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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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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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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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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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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나의 그릇Ⅲ

DUMMY

“영주님? 여긴 어쩐 일로······.”

“아아. 소개해줄 사람들이 있어서 들렀네. 인사하게. 얼마간 영지에 힘이 되어줄 용병들이야.”

그 말에 기사는 살짝 못미더운 눈으로 아쿠아 일행을 힐끔 바라봤다. 이해하지 못할 반응은 아니다. 아무래도 일행의 외양은 용병 같은 일을 한다고 보기에 적합하지 않으니까.

“최근에 유명한 그 용병들일세. 실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러셀 경이 보증하더군.”

“러셀 경이 말입니까?”

하지만 그 의구심어린 시선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일행의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러셀의 보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전장이 아니라 이런 후방에······?”

“거기에는 사정이 있네. 조금 있다 설명해주도록하지. 우선은 한동안 함께할 동지의 실력을 보지 않겠나?”

눈을 찡긋하는 백작의 말에 기사도 대충 상황을 알아차린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지간히 불만이 쌓여있었구나 싶은 분위기의 사이로 아쿠아가 우선 하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일단 하스가···”

“제가 할게요.”

검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무투파인 하스를 먼저 내보내려는 아쿠아의 말을 끊으면서 비올라가 앞으로 나섰다. 좀처럼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일이 없던 그녀의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아쿠아가 살짝 당황했다.

“비올라?”

“제게 맡겨주세요.”

“···컨셉은 기억하고 있지?”

“물론이죠.”

다른 이들에겐 들리지 않도록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물음을 던진 아쿠아는 돌아온 대답에 비올라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 듯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아쿠아를 뒤로 물린 비올라는 검술 훈련을 멈춘 시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나이대의 소년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보통 웨스페르를 제외한 일행의 미모를 본 소년은 옆의 다른 소년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정상이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일이 있다는 뜻. 그리고 비올라는 그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다크니스 플레어.”

화르르르-

시동어와 함께 비올라로부터 시커먼 마력이 피어오르며 검은 불길이 일어난다. 위장을 위해서 기사가 아닌 마법사로 행세하는 중인 그녀가 힘을 과시하듯 마법을 발현한 것이다.

콰과과과광-!

검은 불길이 훈련장의 한쪽으로 날아들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 수준이 높은 마법은 아니었으나 실질 전투력 레벨 80대에 달하는 비올라의 마법이 발한 위력은 막강했다.

“허어.”

“엄청나군!”

시크에게 쓴맛을 보여주려던 기사와 백작이 경악으로 눈을 치뜰 정도로. 그리고 한편 중요한 시크의 경우에는 누가 봐도 흑마법인 티가 나는 마법을 사용한 비올라를 부릅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흑마법사······?”

후우우웅-

그 읊조림과 함께 주변의 바람이 바뀐다. 퍼뜨려져있던 살기와 마력이 흑마법사인 비올라를 향해 집중되며 그녀를 압박해왔다.

마치 돌덩이로 누르는 듯한 압박감. 허나 비올라에게 있어서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어수룩한 기운 따위가 압박이 될 턱이 없다.

“네. 무슨 문제라도?”

어떤 몸짓조차 없이 가볍게 기운을 털어버리며 비올라가 도도한 시선으로 시크를 내려다보았다. 서릿발이 내린 듯한 태도는 그녀가 소년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듯 차갑다.

“연기구료.”

“역시 그런 거야?”

“진심으로 분노하고 계신 건 아니오. 아마도··· 저 아이에게서 과거를 보고 계신 거겠지.”

허나 그것은 본심이 아니다. 아쿠아는 자신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비올라를 알아온 웨스페르의 낮은 목소리에 상황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수족처럼 다루고 계시지만, 아가씨께서도 힘을 통제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오.”

“으웅. 자기 힘인데 다루지 못하는 거야?”

“과연······.”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힘. 그건 언제나 게임을 통해 자신의 힘을 활용하며 성장해온 하스와 아쿠아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아마도 하스에게 맡겼더라면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일을 하지 못하리라. 아쿠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증명해주는 하스를 힐끔 보고는 비올라에게로 다시 눈을 돌렸다.

“문제? 있지! 그것도 아주 크게!”

촤랑-

으르렁거리면서 시크가 들고 있던 연습용 검을 집어던지고는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시크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하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검에 자신의 마력을 한껏 담으며 다짜고짜 내달렸다.

콰앙- 쿠과과과과-

방대한 마력을 추진제처럼 방출하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소년의 돌진은 거대한 괴수의 진격과도 같다. 어지간한 기사라면 감히 대응할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약해요. 느려요. 변화가 부족해요. 검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촤라라라락-

허나 지금 시크의 앞에 있는 상대는 결코 ‘어지간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탄을 토하는 듯한 읊조림과 동시에 비올라의 발치에서 마력의 사슬이 튀어나왔다.

“억?!”

새까만 사슬이 덤프트럭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드는 소년의 손목을 정확히 낚아챘다. 그리고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달려들던 시크가 경악성을 토해냄과 동시에 소년의 육체가 하늘을 날았다.

“무슨······!”

“정신이 드나요? 그저 정신을 놓은 채 힘에 맡기기만 해선 안 돼요.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세요.”

훈련장 바닥을 뒹굴며 경악하는 시크를 향해 비올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시크의 귀에 닿지 않았다.

“이익!”

시크는 발작하듯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다시 비올라에게로 달려들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돌진해오는 소년을 향해 비올라가 한숨을 토했다.

“듣지 않는군요. 왜? 제가 흑마법사라서인가요?”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리라. 애당초 원수인 흑마법사의 말을 들을 리가 없으나 비단 흑마법사가 아니어도 누구의 말이든 자신의 힘에 취해버린 소년의 귀에는 닿지 않을 테니까.

