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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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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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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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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DUMMY

“예. 돌아가셨습니다.”

“······.”

반전도, 다른 희망도 없이. 담담하면서도 차가운 레아트리스의 목소리가 응접실을 울렸다.

“···역시 그런가. 사정을··· 들을 수 있을까?”

“제가 아는 부분까지는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해하기 쉬우려면 처음부터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지요, 하고 읊조리면서 레아트리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는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가 몇 되지 않는 머나먼 역사의 이야기를.

640여 년 전. 대전쟁으로 대륙이 피폐해지고 있던 시기에 류신과 엘카프를 비롯한 100인의 영웅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말은 비유가 아닌 진실이었다. 100인의 영웅들은 이 대륙의 존재가 아니라 이계의 강자들이었으며, 차원을 건너서 대륙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모습을 드러낸 영웅들은 당시 대륙의 어느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대전쟁의 주범인 베르크교와 적대했다.

“으음. 100명이 몰려와서 굳이 베르크교랑 적대를 했어? 하기야 저것들 하는 짓거리가 많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 이유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단지, 엘카프님도 그렇고··· 모두들 진지하셨어요. 마치 베르크교와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는 것처럼.”

비올라가 덧붙인 말에 아쿠아는 흐음, 하고 읊조리며 턱을 매만졌다. 지인들(100명이나 되면 안 친했던 인물도 있었을 것 같지만······.)의 움직임을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뭔가 그게 아주 중요한 문제일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일단 계속해줘.”

필시 중요한 일이라는 예감은 들지만, 정보가 부족한 와중에 계속 고민해봐야 답이 없는 건 매한가지. 아쿠아는 일단 그 부분은 기억의 사이에 파묻어둔 채 레아트리스에게 설명을 재촉했다.

“예.”

베르크교를 적대하며 활동을 시작한 그들은 실로 영웅적인 업적들을 대지에 남겼다. 멸망시킨 왕국을 터전삼아 자식을 낳던 베르크의 권속 카오스 렉스 유니콘을 쓰러뜨렸고, 베르크교의 다섯 추기경 중 둘을 처단했다.

베르크교의 핵심전력이 둘이나 파괴되면서 당시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하던 대륙인들도 숨통이 트였다. 그때부턴 대륙의 기존세력들과도 제휴하며 모든 이들의 생존을 건 처절한 대전쟁을 이어갔다.

전쟁은 장기전이었고, 아무리 초월적인 힘을 지닌 영웅들이라도 100명이라는 소수인원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전력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비올라님과 제가 좋은 예시겠지요. 당시 혼란스럽기 짝이 없던 대륙에는 통제되지 않는 힘이나, 영웅들을 우러러보던 이가 넘쳐났었습니다. 그분들께선 그런 이들을 거두어 새로운 전력으로 삼으셨지요.”

전쟁에 참가하지 않던 세력, 전쟁에 참가하지 못하던 비이성적인 존재, 유린당할 뿐이던 약자들······. 그러한 이들을 거두어 합류시킴으로서 영웅들의 전력은 물론, 대륙 전체의 전력마저 상승했다.

강력해진 대륙의 힘은 점차 숨통이 트이는 수준을 넘어서 베르크교를 밀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에도 부작용은 존재했다. 여태까진 서로 뭉치느라 바빴지만, 여유가 생기자 각 세력들이 딴 생각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발악하는 베르크교와 아군이었어야 할 자들의 견제까지.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선을 그어놓은 덕에 치명적인 피해에 다다르진 않았지만 다소의 손실이 생겨났다.

“영웅분들 중에서 첫 희생자도 그렇게 나오게 되었지요.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누가 죽었지?”

“레비오라님이셨습니다.”

아는 이름이다. 그다지 안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전에 월드 토너먼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인물. 본격적으로 아는 이름의 죽음이 언급되자 성큼 이별의 실감이 아쿠아의 등골을 타고 오른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죽어간 건가······.”

“아니요. 희생자는 레비오라님 뿐이었습니다.”

“응?”

아쿠아는 멍청한 표정으로 레아트리스를 쳐다보았다. 그에 레아트리스는 과거를 추억하는 표정으로 쓸쓸하게 말했다.

“영웅분들이 다른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동안에 레비오라님은 신뢰를 외치고 계셨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대륙인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기대는 배신으로 끝났지요.”

“···한 명 뿐이었던거야?”

“예.”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죽었다는 건데?”

“그 이후의 일입니다. 서로의 골이 깊어지고 있던 가운데, 베르크교에서 최강의 패를 뽑아들었습니다. 악신 베르크의 오른팔, 카오스 임페라토르 드라코. 별마저도 부순다는 최강의 권속이 나타났습니다.”

“최후의 결전······.”

레아트리스의 말을 받듯 비올라가 읊조렸다. 최후의 전장. 아쿠아도 이전에 비올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본래 그녀가 참전했어야할 마지막 전투. 그 상대가 바로 카오스 임페라토르 드라코였던 모양이다.

“예. 최후의 결전은 놈과의 전투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전쟁의 끝. 그 절대적인 괴물과 맞서기 위해 은룡신은 불화를 중재하고, 최후의 결전에 함께할 이들을 선별했습니다.”

이때 레아트리스를 비롯한 류신의 제자들은 전장에서 배제되었다. 지금은 그녀도 당당한 옥좌보유자의 일원이지만, 당시에는 약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자들 중에는 그때도 강자였던 이들이 존재했지만, 류신이 자드키엘을 전달하기 위해 빼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탑을 쌓게 되었으며 류신을 비롯한 이계의 영웅들은 대륙에 남아있던 강자들과 함께 최후의 결전에 나섰다.

