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공략 당하기3
내 손이··· 아니 나의 감각과 나의 오러가 빛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이 띠X!!!!!!!”
대균열이 발생하는 구조의 첫 단계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균열을 열려고 몬스터 수만 마리가 동시에 마력을 들이부어서 강제로 차원을 벌리는 게 대균열이었다.
지금··· 차원 내에서 움직이는 균열 하나에 족히 수만 마리 이상의 에너지가 연결되는데··· 나는 그걸 시간이 되기 전에 모조리 끊어야 한다.
편법?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빠른 손길과 노가다 뿐.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띠X! 내가 왜! 모바일 게임도 아니고 왜 여기서 이 짓을!!! 응!? 아. 그래도 세상은 구하는구나... 아니! 이게 아니잖아!!! 아아아!!”
- 스스스스스스슥. 스스사사사스사스삭!
내 손도 APM 천을 돌파할 수 있겠구나. 단, 단순반복행동에 한해서만.
- 첫 번째 대균열 안정화까지 1분. 남은 에너지 연결선 5% 남았습니다. 총 연결 갯수. 2800개로 추정됩니다. 마스터. 파이팅.
“야이씨!!! 누구 놀리냐아!!!”
- 파치치치칙! 치치치치치칙!!
- 뇌전 속성을 끌어내도 연결을 끊는데 속성이 부여되지는 않습니다.
아니. 부여되었다. 나도 생각 못 했는데··· 부여가 된다···?
“되는 거 같지···?”
- 그렇습니다. 계산 오류. 원천지기 분석 중···
그거와 상관없이 나는 뇌전으로 마구 그어야지.
이게 그나마 나았거든. 꼴에 뇌전이라고 번져가면서 연결을 끊어주고 있었으니까. 감전이 번져가는 것처럼 뇌전이 퍼지면서 에너지 연결을 지진다.
“이거 아무리 봐도 끊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데··· 왜 알아서 풀리고 있는 거지?”
- 분석 완료. 마스터께서 신성을 깨달으면서 행성을 관리할 때 에너지에 속성을 부여해서 세상의 자연 흐름에 관여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데? 알잖냐? 나 머리 그렇게 좋지 않다...?”
- 솔직히··· 아닙니다···
“너··· 머리 나쁘다고 하려고 그랬지···?”
- 크흐흠. 마스터께서 행성에 마법을 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행성 디펜스를 하면서 에너지 흐름의 연결을 제어할 때 쓰는 에너지에 속성을 담아서 쓸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에너지 연결 흐름을 끊으면서 쓴 뇌전이 에너지를 타고 넘어가서 몬스터 본체를 타격했습니다.
아··· 연결이 알아서 풀렸구나.
참고로 나는 입만 떠들고 있다. 손은 계속 끊는 중이다.
“그러면 불로 지지면?”
- 불은 아무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군. 알았어.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바쁘네 너무···
여전히 많은 숫자를 끊어야 한다.
그것도 대균열이 3개나 있는데··· 그걸 한 번에 하려니 될 리가 있나···
- 첫 번째 균열이 파괴되었습니다. 남은 대균열 안정화까지 12분. 7분.
“나도 안다고!!!”
- 파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지직!
- 첫 번째 균열 40% 파괴. 두 번째 균열 70% 파괴.
생각보다 진도가 빠른 느낌이다?
13지구 벰파이어 일족과 마인들은 얼마나 피했으려나···
이거 끝나고 나면 아마도 다시 들어가야 하겠지?
위치라도 찾아서 구출은 해봐야 하니까. 트리스탄의 가족들도 그렇고 다른 벰파이어 일족과 저항 세력의 마인들도 그렇고···
할 수 있다면 다 구하는 게 좋겠지.
- 남은 시간 10분. 5분. 파괴율 70%. 90%. 기계와 같은 손놀림으로 멈춤 없이 대균열을 파괴 중입니다. 마스터에게 '균열 절단기의 손' 칭호를 부여합니다.
“··· 나랑 장난하냐···?”
- 네. 물론 저의 농담이었습니다. 마스터. 대균열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행성 관리 모드를 유지하고 상황 종료까지 감시를 진행하겠습니다.
“······”
이 자식이··· 내가. 기필코 저 태블릿의 정체를 밝히고 만다. 꼭.
그 사이 무난하게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군 각성자들이 그 주변을 호위하는데··· 이거 많이 본 느낌의 피난 행렬이다···
유비가 신야성에서 자신의 백성 10여만 명을 이끌고 피난을 가던 그 모습··· 실제로 본 적도 없고 실제로는 어떤 인물인지, 그 전투와 피난이 어떤 사건인지 나는 모른다. 사실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모습은 그 피난 행렬을 연상케 한다. 느려도 너무 느리고··· 그리고 무척 위험해 보인다···
- 경고 다발성 균열 발생. 피난 행렬을 따라서 균열이 지속해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균열 수 확인 불가.
