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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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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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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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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나의 그릇Ⅳ

DUMMY

“수고했어요.”

비올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쓰러지는 시크를 안아주었다. 소년은 한 번도 부름에 답하지 않았지만, 비올라는 이제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은 검을 타고 전해졌으니까. 너무나 기사답게 소년을 안고 돌아오는 비올라를 보며 아쿠아가 농담처럼 읊조렸다.

“그래도 비주얼은 영 아니네.”

“흠흠. 이 감동스러운 순간에 초 치긴가?”

백작도 딱히 아쿠아의 말을 부정하진 못한 채 미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기야 겉보기는 그리 좋지가 않다. 소년, 소년 하지만 시크는 올해로 17세로 슬슬 청년이라 불리기에 적합한 수준인 데다가······.

새하얗게 센 특징적인 백발 탓에 더 또래보다 성숙한 느낌이 돈다. 반면에 그런 시크의 앞에 있는 비올라는 너무나도 가련하여 언뜻 보기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건 물론이요, 시크보다 연하로도 보이는 소녀.

그러니 그녀에게 시종일관 당하다 엄마라고 불러버린 광경이 그리 보기 좋을 리가 없다.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위엄 있게 생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에 시크를 안고 돌아온 비올라가 장난스런, 하지만 약간의 진심이 섞인 목소리로 사과했다. 여성이 아니라 기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실제로 자신의 연약한 인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가씨가 사과할 일은 아닐세. 아니, 오히려 내 아들을 가르쳐주어 고맙다고 해야겠지.”

“제가 하고자 한 일인걸요.”

“그게 고맙다는 뜻이네. 후후. 이렇게 든든한 이들이 조력해주겠다고 찾아왔으니 나도 이제 할 일을 해야겠지. 고른 경. 사람들을 모아주게.”

“예!”

갑작스러운 백작의 명령에 기사 고른 경은 별달리 당황하지도 않은 채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명백히 흑막의 존재를 상정하고 있던 움직임을 보며 아쿠아가 백작을 향해 물었다.

“흑막의 존재를 알고 계셨습니까?”

“짐작은 하고 있었네. 바리언 남작가와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서 이러저런 암호를 나누고 있었거든.”

“과연 그래서 그렇게 이상한 형태로 전령을 보내셨군요. 이상함을 눈치채주기를 바라면서.”

“뭐, 베르크교가 흑막인지도, 전쟁을 미끼삼아 시크를 노릴 줄도 몰랐지만 말일세. 놈들의 힘을 생각하면 내가 한 조치는 그저 의미 없는 발악이었겠지. 자네들이 아니라면 우리는 끝장났을 걸세.”

백작은 그리 읊조리며 아쿠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인사하겠네. 고맙네. 처음에는 의심도 했지만, 시크를 대하는 저 아가씨를 보고야 이해했어. 자네들은 놈들과 싸울 힘과 의지가 있기에 용병으로서 날 찾아온 거라고.”

데페리온 백작가의 힘만으로는 설령 베르크교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대도 속수무책이었으리라. 그렇기에 백작은 마침 타이밍 좋게 나타난 일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가져온 정보가 사실이라면 살아날 방법은 그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시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본래 갖고 있던 일행에 대한 의문을 지우고, 단순한 용병으로 대하길 선택했다.

많이 수상하지만 일행을 믿을 수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백작의 뜻을 이해한 아쿠아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오. 저희도 다 돈 보고 하는 짓인걸요.”

“하하. 그런가. 곧 회의가 있을 예정이네만, 자네들도 참가하겠나?”

“일개 용병이 참석할 자리는 아닌듯합니다.”

“그렇군. 돈만 두둑이 챙겨주면 되겠는가?”

“그래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아쿠아로서는 오랜만에 즐거운 거짓말이라고나 할까. 백작은 능청스레 대답하는 아쿠아로부터 고개를 돌려 걱정스런 눈으로 시크를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친아들에게 손짓했다.

“카이. 손님들께 성을 좀 안내해드리도록 해라.”

“시크는요?”

“음. 아마 한동안 안 깨어날 테니······.”

