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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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yD
작품등록일 :
2017.06.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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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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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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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의 바람 2부. 74회 중흥과 위기

DUMMY

"장군......"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물론이지요. 후우......"

"공주님......."


동모산에 도착한지 사흘째, 강윤과 연화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그건 장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강윤의 이마에 십자혈관이 나타났다.


"지난번의 교훈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입니까?"

"하! 어쩌다 한번 운좋게 이겨놓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십니다?"

"운이라 하셨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쟁터를 누비는 장군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강윤은 활을 쭈우욱 당겼다가 시위를 놓았다. 쐐애액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화살을 정확히 날아가는 새의 날개죽지에 박혔다. 그 새는 구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그랬다. 지금 이들은 다시 활쏘기를 하고 있었는데 표적이 날아가는 새였다.


"이래도 운이라고 하십니까?"

"이익......!!!"


의기양양하게 잡은 새를 보여주자 연화도 발끈하여 활을 당겼다. 그녀의 궁술 역시 천하제일, 발해의 태왕가는 궁술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눈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족속들이라 여지없이 날아가는 새의 가슴을 적중시켰다.

그러자 그녀 역시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잡은 새를 강윤에게 보여주었다.


"어때요? 슬슬 불안하지 않으십니까?"

"......."


진심이다. 저 궁술은 지금 연화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꺾으려는 것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연화의 궁술은 지난번에도 봤듯이 만만찮은 수준이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단 한발의 차이로 강윤이 간신히 이기지 않았던가.

지난번에 진 것이 분하다며 지금 그녀는 강윤에게 다시 활쏘기를 제안한 것이다.


"내가 왜 여기를 오자고 해서......."

"뭐라고요?"

"아닙니다. 그럼 계속 하시지요."


생각을 바꿨다. 강윤은 이번에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로 두번다시 찍소리도 못하게 해주겠다며 다짐하였지만 연화의 실력이 워낙 대단한지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의 승부욕을 꺾지 않고서는 일생이 고달프겠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임하였지만....

다시 쏘아진 화살, 여지없이 목표를 명중시켰다. 뒤이어 연화도 쏘아 역시 명중시켰다. 이어지는 수차례의 시도, 그 옛날 고구려를 건국한 추모성왕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궁술을 선보인 둘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활을 쏘았지만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후우......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대신 둘의 앞에는 엄청난 양의 사냥감이 쌓여있었다.


"자급자족이란게 바로 이런걸 말하나 봅니다, 공주님."


멋적은듯 웃으며 강윤은 잡은 짐승들의 가죽을 벗기며 피를 빼내었다. 그렇게 해체를 한 후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구으며 한편으로는 노성에서 가져온 쌀로 밥을 지었다. 이윽고 고라니 한마리가 노릇노릇 잘 구워졌다. 강윤은 그것을 칼로 먹기 좋게 썰은 다음 가져온 접시에 담아 연화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뒷다리 하나를 잡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며 뜯었다.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하늘에 달과 별이 떠오른 시각, 강윤은 픽 웃으며 연화를 돌아보았다.


"얼마만에 휴식인지 모르겠습니다. 공주님 덕분에 남들 다 고생할 때에 이런 호사도 누려보는군요. 감사합니다."

"알면 좀 잘해요.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아득바득......"

"하하하! 많이 섭섭하셨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얼굴이 붉어진 연화를 보며 강윤은 슬쩍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며 술을 쭉 들이켰다. 오늘도 동모산의 하루는 평화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루하루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지만 어찌 되었건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 둘은 거기서 이틀을 더 즐긴 후에야 비로소 돌아왔다. 강윤과 연화의 사이가 한단계 더 발전했을까?



그리고 다시 몇달이 흘렀다. 그간 발해는 내정을 돌보는데 주력한 덕분에 파괴되었던 농지가 다시 복구되었고 민생도 안정되었다. 줄어들었던 군사들도 다시 복구되었으며 맥궁을 비롯한 여러 병장기와 찰갑을 입힌 개마기병, 그리고 장령부와 부여부의 좌, 우 신책군도 다시 보충되었고 중앙군 10위도 그 수가 5만으로 늘어났다.


