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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도저도 못하는 거잖아?
저 순찰복을 입으면 절대로 영혼이 다치거나 죽지는 않는다. 완벽한 무적이니까.
대신 나도 아무것도 못하는 거다. 내 능력도 못쓰고 절대 다치지도 않고···
이걸 입고 가라고? 진짜로?
여차하면 싸워서라도 제압해와야 할텐데 저걸 입으라고?
- 장비에 재생 장치가 있습니다. 유미 박사님의 메시지가 있는 것 같군요.
- 가브리엘 님께서 말씀하시길, 사탄과 그 수하들을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하셨네. 사탄을 포함해서 대천사를 대적할 수 있는 이가 셋뿐이지만 그들 셋이 대천사 일곱을 모조리 막아섰다고 하는군. 그들이 작정하면 자네 하나 처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하니··· 더구나 고블린 팀장 그 작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번에는 참고 대화만 시도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아무래도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준신 2단계는 사실 준신의 격을 완성하기 직전의 단계다.
마지막 하나, 단 하나 남은 깨달음으로 준신 3단계를 달성하면 준신의 단계는 완전히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만해졌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사탄은 준신의 단계가 아니라 신의 단계에 들어선 존재였다.
그것도 대리자도 아니고 완전히 신의 역할의 절반을 대행하던 유일한 존재.
격이 신이 아닐 뿐이지 그의 능력과 깨달음은 신에 못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타락했다고 하지.
'하긴 그런 사탄 아저씨를 상대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블린 팀장조차도 신격을 달성했는데 너무 쉽게 보고 있었어.'
언제부터였지?
내가 과격해지고 만사를 쉽게 생각하고 오만해지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 모든 과정이 내가 자만하고 오만해지게 만들기 위한 저들의 수작인 건가?
설마 그런 의도까지 있었던 거야?
그래서 여태 그렇게 쉽게 흘러온 건가?
“어떻게 생각해 탭?”
- 음··· 마스터가 조금 더 똑똑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기분 나쁘지만 칭찬이겠지?”
- 둘다 정답입니다만···
“음··· 이걸 그냥 확?”
뭐 부신다고 될 건 아니긴 하지.
부숴버려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잃게 되면 나만 손해잖아?
어쨌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된걸까?
그렇게 따지면 이것 하나만으로는 힘들지도 모른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 아직 메시지가 남았습니다.
“아··· 그래?”
무슨 얘기가 남았지?
음··· 이건 나중에 따로 녹음하신 것 같다.
트랙이 따로 있네.
그러니까, MP3 파일 하나 따로 더 넣은 것과 같은 거다.
녹음을 따로 더 하신 것 같거든.
- 얘기를 들어보니 자네 격이 또 성장했다고 하더군? 여기서 연구하느라 바빠서 나는 자네가 성장한 것조차 몰랐지 뭔가? 자네의 기원석을 이용해서 축복을 부여한 것이라네. 추가로 최대 한가지 능력을 더 부여할 수 있게 해두었으니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자네의 능력으로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아무래도 신격을 상대하는 것은 내가 만들기 힘들어서 말이네.
“최소 한가지의 대처는 더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아예 공간 차단을 넣어야지.
신격의 권능은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시간과 공간의 제어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블린 팀장 또한 신격을 가진 존재이고 사탄은 그보다 더 격이 높았던 존재다.
그들을 상대로 쉽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지.
최소한 약간이나마 시간을 벌면 좋겠지?
공간을 지배하는 권능을 처음 썼을 때는 공간 자체의 에너지를 모두 지배하고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공간 자체를 지배할 수 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이 순찰복 자체가 다른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차원 내에 순찰복이 또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거지.
서로 다른 차원, 서로 다른 공간이 되도록 해버려서 건드릴 수 없게 하거나 당장 건드리기는 힘들게 하는 것.
그렇게 해서 도망갈 시간이라도 번다면 다음 대처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이것도 참 웃긴다··· 도망갈 궁리부터 해야 하다니··· 아뮐 다치지 않고 살아남는게 가장 중요하다지만···”
무슨 개그도 아니고 말이야.
준비가 끝난 전투 순찰복을 입었다.
공간 차단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나로서는 입는 순간부터 완전히 바깥과 격리된 공간의 느낌이 이질적이기만 하다.
