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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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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7.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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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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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DUMMY

“그래도 조금 정도는 도와줄 수 있겠지? 아까 나한테 예상보다 일찍 왔다고도 했으니까.”

물론 그런 상황이라도 얻을 수 있는 건 착실하게 챙겨둘 필요가 있다. 비록 레아트리스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곤 해도 그것은 앞으로의 일.

적어도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는 이미 귀환했을 테니 말이다. 아쿠아의 물음에 레아트리스는 해의 위치를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상정해둔 것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당장 할 수 있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음. 마탑은 움직이기 어렵다고 했지. 이 영지를 좀 도와줬으면 했는데.”

아쿠아는 한쪽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백작을 보며 아쉬운 듯 읊조렸다. 나름 며칠간 지내면서 정이 든지라 일행이 떠나고 멸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간 뒷맛이 씁쓸할 터.

그래서 뒤를 좀 봐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쪽은 단념해야 할 것 같다. 체념하는 아쿠아를 향해 레아트리스가 뜻밖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마 그쪽은 괜찮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서지 않더라도 마탑에서 베르크교가 출몰한 사태를 쉽게 넘기진 않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레아트리스가 나타난 후,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존재감이 흐릿해져있던 레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부장인 그의 증언까지 있으니 확실히 영지는 안전해질 수 있으리라.

“그렇다니 다행이군. 후우. 그럼 이쪽이 진짜 부탁인데··· 우리를 은룡신의 레어까지 공간이동시켜주지 않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쿠아는 곧장 레아트리스를 향해 진짜 요청을 말했다. 초장거리 공간이동. 옥좌를 보유할 정도의 마법사에게 부탁하기에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

몇 달이나 걸릴 여행의 시간을 고작 몇 초 이하로 줄이는 게 가능하니까. 그런 아쿠아의 요청을 듣고 레아트리스는 걱정스런 기색으로 말했다.

“이동이야 가능합니다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녀가 보기에 지금 아쿠아의 정신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어떻게든 냉정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은룡신을 곧장 만나서 자극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 걱정하는 레아트리스를 향해 아쿠아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괜찮아.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잖아?”

매도 빨리 맞는 편이 낫다. 진실이 어떻게 됐건, 그를 방치하고서 도망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그런 의지가 배어나오는 아쿠아의 태도에 레아트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의지가 확고하시다면야······.”

“응. 고마워. 비올라. 웨스페르를 데려와.”

“저··· 시크, 그 아이는.”

“아, 맞다. 그 꼬맹이 문제도 있었지.”

아쿠아는 비올라가 조심스레 언급한 시크를 떠올리며 귀찮다는 듯 한숨을 흘렸다. 그러자 백작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반응했다.

“시크에게 무슨 일 있는가?”

“아차. 이쪽에 설명도 안 했구나. 레아트리스. 미안한데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어? 보다시피 준비가 아직 덜 된 상태라서 말이야.”

“네··· 아직 예상한 시간보다 여유는 있으니 몇 시간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출발하기에는 영 정돈되지 않은 상황을 보며 아쿠아는 레아트리스에게 부탁했다. 레아트리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한 자세로 앉아 홍차를 들었다.

“비올라는 우선 시크 그 꼬맹이··· 아직 얘기는 다 안 됐지? 설득하고 오는 길에 웨스페르도 데려와. 영주님께는 내가 얘기를 드릴 테니까.”

“네. 금방 다녀올게요.”

“정말이지, 사태를 따라갈 수가 없군. 전설에서나 들은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이제는 시크까지 거기에 낄 모양이니······.”

아쿠아는 재빨리 비올라에게 지시를 내리고서 푸념하는 백작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비올라가 응접실 바깥으로 떠나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작의 설득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미 오가는 이야기에서 백작이 반쯤 눈치를 채고 있었던 데다, 그도 언제까지고 시크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을만한 실력자들이 데려가준다면 흔쾌히 승낙할 자세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쿠아 일행은 백작이 신뢰하고 시크를 맡기기에 충분한 실력자들이었다.

“뭐, 본인의 동의를 얻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그 아이는 완고한 면이 있으니.”

“그건 비올라의 몫이지요.”

아쿠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백작의 말을 받았다. 솔직히 그로서는 비올라가 성공하건 실패하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혹을 하나 붙이고 떠나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였으니까.

“비올라는 꽤 자신이 있는 모양새였으니 뭔가 설득할 비책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하스도 설득은 잘 하는 거야.”

