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물색의 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최근연재일 :
2019.01.25 20:56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10,520
추천수 :
177
글자수 :
473,383

작성
18.11.09 21:28
조회
78
추천
0
글자
12쪽

12. 기어오는 혼돈Ⅲ

DUMMY

투우웅-

마치 포탄이 쏘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스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도움닫기도 펼치지 않은 도약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이 높게 뛰어오른 하스는 그대로 언덕 아래의 진영을 강습했다.

콰아아앙-!

운석이 떨어진 듯 거대한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흙먼지의 사이를 뚫고 하스가 뛰쳐나왔다. 가히 섬광과 같은 속도로 돌진한 그녀는 아직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한 병사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텁- 텁- 휘익!

“어, 어억?!”

“으아아아악!”

그리고 그 사이에 숨어있던 베르크교의 신자들을 정확히 붙들어 뒤로 날려버렸다. 그 시점에 아쿠아와 라피를 짊어진 채로 아래에 내려온 비올라와 웨스페르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저게 조절한 건가요?”

“뭔가 우리가 생각한 거랑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하기야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진영을 관통해서 지나가자는 계획이었다지만 설마하니 이리 통쾌할 정도의 강습을 저지를 줄이야.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 있는 소드 마스터라도 저지를 턱이 없는 짓이다. 바로 직전에 가능한 눈에 띄지 말자고 짰던 계획이 순식간에 박살났다고나 할까.

“으음. 뭐, 그래도 조절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고, 하스는 수인족으로 보이니 아슬아슬하게 통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쿠아님이 하스님께 너무 무르신 것 같은데요.”

그에 애써 하스를 옹호하는 아쿠아를 향해 일침을 날린 비올라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검은 사슬이 뻗치면서 하스가 집어던진 신도들을 포박했다.

“단순히 수인족이라고 넘어가기엔 무리한 감이 있소. 도착하기 전까지 새로운 변명거리를 생각해둬야 할 거요.”

“끄응.”

아쿠아는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하스를 뒤따르기 위해 웨스페르에게 몸을 맡기면서 신음을 흘렸다. 아직까지 병사들이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하스의 진격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동속도가 느린 아쿠아와 라피를 초인인 웨스페르가 짊어지고 쫓아야할 정도로. 이 추세라면 성벽에 다다를 때까지 아쿠아가 생각할 수 있을 틈은 그렇게 길지 않으리라.

“침입자다!”

“막아라!”

물론 남작군도 바보는 아닌지라 하스가 마냥 계속 활개 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지휘관을 비롯하여 곳곳에 숨어있던 고레벨의 베르크교 신자들이 교묘히 군을 선동하며 하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 창이 안 들어!”

“괴물이다!”

“송사리들, 귀찮은 거야. 방해되는 거야.”

하스는 짜증스런 투로 자신을 찌르는 창을 쳐내며 투덜댔다. 병사들이 앞을 막는다 해도 딱히 하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레벨 10대나 간신히 되는 일반 병사들은 물론이고 제법 높은 레벨인 베르크교 신자들도 하스를 해하기에는 너무 약하니까. 뭐라 해도 그녀는 약화된 지금도 비올라조차 한두 번의 공격으론 생채기도 내지 못할 만큼 단단한 육신을 지닌 궁극종인 것이다.

허나 그로 인해 진영을 뚫는 속도가 떨어지는 건 필연이었다. 아예 전부 죽이면서 밀어붙여도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상대를 죽이지도 않은 채로 나아가고 있으니 느려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막아라! 몸으로라도 막으란 말이다!”

“저런 괴물을 무슨 수로 막으라는 거야!”

“으아아악! 사, 살려줘!”

‘그래도 전면전까지 가진 않겠군.’

아쿠아는 남작군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내심 안도어린 숨을 내쉬었다. 자칫 끝없이 앞을 가로막는 적의 전군을 쳐부숴야하는 상황으로 몰릴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창칼을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하스의 모습에 남작군이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이다. 남작군의 지휘관과 베르크교 신자들은 어떻게든 군사들을 다독이려 했지만, 그리 효과는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수천의 군세래도 고작 남작령에서 쥐어짜낸 징집병들. 드문드문 보기에도 소년병들까지 보이는 판에 하스와 같은 압도적인 괴물의 앞을 가로막을 사기가 남아있을 턱이 있나.