“안내받는 김에 저희가 방에 데려다주도록 하죠.”

“그래주겠나?”

“예. 이 아이에겐 아직 볼일도 있으니까요.”

아쿠아는 그리 말하면서 시크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가느다란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사실 조금 전의 하스와 마찬가지로 그도 이미 시크의 검이 평범하지 않은 물건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럼 맡기겠네. 카이. 잘 안내해드리도록 해라.”

“네. 아버님.”

백작은 아들에게 뒷일을 맡기고 떠나갔다. 그리고 백작의 아들, 카이는 일행을 이끌고 시크의 방에 찾아가면서 동시에 성의 곳곳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이쪽은 식당입니다. 지금은 끼니때가 아니라 한산하지만, 바쁠 때는 가장 북적이는 곳이죠.”

“외부인인 우리가 끼어들긴 어렵겠군요.”

“예. 게다가 여러분은··· 흠, 아닙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청하신다면 하인들을 시켜 방까지 식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건 감사합니다. 요 며칠은 바쁘게 움직이다보니까 식사를 제대로 못했거든요.”

아쿠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휘휘 저었다. 본래 상위종인 그에게 식사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바로 어제 무리한 몸이래도 그는 아직까지 정양이 필요한 몸. 평상시엔 조금 게을리 여겨도 될 음식이라도 가능한 잘 챙겨먹을 필요가 있으니까.

“다행이에요.”

“그러게. 아, 그런데 카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도련님. 저 아이의 검, 평범한 검으로 보이진 않던데 혹시 어떤 검인지 알고 계신가요?”

진심으로 안도하는 라피의 반응을 슬그머니 넘기면서 아쿠아는 카이를 한 번 떠보았다. 그러자 카이는 살짝 당혹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이요? 글쎄요. 부모님의 유품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내력은 잘 모르겠네요.”

“흐응. 부모님의 유품이라··· 괜한 걸 물었군요.”

카이의 대답에 아쿠아의 시선이 슬쩍 하스를 스쳤다. 그러자 하스는 아까 입막음을 당한 게 불만이었던 모양인지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이라는 뜻이리라.

‘거짓말이라. 이쪽도 검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군.’

굳이 왜 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검에 대한 일은 비밀인 모양이다. 일단은 장단을 맞춰둘 요량으로 아쿠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기가 시크의 방입니다.”

그 후. 일행은 무기고, 연회장, 병력주둔소 등을 차례로 소개받으면서 시크의 방에 다다랐다. 실은 거의 시크의 방으로 곧장 오다시피 한 길이었지만, 시크의 방과 훈련장이 거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지라 성을 대부분 소개받은 격이 됐다.

“우선 눕혀둘게요.”

“그래. 그럼 이제 슬슬··· 그쪽 검에 있는 녀석, 괜히 귀찮게 굴지 말고 얼른 튀어나오지? 대충 견적은 잡혔으니 계속 시치미 떼고 있겠다면 이쪽도 생각이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여기까지 시크를 공주님처럼 안고 온 비올라가 그를 내려놓는 순간, 아쿠아가 기습적으로 말했다. 날카로운 눈을 한 채 확신어린 목소리로 검을 부르는 아쿠아의 말에 카이가 당황하며 허둥거렸다.

“저,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나쁜 짓 하려는 거 아니니까 도련님도 더 숨길 필요 없어요. 무슨 짓을 하려고 했으면 아까 모두 있을 때 터뜨렸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아. 들켰다면 어쩔 수 없지.]

이미 전부 알고서 말하는 아쿠아의 말에 카이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이었다. 검으로부터 얕은 한숨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안녕하신가. 이 몸의 이름은 레이트. 지금은 검에 봉인돼있는 처지지만, 예전에는 꽤 잘나가던 몸이라네!]

“···상상했던 거랑은 조금 다르네?”

[뭘 상상했는지는 몰라도 이 몸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지. 에헴!]

유쾌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검, 레이트를 바라보며 아쿠아가 미묘한 어조로 말했다. 검에 웬 봉인된 존재가 있기에 까발려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특이한 상대였다.