“으음. 그럴지도? 그리고 하스야. 사실 보통은 주먹으로 하는 건 설득으로 치지 않는단다.”

“우웅. 오빠 전에는 좋은 설득법이라고 했던 거야.”

“그거야 장난이지.”

아쿠아는 투덜대는 하스를 쓰다듬어주며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우울한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하스를 쓰다듬고 있자니 어느 정도는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갑갑한 거야.”

“에이. 너무 그러지 말고.”

그렇게 아쿠아가 하스에게 착 달라붙어서 열심히 쓰다듬고 있을 무렵. 시크와 웨스페르를 찾아 떠났던 비올라가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어, 왔어? 그런데··· 왜 둘이야?”

아쿠아는 돌아온 비올라의 등 뒤로 따라붙은 시크와 카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시크를 데려온 것이야 원래 호언장담하던 일이니 딱히 놀랄 것도 없는 일이지만, 카이는 왜 데려왔단 말인가?

“그게··· 저 아이도 우리와 함께 가고 싶답니다.”

“응?”

그녀의 말에 아쿠아가 하스로부터 손을 떼며 카이를 바라보았다. 시크의 뒤에 숨듯이 자리를 잡고 있던 카이는 아쿠아의 시선을 받자 얕게 심호흡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카이!”

카이의 대답에 아쿠아가 뭐라 더 묻기도 전에 백작이 기함을 토했다. 그에 카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읊조렸다.

“비올라님이 말씀하신 대롭니다. 아버님. 저는 이분들을 따라가서 더욱 넓은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시크를 혼자서 보내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고요.”

“심정은 이해한다만 너는 우리 영지의 후계자다. 함부로 밖을 나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

“네. 저는 후계자입니다. 그러니 더욱 더 넓은 세상을 알아야만 합니다. 아버님도 예전에는 세상을 여행하시며 견식을 키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위험하단다. 지금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혼란스러운 상황이란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시크는 떠나지 않습니까. 안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이 있으시니 허락을 하셨겠지요. 아니면 시크를 사지로 보낼 셈이셨습니까?”

“끄응······.”

백작의 승낙은 조금 전에 아쿠아가 받은 것이지만 어쨌든 승낙은 승낙. 동생을 사지로 보내겠다고 결정했느냐는 카이의 말에 백작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아니. 저기··· 열심히 싸우고 계시는데 죄송합니다만, 누가 데려간답니까?”

한창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두고 아쿠아가 곤란한 어투로 끼어들었다. 기실 혹 하나도 비올라의 부탁을 받아서 데려가는 상황에서 굳이 그가 혹을 두 개나 달고 갈 이유는 없다.

“예? 저, 저기. 잡일이든 뭐든 다 하겠습니다!”

“잡일을 할 줄은 알고?”

“아, 안 데려갈 건가?”

“영주님은 반대하시는 것 같더니 왜 그러십니까?”

아쿠아는 열심히 반대하다 정작 안 데려간다니 당황하는 백작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백작은 멋쩍은 듯 헛기침했다.

“흠흠. 아무래도 태도를 보아하니 저 녀석, 자네들이 데려가주지 않는다면 가출이라도 할 기세라서 말이야. 못이기는 척 보내줄 생각이었네만······.”

솔직하게 의도를 밝혀오는 그를 아쿠아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백작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아쿠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안 되겠나? 아이들을 맡아주는 비용이라면 섭섭잖게 내주겠네.”

“하아.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혹 하나나 둘이나 거기서 거기니.”

“감사합니다. 아쿠아님.”

“고맙네.”

한숨을 내쉬며 결정을 번복하는 아쿠아를 향해 카이와 백작이 인사해왔다. 아쿠아는 카이를 바라보며 경고하듯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 따라오게 됐으니 세 가지는 명심하도록. 첫째로 앞으로는 내가 리더니 여태까지처럼 정중한 태도를 기대하지 말 것. 둘째로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돌아올 때까진 우리를 믿고 따를 것. 셋째로 시키는 일은 열심히 할 것. 알겠지?”

“예!”

“좋아. 그러면 바로 출발하자.”

아쿠아는 은근슬쩍 대답하지 않으려는 시크를 한 번 흘겨보고는 레아트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그녀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쿠아님은 정이 많으시네요.”

“······무슨 소리야?”

“아니에요. 그럼 출발할 인원은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인가요?”

