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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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에크낫
작품등록일 :
2017.06.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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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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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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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장막 너머에서(1)

DUMMY

Chapter 11. 장막 너머에서



「······사라진 자들의 평원이 타천사의 감옥이라는 것은 적당히 붙여진 신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사실에 상당히 가까운 은유였다. 그 의미는 ···(판독불가)··· 따라서 사라진 자들의 평원에 들어간 모든 것이 나오지 않는 것은 ···(판독불가)··· 때문이다. 나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어째서 베르디스께서는 그 ···(판독불가)··· 어쩌면, 우리는 ···(판독불가)··· 들이 아닐까? 나는 ···(판독불가)··· 위해 예비된 것이라는 생각을 ···(판독불가)···」


- 페르큘리우스 루시몬트의 『역사』 중 미출간된 원고의 일부. 이는 황금향에서 루시몬트의 기록 중 사라진 자들의 평원에 대한 것들을 조사하던 도중 발견된 원고였으나, 상당 부분은 읽을 수 없는 상태였고 곧 원본과 사본 모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유실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황금향의 마스터는 이 일 전체를 극비로 지정하였다.





쿠르르릉! 별리의 계곡에 집중하던 에레일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땅이, 그리고 땅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공간 전체가 신음하는 듯한 굉음이었다. 에레일리와 동료들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순간 별리의 계곡이나 사라진 자들의 평원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들이 모여 있던 완만한 구릉지대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땅을 뚫고 용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성 루시몬트여! 너무 늦었는가!”


에레일리가 새파랗게 질려 부르짖었다. 세상의 종말을 이토록 직설적으로 표현한 광경도 없을 것 같았다. ‘사냥꾼’ 만이 아니라 ‘폭군’도 마치 마법처럼 땅을 헤치고 뛰쳐나와 갑갑함을 풀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포효를 내질렀다. 땅에서 나오자마자 피막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비룡도 보였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카드로스는 그 말이 비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을 훑는 섬뜩함을 느꼈다.


“이게 그 ‘짐승’ 들인가?”


웬지는 현철중검을 한 바퀴 휘둘러 몸 앞쪽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녀와 러셀은 실제로 타’페야라를 제외한 일반적인 용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둘은 긴장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용에 나름대로 익숙한 나머지 사람들의 충격도 그보다 덜하지는 않았다.


“에레일리 경의 말대로군! 우리가 상대했던 용들은 모두 본래는 땅에 묻혀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다른 곳들도?”


얀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존에 그들이 만났던 용은 모두 지상에서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래서 일행은 모두 사라진 자들의 평원에서 나온 용이 일행을 습격했다고 생각했다. 신화적 알레고리 때문에 용이라고 부르지만, 모두가 그것을 연금술이 탄생시킨 기이한 생물병기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금술의 비의는 무궁하니까. 하지만 그건 리들이 만들어내고 통제를 조절한 일부의 사례일 뿐이었다. 그들은 정말 신화의 그 용이었으며 신화처럼 땅 속에 있었다.


이제 일행은 학문적 설명이 없이도 알 수 있었다. 용이 어디서 나왔고 그 기원이 무엇인지 이보다 극명하게 알려주는 광경은 없다. 그것들은 땅 속에 있었다! 일행의 대부분은 베르딕이고, 여덟 번째 지옥의 미궁에 주님의 대적 중 대적들이 갇혀 영원히 헤매고 있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자라면서 얻은 단단한 의심의 껍질 안에 들어 있던 그 전설이 지금 그것을 깨부수고 뛰쳐나오는 모습에 사람들은 경계심보다 황당함을 먼저 느낄 정도였다.


‘그게 진짜였어?’


기병도를 네 자루 모두 전개한 카드로스가 말했다.


“그 연금술사의 목적이 이루어진 것이오? 우리는 실패한 것입니까? 이제 전 세계의 용들이 부활하는 거요?”


에레일리는 조금 전 일행 모두에게 리들의 목적을 정리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카드로스도 리들이 어느 시점에서인가 전 세계의 용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에레일리는 이를 딱딱 부딪쳤다.


“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 나는 여기서 저기 들어가기 위해 오랫동안 연산을 진행하며 이 주변 거의 반 마일의 원소를 계산 하에 넣고 있었다고! 나도 모르게 갑자기 튀어나올 수는 없어! 이건 연금술, 아니, 자연을 초월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야!”


카드로스는 에레일리가 공포에 질려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에레일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는 단지 말을 더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직 종말이 아니야! 아마 이것은,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소규모 지진이 몇 번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전조일 걸세. 에킬리어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어미가 일어나려고 몸을 뒤트는 소리에 호응한 그 자식들이 지옥에서 뛰쳐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하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세계는 멸망할 거야. 오오, 베르디스여, 어찌하여 당신의 자식들에게 이런 시련을!”


에레일리는 광기어린 동작으로 홱 돌았다. 그의 낙낙한 옷자락과 여기저기 수선스럽게 달린 은제 사슬이 찰캉대며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아직 아니야! 아직 에킬리어드는 부활하지 않았다. 세례자들이 여기 그대로 있는 것이 그 증거! 실패했냐고 물었나, 카드로스 경? 아니.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 한시라도 빨리 저 안으로 들어가, 에킬리어드의 완전한 부활을 막아야 한다!”