“레이트 씨. 괜찮은 거예요?”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누? 이미 다 들킨 상황이거늘. 뭐, 이 몸뚱이라도 조종해서 입을 막아보리?]

“흐응. 입을 막는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레이트의 말에 아쿠아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트는 도발적인 어투로 답해왔다.

[나는 이 꼬맹이랑은 다르다고? 아, 그래도 좀 무섭기는 하다. 어떻게 되먹은 파티가 인간이 아닌 것들··· 그것도 하나같이 감도 안 잡히는 괴물들밖에 없어? 나 살던 시대에도 쉽게 못 보던 족속들인데.]

이번에 놀라야할 쪽은 아쿠아 쪽이었다. 대놓고 인간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이나 하스가 아니라 비올라와 웨스페르, 라피가 인간이 아니란 것을 들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과연··· 확실히 다르네. 응.”

[뭐야. 이쪽도 비밀이었던 건가? 이렇게 된 거, 서로 하나씩 주고받은 걸로 하자고. 그 살벌한 시선은 조금 그렇단 말이지. 나도 비밀로 해줄게. 아니, 야, 카이. 뭐 하냐?! 냉큼 서약하지 않고!]

내심 찔끔해서 살짝 차가워진 아쿠아의 반응에 레이트가 호들갑을 떨었다. 괜히 화도 더 못 내게 하는 반응이랄까. 아쿠아가 김빠진 표정을 짓는 사이, 레이트에게 독촉 받은 카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예? 예. 여기서 들은 건 비밀로 하겠습니다.”

[어때. 이만하면 됐지 않아? 응?]

“···하아. 괜찮을까, 비올라?”

“저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약속을 어길 분들로 보이진 않으니까요.”

아쿠아와 심정은 비슷한 걸까. 촐싹대며 말하는 검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비올라가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자 아쿠아는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좋아. 일단은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일단은, 이라니 후환이 두렵잖아.]

“상황이 어찌 바뀔지 모르니까. 우선 당신부터. 정체를 숨기고 있는 모양인데, 굳이 그러는 이유가 있나?”

[당연하지. 이 녀석은 가뜩이나 원래 가진 힘 때문에 남들의 시선이 달라.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나 같은 검까지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어?]

“아아. 그런 이유였나. 그래서 믿을만한 사람들에게만 정체를 밝히고 있다? 그럼 영주님도 알고 있겠군?”

[그렇지. 시크와 카이, 영주 녀석까지만 이 몸에 대해서 알고 있단 말씀.]

돌아온 레이트의 대답에 아쿠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강대한 마력 탓에 관심을 끌고 있을 시크다. 아마 이런 마검까지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간 필시 감당하지 못할 관심의 대상이 될 터.

하물며 검은 마력과 달리 쉽게 빼앗을 수도 있다. 물론 레이트도 자아가 있는 검답게 비장의 수쯤은 가진 모양이지만, 육체가 없는 이상 한계는 명료하리라.

[그럼 이제 내가 들을 차례인 것 같은데. 왜 너희처럼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이 이런 별것도 없는 영지에 찾아온 거지?]

“윽. 별것도 없는 영지라니······.”

“흐음. 그래. 너나 도련님 쪽도 알아두는 쪽이 아무래도 낫겠지. 뭐, 어차피 나중에 영주님이 따로 가르쳐줄 것 같지만······.”

아쿠아는 자신들의 영지가 폄하당해 시무룩한 카이를 살포시 무시한 채 대답해주었다. 베르크교에서 시크를 노리고 있다는 것,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근래이리라는 것도.

[베르크교라. 귀찮은 것들에게 엮였군.]

“당신이 있던 시대에도 베르크교는 위협적이었나?”

[골치 아픈 녀석들이었지. 설마 그런 대전쟁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야. 핫핫핫.]

아무래도 레이트는 대전쟁보다도 이전의 세대인 모양이었다. 일행은 레이트와 대화를 나누며 일단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다.


작가의말

초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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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46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42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0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46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59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59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3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55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6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5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4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57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58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67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6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3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87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3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3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5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88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4 1 12쪽
»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76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79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07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89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0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4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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