“··· 얼마나 많길래···?”
- 적 몬스터의 숫자만큼 균열이 생성되는 것 같습니다.
“보여줘.”
- 균열 생성 진로를 중심으로 확대합니다.
띄워둔 드론들이 위치를 정렬해서 행렬의 뒤를 따라서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차라리 차원을 넘어서 균열을 여는 것은 거리 제한 따위가 없다. 어차피 차원과 차원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고 그런 균열은 매우 수준 높은 몬스터, 그러니까 최소한 초월 직전 급의 몬스터가 균열을 열어줘야 생성될 수 있어서 거리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미 넘어온 몬스터라면 얘기가 다르다. 아무리 머리가 나쁘다지만 마력을 어떻게 써서 균열을 벌리는지만 알면 아무리 수준이 낮아도 균열은 벌릴 수 있다.
대신 거리가 짧아서 많이 오지는 못하는데··· 그걸 징검다리처럼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든다.
가장 약한 놈들 일부가 첫 번째 균열을 열어서 몬스터들을 보내고 그 뒤를 이어서 또다시 약한 놈들 일부가 다음 균열을 열어서 몬스터들을 보낸다.
이렇게 하면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그 긴 거리를···
- 대괴수급 군단장 몬스터 도착까지 10분.
“··· 으아··· 대륙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10분이야···?”
저건 도저히 막을 자신이 없다. 아니. 막기는 막아야 하는데···
“아그네스··· 이거 우리가··· 공략당하고 있는 것··· 맞죠···?”
“그러네요. 우리는 완전히 노출됐어요···”
“형. 어떻게 할까요? 우리들은 죽어도 상관없잖아요?”
“알지. 우리도, 우리 영지도 죽고 부서져도 상관없어. 영지야 시간을 들여서 다시 만들면 되는 거고 우리야 진짜 몸으로 온 것은 아니니까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지 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죽고 나면 저들이 우리나라로 밀고 오겠지. 그렇지 않아도 유럽 쪽의 전선에서 피해가 컸다고 들었어. 동생. 신중하게 생각하세.”
나도 알죠. 모를 리가 없어요.
확실히 마인들은 우리나라를 공략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분명 중국 대륙을 벗어나서 움직일 수 있다. 지금까지 그 이점 하나때문에 마인들이 저 몬스터 군단과 함께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몬스터 군단은··· 단 한 번도 중국 대륙, 그러니까 저 이상한 지붕 같은 에너지 막? 그것이 씌워진 곳을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나마도 한반도 위쪽까지 접근한 것이 아니라 만주 벌판쯤에만 걸쳐 있다. 대륙 한복판만 커버하는 것처럼.
영역이 제한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안에 속해있는 대형 몬스터들은 기껏해야 신의주 북쪽 강가까지만 올 수 있었다.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만약 빛, 혹은 혼돈이 아닌 에너지 때문이라면?
그러면 시도해 볼 방법이 하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에이씨!!!!”
- 파칫! 파지직!! 츠파파파파파파팍!!! 파파팍!!!
- 콰릉!! 콰콰콰콰쾅!!!
“오와··· 오빠? 대단하네요? 이건 신의 징벌 수준인데···?”
승희 씨가 나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한다.
신의 징벌 수준이 맞긴 할걸? 어찌 됐든 지금 나는 신을 대신해서 행성을 관리하는 중이니까.
거기서 번개를 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신이 징벌이 맞기는 하지.
- 다발성 균열 손실 50%. 접근 지연 시간 증가. 남은 시간. 15분.
“아으··· 이래도 늦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늦어. 너무 늦어.
그나마 일부는 전차와 복합 마장기를 전차 모드로 변형해서 태우고 이동했다. 그래서 좀 나은 편인 거고··· 사실 마을 사람들을 다 태우지도 못했다.
전차가 생각보다 공간이 없더라고. 그 많은 전차에 다 태우지도 못하고···
참고로 마인들이 적은 것이 아니었다. 대략 5만이 넘었지? 아마?
그게 소수다. 마인 전체가 최소 몇천만이라는데 뭐.
다 알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만약 마인들이 10억 정도가 된다면··· 그들이 모두 나올 수 있게 되면 우린 망한다고··· 아으···
- 배틀 스쿨 마력 수송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주군!
“오오! 왔냐! 아이들? 시간 얼마나 필요해?”
- 모두 싣고 옮기는데 30분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으··· 최대한 빨리해봐!”
- 알겠습니다!
저 아이들이 우리 세계의 진정한 구세주다. 진짜로.