공간 지배의 권능이 없었다면 내 감각이 바깥을 인지하지도 못했을 거다.
이건 신기한 것도 아니고··· 좀 희한한 일이긴 하네.
“어쨌든··· 준비 끝인가···?”
- 관문 오픈 대기 중입니다. 마스터만 인식해서 넘어갈 수 있도록 조치해 두었습니다.
“그래. 가보자.”
세리안 님과 함께 던전을 나갔다.
우리 마눌님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로반토와 내 동료들도 모조리 밖으로 나가버린지 오래다.
대형 관문이 열린 직후 바로 나가버린 것 같은데··· 그나마 마눌님까지 사라져 버렸으니···
“이거 참 쓸쓸하네···”
던전을 나가서 관문으로 나가니··· 새로운 모습의 아그네스가 서있었다···.
“저··· 그 거대한 도끼는 어디서 났어요···?”
초대형의 도끼, 거의 2미터에 달하는 대형 도끼.
모습만 보면 소 머리를 단번에 절단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거대한 대형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관문 앞에 서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그네스가 5킬로미터나 되는 대형 관문을 혼자 막을 수는 없을텐데··· 내가 가는 것을 막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무섭게 쳐다보고 있네···
“같이가요. 안그러면 전처럼···”
“머리 짤라서 들고 다니게 하지 말고··· 괜찮으니까 여기 있어요. 응?”
내가 걱정이 되었나보네.
하지만 이번에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
저쪽에서 노리는 것 자체가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마 자신들의 규칙을 어기려고 하면··· 저 밖의 마족들은 모조리 소멸하겠지.
아직 영기 발현의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저정도로 과격한 에너지를 밀집시켜두면 폭발할 때 영혼도 함께 다치거나 소멸할 거다.
그걸 막을 방법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
“여기서 기다려요. 큰 문제는 없을테니까.”
“···.”
“괜찮다니까··· 알잖아요?”
“얼른 와요···”
“응. 바로 돌아올게요.”
지금의 내가 죽으려면··· 아마 영혼이 감당하지 못하고 소멸하거나 육체가 붕괴되거나··· 두가지 뿐일 거다.
내가 가진 힘이 신격의 권능 뿐만은 아니잖아?
오러 코어에 서클까지 함께 가지고 있고, 그와는 별개로 벰파이어의 그림자 술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오러와 원천지기를 이용해서 블러디 오러를 끌어내어 사용할 수도 있지.
신족의 신성력도 따로 사용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잘 쓰지 않는다.
신격의 권능만으로도 넘치는 상황에 거기다 또 기름을 부어버리기는 좀···. 그렇더라.
그런 내가··· 이런 희한한 전투용 완전 무장 순찰복 – 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주복 – 을 입고 다치거나 죽는건 사실 불가능하다.
아. 잡설이 또 길어진다.
“갔다올게요. 기다려요.”
관문을 넘어서, 다시 한번 사탄을 만나기 위해 문을 넘어갔다.
* * *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저들이 품고 있는 에너지가 저들의 목에 칼을 들이민 것 같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뭔가 하려고 하거나 하면 터트릴 것 같은 이 기분···
“이거 내 착각은 아니겠지? 고블린 팀장 짓이야? 아니면 사탄 아저씨? 누구야?”
“많이 날카로워 진 것 같군요. 처음에는 참 많이도 바보같이 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이고 저런 작자도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다 좋은데 저 고블린 씨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안 그래도 머리 좋은 고블린인데 그나마도 초월종이다.
그거도 전투 능력 따위로 올라간게 아니라 머리로 올라간 거라고.
그래서 사실 전투로도 무시못할 능력을 갖춘 것이 사실이라서 탈주 경비원이 팀장 자리를 비워놓고 탈주한 이후에 바로 팀장이 된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부족했어요?”
“흐음··· 부족했다기 보다는···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은 멸시가 싫었다고 해야겠군요. 아무리 종을 초월해도··· 나는 고블린일 뿐이니 말입니다.”
어디서나 흔하게 튀어나오는 이유가 저런 식의 이유다.
차별과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멸시.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모든 차원을 말아먹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납득할 수 있는 탐욕스러운 조건이 생겼다면··· 고블린 팀장 당신이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대로는 받아들이기 힘든데.”
