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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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44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작성
18.11.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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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장 4-2

DUMMY

숲의 주인과 인간의 아기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응애~! 응애~!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는 언제나 갑작스러우면서도 변덕스러웠다.


힘차게 우는, 어떻게 보면 잠을 자는 사람에게 있어 최대의 난적인 소음.


그에 백색의 늑대는 무표정으로 눈을 천천히 뜬다. 품에 안고 있는 아기가 우는 이유를 늑대는 날카로운 눈매로 찾긴 하지만, 이유는 눈이 아닌 귀로 포착하게 된다.


꼬르륵. 아기의 배에서 나는 작은 소리를 뛰어난 청각이 포착한다.


허나 숲에서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다.


당연하게도 숲의 주인인 백색의 늑대가 먹는 것을 줄 순 없다.


그렇기에.


배고파 우는 아기에게 고고한 숲의 주인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젖을 물리는 것이었다




정답이라 말하기 어려운 선택.


고고하기에 고독하며 그렇기에 그에겐 짝이 없다. 모유가 나올리 없을 뿐더러, 그에게 있어 그 행동 자체가 크나큰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턱이 없는 아기는 그저 본능에 따라 입을 움직인다.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길.


그런 아기를 가느다란 눈으로 바라보는 백색의 늑대.


그가 잠잖고 무표정한 얼굴로.


'선택'을 한다.


그 순간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나올리 없는데도··· 꿀꺽하고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소리. 작은 생명에 어울리는 작은 소리.


그 소리를 귀가 좋은 늑대는 정확하게 포착한다.


이제는 의미가 있는, 보답이 있는 일로 바뀐 아기의 모습을 보며.


백색의 늑대는 다시 눈을 감았다.





동굴에 쪽쪽이 소리만이 울리고.


그렇게 짐승인 늑대는 인간의 아기를 키워냈다.





의지로 만들어낸 작은 기적으로.

















시간이 흘러간다.



배설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기 품안에서 배설해서 아름다운 백색의 털결이 더러워졌던 일이던가.


아기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서 털을 뜯어내 사용하거나, 위생을 위해 혀까지 사용해서 더러워진 아기를 닦았던 일이던가.





시간이 흘러간다.



먹이를 찾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갔던 동안에, 숲의 주인이 대체 어떤 것에 정신을 팔렸는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숲의 주민들이,

동굴 안 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를 자신들의 터전에 데려갔다가, 아기의 신기한 매력에 빠져들었던 일이던가.


먹이를 찾고 돌아왔더니 아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숲을 이잡듯이 뒤져서 찾았을 때, 너무나도 살벌한 표정으로 아기를 납치했던 숲의 주민들을 내려보다 웃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곤 다시 무표정이 됐던 일이던가.


나중엔 아기돌보기에 있어서 세세한 부분을 아기를 데려갔던 주민들에게 일임했던 일이던가.





시간이 흘러간다.



아기의 옷을 만들라고 주민들에게 자신의 털을 넘겨주었다 깜짝 놀란 주민들을 봤던 일이던가.


주민들이 아기를 씻기기 위해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아기를 놓치는 바람에 강가에 떠내려갔던 일이던가.


그 자리에 없었던 백색의 늑대가 떠내려가는 아기를 물어와 정신없이 아기를 찾던 주민들을 혼냈던 일이던가.





시간이 흘러간다.



숲을 차지하고 싶던 포식자의 우두머리 격인 늑대가 아기의 소문을 듣고 주민들을 이용해 아기를 인질삼아 숲의 주인을 궁지에 몰아 넣었던 일이든가.


그 순간 울음을 터트린 아기를 보고 참지 못해 푸른 전격을 뿌리며 포식자들을 쓰러뜨리고 우두머리 늑대를 물어 죽이려고 했던 일이던가.


물어 뜯을려는 그 때, 우는 아기를 보곤 우두머리를 놓아줬던 일이던가.


그 일로 백색의 늑대에게 반한 우두머리 늑대가 충성을 맹세해 숲을 평정한 일이던가.





시간이 흘러간다.



