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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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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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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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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나의 그릇Ⅱ

DUMMY

“제법 심한 아이로군요. 힘을 별로 직접 통제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뭐,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가서 봐야 알겠지.”

“하긴 이만한 힘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면 통제를 못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물론 인식이 바뀌었다고 딱히 극적인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리 과잉반응하기엔 일행의 내력이 지나치게 비범하니까. 까놓고 여간한 상위종족 이상의 힘이래도 최상위종이나 궁극종의 앞에서 대단할 게 있겠는가?

“어쨌든 힘의 크기만 봐도 이쪽을 택한 게 정답이었던 건 맞는 것 같아. 아무리 못해도 이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을 잡으려면 보통 병력으론 안 될 테니까.”

말을 진정시킨 아쿠아는 다시 말에게 달리도록 지시를 내리면서 눈을 반짝였다. 미끼가 짐작한 것보다 거물인 이상 그에 낚일 먹잇감 역시 막연히 상상한 수준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못해도 초인급 이상의 병력이 다수 필요하겠지.’

“하지만 괜찮겠소?”

그리 생각하는 아쿠아의 귓가로 웨스페르의 걱정서린 물음이 들려왔다. 아쿠아가 돌아보니 말을 달리기 시작한 웨스페르가 걱정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직까지 수배당한 징후는 없지만 영주와 만나는 건 지나친 모험이오. 신분을 생각하면 지난 사건을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지난 시간동안 어째서인지 엘루나 제국은 일행을 추격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영주 정도 되는 인물이 그런 큰 사건을 모를 리는 없을 터. 괜히 벌집을 쑤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만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건 위험해. 영주 쯤 되는 이라면 뭐든 알고 있겠지. 모른다면, 그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정보라 할 수 있을 거고.”

허나 아쿠아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시끄러워야할 벌집이 잠잠하다면 들쑤셔서라도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잠잠한 상황이 아무리 아군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데페리온 백작은 그에 적합한 먹잇감이었다. 전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아 만일의 사태에 간단히 빠져나올 수 있고, 전쟁이 진행되고 있으니 소식이 전달되는 속도도 느리다.

혹은 아예 베르크교나 전쟁에 의해 정보가 통째로 증발할 가능성도 높다. 정보를 재보기엔 말 그대로 최적의 상대인 셈이었다.

“그렇구려. 그리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웨스페르는 아쿠아의 말에 납득하며 눈을 감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바뀐 건 아니지만,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가 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정말 가능성이 낮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도망을 못 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 괜찮을 거야.”

아쿠아는 안심하라는 듯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말에게 박차를 가했다.


데페리온 백작의 거처는 저택이 아니라 성채였다. 도시에서 1차, 성에서 2차로 수성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된 거주형태는 영지를 가진 귀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흠. 딱히 대단한 마법은 없지만 도움은 되겠네.”

“정석에 맞는 조합이네요. 수준은 낮아도 탄탄해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전령으로서 응접실에 안내된 일행은 성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성의 방어를 품평했다. 그리 뛰어난 성은 아니지만, 기초부터 탄탄히 지은 성은 초인급의 적을 상정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성과를 보일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허허. 매몰찬 평가로군.”

제법 작은 목소리로 나눴음에도 일행의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응접실로 한 중년인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들어섰다.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선 사내를 일행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뒤에서 시종이 허둥대며 달려왔다.

“영주님! 체,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영주님?”

그 외침에 아쿠아가 살짝 당혹스런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별달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옷에 특별한 기품도 느껴지지 않는 옆집 아저씨 같은 후덕한 인상.

솔직히 영주라곤 생각지도 못할 풍모다. 그에 중년인은 유쾌한 얼굴로 핫핫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네. 내가 이 영지의 주인, 데인 데페리온일세. 남세스럽게도 러셀 경의 서신을 보자마자 이렇게 달려왔지.”

