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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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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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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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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재를 찢고Ⅱ

DUMMY

“그 모습은······?”

“웨스페르. 아이를 데리고 뒤로.”

드디어 본연의 전투형태를 갖춘 비올라가 웨스페르를 향해 명령했다. 그에 웨스페르가 재빨리 시크를 껴안고 후퇴하는 순간 비올라의 눈앞으로 잿빛의 칼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번 원거리 성술로 재미를 본 사제들이 재차 성술을 날린 것이다. 허나 이번에는 아까와 상황이 달랐다.

터엉- 터터텅-

비올라의 감각에 성술의 존재가 포착되는 순간, 섬전처럼 방패를 든 왼손이 움직이며 잿빛 칼날을 쳐낸다. 조금 전에 비올라가 맥없이 당했던 것은, 익숙하지 않은 마법전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디 기사인 비올라에게 마법은 보조수단이지 주력수단이 아니다. 때문에 전문적인 마법사와 달리 오직 마법만을 사용하는 전법에 대해서는 미숙한 상태였다.

물론 어지간한 수준까진 천성적인 감과 높은 레벨로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코앞에서야 인식이 가능할 만큼 고도로 은폐된 성술은 ‘어지간한 수준’을 넘고 있었다.

허나 마법전을 버리고, 검과 방패를 쥔 지금은 다르다. 기사로서 본래의 전법을 되찾은 그녀는 설령 자신과 상극인 성술이 은폐한 채 날아들더라도 쳐낼 수 있는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분위기를 조금은 바꿔야겠군요. 레이트. 방향을.”

[아, 어. 북서쪽에 둘, 서쪽에 넷이다.]

시크와 함께 넋을 놓고서 비올라의 모습을 보던 레이트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 대략적인 적의 방향을 들은 비올라는 날아드는 성술들을 쳐냄과 동시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디스트럭션 레이!”

콰아아아앙-! 치이이이이-

그 다음 순간, 주홍색의 광휘가 눈앞을 메웠다. 비올라가 주특기로 삼는 강력한 파괴의 빛이 광범위한 영역의 대지와 대기를 일그러뜨렸다.

“잡았나요?”

[아니. 방향이 어긋났어. 그리고 놈들이 후퇴하고 있군. 두 가지가 겹쳐서 그 범위의 공격에 아무도 휘말리지 않은 모양이야.]

“너무 대략적인 정보교환밖에 안 되니 아무래도 힘들군요. 게다가···”

번쩍- 터어엉! 터터터터텅-

“···성가신 짓을 벌이려는 것 같고.”

비올라는 빛의 창을 시작으로 폭격하듯 쏟아지는 성술들을 막으며 혀를 찼다. 상대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놈들은 벌써 비올라의 한계를 파악한 모양이다.

[그렇군. 이쪽의 간격을 읽어냈나.]

카앙- 터더더더덩-

“네. 아무래도 안에 들어오지 않고··· 철저히 원거리 공격으로 무너뜨리려는 기색이네요.”

상당히 합리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으리라. 제아무리 비올라라도 세 뼘 거리에서 인식이 가능한 성술세례를 받아내기 위해선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니까.

근접해온 상대에 대한 대응이라면 몰라도 감지도 되지 않는 거리의 상대에게 신경을 쓸 정도의 여유는 없다. 혀를 차는 비올라를 향해 레이트가 물었다.

[대응할 방법은 있나?]

“있기야 한데··· 위험부담이 좀 있죠. 조금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고. 우선 시크. 조금 더 가까이 오세요. 웨스페르는 이제 올라가서 아쿠아님을 보호하고.”

“알겠습니다, 아가씨.”

비올라는 그다지 여유 없는 투로 말하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마법을 자아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정신없이 날아드는 성술들을 쳐내면서 마법을 구성하는 건 아무리 그녀라도 힘든 행위였다.

“포스 월. 배리어. 실드.”

자신에게 바짝 다가붙은 시크를 보호하듯 삼중의 마법장벽을 형성하며 비올라는 그대로 시크의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둘러맸다. 그리고 방패를 앞세운 채 하스가 날뛰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콰앙- 투우웅-!

