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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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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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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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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어오는 혼돈Ⅱ

DUMMY

데페리온 영지. 사실 이곳은 전쟁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영지였다. 산지가 영지를 둘러싸듯이 펼쳐져있어 내외부의 통행이 어려운데다 토양이 비옥하지도, 특별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땅을 두고 굳이 차지하기도 어려운 땅이라 점령해도 이득보단 손실이 크다. 반대로 외부로 출정을 나가기도 힘들다. 거기에다 딱히 내란이 일어날 만큼 데페리온 백작가의 정치가 가혹했던 것도 아닌지라 영지는 오랫동안 전쟁과 무관한 세월을 보내왔다.

그런 백작령에 변고가 생긴 것은 불과 사흘 전의 일이었다. 몇 세대에 걸쳐서 친교를 쌓아온 이웃 영지의 바리언 남작이 기습적인 선전포고와 함께 수천에 달하는 대규모의 군세를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다.

우방의 뜬금없는 배신에 데페리온 백작은 급히 병력을 소집하며 주변 영지들로 전령을 보냈다. 평소 친분이 깊던 영지들부터 엘티르처럼 딱히 친교가 없던 영지까지 모두.

“···그리 된 거예요. 전령님은 저랑 다른 애들한테 여기저기에 소식을 전하라고 하시고는 곧장 영주님이 계시는 본성으로 가셨어요.”

“거 참,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모르겠네.”

아쿠아는 소년에게 수고비로 은화 하나를 튕겨주면서 읊조렸다. 모든 내용이 부자연스럽다. 어느 부분을 보더라도 지적할 부분밖에 없다.

“다른 부분은 제쳐두더라도 병력의 규모가 가장 이상하구려. 근방의 인구수로는 그 숫자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영민을 전부 끌고 나온 수준이 아닌가?”

“백작의 태도도 이상해요. 밑져야 본전이라곤 하지만, 전령을 보내는 것도 결국은 비용. 원조의 가능성이 낮은 곳에까지 손을 뻗는 건 부담이 클 텐데요.”

“양쪽 모두에 뭔가 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겠지. 서로 오래 친교를 나눠왔다고 했으니 따로 무슨 암호 같은 거라도 나눴을지도?”

아쿠아는 라피와 웨스페르의 말에 그리 답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보통이라면 이런 뭔지 모를 뒷사정이 얽힌 전쟁 따윈 피하는 쪽이 옳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먹음직스럽다.

시기가 적절하고, 거리도 가까우며, 규모 역시 영지전 단위의 전쟁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크다. 아마 근방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무대는 존재하지 않을 터.

‘솔직히 뒷사정도 궁금하고······.’

더구나 아쿠아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이런 뒷사정에 얽히긴 귀찮다고 여기면서 그 사정은 알아두고 싶다는 타입이랄까.

“무슨 얘기들을 나누고 계신가요?”

“아. 접수원 누나. 이거요, 이거!”

아쿠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안쪽에서 돈주머니를 들고 온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떠들던 매쉬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통통 튀며 직원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응? 이게 뭔데··· 데페리온 백작님의 친서?”

의아한 얼굴로 편지를 열어본 직원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보낸 인물도 인물이지만, 편지의 내용이 일개 직원인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스터께 전달해드려야겠네요. 아쿠아님. 받으시지요. 현상금과 시체매각금입니다.”

그녀는 허둥지둥 아쿠아에게 돈주머니를 건네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쿠아는 본래 해츨링 키메라에게 걸려있던 현상금에 팔아치운 시체의 값이 더해져 상당히 묵직한 주머니를 살짝 열어보며 말했다.

“흐음. 대충 무슨 말이 나올지는 예상이 되는데, 정식의뢰로 나오기 전에 먼저 출발하도록 할까.”

“제대로 정식의뢰를 받아서 가는 편이 낫지 않소?”