점점 커진 아기에겐 이제는 모유로는 안된다는 걸 깨닫고, 식성에도 입맛에도 안 맞는 과일이나 풀이나 곡식 등을 입으로 씹어가면서 아기에게 먹이던 일이던가.


우두머리 늑대가 충성을 맹세해 안전한 숲을 자유롭게 보여주며 세상을 보여줬던 일이던가.


주민들의 도움으로 뒤집기, 일어서기, 걷기 등을 해냈던 일이던가.


모두가 기뻐하던 뒤에서 웃거나 울었던 일이던가.







그런 시간들이 모두 흘러갔다.


아기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던, 아무것도 못하던 시절을 넘겼다.


계절이 수 십번 바뀌었고, 아기는 소년이 되어있었다.


소년은 주민들에게서 과일이나 먹을 것을 찾는 방법을 배웠고, 우두머리 늑대로부터 싸우는 기술과 사냥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숲의 주인, 백색의 늑대가 있었고. 소년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그의 옆에 누웠었다.


그런 평화로운 한 때였다.


소년이 우두머리 늑대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던 때였다.


아쉽게 놓친 사냥감을 끝까지 쫓아 산의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팔을 뻗기만 하면 놓친 사냥감을 잡을 수 있었던 그 순간, 우두머리 늑대가 갑자기 앞을 막아섰다. 그 덕에 바로 코앞의 사냥감을 완전히 놓치게 되었다.


사냥감을 놓쳐 소년은 우두머리 늑대에게 따졌지만, 그저 안됀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산을 내려가면 안됀다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동굴로 돌아와 소년은 백색의 늑대 곁에 누우며 사냥시간에 있었던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언제나처럼 대답은 듣지 못했다.


소년은 됐다면서 새침하게 잠을 청했다. 백색의 늑대의 항상 무표정을, 허나 지금은 복잡한 표정을 보지 않고.


다음 날 아침.


소년은 잠을 설쳤다. 언제나 자유로운 숲 생활에서 처음으로 억압받았던 순간이었다. 어제의 일이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른들이 못 가게 한 곳. 자유롭기에 생각할 수 있는―.




그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


소년은 주위를 둘러봤다.


오늘은 딱히 정한 일이 없다. 매일 숲의 친구이자 어른인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남는 존재니까.


하지만.


숲에서 나고자란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가면 안 들킬 수 있을지도.


소년은 머릿속에 숲의 지도를 그리면서 발을 옮겼다.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하산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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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장 막간 19.02.03 87 0 12쪽
129 1장 4-21 19.02.01 55 0 6쪽
128 1장 4-20 19.01.27 54 0 18쪽
127 1장 4-19 19.01.23 51 0 17쪽
126 1장 4-18 19.01.19 53 0 11쪽
125 1장 4-17 19.01.15 44 0 11쪽
124 1장 4-16 19.01.11 59 0 11쪽
123 1장 4-15 19.01.06 60 0 7쪽
122 1장 4-14 18.12.31 31 0 11쪽
121 1장 4-13 18.12.27 128 0 7쪽
120 1장 4-12 18.12.24 52 0 12쪽
119 1장 4-11 18.12.17 50 0 8쪽
118 1장 4-10 18.12.09 52 0 5쪽
117 1장 4-9 18.12.08 50 0 9쪽
116 1장 4-8 18.12.01 39 0 7쪽
115 1장 4-7 18.11.27 63 0 8쪽
114 1장 4-6 18.11.20 51 0 5쪽
113 1장 4-5 18.11.15 59 0 6쪽
112 1장 4-4 18.11.11 45 0 19쪽
111 1장 4-3 18.11.07 86 0 6쪽
» 1장 4-2 18.11.03 67 0 7쪽
109 1장 4-1 18.11.01 72 0 6쪽
108 1장 아이의 시대 18.10.26 41 0 6쪽
107 1장 3-61 18.10.22 44 0 4쪽
106 1장 3-60 18.10.18 39 0 6쪽
105 1장 3-59 18.10.08 57 0 8쪽
104 1장 3-58 18.10.03 82 0 7쪽
103 1장 3-57 18.09.26 53 0 15쪽
102 1장 3-56 18.09.18 5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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