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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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
작품등록일 :
2017.06.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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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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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덕진 다리(2)

DUMMY

나타난 곳은 대전이라 부르는 커다란 홀이었다.

용이 넝쿨처럼 돌돌 말아 올라간 거대한 기둥이 일렬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세워져 있었고 레드카펫과 비슷한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 끝에는 초록색 일색의 복장을 한 사람들과 황색 일색의 복장을 한 사람들, 검은색 일색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구역별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계단의 위에는 덩치가 열 명을 합친 것보다 커 보이는 자가 앉아 있었는데 눈썹이 타오르듯 날카로웠고 눈 또한 꿰뚫어보듯 선명하였고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하지만, 또 너무나 강렬하여 절로 사람을 몸 둘 바 모르게 하는 위엄이 있었다.

또한, 그의 머리 뒤로는 후광 비슷한 게 있었는데 그의 표정처럼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도착한 조슈아는 도대체 어디에다 눈을 둘 줄 몰랐다.

가라고 해서 가고 오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수많은 이들 사이에 서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감당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

괜히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목욕하다가 옆집 멜린 누나에게 들킨 것처럼 수치스러움도 올라왔다.

집에 가고 싶었다.

- 조시, 떨지 마. 괜찮을 거야. 넌 당당해도 돼.

“하지만, 에스피스, 난 두려워.”

- 두려워해야 할 자들은 이들이야. 장차 넌 어떤 이들조차 두려워하게 할 사람이야.

“몰라. 모르겠어. 어떤 게 잘하는 건지 난 정말 모르겠어.”

- 그건 조시, 네가 선한 사람이니까 그런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선한 사람?’

이 말을 듣는 순간 예전 할머니가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커다란 일이 닥쳤을 때 모든 사람이 떨 때도 유난히 담담한 이들을 찾을 수 있단다. 사람들은 그들을 담대하다고 칭송하지.”

“그런데요?”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 사람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단다.”

“두 부류요? 뭔데요?”

“하나는 오랜 세월 수많은 풍파를 거치며 정말 단단해진 사람이고.”

“또 하나는요?”

“다른 이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 그들은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지. 잘 구분해야 한단다. 잘못 그런 자를 지도자로 삼았다간 그 무리는 오래지 않아 와해되기 때문이지.”]


이 시점에 왜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선한 사람이라는 위로가 왜 이렇게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지도 모르겠지만, 조슈아는 이제야 눈을 들어 다른 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가 그 아이란 말이냐?”

우렁차나 시끄러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가장 위에 앉아 가장 위엄있고 가장 큰 자가 입을 열어 만남의 시작을 알렸다.

- 네, 저승의 존장이시여, 조슈아 엘피스라고 합니다. 저는 조슈아와 함께 하는 에스피스라는 E.W입니다.

“신기한고로... 굉장한 기운이 느껴지는 법기로구나. 세월의 풍파도 거친 것 같고. 너는 누구더냐?”

존장은 조슈아를 보지 않고 에스피스를 보고 있었다.

거기에 대해 지적하려던 에스피스는 곧바로 날아온 질문에 지적을 미루고 먼저 답을 해줬다.

- 저는 맹약의 시선. 태고적부터 내려온 규약을 부여잡고 탄생한 존재 E.W입니다.

“확실히 고(高)차원의 유산이로다. 그래, 여기에 무엇 때문에 온 것인고?”

호기심이 동했던지 그 순간 질문하는 존장의 몸이 앞으로 숙여졌다.

앞에 있던 조슈아는 마치 산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 으어.”

시점을 흐리는 신음이었다.

놀란 조슈아가 입을 급히 막았으나 때는 이미 지난 후였다.

“흐흠...”

다시 자세를 복귀했지만, 존장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의 시선엔 운명의 아이라고 하나 무엇 하나 갖춰진 것 없는 평범한 아이일 뿐이었다.

더구나 대원칙을 어기고 여기까지 들여줬건만 고차원의 문물을 어여삐 여기는 자신의 호의를 훼방하다니...

존장의 시선이 바뀌자 다른 이들의 시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대전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늘해졌다.

조슈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의 잘못인 건 알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까지 치명적일 줄은 몰랐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아, 아아.’

조슈아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 조시, 조시, 조시?

불러도 대답이 없을 만큼 충격을 받은 것.

잘못 이렇게 더 놔뒀다간 영혼에 큰 멍에가 생길 것 같았다. 멍에란 영혼의 상처와도 같다. 한 번 새겨지면 지워지지 않는 낙인 같은 것.

에스피스가 급히 움직였다.

- 가만, 가만, 조시, 마음을 가다듬어. 너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너는 조시야. 나의 조시, 정신 차려. 내가 너의 옆에 있어. 널 지켜줄 거야.

가슴 한켠으로부터 올라가는 한줄기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기운이 조슈아의 정신을 일깨웠다.

“에스피스?”

조슈아가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자 에스피스는

- 의도된 것도 아닌 자그마한 실수로 정색하시는 존장께서는 지금 저희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진정 그렇다면 더 이상 함께할 이유가 없겠네요.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조시, 가자.

“응?”

겨우 회복했는데 가자니?

- 가자. 이런 곳에서 얻을 건 없어.

“하지만.”

내 잘못이잖아. 내가 먼저 잘못해서 일이 잘못된 거잖아.

- 아니야. 이곳은 처음부터 널 무시했어. 게다가 억압까지 하였지. 널 그렇게 대한 자는 누구라도 나와 적이야. 조시, 네가 원하면 난 지금이라도 이들과 싸울 수 있어. 내가 참고 있는 건 오로지 하나. 우리가 먼저 찾아왔다는 것. 알았지? 넌 마지막 엘피스야. 세상 누구보다 귀하고 누구보다도 뛰어난 존재가 될 거야. 이런 자들에게 허리를 굽히지 마. 우린 우리 대로 가자. 단지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야.