거센 진각과 함께 대지를 박찬 비올라의 몸이 북서쪽을 향해 쏘아졌다. 생물의 돌진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속도감에 감탄하며 레이트가 소리쳤다.

[와우. 이런 돌격이라니. 정말 사내답고 마음에 드는 발상이군! 훌륭하네!]

“적의 위치를. 간격에 들어오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릴게요.”

[좋아, 좋아. 맡겨두게. 자 바로 정면에 하나! 양 옆으로 둘이야. 그 너머에 잔뜩 우글거리고 있고!]

비올라는 레이트의 대략적인 설명에 의지하며 가까워지는 적들과 교전을 개시했다. 천천히 몰리면서도 아직 여유가 있는 기색인 하스와 달리 정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곡예였지만······.

‘조금 더 늦으면 주군이 무리하신다.’

그녀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빨리 결판을 짓지 못한다면 그녀의 주군인 아쿠아가 무리하게 될 것임을.

가뜩이나 회복이 덜 된 아쿠아가 지금 무리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겪게 되리라. 기사로서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는 비올라는 레이트의 조언에 따라서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나, 참. 나더러 무리하지 말래놓고 자기는 뭐하는 거라니?”

한편 성벽 위에서 상황을 관전하며 성구를 뚫을 방법을 골몰하던 아쿠아가 어이없다는 듯 읊조렸다. 그에 비올라의 지시에 따라 그의 곁으로 돌아온 웨스페르가 말했다.

“그만큼 아가씨가 아쿠아님을 걱정하신다는 말이 아니겠소.”

“그런가. 하아. 그 기대에 부응해주긴 어렵겠는데. 망할 놈들. 성구 한 번 짜증나게도 만들어놨네.”

아쿠아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어린 목소리를 토했다. 예전에도 한 번 해석했었지만, 다시 한 번 분석해본 경계의 재는 아쿠아로서도 훌륭하다고 평할 수밖에 없이 잘 만든 성구였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현재 보유한 신성력으로는 깨뜨릴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적어도 이전에 썼던 부활성술, 리인카네이션에 필적하는 신성력이 동원돼야만 성가신 저 성구를 제압할 수 있다.

“그리 까다로운 것이오?”

“응. 뭐, 아주 그렇게까지 문제인 건 아닌데··· 아무래도 결단하려거든 빨리 해야겠지. 아직 우리 쪽에 승기가 남아있을 때 말이야.”

칼끝에서 춤추고 있는 상태인 비올라는 물론이고, 하스 역시 점점 몰리고 있다. 비장의 수단인 서리여신의 잔영을 고려한다한들 이대로 시간을 보내는 건 이쪽의 손해밖에 되지 않는다.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요?”

“이런. 왔군. 웨스페르. 상대 좀 부탁할게.”

그 때, 굵직한 고함이 들려왔다.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이 소란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것은 일행의 입장에서 꽤나 곤란한 사태였다.

이쪽이야 나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바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경계의 재로 인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행의 전투는 그저 허공에 삽질하는 것으로만 보일 따름이다.

‘곧 영주의 병력도 올 거고······.’

데페리온 백작은 일행의 실력을 아니 만큼 말을 믿어주긴 하겠지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웨스페르조차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이 영지의 병력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실낱같은 도움이라도 바라려거든 그만한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아쿠아는 자신들을 찾아온 병사들을 웨스페르가 상대하는 모습을 힐끔 바라보곤 라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이 또 해야겠다.”

“···다른 방법이 없군요.”

“뭐야. 평소에는 반대하더니?”

아쿠아는 평소와 달리 별다른 제지의 말을 내뱉지 않고 체념한 목소리를 토하는 라피를 보며 피식 웃었다. 물론 이유야 알고 있다. 아쿠아와 감각을 공유하는 라피도 같은 판단을 내린 탓이리라.

“아쿠아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마치 조금은 부추기듯, 라피는 조용히 속삭인다. 그에 아쿠아는 몸속에서 기운이 솟구치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 천천히 기도의 자세를 취했다.

“후우······.”

그리고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기원한다. 신의 사도로서 가까이··· 이제는 너무나 가까이에 느껴지는 여신의 숨결을 향하여.

‘저 장막을 걷어낼 힘을.’

