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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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
작품등록일 :
2017.06.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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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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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얼음의 섬(2)

DUMMY

“으, 으으아아아아~.”

- 조시, 조시.

“으, 으으아아아아~.”

- 조시, 조시, 그만 정신 차려.

“응?”

처음 보는 세상이었다.

산인지 뿔인지 모를 거대한 봉우리들이 끝도 없이 솟아 있었고 그 주변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들이 물고기 헤엄치듯 봉우리 사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색감조차 어두운 연두색이었다.

“어! 저긴.”

저 아래 시커먼 구덩이.

아무래도 저곳에서 올라온 것 같았다.

날개는 이곳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 우리 조금 이상한 곳으로 와 버린 것 같지?

“......”

- 여긴 어딜까?

“모르겠어. 옛날이야기에서도 들은 적이 없어.

도도히 흐르고 있는 안개구름을 보고 있다 보면 신비롭기도 하고 포근하기도 하였다. 안개구름은 봉우리들보다 밝은색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세계는 색감 자체가 다소 어두우나 음침하거나 음울하거나의 느낌은 아니었다.

평안하고 잠자기 딱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아아암.”

그래서 그런지 조슈아도 하품이 나왔다. 본능적으로 저 안개구름으로 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일자 날개는 천천히 안개구름 위로 인도하였다.

안개구름은 발이 닿아도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푹신했고 노곤했다.

누워 한숨 자면 소원이 없을 만큼 저 안개구름을 원했다. 안개구름도 몸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눈꺼풀을 무겁게 해주었다.

- 조시, 안 돼!

“으응?”

- 조시, 잠자면 안 돼!

“왜? 나 졸려.”

- 어서, 안개구름에서 떨어져. 어서!

번쩍

에스피스에서 푸른빛이 나와 조슈아를 감쌌다.

그러자 졸음이 가시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이젠 안 졸리네.”

- 이 안개구름은 수면을 유도해. 한 번 자면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아주 강력한 것 같아. 조금 자도 괜찮긴 하지만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잖아. 넌 자고만 있을 수 없는 사람이야.

조슈아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사명.

모두 에스피스가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너무 큰 짐이기도 했다.

‘너무 좋았는데.’

잠에 취한 것 이상의 달콤한 경험이었다. 저 안개구름에 눕는 순간 짓눌리던 어깨가 가벼워지고 완전한 평안을 얻을 걸 알았다.

영원히. 영원한 평안.

이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안개구름이 그런 존재였다.

아쉬웠다.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어도 다시 살아나 버린 짐은 편안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가서 눕기만 하면 되는데...

알아도 갈 수 없었다.

- 조시, 조금 더 높이 날아보자. 이곳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아.

“응, 알았어.”

왠지 힘이 빠진 대답이었다.

하지만 에스피스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엘피스가 이곳에 잠들어버린다면 이 세상은 끝이다.

자신 또한 마지막 수호자로서 사명을 다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지막 엘피스를 바로 세우는 것.

조슈아를 사랑하지만, 조슈아가 일어설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다른 곳으로 날아볼까? 저쪽으로 좀 가보자. 조시, 우리 조금만 더 날아보자.

열심히 다독였다.

조슈아도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래.”

더 높이 날아올랐다.

드넓은 세상.

아름다웠으나, 온통 어두운 연둣빛 봉우리와 그 곁을 지나는 안개구름밖에 없었다.

역시 이곳은 잠자기에 딱 좋은...

반짝

“어!”

저 멀리 봉우리 중에서도 아주 크고 높은 봉우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봉우리와는 달랐다. 혼자만 깨끗하고 연한 연둣빛을 내고 있었다.

- 저리로 가보자.

“그래.”

그 길로 날아가고 있을 때였다.

문득 스산한 바람이 스치는 걸 느꼈다.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우면서도 아주 음산한 바람이었다.

‘뭐지?’

- 조시, 어서 아래로 피해. 뭔가가 다가온다.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위기를 많이 겪어본 조슈아는 기괴하게 꺾인 봉우리 옆으로 얼른 붙었다. 꺾인 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쐐애액

휘이이이잉

그 순간이었다.

광풍이 불고 잔잔하게 흐르던 안개구름들이 휘날렸다. 아니, 위로 솟구쳤다. 바람이 바닥에서 부는 듯 아래에 있는 걸 위로 올려보내고 있었다.

조슈아도 틈을 꽉 잡고 있지 않았다면 딸려 올라갈 뻔했다.

“이상하군. 뭔가 이질적인 냄새가 났는데.”

어떤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빼 바라보니 거대한 새였다. 얼마나 거대한 새냐면 일부만 보는 데도 한참 걸릴 정도였다.

그 새가 다시 날개를 퍼덕였다.

쐐애액

휘이이이잉

다시 바람이 치솟았다. 이번엔 더 셌다.