“좋소. 그 정도면 대답이 되었소.”


카드로스는 에레일리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는 에레일리가 흥분해서 떠드는 말을 다 알아듣진 못했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접수했다. 에킬리어드가 곧 깨어난다는 것.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모든 용의 어미가 그 적자와 서자들을 이끌고 인류를 강타한다면, 인류는 카이루크의 시절로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다르게 여기에는 카이루크가 없다. 베르디스의 계시를 받은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고통 속에서 맹렬한 의지로 자신을 단련해온 ‘사람’들은 있다.


카드로스가 칼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그의 기병도가 단단히 허공에 멈췄다.


“그렇다면 빠르게 사라진 자들의 평원으로 들어가서 에킬리어드를 상대해야 하겠군. 에레일리 경은 별리의 계곡에 집중해 주시오. 아직 ‘입구’는 열리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 그렇네.”


“그럼 계속 살펴 주시오.”


카드로스는 그렇게 말하고 기병도를 내질렀다. 일행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냥꾼’ 한 마리가 단칼에 심장이 꿰뚫려 쓰러졌다. 카드로스는 기병도를 폭발하듯 사방으로 내쏘며 고함쳤다.


“베르딜로즈 제국근위여단 제군! 여단장이 명령한다! 에레일리 경이 문을 열 때까지 눈앞의 적들을 전부 죽여라!”


카드로스의 눈에서 형형한 빛이 번쩍였다.


“오랜만에 듣는 단장의 명령이군! 핫하하하! 명령에 따르지!”


러셀은 그렇게 외치며 뛰쳐나갔다. 그가 공중을 한 바퀴 돌며 발차기를 내지르자 막 날아오르던 비룡의 피막이 찢어져 피를 흘렸다. 러셀은 그대로 비룡을 땅에 처박고 그 찢어진 곳을 잡은 채 좌우로 벌려댔다. 기린의 덩치만한 비룡은 발악하며 러셀을 향해 주둥이를 내밀었지만 러셀은 무릎으로 그 턱을 올려쳐 강제로 부리를 다물게 했다.


“러셀, 귀걸이를 그렇게 오래 빼고 있어도 괜찮겠어? 배고프면 언제든 말하라고! 한 대 쳐서 잠재워 줄 테니!”


육탄전이라면 기사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또 얀 프로켈이다. 웬지가 처음부터 눈여겨보았던 얀의 힘은 역시 기사단 제일이었다. 그의 진은 장갑이 불꽃이 튈 정도로 강한 악력으로 쥐어졌다. 그리고 그 힘으로 후려친 용은 그게 무엇이건 반쯤 부서져 꼼짝하지 못했다. 이타(二打)는 불요(不要)! 이것이 얀의 주먹이었다. 러셀이 껄껄 웃었다.


“하하. 이놈들은 별로 맛도 없을 것 같은데? 식욕이 안 들어. 그리고 기왕 맞을 거라면 수염투성이 근육질의 7피트짜리 아저씨보다는 웬지에게 맞고 싶군. 부드~럽게 말이지.”


러셀은 그렇게 말하며 비룡의 목을 비틀어 뽑았다. 웬지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야 내가 기꺼이 쓰다듬어 주지.”


웬지는 그러면서 철검을 방만하게 어깨에 걸쳤다. 러셀은 그 무식한 칼을 보고 흠칫하여 웬지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웬지는 러셀이 아니라 전방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거기에는 기사단도 쉽게 여길 수 없는 ‘폭군룡’이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캬아아악! 굵은 다리가 땅을 박차며 소도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주둥이가 벌어졌다. 웬지는 철검을 멘 채 신법의 묘수를 전개하여 뛰어올랐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대로 용의 아가리로 뛰어드는 꼴이었다. 하지만 웬지는 용의 코를 붙잡고 부드럽게 한 바퀴 돌았다. 용이 턱을 콱 치다물었을 때 웬지는 이미 폭군룡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었다.


“대단한 몸놀림이군.”


카드로스가 중얼거렸다. 웬지는 막대한 무게의 현철중검을 들어올렸다. 그녀가 티안 말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천근중추공(千斤重錘功). 이 현철중검과 아주 궁합이 좋지. 맛보아라, 괴물!”


콰드드득! 내가기공에 의해 하지로 집중된 웬지의 힘이 거꾸로 세워든 중검과 보조를 맞추어 ‘폭군룡’의 거대한 머리를 파고들었다. 놀랍게도 그 거대한 용이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쿠쿵! 넘어지며 갈비뼈가 상한 폭군룡은 땅을 기며 버르적거렸다. 하지만 앞다리가 너무 짧은 특유의 신체 구조 탓에 얼른 일어나지 못했다. 웬지는 용의 두개골을 뚫은 중검을 더욱 깊숙이 틀어박았다. 뇌수 섞인 피가 줄줄 흘러나오며 폭군룡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저 괴물을 저리 쉽게 제압하다니······. 저것이 찬황신풍대의 실력인가.’


