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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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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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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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DUMMY

“어쩔 도리가 없구려. 헌데 이미 힘이란 힘은 다 잃은데다가 자식이고, 사위고 전부 외방으로 나가있는 늙은이가 무슨 도움이 되겠소?”

“그걸 메꿀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오. 어찌 되었든 그 점에 대해선 너무 걱정치 마시구려. 상장군은 일단 금오위의 병사들을 움직여서 도성 내부의 치안을 관리하는데 적극적으로 임해주시오. 지금의 일들을 어여 해결해야 태자께서 즉위하고 나서 생길 불안요소가 하나 줄어들 것 아니겠소.”

한순은 불만은 있었지만 옳은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걸 명분 삼아서 도성 내부를 장악해주시오.”

천신영의 이 말에 전은수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무래도 평소 정도(正道)를 걷던 천신영의 발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한순의 태도는 담담했다.

“헌데 금오위 병사들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오. 더군다나 무천군의 사주를 받는 선랑들 일부가 수사 협력이라는 명분하에 끼어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군부의 수장인 응양군 상장군이 무천군 일파인 김지순이고 말이오. 견제를 할 용호군 상장군이 공석인 마당에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분명히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건 금오위의 일이오. 그리고 용호군의 경우에는 그곳 대장군인 정명필이 우리와 가까운 인물이니 천신무만큼은 아니어도 응양군을 견제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조정에서도 우리가 세력이 좀 약하긴 해도 가장 핵심인 이부를 장악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오.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위해 나도 나름 생각해둔 게 있으니 걱정치 마시구려.”

“허염을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있지만 따로 생각해둔 것이 있소. 다만 아직 확실한 게 아니고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두 분께는 말을 하기 그러니 이해해 주시구려.”

천신영은 그 말을 하면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얌전히 있던 천인예와 눈이 마주쳤다. 천인예가 말없이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한순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숨과 함께 말했다.

“문하시중께서 그리 말하시니 내 마땅히 따르도록 하겠소.”

“저기······, 그렇다면 도성의 성문을 담당하는 감문위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어떻겠소?”

감문위(監門衛). 말 그대로 중앙군 중에서 도성의 성문들을 지키고 관리하는 부대를 말한다. 그곳의 수장은 노장(老將)이라 불려도 무방할 나이를 지닌 상장군 현문승이었다.

“감문위 상장군 현문승은 원채 성격이 대쪽 같이 올곧은 사람이오. 정치에는 관심조차 두지도 않는 인물이니 우리에게 적극적인 협력은 하지 않을 것이오. 물론 저들 편에 붙지도 않겠지만 말이오.”

“현문승은 그저 제 소임이나 열심히 할 위인이니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천신영과 한순의 말에 전은수는 아쉽기는 했지만 납득했다. 한순은 아쉬워하는 전은수를 기운내게 하고자 말을 꺼냈다.

“고위직 사람들 중에는 무천군 쪽 사람은 많으나 그래도 대간들과 중추원에는 우리 쪽 사람들이 많지 않소이까. 그 점에선 우리가 불리하진 않소.”

“허나 대간 중 반은 참지정사 쪽 사람이니 온전히 우리를 도와줄지 의문이고, 중추원 쪽에도 전에 중추원사 안상근과 판중추원사인 이창식이 살해되어 버리는 바람에 크게 힘이 되어주기 힘들게 되었소이다.”

역시 연쇄살인사건이 뼈아팠다. 그 점이 상기되어 한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물론 그 사건으로 사사건건 무천군의 편을 들어 반대해온 중서시랑평장사 허경이 살해되기는 했지만 천신영 진영도 피해가 컸다. 그 때문에 한순은 더더욱 부하들을 닦달하여 범인들을 찾아내고자 했다. 거기에 이창식이 살해된 다음날 범인 일당으로 추정되는(거의 확실한) 일당과의 교전으로 금오위 병사들이 전사하기도 했으니 한순의 분노는 더더욱 컸다.

“이거야 원······.”

“우선 진정하고 각자의 일을 하며 내부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주력합시다. 그러면서 아니, 그것을 통해 내부에서 불상사가 생기는 일이 없게 조정과 군부를 장악하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오. 그것이 폐하가 바라는 개혁을 유지하는 길이고, 이 가현의 천년대계를 위한 일임을 잊어선 아니될 것이오.”

“알겠소이다.”

“예.”

각오를 다진 천신영과 이와 함께 단단히 마음을 잡은 한순과 전은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얌전히 서서 듣고만 있던 천인예는 뭔가 쓸쓸한 얼굴로 천장을 다른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나저나 천신영 쪽에선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거기는 왕실과 무천군에 비하면 세력은 그렇게 강해보이진 않지만 만만한 세력은 아니지 않습니까.]

“참 빨리도 묻네.”

