가 오다니···.
* * *
해변으로 들어온 우리는 우선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먼저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여기서 멋대로 날뛸 수는 없다.
쉽게 정체를 드러내기는 좀 그랬으니까.
그리고 설명을 들어보면 이곳은 무척 쉬운 사냥터 같다.
그러니까, 먹기 위해서 산에 올라가 토끼나 멧돼지 사냥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멧돼지쯤 되면 사람도 위험할 수 있지만 그것도 장비도 없는 맨몸의 얘기 아닌가?
사냥터의 출입을 통제해서 봉쇄해놓고 장비를 입혀서 들어가게 하면 못 잡을 것은 없는 거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온 사냥터가 딱 그랬다.
“거대한 게는 두 명이 잡는군요.”
“생선도 큰 거는 3명이나 4명이 잡는데? 작은 거는 혼자도 잡는구만.”
홍합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가끔 다리가 물려서 쩔쩔매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비가 튼튼한 것인지 아니면 보호 기능이 있어서인지 다리가 절단되거나 부러지는 부상은 입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쩔래요? 각자 하나씩 잡아볼까요?”
“응! 나 혼자 잡을 수 있어!”
“충분하지 않을까? 솔직히 대장도 그냥 잡을 수 있잖아?”
“여기 사람들 수준을 보면 기운은 절대로 끌어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쉬울까요?”
“음···.”
다들 생각이 깊어지고 있었으나,
“괜찮을 거예요. 기운을 드러내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음? 기운을 드러내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거잖아요?”
“그건 아니지. 몸 내부에서만 돌리면 되니까. 그거면 신체 능력은 월등해지겠지?”
“나 그거 할 수 있어! 할부지가 맨날 그렇게 훈련하라고 해!”
“오호··· 그래?”
일종의 훈련이 된다? 이거라면 나도 관심을 가져봐야 하겠구나.
“좋아요. 그러며 그렇게 하죠. 각자 사냥을 해요. 대신 가까운 거리에서 해야겠죠?”
“안전한 것이 제일입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아직 먹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왜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슬퍼하세요? 어쨌든 몬스터인데···.
하긴 꼭 몬스터라고 치부할 수도 없겠구나.
지금도 덩치만 클 뿐이지 그냥 해양 생물일 뿐이니까.
“자. 다들 사냥 시작하죠. 첫째야. 너도 따로 갈래?”
- 크릉! 컹컹컹컹!
“싫으면 나랑 가자. 너도 방어구 입었으니까 다치지는 않겠지?”
- 크허헝! 크헝!
어이쿠야. 깜짝이야.
“아. 미안미안. 무시하는 거 아냐. 이놈들 약하긴 한데 너 그러다 수십 마리한테 포위당하기라도 하면 조금은 다칠 수 있잖아?”
- 크르르르···..
“그러니까 같이 다니면서 조금은 조심하자. 알았지?”
- 컹
하여튼 성질머리 하고는. 저놈도 자부심이 참 많이도 강해서 절대로 이런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한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눈먼 공격에 다칠까 봐 그러는 건데도 말이다.
물론 저 방어구가 무척 튼튼하다고는 하더라.
발로 차서 수십 킬로미터를 힘껏 굴러다녀도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고.
좋긴 좋네. 몇 개 구해다가 입힐까?
소용이 있긴 할까 싶기는 하다마는.
우리는 대화를 마치고 해변으로 움직였다.
- 작가의말
아아...
글을 미리미리 써두고 퇴고를 한 다음 예약글을 올립니다만...
이번 화는 제가 실수로 글을 너무 짧게 써서... 약 1000자 정도가 부족합니다...
글을 보충해볼까 했는데 이미 질러놓은 글들을 잘라낼 방법이 없더군요...
죄송합니다.
대신 한편을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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