통산으론 이제 4번째일까. 반복해가는 기적의 청원을 올리면서 아쿠아는 조금씩 자신이 이 행위에 익숙해져 감을 느꼈다.

마치 단련되듯이. 아니, 혹은··· 약간씩이나마 더 신과 가까워지듯이. 점점 하중이 걸리듯 부담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신체와 달리 마음이 무언가에 안긴 듯 부드럽게 감싸이는 감각과 함께 신의 대답이 내려왔다.

콰아아아아아-!

대낮. 푸르게 펼쳐진 하늘에서도 명확하게 인지될 정도로 아름다운 물빛의 광휘가 저 드높은 천상으로부터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자신의 사도가 올린 청원에 대한 여신의 답변. 마치 천지를 관통하는 기둥처럼 아쿠아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신성력의 등장에 일대의 모든 존재가 잠시 그 움직임을 멈췄다.

“으웅? 오빠?”

“이 신성력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하스와 비올라는 각기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경악했으며,

“오오오오······.”

“이 빛은 뭐지? 몸이 따뜻해져.”

갑작스레 넘쳐흐른 신성력이 성벽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굉음으로 인해 불안해하던 주민들을 감쌌고,

“푸히히히히힝!”

“뭐, 뭐야. 이 거대한 힘은!”

황급히 달려온 카이의 연락을 받자마자 기사단을 이끌고 출정한 데페리온 백작과 기사들이 갑작스레 출연한 신성력의 존재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불경한 빛이로다.”

“불길해······. 저 빛은··· 너무도 불길하다!”

“사제들이여. 저 이단자를 노려라!”

베르크교의 주교들이 불안한 듯 몸을 떨며 성벽 위의 아쿠아를 가리켰다. 여태까지 제대로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던 아쿠아의 존재가 대번에 하스와 비올라를 능가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허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아쿠아를 막고자 했다면 기적을 발현하기 전에 저격했어야만 했다. 아쿠아는 그들이 두려워하는 막대한 신성력으로 술식을 구성하며 눈을 번뜩였다.

“디바인 브레이크 스펠!”

쿠르르르르릉-

하늘로부터 쏟아지던 신성력이 아쿠아의 호령을 따라 거대한 푸른 벼락으로 화한다. 다른 술법을 부수는 힘을 지닌 막대한 신성력의 집약체가 베르크교의 진영을 향해 쏘아졌다.

쩌저저저적- 쨍그랑-!

“뭐, 뭣······!”

“겨, 겨, 경계의 재가?!”

그 다음 순간, 베르크교의 신도들을 보호하던 장막이 파괴되며 여태까지 인지되지 않던 그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쿠아의 힘에 그들을 지키던 성술과 성구가 동시에 파괴된 것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평원에 적들의 모습이 스르륵 나타나는 광경을 보며 시크와 레이트가 읊조렸다.

[말도 안 돼······. 완전 괴물이잖아.]

“어떻게 저런 힘을 자유자재로······!”

허나 둘의 의문과 경악이 뒤섞인 목소리에 답해줄 이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줄 유일한 인물인 비올라가 얼어붙은 표정으로 말없이 모습을 드러낸 적진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제대로 보이는 군요.”

화르르르르-

뼈를 깎는 듯한 분노어린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검인 홍련에 노을빛의 마력이 불타오른다. 결국은 아쿠아를 무리하게 만들었다는 결과에 격노한 그녀의 검이 오싹할 정도의 마나를 머금었다.

“으응. 드디어 귀찮은 게 사라진 거야!”

하스도 경계의 재가 사라진 것에 상쾌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녀의 경우에는 경계의 재가 건재한 상황에서도 감지가 가능했지만, 그를 위해 다소 주의를 할애할 필요가 있었기에 갑갑한 상태였다.

“후우··· 이제 페이즈 2다. 이 망할 놈들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쿠아가 지친 어조로 나직이 읊조린다. 그와 동시에 비올라와 하스가 조금 전과는 다른 위압감을 내뿜으며 돌진했다.


작가의말

슬슬 기적이 남발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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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48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44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2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52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62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62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6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61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8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7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6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59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60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71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8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5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91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7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6 2 12쪽
»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9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91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7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83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83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10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92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7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7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9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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