“도망쳐!”

“이, 이놈들! 도망치지마라! 전열을 지키란 말이다!”

외려 앞을 막기는커녕 와해되는 군세의 틈을 타고 일행은 유유히 진영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곧 델페인 요새의 앞에 다다랐다.

“다, 당신들은 누군가?”

당연하게도 남작군을 주시하고 있던 요새에선 하스가 일으킨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쿠아는 성벽 위에서 꽤나 고급스런 갑옷을 차려입은 채 꽤 당황한 어조로 말을 걸어오는 인물을 보며 말했다.

“요새의 책임자 되십니까?”

“그렇다네. 부족한 몸이나마 백작님의 명을 받아 요새의 수비를 지휘하고 있는 기사 러셀일세.”

“저희는 전령의 소식을 받아 찾아온 용병입니다.”

“용병? 하지만 전령이 떠난 지는 고작 나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기사 러셀은 아쿠아의 말에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네이란에서 출발한 일행이 하스의 본체를 타고서 여기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이 대략 반나절.

데페리온 영지에서 전령이 출발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이 시점에 지원이 당도한다는 건 시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의구심이 어린 러셀의 태도에 아쿠아는 늘 그랬듯 적당히 꾸며낸 얘기로 대처했다.

“네. 전령이 저희가 있던 네이란에 도착한 건 어제였습니다. 저희는 우연히 일행의 마법사가 근방으로 공간이동이 가능했는지라 선행해서 오게 됐지요.”

대답하며 턱짓하니 비올라가 과시하듯 마법의 사슬로 포박해둔 포로들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다지 실력의 어필은 되지 않는 행위였지만 일단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증명은 되리라.

“으음. 공간이동이라···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러셀은 일단 어귀는 맞아떨어지는 아쿠아의 말에 미묘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공간이동, 그것도 장거리 공간이동이 가능한 마법사는 극도로 희소하다.

레벨로 치자면 못해도 50은 넘어야하고, 보유한 마법술식의 수준에 따라 훨씬 고레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말이 맞아떨어진다고 마냥 믿기에는 지나치게 구름 위의 존재인 것이다.

“아. 견인족 둘에 푸른 머리, 더해서 보랏빛 머리카락의 미녀라고 하면······.”

그렇게 어물쩍어물쩍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였다. 러셀의 옆에 있던 병사 하나가 무언가 깨달은 듯 중얼거리며 러셀의 귀에 황급히 입을 가져다댔다.

“흐응. 우리도 꽤나 유명해졌나보네.”

중얼거린 말에서 이미 전달될 말의 내용을 유추한 아쿠아는 굳이 엿들으려하지도 않고 나직하게 읊조렸다. 딱히 명성을 얻으려고 활동한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이 된다.

“오오. 내가 외부에 귀가 어두워 몰랐군. 최근 주변에 그 명성이 쩌렁쩌렁 울린다는 용병들이었다니. 뭣들하나! 어서 성문을 열어라!”

아쿠아의 예상대로 병사가 전한 말은 일행의 명성에 대한 것이었는지 번민하던 러셀이 후련한 얼굴로 성문을 개방시켰다. 보통 이럴 때는 적군의 움직임을 경계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일단 남작군이 하스로 인해 벌어진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실은 러셀이 곧장 판단을 내리지 않고 번민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남작군의 혼란 덕이었다.

“내가 큰 기둥이 되어줄 이들에게 결례를 범했군. 부디 용서해주게.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지. 데페리온 백작님의 명을 받아 델페인 요새를 지키고 있는 아덴 러셀 준남작일세.”

“아쿠아입니다. 이쪽은······.”

아쿠아는 몸소 내려와서 재차 자신을 소개하는 러셀에게 일행을 소개하면서 요새로 입성했다. 일행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을만한 무력의 보유자임을 알았기 때문에 러셀의 태도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헌데··· 그쪽에 잡아둔 이들은 뭔가?”