아쿠아는 그 말을 듣고 일행이 모두 모였는지 다시금 확인했다. 라피, 하스, 비올라, 웨스페르에 더해서 새로 붙은 혹··· 시크와 카이. 확인을 끝마친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아트리스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웅-

그 순간, 지체할 것도 없다는 듯 강대한 마나가 춤추면서 마법을 구성한다. 순식간에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백작이 당황하며 말했다.

“자, 잠깐. 바로 출발하는 겐가? 다른 준비는? 아이들의 여행비는 어떻게······.”

“레아트리스의 시간도 있고 하니, 필요한 건 저쪽에 가서 마련하겠습니다. 자금은 괜찮습니다. 이미 받아둔 걸로도 여행비는 충분하니, 영지를 위해 쓰십시오.”

아쿠아 일행의 자금은 풍부하다. 잘나가는 용병으로서 데페리온 영지에 오기 전에 벌어둔 돈도 상당했고, 요번에 베르크교의 습격을 막아낸 후 백작에게서 받은 보수의 액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더 받아두지 않더라도 일행이 2명 정도 늘어난 정도는 쉬이 감당할 수 있다. 물론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 기회가 되면 받아두는 쪽이 좋지만, 그러기엔 백작 쪽의 상황이 너무 나빴다.

일행에게 막대한 보수를 지불한데다 전쟁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 기실 돈이 나갈 구석이 너무 많아 남한테 돈을 주고 말고 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스르르륵-

아쿠아도 그를 알고 있기에 돈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떠나기를 택했다. 레아트리스와 일행의 모습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백작이 멍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정말··· 폭풍 같은 이들이었군.”

“그렇군요. 접한 시간은 짧지만,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분명 역사적이었을 순간에 입회하고 있었는데···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군요.”

그에 응접실에 있던 이들 중 유일하게 남은 레오트가 말을 받았다. 둘은 그렇게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이 고요한 정적에 잠겨 있다가, 이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화는 조금 루즈한 기분이네요.. 으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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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9. 그랑 레인저와 사혼의 마녀Ⅰ +4 19.01.25 49 1 11쪽
86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Ⅲ +6 19.01.23 45 1 12쪽
85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Ⅱ +1 19.01.21 52 1 12쪽
84 18. 신전운영과 치솟는 명성Ⅰ +4 19.01.18 52 1 13쪽
83 17. 순조로운 나날Ⅳ +1 19.01.16 62 1 13쪽
82 17. 순조로운 나날Ⅲ +3 19.01.14 63 1 12쪽
81 17. 순조로운 나날Ⅱ +4 19.01.11 46 0 13쪽
80 17. 순조로운 나날Ⅰ +4 19.01.09 61 1 13쪽
79 16. 카이란스 왕국Ⅳ +4 19.01.07 49 1 13쪽
78 16. 카이란스 왕국Ⅲ +3 19.01.04 67 1 12쪽
77 16. 카이란스 왕국Ⅱ +2 19.01.02 56 1 12쪽
76 16. 카이란스 왕국Ⅰ +2 18.12.31 60 1 12쪽
»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Ⅴ +2 18.12.28 61 2 12쪽
74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Ⅳ +3 18.12.26 72 2 12쪽
73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Ⅲ +2 18.12.24 59 3 12쪽
72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Ⅱ +5 18.12.21 86 2 13쪽
71 15. 바람이 머물렀던 곳Ⅰ +5 18.12.19 91 0 13쪽
70 14. 재를 찢고Ⅳ +2 18.12.17 77 1 14쪽
69 14. 재를 찢고Ⅲ +4 18.12.14 97 2 12쪽
68 14. 재를 찢고Ⅱ +2 18.12.12 79 2 12쪽
67 14. 재를 찢고Ⅰ +2 18.12.10 91 1 12쪽
66 13. 마나의 그릇Ⅴ +4 18.12.07 97 1 12쪽
65 13. 마나의 그릇Ⅳ +2 18.12.05 84 1 12쪽
64 13. 마나의 그릇Ⅲ +4 18.12.03 83 1 12쪽
63 13. 마나의 그릇Ⅱ +1 18.11.30 111 1 12쪽
62 13. 마나의 그릇Ⅰ 18.11.23 93 0 12쪽
61 12. 기어오는 혼돈Ⅳ +1 18.11.16 87 0 11쪽
60 12. 기어오는 혼돈Ⅲ +1 18.11.09 97 0 12쪽
59 12. 기어오는 혼돈Ⅱ 18.11.02 9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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