“뭐, 돈이 목표라면 그 말이 맞지만··· 이번의 목표는 경험치니까. 굳이 먼저 진영을 택한 후에 움직일 필요는 없지.”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지. 다소 수상하더라도 연관점만 주지 않으면 어떻게든 될 거야. 어째서인지 마탑의 추적도 이리저리 빈틈이 많거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국에선 딱히 추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의 마탑 같은 경우에는 너무 외형에 집착하고 있어 외형만 숨기면 웬만큼 수상해도 쉬이 수색망을 벗어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눈에 띄는 짓을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읊조리며 아쿠아는 일행과 함께 길드를 나섰다.

목적지는 아마 영지전의 첫 전장이 될 장소인 델페인 요새. 데페리온 영지로 들어가는 세 개의 관문 중 하나였다.


* * *


통상적으로 네이란에서 델페인 요새까진 도보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허나 양쪽의 병력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전에 끼어들자는 아쿠아의 판단에 따라 일행은 그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는 조치를 취했다.

팍- 파팟- 후우우웅!

거침없이 산길을 가르며 달리는 건 사람보다 약간 큰 체고를 지닌 한 마리의 검은 개. 사람을 위에 세 명이나 태우고도 화살처럼 빠르게 달리는 하스를 보며 비올라가 어이없다는 듯 읊조렸다.

“크기 조절도 되는 거였나요······.”

[약해져서 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 거야.]

그렇다. 놀랍게도 하스는 본신인 개의 형체에서 덩치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주 자유로운 것은 아니고, 증감에 한계가 존재하긴 하나 경이로운 능력임은 변화가 없다.

“역시 저번의 그 무게는 단순히 그 형상에서 나온 게 아니었군요.”

[응. 덩치를 늘려서 질량을 늘렸던 거야~]

둘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아쿠아는 감각을 집중한 채 주변을 탐색하는 중이었다.

하스의 덩치가 달라지고, 비올라의 마법으로 약간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하스의 본체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위험하다.

아무래도 거대한 개의 형상이 위협적이기도 하고, 아쿠아 일행보다 하스의 본체 쪽이 좀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위험이 있는데도 굳이 하스의 본체에 올라탄 이유는 하나.

그쪽이 바로 말을 사서 출발하는 것보다도 빠르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하스의 속도자체가 일반적인 말은커녕 아쿠아의 레이퀴드보다도 빠르고, 델페인 요새까지의 길은 산지라 말의 기동력이 저하되기도 했다.

“음. 슬슬 거의 다 왔군. 하스야.”

[에. 달리기는 여기서 끝인 거야?]

“그래.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렴.”

하스는 실망어린 목소리로 칭얼대며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아무래도 활발한 그녀는 좀 더 달리고 싶었던 모양인지, 불만족스러운 기색으로 기지개를 켜며 투덜거렸다.

“언니랑 있을 때는 항상 본모습이었는데 아쿠아 오빠는 맨날 이 모습을 시키는 거야.”

“싫어?”

“으웅. 싫은 건 아니지만······. 꽉 끼는 기분인 거야.”

아쿠아는 갑갑함을 호소하는 하스를 미안하다는 듯이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애완동물이 아니라 진짜 가족처럼 느껴지거든.”

“저기, 하스는 오빠의 가족이 아닌 거야. 언니의 가족인 거야.”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요 녀석아.”

“그으으. 갑갑한 거야아아.”

냉정하게 관계를 정돈하는 하스를 와락 껴안으며 아쿠아가 볼을 비볐다. 잠시 하스와의 교감(?)을 즐긴 아쿠아는 이내 몸을 일으키면서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 낮은 언덕 아래에 한 채의 요새가 자리하고 있었다. 산지의 지형을 잘 이용해서 제법 깔끔하게 지은 성채는 전쟁과 거리가 먼 지역의 성이라기에는 상당히 튼튼해 보인다.

그리고 그 성채를 반포위한 채 대치중인 군세가 보인다. 숫자는 족히 수천을 넘어서 뛰어난 감각을 보유한 아쿠아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저게 남작 측의 군대인가. 장비는 부실하네.’

다만 그 방대한 숫자에 비해서 군대의 상태는 부실했다. 제대로 된 방어구는커녕 창조차도 온전치 못한 경우가 다수에다 사기도 높아보이지가 않는다.