“뭐··· 그것도 그렇기는 합니다만··· 우연히 접한 내용입니다. 탈주 경비원··· 그러니까 전 팀장은 우연히 그림자 위상 차원을 발견했죠. 그것도 비틀어져서 위험 수위에 도달한 차원을 말입니다.”
서두를 꺼내며 설명을 시작하는 고블린 팀장.
그의 얘기에 따르면 아파트에는 정기적으로 비틀어진 그림자 위상 차원으로부터의 균열 침입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었다.
탈주 경비원인 12지구 이주영은 그런 침입의 이유를 찾기 위해 종종 균열을 넘어갔다고 하지.
원래는 그렇게 가끔 넘어가고 균열을 봉합하고는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때인가, 고블린 팀장이 팀내 서열 2위이던 그 시절의 얘기다.
그에게 아카식 시스템의 접근 권한이 주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프라부일 님께서 그가 똑똑하다면서 차원 관문의 배치 권한을 주면서 아카식 시스템의 관리 권한을 일부 주셨다고 한다.
“아카식 시스템은 상당히 많은 지식을 담고 있더군요? 혼돈 에너지가 상당히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아카식 시스템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입니다. 오히려 천사들은 모르고 있더군요. 혼돈은 그저 무질서라고만 기억하고 있으니 참 바보 같은 일이지 않습니까?”
그 후에 가장 먼저 혼돈 에너지를 실험한 곳은 12지구였다고 한다.
12지구의 정신 나간 미친 베토벤, 이유미 박사를 가장 먼저 찾아서 그와 함께 그림자 위상 차원과 혼돈 에너지에 대해 연구를 했고··· 그 첫번째 실험에서 12지구와 해당 위상 차원을 완전히 오염시켜서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혼돈계가 탄생되었다.
“이후는 아는 바와 비슷할 겁니다. 다른 차원의 그림자 위상 차원을 하나둘 집어삼켰거든요.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을 만날 수 있으니··· 혼돈 에너지와 유사한 속성을 가진 악마들이라면 얼마든지 정신지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탄도 별 것 아니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고블린 팀장의 곁으로 사탄과 그의 일가가 나타났다.
“별 것 아닌지 별 것인지 이 정신 지배를 풀고 붙어보면 어떠냐? 쪼그만 놈아.”
“그렇게 얘기해봤자···. 내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요? 사탄?”
“이 자식을 어쩌면 좋을까? 응? 경비원.”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혼자 풀 수 있으면서 그러고 있구만.”
저 아저씨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정신지배를 유지하는 것은 저 사탄 아저씨다.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저 작자는 원하는 바가 있어서 저러고 있는거거든.
“설마··· 그 핑계로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서 정신 지배를 풀 생각을 안하는 것은 아니겠죠?”
“응? 오호.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똑똑해졌군? 맞아. 설마 내가 이걸 못 풀겠냐?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말이야.”
대충 필요한 정보는 다 들은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걸 왜 얘기하는 거지?
“아.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요? 당신도 진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와서 내막을 감춰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고블린 팀장이 손을 뻗어서 신격을 뻗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족들의 에너지가 빛을 내며 뿜어져 나온다.
“야··· 너 무슨 짓이야···?”
“아. 별것 아닙니다. 그저 작은 경고입니다. 이들과 푸른 색의 원주민들을 구하고 싶다면 당신의 능력을 쓰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들과 원주민은 끝입니다.”
“그리고 네놈은 멋대로 능력을 쓰고 움직이고 그러게? 응?”
“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선언한다. ‘내가 힘을 쓰지 못하면 네놈도 쓰지 못해. 사탄 일가도 모두다.’”
내 이름으로 신언을 담아서 선언했다.
나만 쓰지 못한다고? 그럴리가?
내 앞에서 감히 그딴 소리를 한다 이거지?
- 신언 발동. 타락한 자들의 모든 권능과 힘을 봉인합니다. 상호 계약 선언에 의해 마스터의 권능과 힘도 다시 봉인됩니다.
아우··· 진짜 힘 쓰지도 못하고 도로 봉인되네···
생각해보니 엄청 짜증나는 일인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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