말 그대로 재앙을 빙자한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다 잃었다. 그들의 영혼이 혼돈계에 끌려가는 것을, 말 그대로 영혼을 탈취당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아이들.
그리고 갑자기 능력을 각성해서 위험인자가 되었다고 세상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지금 그 세상을 나의 이름을 걸고 구한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 저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구하고 있는 거다.
“길드 마스터들.”
“네. 오라버니.”
“듣고 있네. 동생.”
“말씀하세요.”
“우리··· 부끄러워합시다. 저 아이들은 우리 세계가 버린 아이들입니다.”
“·········”
“길드원들과 세계의 각성자들에게 꼭 전해주세요. 저 아이들이 지금 세계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고. 우리 세계가 버린 아이들이 그들을 구하고 있다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서 무슨 말을 할래? 하면 정신 나간 놈이지.
위험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각성자들이 가르치고 보살필 수 있었다. 실제로 능력 있는 각성자들이 교사로 파견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까.
아이들은 그들을 정말로 스승처럼, 그러니까 무협지의 스승처럼 따른다. 누가 그런 것을 가르쳤는지 – 추측으로는 천마님과 선인들이 한 것 같더라. 자주 드나든다고 들었었다. – 확실히 그렇게 대우한다고 들었다.
결국 아이들 힘이 두려워서 밀어낸 것뿐이다.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보살필 수 없으니 버리려 했던 것이고.
“보세요. 저 아이들 목숨 걸고 균열로 뛰어들고 있··· 야!!! 누가 그거에 뛰어들래!!!”
- 아레스 님이 명하셨습니다. 균열에 역으로 뛰어들어서 없애라고···
“아··· 이 전투 본능만 살아있는 전투 기계 신 같은··· 아레스!!”
- 헤헤! 형아!! 괜찮아!! 저 아이들 내가 축복했어!!!
그 말대로이긴 하네. 번개를 쏘고 온몸에 번개가 치렁치렁 지지고 있는 갑옷을 입고 있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자기 아버지 힘까지 빌려서 완전 자살 특공대를 만든 거다.
- 구과과과과광!! 쿠콰콰쾅!!
“야!! 자살하게 하면 어떻게 하냐!!!”
- 아냐! 거기 있는데??
“으응···?”
“자폭 특공대 80인 귀환 완료. 반가워요 왕님!! 아. 아니. 주군···”
“아냐아냐. 괜찮아. 아이는 아이답게 행동해야지. 하고 싶은 대로 해.”
“우와!! 왕이다! 왕!! 반가워요!! 헤헤헤헤!”
아우··· 이 아이들은 아빠 대신 왕이라는 말을 배운 것 같다.
아빠를 따르듯이 나에게 매달리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에 한없이 슬픈 강물이 흐르는 듯이 슬픔이 가득 찼다.
이렇게 고통받으며 싸워야 할 아이들이 아닌데··· 더 나은 세상이었다면 훨씬 더 잘 지냈을 텐데··· 더 잘 컸을 텐데···.
- 다발성 균열 진로가 손상되었습니다. 균열 진로 복구까지 24시간.
“됐다!! 잘했어!! 너희들 정말 고생했다!! 이제 모두 후퇴하자!!”
“이야! 우리 칭찬받았어!! 이히히헤헤헤!!”
- 모두 고생했습니다!! 배틀 스쿨 군단! 그리고 각성자 여러분! 모두 물러납시다!!
24시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모두 차량에 태우고 이동하는데 그거면 시간이 남고 또 남는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간신히 신의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든 영지를 거두고 모든 중계기를 거둔 채 말이다.
* * *
이제는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게 생겼다.
몬스터들은 안 오는데 마인들이 수시로 넘나들어서 교전을 벌인다.
덕분에 아군의 피해도 누적되고 또 마인 포로도 상당히 많이 잡히고 있었다.
정화는··· 꿈도 못 꾼다. 혼돈 에너지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그거 삼키면··· 나 터질 것 같아서 무섭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마인들에게 심어놓은 것 같기도 했고.
그 자체로 터지도록 만들어진 혼돈 마력 코어인데··· 거기다가 원천지기를 섞었더니 아주 제대로 터지더라.
이미 확인된 상황이다. 이거 던지고 나서 시간 지나서 관문을 다시 열어서 쥐 드론을 보냈단다. 관문 터미널에서는 차원 차단 쉴드까지 쳐서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했다고.
처음 보내니 쥐 드론이 소멸했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보내니 생존했는데··· 주변이 완전히 갈려서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지배자가 죽지는 않았겠지만··· 세력이 큰 피해를 입었겠지.
“그나저나 저것들 넘어오는 건 어떻게 못 하나?”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한데···
저것들을 막아내야 안심하고 다시 침입할 텐데 말이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