“···자랑스레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시종이 말을 꽤 함부로 하는 것도 그렇고, 영주는 제법 화통한 성격인 모양이다. 아쿠아는 그리 상대를 읽고서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용병인 아쿠아입니다. 이쪽은 제 일행들이지요.”

“아, 아. 반갑네. 자네들의 위명은 익히 들었다네. 이런 촌구석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더군. 굉장한 미인들에 압도적인 실력까지. 이런 용병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며 말일세. 하하하하.”

“과찬이십니다.”

‘하늘에서 뚝’ 대목에서 아쿠아의 눈이 살짝 날카로워졌다가 이내 되돌아갔다. 다소 의미심장한 대사긴 해도 못할 말은 아니다. 의심할 단계라고 할 수 없다.

절레절레-

혹시나 싶어 살짝 하스를 바라보니 하스도 고개를 저었다. 궁극종의 감을 가진 그녀는 어수룩한 위장은 간단히 꿰뚫어보는 바, 그녀가 아니라고 한다면 딱히 속이고 있는 건 아니리라.

‘그럼 정말로 모른다는 건가?’

아무리 썩 대단한 입지가 아니라지만 무려 한 지방의 영주에게 정보가 오지 않았다. 확실히 유념할 만한 상황임을 머릿속에 새기며 아쿠아는 백작과의 대화에 주의를 기울였다.

“과찬이라니. 겸양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일세. 자네가 그리 말하면 자네들의 실력을 믿고 부탁 하나 하려던 내 입장이 뭐가 되겠는가?”

“부탁···입니까?”

“음. 우선 사정은 러셀 경의 서신 덕에 대강 알고 있네. 놈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 자네들은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야겠지? 그렇다면 잠시 손을 조금 빌려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곤 할 수 없는 일이고, 내 보상도 두둑이 챙겨줌세.”

“예? 저희의 힘이 닿는 일이라면야······.”

아쿠아는 갑작스러운 백작의 의뢰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우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딱히 위험한 일도 아닐 것 같고, 별달리 의심스럽지도 않은 이상 권력자인 영주의 요청은 거부하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

“영주님. 서서 그러지 마시고 이야기는 들어가서 마저 하시지요. 저는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아, 음. 그렇군. 예의가 아니었어. 실례했네.”

그때 절묘하게 시종이 끼어들며 백작에게 자리를 권해왔다. 아쿠아의 입장에서야 본론만 간단히 하는 쪽이 편했지만 영주를 서서 얘기하게 두는 건 예의가 아닌 것이 사실이었기에 얌전히 하는 양을 보고 있었다.

“흠흠. 그러면 계속하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 영지에는 특별한 힘을 타고난 아이가 있어서 말일세. 내가 양자로 삼은 아이지.”

잠시 시종이 마실 것을 가져온 후, 설명을 시작한 백작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대강의 사정은 러셀을 통해서 들은 상황이었기에 아쿠아는 백작의 말에 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문제라네. 이 녀석이 세상의 모든 흑마법사를 때려잡겠다는 치기어린 바람을 품고 있어서 말이야. 아무리 무리라고 해도 들어먹질 않는다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겨우 붙잡고 있는 실정이지.”

“흑마법사라··· 그들에게 납치됐었다고 했었지요.”

“그렇다네. 가족과 같은 마을사람들도 모두 참혹하게 살해당했지.”

“원한을 가질 만도 하군요.”

뭐, 그렇다고 그 감정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쿠아가 아는 대로라면 흑마법사는 과거에 멸시받던 이들이지만, 대전쟁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악신숭배자들의 앞에서 산 자들도, 죽은 자들도 모두 일치단결해야만했다. 뭐, 그럼에도 언데드의 취급까지 나아지진 않았으나··· 어둠을 다루는 흑마법사나 그들 중에서도 한층 깊이 죽음을 탐구한 네크로멘서가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비올라가 종족은 감추더라도 분류로 따지면 흑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을 감추지 않는 것도 그 탓이다. 그리 읊조리는 아쿠아에게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모든 흑마법사에게 적개심을 가지는 건 위험한 발상이지. 게다가 그 아이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단련에는 영 소극적이어서 말일세. 워낙 타고난 힘이 강하다보니 단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모양이야.”