키릴 성에서 ‘폭군룡’에게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때를 떠올리던 카드로스는 새삼 놀랍고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잠깐 웬지에게로 주의를 뺏긴 틈을 타 눈앞까지 다가온 용 하나가 기성을 지르며 꼬리를 휘둘렀다. 그 용은 15피트 정도 길이의 전신에 단단해 보이는 골편을 두르고 있었는데, 꼬리에는 사람의 머리통 두 개만한 뼈 혹이 달려 있어 맞는 것은 무엇이든 부서질 것 같았다.

피하기엔 늦었다. 카드로스가 충격을 각오하며 칼을 내밀었을 때, 그 갑주룡의 꼬리가 잘려나가며 땅에 툭 떨어졌다. 그리고 고통에 비명지르는 용의 머리를 카드로스가 세로로 쪼개 버렸다. 카드로스는 감사의 의미로 노비아를 돌아보았다. 노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침착하게 차크람을 돌렸다.


“여단장. 뒤는 제게.”


노비아는 차크람으로 카드로스가 미처 상대하지 못하는 사각의 용들을 처리했다. 일격 일격의 힘은 약하지만, 노비아는 용을 상대하면서 짐승에 대해 차크람을 쓰는 법을 익혔다. 슬개골, 아킬레스건, 경동맥 등 얕은 상처로도 치명상이 될 수 있는 곳 모두를 그녀의 차크람이 어김없이 자르고 지나갔다.


에레일리와 리키는 카드로스의 말대로 별리의 계곡의 단절을 계산하는 것도 잊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신화와 같은 광경이었다. 고대 전사들의 맹공이 이랬을까? 에레일리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양 손으로 자기 뺨을 탁 쳤다.


“내 할 일을 해야지! 리키, 나를 도와다오. 걱정할 필요 없어. 카이루크가 다 뭐냐? 여기는 진은의 기사단과 찬황신풍대. 인류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전사들이 있다! 인간이 꺼낼 수 있는 패 중 가장 강력한 패야, 조커라고! 너희들의 패가 무엇이든 꺾어버리겠어!”


작가의말


 요 사흘 이상하게 바빠서 못 올렸습니다.


 챕터 11 시작입니다.  날씨를 보니 금방 또 더워지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5 신해량좋아
    작성일
    19.03.26 19:21
    No. 1

    드디어 새 챕터네요! '그는 단지 말을 더 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거 왜케 웃기죠 ㅎㅎ 말하지 말고 문을 열라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에크낫
    작성일
    19.03.26 22:54
    No. 2

    에레일리의 화려 취미는 고질병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오늘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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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Epilogue Chapter . 그 가을날의 낙일 +2 20.02.10 232 2 9쪽
196 16. 회심(回心) (10) +2 20.02.10 131 2 17쪽
195 16. 회심(回心) (9) 20.02.10 102 2 15쪽
194 16. 회심(回心) (8) +4 20.02.10 86 2 16쪽
193 16. 회심(回心) (7) +2 20.02.10 81 2 14쪽
192 16. 회심(回心) (6) +2 20.02.10 82 2 14쪽
191 16. 회심(回心) (5) +1 20.02.10 77 2 14쪽
190 16. 회심(回心) (4) +2 20.02.10 124 2 14쪽
189 16. 회심(回心) (3) +2 20.02.10 73 2 15쪽
188 16. 회심(回心) (2) +2 20.02.09 85 2 15쪽
187 16. 회심(回心) (1) +2 20.02.08 85 2 15쪽
186 15. 신의 선물(14) +2 20.02.04 92 3 15쪽
185 15. 신의 선물(13) +2 20.02.04 85 3 15쪽
184 15. 신의 선물(12) +2 20.01.29 115 3 15쪽
183 15. 신의 선물(11) +2 20.01.26 96 3 14쪽
182 15. 신의 선물(10) +2 20.01.25 93 3 15쪽
181 15. 신의 선물(9) +2 20.01.22 88 3 13쪽
180 15. 신의 선물(8) +2 20.01.18 91 3 16쪽
179 15. 신의 선물(7) +2 20.01.15 96 3 11쪽
178 15. 신의 선물(6) +2 19.12.31 140 3 18쪽
177 15. 신의 선물(5) 19.12.30 104 3 13쪽
176 15. 신의 선물(4) 19.12.22 108 3 14쪽
175 15. 신의 선물(3) +2 19.12.17 111 3 15쪽
174 15. 신의 선물(2) +2 19.12.06 105 3 14쪽
173 15. 신의 선물(1) +2 19.11.29 123 5 14쪽
172 14. 고대의 길(14) +2 19.11.24 125 5 17쪽
171 14. 고대의 길(13) +2 19.11.18 127 4 13쪽
170 14. 고대의 길(12) +4 19.11.14 130 4 14쪽
169 14. 고대의 길(11) +2 19.11.11 99 5 12쪽
168 14. 고대의 길(10) +2 19.11.05 13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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