“···그리고 카오스 임페라토르 드라코를 봉인하는 위업을 이루셨다고 합니다. 허나 그 희생은 컸습니다. 은룡신을 제외한 모든 용사들이 봉인을 대가로 동귀어진 했으며, 은룡신도 돌아온 이후 쭉 동면기에 든 상태라고 하지요.”

“잠깐. 그럼 너는 그들이 죽는 걸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란 말이야?”

“예······. 저는 함께 설 자격이 없는 몸이었으니까요.”

지인들의 최후를 전해들은 아쿠아의 눈이 순간 희망으로 반짝였다. 레아트리스가 직접 확인한 죽음은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생존하신 은룡신의 말씀으로는······.”

“죽었다고 했겠지. 대륙의 주민들 중 다른 생존자가 없다는 점만 봐도 그쪽이 더 가능성은 높아. 하지만··· 아주 희망이 없진 않겠지. 그들이 전부 죽고, 살아남은 이계의 영웅들이 지구로 돌아갔다면 은룡신으로선 굳이 반감을 살 발표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어린아이의 생떼 같은 억지다. 아쿠아도 그를 인식하곤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고선 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 심정을 헤아린 걸까. 레아트리스는 굳이 더 파고들지 않고서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감회가 새로운 눈으로 자드키엘을 든 아쿠아를 보며 말했다.

“스승께서는 당신이 전쟁을 끝낼 거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결전의 결과를 짐작하시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내가 전쟁을 끝낸다라······.”

아쿠아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듯 읊조렸다. 류신은 어째서 그런 말을 남겼을까? 단순히 자드키엘이 그들의 손에 있었기 때문에?

‘아니. 애초에 자드키엘은 어느 시점부터 류신의 손에 있었던 거지? 처음부터? 아니면 중간에 입수했나?’

레아트리스에게서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도 해명되지 않은 점이 너무나도 많다. 비올라도, 레아트리스도 사적으로 친하긴 했어도 좀 더 깊숙한 비밀까지 털어두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고.

‘아마도 그리 믿음직한 인물은 전부 함께했겠지.’

아쿠아는 유저들의 습성을 떠올리며 곰곰이 추리해보았다. 본디 시리우스 RPG의 고레벨 유저들은 보통 어느 정도나마 인간불신을 갖고 있다.

대체로 긴 시간을 게임에서 보내면서 이러저런 인간관계의 파탄을 맞아보기 때문이다. NPC들과 함께 세운 단체가 몇 개씩 망하거나, 유저들끼리 꾸린 집단이 이권을 두고 파멸로 달려가는 꼴을 보다보면 불신감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결국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몇을 제외하면 마음을 닫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의 끝을 볼 수 있는 계획이 있었다면, 아마도 결전에 함께 임하는 인물이 아니라면 신뢰도에 관계없이 비밀로 했을 공산이 크다.

“은룡신을 만나봐야겠어.”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최후의 결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 은룡신. 은룡력이라는 대륙의 연호로 쓰일 정도로 유명한 대륙의 수호신만이 실마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은룡신을요?”

“들어야할 게 있을 것 같아서.”

다행히도 은룡신의 레어가 위치한 곳은 유명하다. 엘루나 제국에서 그렇게까지 멀지 않은 카이란스 왕국. 은룡신을 수호룡으로 섬기는 작은 왕국에 은룡신의 레어가 존재한다.

“은룡신의 레어는 카이란스 왕국의 관리 아래에 있습니다. 왕국에서 간단히 알현의 허가를 내주진 않을 겁니다. 제 쪽에서 도와드리고 싶지만······.”

바람의 마탑이 지닌 영향력이라면 은룡신을 숭배하는 카이란스 왕국의 허가도 간단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마탑과 레아트리스의 상황이다.

자드키엘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레아트리스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영향력을 모두 사용했다. 그것은 지팡이방에 써둔 대로 온전히 제자들에게 마탑을 주기 위함이기도 한 행위.

따라서 그녀에겐 더 이상 마탑의 힘을 사용할 권한이 남지 않았다. 오히려 탑에 돌아가면 장로들의 손에 연금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입장인 것이다.

“안 되는 건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상황을 유추한 아쿠아의 물음에 레아트리스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쿠아는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기대하진 않았다는 듯 금세 아쉬움을 떨쳐내며 말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죄송합니다. 조금 더 훗날을 생각하고 움직여도 되었을 것을. 눈앞의 숙원만을 생각해서 저 자신이 여러분을 돕는 것도 어렵게 되겠군요.”

“그건 정말 아쉬운 일이네.”

아쿠아는 정말 자드키엘을 가져다준다는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움직인 눈앞의 여인을 보며 아쉬워했다. 옥좌보유자인 레아트리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많은 일이 편해졌을 것을.

‘하긴. 언제는 편하게 갔나.’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적은 많았지만, 편하게만 왔다고 하긴 어렵다. 게임이던 시절에도, 현실이 된 지금도. 지금에 와서 괜히 편한 길이 사라졌다고 징징대는 것도 추한 노릇이리라.

‘지금은 자드키엘을 찾은 것에 만족해야지.’

자드키엘을 되찾음으로서 생긴 수확은 크다. 당장 아이템의 효과로 얻을 힘은 아쿠아를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아무래도 리인카네이션까진 무리겠지만, 초월의 은총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태까지의 아쿠아가 기적을 동원하지 않고선 중위성술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난관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 힘을 통해서 스스로 헤쳐가야 하리라. 아쿠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움을 갈무리했다.


작가의말

놀랍게도 레벨업이 아니라 템빨로 성장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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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2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52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62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63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6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61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9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7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6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60 1 12쪽
75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60 2 12쪽
»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72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9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5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91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7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7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9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91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7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84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83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11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93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7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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