그리고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그런 인식을 바로잡아줄 실력자가 없지, 하고 말을 마치는 백작을 보며 아쿠아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다.

“그를 아끼시는군요.”

“피는 안 섞였어도 내 아들일세. 부탁하네. 자네들이 그 아이에게 세상이 넓다는 걸 좀 알려주게나.”

“맡겨두시지요.”

아쿠아는 내심 양자임에도 자식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 백작을 좋게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백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맙네. 내 꼭 보답하겠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니 괘념치 마십시오. 우선 그를 한 번 만나봐야겠는데··· 지금 불러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바로 말인가? 여독이 남아있을 텐데······.”

“괜찮습니다.”

걱정이 담긴 백작의 말을 아쿠아가 가볍게 일축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요새에 도착한 직후 바로 도시까지 여행해온 일행의 움직임은 충분한 강행군이지만, 그들의 종족을 고려하면 또 다르다.

뱀파이어나 정령에겐 아예 피로가 존재하질 않고, 하스는 궁극종. 그 아쿠아가 가장 체력이 약한 축에 드는 일행이니 고작 며칠 정도 무리한다고 지친 티가 날 리가 없는 것이다.

“그, 그럼 바로 안내해주겠네. 오늘도 검술훈련을 땡땡이친 걸 잡았다고 했으니 내 아들과 함께 훈련장에 있을 걸세. 하지만 조심하게. 그 아이가 가진 힘은 정말로 엄청나니 말일세.”

그 모습을 어떻게 보았는지 백작이 살짝 감동한 얼굴로 직접 안내해주겠다며 몸을 일으켰다. 일행은 그렇게 백작과 함께 성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흐음. 이건 진짜로 뜻밖인데?”

훈련장이 가까워질수록 진해지는 살기와 마력에 아쿠아가 흥미로운 투로 읊조렸다. 성에 가까워질 때도 조금씩 느꼈던 거지만, 멀리서 볼 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흘러나오는 힘이 더욱 크다.

“네. 이정도면··· 힘의 크기만 봐선 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대단하군요.”

자그마치 기운의 총량만 따지면 비올라와 대등한 수준. 인간의 몸으로, 그것도 드높은 경지를 이루지 않고 정혈의 뱀파이어와 대등한 힘을 타고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살을 찌워 고래와 맞먹는 체중을 갖는 것과 같다. 본래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 단순히마나를 담는 그릇이라는 측면에선 그 그랑 캐스터조차도 앞선다.

“뭐, 그래봤자 힘만 센 꼬맹이인 것 같지만.”

“다 왔네. 여기일세.”

앞에서 가고 있는 백작에겐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아쿠아가 나직이 읊조리는 순간이었다. 일행은 백작의 목소리와 함께 제법 큼지막하게 지어진 훈련장에 도착했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나! 검은 팔의 힘만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예!”

“···예에.”

그리고 진지한 태도로 호통치는 기사와 두 명의 소년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한쪽은 열의가 눈에 보이게 진지한 대답을 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영 시큰둥한 티가 난다.

어느 쪽이 영주의 친아들이고, 어느 쪽이 문제의 ‘특별한 아이’인지 대충 감이 잡히는 모습이랄까. 한창 삐걱대며 진행되던 훈련은 기사가 백작이 찾아왔단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잠시 멈췄다.


작가의말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것같은데


닿지가 않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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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31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28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35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29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36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36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28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37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34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44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32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43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41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51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49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72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73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60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65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62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68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56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58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67 1 12쪽
»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71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73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59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79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7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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