말 그대로 숫자만 꾸역꾸역 채워 넣은 듯한 느낌이랄까. 너무도 극단적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는 아쿠아의 소매를 하스가 붙들었다.

“아쿠아 오빠, 아쿠아 오빠.”

“응?”

“저기 이상한 놈들이 있는 거야.”

“이상한 놈들?”

아쿠아는 하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신을 집중하니 바리언 남작의 군세로부터 이질적인 냄새가 맡아진다.

“이건······.”

“무슨 일인가요?”

그것은 아쿠아에게 완전히 낯설다고는 할 수 없는 냄새였다.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 그에게 의아한 듯 물어온 라피의 물음에 아쿠아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

“놈들이야. 베르크교. 별달리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하스가 말한 ‘이상한 놈들’의 정체는 일전에 한 번 맞선 적이 있었던 베르크교의 인물들이었다. 하스는 당시에 같이 있지 않았기에 단순히 이상한 이들이라고만 느꼈지만, 아쿠아는 한눈에 그들을 알아보았다.

“이 전쟁에 베르크교가 끼어있는 건가요?”

“그래. 어쩐지 너무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싶더라니.”

읊조리는 아쿠아의 머릿속으로 일전에 만났던 비크레인 기사단이 스쳐지나간다. 당시 기사단도 베르크교의 사주에 의해 매우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마을을 습격하고 다녔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흑막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뭐, 단순한 흑막의 위치치곤 베르크 교단의 숫자가 상당히 많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주범은 놈들이 확실하겠군. 데페리온 백작은 모종의 루트로 이 정보를 얻어서 곳곳에 도움을 요청했던 거겠지.

“그런데 고작 이런 전쟁을 일으켜서 베르크교는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요? 변두리 영지에 아지트라도 마련하려는 거려나요?”

“글쎄······.”

아쿠아는 비올라의 의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기실 추리를 해보자면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건 잡아다가 물어보면 되겠지.”

직접 붙잡아서 심문하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잘 됐다. 레벨대가 좀 많이 낮은 일반 병사들에 비해 베르크교의 병력들은 하나같이 준수한 레벨을 지닌 경험치 덩어리였으므로.

“으음. 드디어 때로군요. 기사로서 저런 양민들을 학살하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죠.”

“응? 아니, 아니. 비올라. 잠깐만.”

탐욕스러운 눈으로 군세를 바라보던 아쿠아가 옆에서 들려온 비올라의 읊조림에 황급히 그녀를 만류했다.

“네?”

“딱히 전부 죽일 필요는 없어. 경험치는 제압만 해도 들어오거든. 적당히 안 죽을 정도로 무력화시키면 돼.”

필요하다면 죽이는 결단을 할 순 있지만 아쿠아도 학살자는 아니다. 몬스터야 그 시체 자체가 돈인데다 원래 인류의 적이니만큼 학살해버렸지만, 사람을 경험치로 보면서 살육할 정도로 타락하진 않았다.

“아아. 그런 거였군요.”

“큰일 날 뻔했네. 하스도 기억하고 있지?”

“알고 있는 거야~ 힘 조절하는 거야!”

“좋아. 우선은··· 전멸까진 너무한 것 같고, 일단 베르크교의 놈들이 있는 부분을 뚫고 지나서 요새에 합류하는 걸 목표로 하자.”

“네.”

“알겠는 거야.”

상대에 특별한 강자가 없는 이상 수천의 병력도 일행의 앞에선 무의미하다. 숫자로 압도하려해도 비올라와 하스의 체력은 인간과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기에 훨씬 오랫동안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 힘을 곧이곧대로 뽐내면 ‘어느 정도’라는 선을 벗어날 만큼 눈에 띄게 된다. 그렇게 판단을 끝마친 아쿠아는 일행에게 출발신호를 보냈다.


작가의말

단, 제압으로 인한 경험치 획득은 최초 1회만 가능..


똑같은 상대를 계속 제압하는 꼼수는 무리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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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48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44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2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52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62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62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6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61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8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7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6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59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60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71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8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5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91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6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6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8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91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7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83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83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10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92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7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7 0 12쪽
»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9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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