“아, 알았어.”

사실 조슈아도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나가라면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이곳은 너무나 무겁고 너무나 음침했다.

습기 찬 배 밑창보다 숨 막히고 술이 가득 든 오크통보다 짓눌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돌아서는 조슈아를 존장이 잡았다.

“어딜 가느냐?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조슈아가 움찔대나 에스피스가 빨랐다.

- 이야기하려거든 먼저 자세를 갖추세요. 우리가 필요한 것이 있어 얻으러 왔지만, 그것 역시 약간의 편의를 얻으려는 것뿐 당장 급한 저승에 허리를 굽힐 이유가 없습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의 상대는 엘피스입니다.

“......”

- ......

“......”

- ......

조슈아를 두고 존장과 에스피스의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에스피스가 신경 써주는 건지 비록 두려움은 많이 해소됐지만, 조슈아로서도 아까의 실수도 그렇고 부담스럽더라도 대치를 견딜 수밖에 없었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을 뚫고 마침내 존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분명 우리가 당장 급하다고 했는데 어떤 연유로 그런 말을 한 거지?”

- 이유가 있지요. 저승은 전 차원에서도 가장 배타적인 곳.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아무런 시험도 없이 산 자를 들이는 결정을 했을 때는 단지 호기심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어 우리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호오, 그럼, 이곳에 온 이유가 설마... 찔러보기?”

- 직관적인 표현이시나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 하하하하하, 이것 참, 내 너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구나.”

- 판단이 쉽게끔 저희가 가려운 곳을 긁어드리죠. 대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십시오. 거래를 하는 겁니다.

“거래를 하자?”

- 그것이 존장께서도 편하신 일이 될 겁니다. 다른 분들께도 할 말이 생기실 거고요.

“하하, 하하, 으하하하하하하.”

문지기 비추둥이도 그렇더니 저렇게 호탕하게 웃는 건 저승의 기질도 뱃사람들의 그것과 같은가보다라고 조슈아가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 웃음이 그쳤다.

“좋다. 그거 좋다. 거래에 찬성하겠다. 너희가 원하는 바를 말하라. 우리가 원하는 바를 말하겠다.”

- 저희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덕진 다리입니다.



풍경이 달랐다.

볕이 적고 습기가 많아 풀이 억세게 자란 우리 마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흙길은 뽀송뽀송했고 돌담은 아담했다. 지붕마다 올려진 황금빛 풀들은 견고하게 엮어져 있었고 집 벽을 이루는 재료 또한 흙으로 만든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져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우와.”

정말 예쁜 마을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이승에서 쌓은 공덕이 바로 이 곳간들에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승에서 공덕을 쌓으려 하겠는가?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곳간들의 계량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채워주고 있지만, 이걸 바로 잡지 않으면 이승과 저승과의 법칙이 무너질 터. 민망한 일이지만 너희들이 이걸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


저승의 존장은 우리가 보는 이 개개별의 집들이 모두 이승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개개별 곳간이라 했다.

곳간이란 우리 마을의 창고 같은 개념인데 이승 즉, 산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곳간에 쌓인 내용물은 물론이고 곳간 자체의 크기도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떤 곳간은 성같이 크고 어떤 곳간은 건넛집 강아지 리버의 집만도 못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긴 거였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민망하다고 했다. 곳간의 내용물이 모두 산 자의 것이니 혹시 산 자가 그 연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어 보는 것이라 했다.

“여기 모두가 차이 나는 건가요?”

“아니다. 문제가 생긴 건 저 큰 곳간에서부터다.”

따라붙어 설명해주는 자는 온통 검은색 일색의 옷을 입은 자였는데 이들의 하는 역할은 죽은 자를 데려오는 일이라고 했다. 저승사자라는 직책이라 하였다.

그 외 대전에 있었던 황색 옷들은 하나하나 품에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는데 죽은 자의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판관이라 하였고 녹색 옷은 경황이 없어 물어보지 못했다.

“그럼, 그곳으로 가요.”

그러고 보니 조슈아가 왜 이리 씩씩하냐고?

다 이유가 있었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자 저승의 존장이 미안하다며 환약을 하나 선물한 것.

강심환(强心丸)이라고 했는데 먹으면 적어도 저승에서만큼은 두려움에 떨지 않을 거라고 했다.

산 사람으로서 저승의 기운을 오래 쐬면 좋지 않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런 게 있으면 진작에 주지.

이건 에스피스의 말.

어쨌든 그 이후로 조슈아는 저승에 짓눌리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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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 얼음의 섬(2) 17.07.18 818 0 12쪽
16 6. 얼음의 섬(1) 17.07.17 58 0 10쪽
15 5. 이별 그리고(2) 17.07.14 62 0 12쪽
14 5. 이별 그리고(1) 17.07.13 57 0 11쪽
13 4. 나무로 만든 아이(2) 17.07.12 74 0 11쪽
12 4. 나무로 만든 아이(1) 17.07.11 73 0 11쪽
11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5) 17.07.10 75 0 11쪽
10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4) 17.07.07 83 0 13쪽
9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3) 17.07.06 75 1 11쪽
8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2) 17.07.05 96 1 12쪽
7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1) 17.07.04 75 1 10쪽
6 2. 덕진 다리(4) 17.07.03 87 1 12쪽
5 2. 덕진 다리(3) 17.06.30 85 1 14쪽
» 2. 덕진 다리(2) 17.06.29 110 1 11쪽
3 2. 덕진 다리(1) 17.06.28 126 2 11쪽
2 1. 마지막 엘피스(2) 17.06.27 124 1 12쪽
1 1. 마지막 엘피스(1) 17.06.27 34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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