그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체험시켜주는 수밖에 없다. 비올라는 마법사로 활동하는 몸이라 검을 맞댈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 얕은 아쉬움을 토하며 새로운 마법을 발했다.

“어스 월.”

터엉-! 쿠우웅-

“우아아아악!”

솟아오른 대지의 벽이 시크의 배를 가격하며 높이 띄워버렸다. 상대의 속도를 정확히 읽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다.

“저, 저건 심한 것 아닌가?”

“괜찮습니다. 보시죠.”

아쿠아는 높이 솟구쳤다 떨어지는 시크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백작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겉보기엔 상당히 끔찍한 참상을 만들어낼 행위로 보이지만 시크를 상대로는 그렇지 않다.

“으윽······.”

왜냐하면 그가 방출하고 있는 마력 그 자체가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백작은 별다른 상처 없이 흙먼지를 헤치며 몸을 일으키는 시크를 보고 안도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아쿠아 오빠. 저 칼······.”

“쉿. 하스야. 알아. 하지만 지금은 집중하자.”

“제가 마음을 먹었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요. 그 점을 이해하라고 한 공격이지만··· 아직은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요.”

비올라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다시 살기등등한 눈으로 검을 쥐는 시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을 아주 못한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당한 장기전을 각오해야할 것 같다.

‘스승님도 이런 느낌이셨을까? 어쩌면 하스님이 손을 본 다음에 하는 쪽이 나았을지도.’

하스에게 기가 좀 꺾인 다음이라면 이야기가 더 쉽게 통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작부터 흑마법사임을 드러내 자극부터 한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직접 선택한 길이니.’

뭐, 그리 생각하면서도 후회하진 않는다. 비록 본래보다 힘든 길을 택했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힘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어수룩하게 방출하는 소년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까.

가르치고 싶다. 과거에 정혈의 정수를 얻고 폭주하던 그녀를 다스려준 스승이 그러했듯이. 비올라는 분수에 넘치는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읊조리며 마법을 발동했다.


퍼억- 쿠당탕-

그 후로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그럭저럭 하늘에 떠올라있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시크가 마법에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내던져진 횟수는 그의 방대한 마력만큼이나 많아졌다.

“하아, 하아······.”

보는 이가 다 지루해질, 혹은 처절해질 정도. 하지만 거기에도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다. 막대한 시크의 마력은 아직도 여유가 있었지만, 그의 체력이 슬슬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게 진정한 강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크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예전이었다면 대번에 혹했을 미인이면서 동시에 증오스러운 흑마법사.

그녀는 틀림없이 강력한··· ‘검’이 말해줬던 진정한 강자였다. 시크가 자랑하던 강력한 힘도, 빠른 속도도 그녀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애당초 당신은 어째서 흑마법사를 증오하는 건가요? 흑마법사에게 변을 당했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단순히 증오스런 상대의 성별이 남자였다거나, 머리가 붉었다거나 하는 특징의 하나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은 흑마법사에 대해 무엇을 알죠? 이 직업의 정의를 알고 있나요? 어떤 입장에 있고, 어떤 이들이 속해있으며, 어떤 수준의 집단인지 이해하고 싸우겠다고 결의한 건가요?”

그리고 그 진정한 강자는 계속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이 돌아서, 중간에는 증오에 받쳐서, 지금에 이르러선 오기로 답하지 않는 중이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대답을 바라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교육자입네 하면서도 자신보다 강한 시크를 은연중에 두려워하던 이들과는 다르다. 오히려 시크의 강력한 힘을 압도하는 존재.

그런 상대에겐 진지하게 대답해야하리라. 설령 그 미운 흑마법사라도. 지금은 주변의 눈을 신경 써서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검’도 그리 말할 것이다.

‘딱 한 방만··· 한 방만 먹이고, 대답하자.’

솔직히 뭐에 대답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도 시크가 대답하지 않다 보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인지 아까부터 비올라는 마구잡이로 말을 걸고 있었으니까.

허나 무엇에든 대답하자. 그리 마음먹고 자세를 잡은 시크의 눈이 아까와는 다르게 빛났다. 그 빛을 비올라도 느꼈음일까? 만년설처럼 단단하게 그를 날리고, 말을 걸던 비올라의 눈가에도 이채가 떠올랐다.

“이야아아아아아-!”

시크는 마치 덤벼보라는 듯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서있는 비올라를 향해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내며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와는 각오부터가 다른 돌진에 담긴 위력은 가장 쌩쌩하던 최초의 돌진보다도 크다.

“포스 핸드.”

그에 비올라가 화답해주듯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마법을 발현하며 손을 내뻗었다. 투명한 마력이 그녀의 손에 깃들자 비올라는 그대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든 시크의 검을 잡아채버렸다.

“칼날을··· 잡았다고?!”

“말도 안 돼!”

처절하기까지 한 시크와 비올라의 결투를 보고 있던 기사와 백작이 경악했다. 기실 지금까지 비올라가 보여준 기교는 모두가 경이로운 수법이었지만 칼날을 잡아채는 건 그보다 한층 더 놀라운 수였다.

“······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시크는 눈앞의 소녀에 한 인물이 겹쳐짐을 느꼈다. 과거의 그에게 있어 누구보다도 믿음직하고 최강이던 인물.

“···엄마······.”

풀썩-

그 이름을 나직이 부르면서 모든 힘을 쏟아낸 소년은 기절했다. 스스로가 미리 다짐했던 것과 달리 비올라의 물음에 대답을 주지는 못하고서.


작가의말

개심까지 약 1화..


지조가 없다고 해야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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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48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44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2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52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62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62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6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61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8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7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6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59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60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71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8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5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91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6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6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8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91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7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83 1 12쪽
»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83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10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92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7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7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9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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