‘우욱.’

조슈아도 딸려가지 않도록 더욱 힘을 줬다. 힘이 세지 않았다면 분명 하늘로 솟구쳤을 것이다.

다음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내가 착각했나? 너무 오랫동안 태양을 지키느라 예민해졌나 보군. 좀 쉬어야겠어.”

또 한 번의 점프로 어디론 가로 날아가 버리는 새였다.

“휘유~.”

안심한 조슈아는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에스피스가 말렸다.

- 조시, 잠시만 더 기다려봐. 보통 존재가 아닌 것 같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아, 알았어.”

과연 그랬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그 새가 또 머리 위를 지나갔다.

다시 한 번 봐도 정말 거대한 새였다. 섬보다도 크고 바다보다 컸다. 이 큰 봉우리들이 개미만큼 작아 보일 정도였다.

- 놀라워.

“뭐가?”

- 저런 존재는 나도 들어본 적이 없어.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야.

“그렇게나?”

- 응, 그런 생각이 들었어. 선과 악... 우리가 중요하고 소중하다 여긴 가치가 바람 한 번에 날아갈 먼지에 불과한 게 아닌지.

조슈아는 에스피스의 넋두리가 어색했다.

항상 긍정적이고 활기찬 그리고 너무 선생님 같은 친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푸념도 할 줄 알았다.

“어서 가보자. 나도 궁금해졌어. 저기에 뭐가 있는지.”

조슈아는 봉우리 사이를 날았다.

이젠 높이 날지 않아도 되었다. 새가 안개구름을 모두 흩어놔 버렸기 때문에 거치적거리는 게 없었다.

그게 조슈아로서는 아주 다행인 일이 되었다.

한 번 경계를 한 터라 새가 공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멀리 있다 하더라도 떠오른다면 바로 알아챌 정도로 새의 눈은 아주 밝았다.

퍼득 퍼득

등에 난 작은 날개는 쉼이 없었다. 주인이 원하는 곳에 성실히 데려다주길 원했다.

그렇게 크고 밝은 봉우리 언저리에 닿을 때쯤이었다.

이곳엔 아직 안개구름이 남아 있음을 보고 더 높게 날아오르려 할 때였다.

“어! 저기.”

조슈아가 발견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색채. 거뭇거뭇한 회색빛 털가죽의 느낌.

조슈아가 입은 털옷도 그 색이었다.

직감적으로 작은 어둠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친절한 아주머니의 사랑스러운 아들.

그리로 날아갔다.

정말 소년이 잠들어 있었다. 안개구름 위에서 아주 편안히, 조슈아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걸 경험하면서.

“에피.”

- 알았어.

에스피스에서 푸른빛이 나와 소년을 감쌌다.

빛은 소년을 안개구름과 분리시켰다.

“으으음, 아하암, 잘 잤다. 어!”

“잘 잤어? 작은 어둠.”

“넌 누구니?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에스피스가 보기에도 소년은 아주 똘망똘망했다.

“아주머니가 널 애타게 찾고 있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고 우셔.”

“뭐라고? 엄마가?!”

작은 어둠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다시 앉으며 물었다.

“너 혹시 그거 가면이지? 그 가면을 썼더니 날개가 생기고 날아오른 거 아니니?”

“맞아.”

“그렇구나. 나도 길에서 새 가면을 줍고는 여기에 왔어. 여기에 안착했는데 이후부터는 기억이 없네.”

아무래도 조슈아가 쓴 가면과 같은 것 같았다.

아무렴 어떤가? 작은 어둠을 찾았으니 어서 데려다주면 되는 거였다.

“어서 가자. 내 손을 잡아.”

“아니야. 난 지금 갈 수 없어.”

“왜? 엄마가 기다리고 계시잖아.”

“알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신 기회가 없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

“난 알아. 저기 저 산 보이지?”

작은 어둠이 크고 밝은 봉우리를 가리켰다.

“응.”

“저기 저 봉우리에 우리 태양이 갇혀 있어. 난 우리 태양을 구해줘야 해.”

“아니, 그게 무슨...”

“들어봐.”

작은 어둠이 이 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옛날 아주 오래전엔 섬도 아주 살기 좋았다고 했다. 먹을 것도 많았고 동물도 사람도 싸우지 않고 서로를 위하며 나누었고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이 점점 욕심을 부렸고 더 이상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로 싸우고 빼앗고 죽이기까지 하여 생명이 점점 사라지자 화가 난 여신이 태양을 위쪽 세상으로 가져가 버리고 그 이후로 섬이 얼음섬이 됐다는 얘기였다.

그 가져간 태양이 저 봉우리에 갇혀 있다는 말이었다.