여전히 장락원이 보이는 건물의 지붕위에 드러누워 있는 남영에게 수문이 참새를 통해 물었다.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있고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는 와중에 남영은 느긋이 지붕에 드러누워 있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없어. 요즘 원채 무천군과 허염, 왕실 놈들과 직접적으로 엮이다보니 잊을 수도 있지.”

별 거 아닌 일로 여기며 참새를 쓰다듬으며 남영이 말했다.

“뭐, 글쎄······, 어찌 될지······. 그러고보니 거기서도 내게 서찰을 보내기까지 했었지.”

[예, 정확히는 화련이에게 도술을 걸어서 대신 전달케 했었죠.]

수문의 말투에는 천신영 측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럴 만 했다. 아무리 같은 초정회는 아니나 남영과는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로 엮여 있는 아이를 이용했고, 잘못하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빠뜨렸으니 말이다. 참고로 최화련도 자신을 이용해 먹은 천신영, 천인예 부녀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누구의 결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지. 어찌 되었든 거기도 우리와 협력을 하고 싶다는 거지. 무천군처럼 차기 임금이 즉위한 후 안정적인 권력을 이룩하기 위해서 말이야.”

소리를 죽이긴 했지만 남영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롭다는 투의 그 웃음과는 정반대로 신각한 기분이 참새를 통해 수문에게서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너무 걱정치 마라, 수문아.”

[이 상황에서 여유로울 수 있는 건 당신 정도입니다.]

“그럴려나? 훗, 그럴지도 모르겠군.”

수문의 지적을 웃어넘기며 드러누워있던 상체를 일으키는 남영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허나 재미있는 상황인 건 분명하단다. 그저 한스러움을 품고, 원한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칼을 뽑아들어 달려들어 저울의 균형이 흔들리고, 거대한 집의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이를 틈타서 다시금 중심으로 가고자 하는 맹수들이 눈을 부라리며 서로를 쳐다보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지.”

천신영, 무천군, 이주신, 허염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해나가는 남영의 얼굴에는 점점 흥미로 들떠가고 있었다.

“여기에 자잘한 여러 짐승들이 제각기 노리고 있는 바를 위해 커다란 맹수에 빌붙거나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어.”

[그럼 우리는 그 중 어디에 속하는 겁니까?]

“그건······나도 잘 모르겠군.”

어이없어 하는 수문의 한숨이 들려오자 남영이 멎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 그래, 우리도 맹수지. 다만 배부른 뱀이나 곰이라고 해야 하나?”

[그보단 여우나 박쥐라고 하지요. 분란을 틈타서 이익 챙기고 즐기려고 하니까요.]

“분란을 부추긴다고 해야 할지도.”

킬킬 대며 웃던 남영은 웃음을 멈추고 장락원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장락원의 뒤편, 그것도 여러 기생들이 머물며 쉬는 안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과연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다만 이게 엄청난 분란으로 이어진다는 건 확실하지. 내가 무천군에게 그 서찰을 건넨 건 단순히 그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의 행동이 어떤 파국으로 이어질지 궁금했기 때문이야. 요는 흥미를 위한 거지.”

[······.]

“물론 우리 초정회의 이익도 중요시 한 결정이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자신의 뒤쪽을 슬쩍 쳐다본 남영은 어느새 자신의 뒤에 와있는 사내들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에 자네들을 부른 거고 말이야.”

“이용하려는 거겠지.”

이를 빠득 갈면서 삼이 말했다.

비도. 망아라는 남자를 수장으로 삼아서 최근에 발생한 연쇄살인의 일당 중 한 명이다. 그 곁에 서있는 삼과 이비라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조정의 신료들을 상대로 연쇄살인을 일으켰고, 그젯밤에는 초정회를 습격하기까지 했다. 그런 이들임에도 남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전혀 경계치 않았고, 그들도 분노의 감정을 보이기는 하지만 남영에게 손도 못 대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그들이 아무리 달려든들 남영은 이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들에게 걸린 도술 때문이었다. 소은이 건 도술로 인해 그들은 남영에게 덤비거나 하면 역으로 끔찍한 고통으로 괴로워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그들의 손목에는 괴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 새로이 어떤 목적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목적 때문에 그들은 남영과 협력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거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에 와섟?!”

“이쪽이 먼저 공격을 하긴 했으니 책임이 이쪽에 먼저 있소. 다만 그대의 부하들에 의해 동지들이 꽤 많이 죽거나 다친 것에 대해선 용서하기는 힘드오.”

담담히 말을 꺼내고 있기는 했지만 삼의 꽉 쥔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다만 지금 우선적인 목적이 있는 만큼 그대와 협력할 것이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리의 안전을 도모하자면 도움이 필요하지.”

삼에 의해 입이 막혀서 말이 끊겼던 비도도, 불안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차가운 시선으로 남영을 보던 이비도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남영은 그들의 태도와 삼의 말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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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5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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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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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75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17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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