러셀은 비올라가 포박하고 있던 베르크교의 신도들을 보며 물어왔다. 그에 아쿠아는 잘 물어봤다는 듯 빙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예. 포로입니다. 이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선 저희의 종족을 고려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알다시피 저희 견인족은 여러분보다 월등한 후각을 지니고 있죠.”

“음. 그건 알고 있네만. 그런데 그게 이것과 무슨 관계인가?”

“저희의 후각은 아주 미세한 영역까지 관측이 가능합니다. 가령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농민들의 사이에 태연히 끼어있는 ‘농민과는 거리가 먼 특이한 인간’의 냄새라던가.”

“특이한 인간이라?”

의미심장한 아쿠아의 목소리에 러셀이 진지한 표정으로 신도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변장은 완벽해서 그로서는 평범한 농민과의 차이점을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일반적인 견인족의 후각으로도 저 변장을 꿰뚫는 건 불가능하다. 오랜 세월 대륙을 농락해온 베르크교의 장막은 아쿠아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상위종이 아니고서야 뚫을 수 없다.

물론 굳이 거기까지 말하는 우를 범하진 않는다. 어쨌든 정보는 상대가 믿을 정도로만. 거짓에 거짓을 쌓아올리며 아쿠아는 러셀에게 마치 악마가 속삭이듯 말했다.

“기사님도 이미 이번 전쟁에 의문점이 많다는 건 파악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들은 그 의문점을 파헤칠 단서가 되겠지요.”

“하지만 나로선 그들의 어떤 점이 특이하단 건지 전혀 모르겠네만.”

“그러면 보여드리지요. 비올라.”

아쿠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러셀의 태도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서 비올라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에 비올라는 신도들을 쥐고 있던 마법을 전부 해제했다.

털썩- 털썩-

“크으······.”

“으윽······!”

신음도 제대로 흘리지 못한 채 붙들려있던 신도들이 억눌린 소리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러셀이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보고 있으니, 갑작스레 그들로부터 피가 치솟았다.

푸욱- 푸화아악-!

“···엇?!”

“흐음. 괜히 양민인척하면서 연기를 했으면 귀찮아질 뻔했는데. 아무래도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생각했나보군요.”

“허허. 자살이라니. 과연 뭔지는 몰라도 평범한 농민들이 할 짓은 아니군.”

바로 아쿠아의 말에서 다시 포박당하는 순간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판단한 신도들이 자결한 것이었다. 비록 수상쩍은 흑막의 존재를 들키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내놓지 않겠다는 독한 의지였다.

아쿠아로서는 예상했고, 예상한 대로 돼서 다행인 상황이랄까. 읊조린 대로 신도들이 괜히 연기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면 여러모로 곤란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신도들도 그쯤은 알고 있었으리라. 단지 그러지 않은 이유는 결국 그래봐야 최종적으로 자신들이 끝났음을 인지했기 때문이겠지.

“자네들이 한 말이 진실임은 알았지만······. 이번에는 단서가 사라져버렸군. 내가 진즉에 믿었다면 어떻게든 정보를 짜낼 수도 있었을 텐데.”

“뭐,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서는 저기에 아직 많으니까요.”

아쿠아는 씁쓸하게 읊조리는 러셀을 다독이듯 말하면서 등 뒤를 가리켰다. 닫힌 성문 너머. 잡아온 이들을 제하고도 아직 다수의 신도들이 숨어있는 남작군의 진영을 가리키는 손짓에 러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가의말

렙업하러와서 뭘 하는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6 티말
    작성일
    18.11.10 07:24
    No. 1

    렙업 하려고 했는데.. 분명.. 전에 귀찮은게 생각나서 방해 하려고 했나보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물색의 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합니다.. 19.01.28 25 0 -
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31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28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35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29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36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35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28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37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34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44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32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43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41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51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49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72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73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59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64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60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67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56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58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67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70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72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59 0 11쪽
»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79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75 1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엘라나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