“난 우리 태양을 풀어줘야 해. 다시 우리 섬을 예전처럼 돌려야 해. 난 알 수 있어. 아주 오래전에 불렀던 행복의 노래가 다시 들리는 것 같아.”

조슈아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작은 어둠이 그렇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날 좀 저 산에 데려다줄래? 이 도끼로 저 산을 부수겠어.”

“그 도끼로?”

차라리 삽으로 산을 옮기는 게 더 빠르겠다.

하지만 작은 어둠의 간절한 눈빛에 조슈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데려다줄 수밖에...


우수수수

도끼에 찍힌 곳이 유리 조각처럼 떨어져 내렸다. 흙이나 바위가 아니었다. 봉우리는 어쩌면 얼음조각과 같았다.

작은 어둠은 웃었다.

“태양아, 내가 널 여기에서 꺼내줄게. 조금만 기다려.”


힘껏 내리쳤다.


있는 힘껏 내리쳤다.

내리칠 때마다 조각조각 나 봉우리가 부서지지만 작은 도끼 하나였고 작은 소년 하나였다.

봉우리는 너무나 넓었다.

작은 어둠은 곧 힘에 부쳤다.

“허억, 헉, 헉헉헉.”

“내가 도와줄게.”

“고, 고마워. 헉헉.”

퍽 퍽 퍽 퍽

과연 속도와 파괴력이 달랐다. 조슈아가 내리친 다음부터는 눈에 띄게 빨리 부서지는 게 느껴졌다.

“우와! 넌 정말 힘이 세구나.”

“뭘.”

“나도 마을에서 가장 센데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다. 내가 이럴 게 아니지. 노래를 불러줄게. 힘내.”

“하하하하, 알았어.”

“라리라리라리라라라~.”

노래도 그렇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마음이 행복하니 피곤한 줄도 몰랐다.

그럴수록 내리치는 조슈아의 힘은 배가 됐다.

노랫소리에 녹는 건지 조슈아의 힘에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봉우리는 순식간에 파여가고 있었다. 그때,

“이노옴들~!!”

저 멀리로부터 천지를 울리는 호통소리가 울려 퍼졌다.

- 조시, 그 새다. 어서 숨어야 해.

조슈아와 작은 어둠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숨어야 했으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그리고 이곳 어디에 숨을 곳이 있단 말인가.

작은 어둠은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조슈아는 더 열심히 봉우리를 부쉈다.

거대한 그림자였다.

완전히 가까이 오지 않았음에도 운명에 드리우는 암운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크고 밝은 봉우리 전반에 내려섰다.

퍽퍽퍼퍽

“라리라리라리라라라~.”

이제 저 안 꿈틀대는 태양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태양을 막고 있던 벽이 유리처럼 얇아진 거였다.

이대로 몇 번만 더 치면 태양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양도 나오고 싶은지 안에서 꿈틀댔다.

“조슈아.”

“작은 어둠.”

조슈아의 도끼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안 된다. 이놈들!”


도끼가 벽을 뚫고 그 너머로 들어갔다.

지지직 지직 지직

봉우리에 엄청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우르르르르

지진이 난 듯 떨리며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듯 봉우리가 전신을 떨었다.

거대한 새가 막 봉우리를 덮으려는 그때,

와장창

봉우리가 아래로 쑥 꺼졌다.

“으아아아아~.”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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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7월 21일 금요일이 마지막 연재입니다. 17.07.18 858 0 -
20 7. 마녀의 섬(2) 17.07.21 127 0 11쪽
19 7. 마녀의 섬(1) 17.07.20 123 0 12쪽
18 6. 얼음의 섬(3) 17.07.19 80 0 11쪽
» 6. 얼음의 섬(2) 17.07.18 819 0 12쪽
16 6. 얼음의 섬(1) 17.07.17 58 0 10쪽
15 5. 이별 그리고(2) 17.07.14 62 0 12쪽
14 5. 이별 그리고(1) 17.07.13 57 0 11쪽
13 4. 나무로 만든 아이(2) 17.07.12 74 0 11쪽
12 4. 나무로 만든 아이(1) 17.07.11 73 0 11쪽
11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5) 17.07.10 75 0 11쪽
10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4) 17.07.07 83 0 13쪽
9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3) 17.07.06 75 1 11쪽
8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2) 17.07.05 96 1 12쪽
7 3. 물의 나라 디오사델아구아(1) 17.07.04 75 1 10쪽
6 2. 덕진 다리(4) 17.07.03 87 1 12쪽
5 2. 덕진 다리(3) 17.06.30 85 1 14쪽
4 2. 덕진 다리(2) 17.06.29 110 1 11쪽
3 2. 덕진 다리(1) 17.06.28 126 2 11쪽
2 1. 마지막 엘피스(2) 17.06.27 124 1 12쪽
1 1. 마지막 엘피스(1) 17.06.27 34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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