그 몇 달간 발해의 위상은 실로 하늘을 찔렀다. 남으론 고려를 제압하고 북으론 말갈의 여러 부족을 복속시켰으며 서로는 요나라를 공격하여 수많은 포로를 잡아오는 등, 그 옛날 선왕 시절의 발해가 다시 도래하였다며 백성들은 길거리에서 태왕의 은덕을 칭송하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 군은 싸우면 반드시 이겼고 적들은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남으론 고려를 제압하고 북으론 여러 말갈을 복속시켰으며 서로는 거란을 토벌하였으니 태왕의 은혜가 사해에 두루 미쳤다. 선왕 이후 우리가 이토록 강성한 적은 없었다. - 발해사 - '

'동적이 융성하여 남북을 아우르니 우리의 도성이 적에게 함락당하고 장수가 죽었으며 수많은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갔다. 여러 장수들이 '적들이 저토록 융성하니 장차 우리가 어찌 살아남겠는가!' 하며 한탄하였다. - 요사 - '


이토록 강성한 발해였지만 몇 달이 지나 도성에 장계가 들어왔다.


"좌효위장군 척유선이 아룁니다. 요새 흑수가 다시 준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소장은 즉시 군사를 이끌고 토벌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북방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야율아보기의 서방 원정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야율배의 흑수갈갈 지원은 그야말로 폭포수가 항아리에 쏟아지듯 퍼부어졌다. 발해를 확실하게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흑수말갈을 키워 북쪽 변경을 위협하는 것이 가장 최상책이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야율아보기는 흑수도를 확보하라는 명을 내린 것이고 야율요골은 착실하게 그 명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안타깝게 발해는 흑수도를 탈환하는데 실패하였다.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은 흑수말갈은 단기간에 인근의 말갈부족을 확실하게 제압할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이 무렵에 불열과 우루말갈이 발해에서 떨어져나가 흑수에 붙었다. 그리하여 결국 척유선은 원정을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판단하여 장계를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발해 조정은 원정에 회의적이었다. 이 시기에 국제정세가 발해에 너무 안좋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당나라였다.


"당나라는 어찌하고 있는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가?"

"예 폐하. 당황 이존욱은 낙양으로 돌아간 이후로 연극에 빠져있다는 보고입니다."


한달 전, 당황 이존욱은 장강을 건너가 오, 초군을 공격하였다. 파촉에서 출발한 대함대와 양양에 주둔해있던 본진이 동시에 강릉을 향해 진군하자 오, 초군은 대패하여 달아났다. 당군은 파죽지세로 강릉성을 함락하고는 초왕의 항복을 받아내었으며 초가 무너지자 오나라도 오래지 않아 백기를 내걸어 항복의사를 표하였다.

그런데 이존욱은 여기서 뜻밖의 행동을 보인다. 그들의 나라를 멸하지 않고 번국으로 삼아 존속시킨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폐하!! 하늘이 폐하께 천하를 주셨는데 이를 마다한다는 것은 하늘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부디 천시를 잃지 마시옵소서!!"

"이미 저들이 짐에게 항복하였는데 어찌 짐이 저들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말하며 이존욱은 그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낙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놀자판이 벌어졌으니 바로 황제가 연극인이 되어 연극에 출현하고 매일같이 멧돼지 사냥을 다녔으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등 좋게 말하면 풍류남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변에서 아직 요나라의 사정이 좋지 않으니 서둘러 발해와 연합하여 군사를 내야 한다고 간언하였지만 그는 모든 간언을 물리쳤다.

당황 이존욱, 그는 말 위에선 천하무적이었지만 말에서 내리면 이런 모습이었다.


"한심한 일이로다..... 그래, 남쪽의 상황은?"

"연이은 전투에서 고려와 신라가 백제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신라가 상주를 장악한 뒤로부터 고려와 신라는 백제에 파상공세를 시작하였다. 고려는 북쪽에서, 신라는 동쪽에서 백제를 압박하였다. 견훤은 관흔과 상귀, 추허조라는 명장을 파견하여 대야성에서 신라의 서진을 막았으며 북쪽 전선엔 자신이 친히 행차하여 고려군을 틀어막았다. 누구 하나 상대에게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전황이 고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려가 우리를 엿보는 모습은 없던가?"

"왕식렴이 남해부 일대에 거주하는 말갈족들을 규합하였다고 합니다. 유금필 역시 전장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니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왕건은 유금필을 뒤로 물리고 왕식렴에게 북방의 말갈족들을 규합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남해부 일대를 지키는 말갈출신 장수였던 신덕이 휘하의 병사 5백명과 함께 고려로 귀부하였다. 고려군이 경계를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염려스러운 모습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같은 모습의 뒤에는 바로 요나라가 있었다.


"힘으로 무너뜨릴 수 없으면 혼란을 일으켜야지."


요나라의 태자 야율배. 그가 발해 내부에 세작들을 침투시켰다.


"좀 더 팍팍 흔들라고 해라. 이제 머지 않았어. 말갈과의 결속이 끊어지면 발해는 크게 흔들린다. 그때 공격을 가한다면 어렵지 않게 발해를 멸할 수 있게 된다."


요나라의 첩자들은 발해 구석구석 흩어져 소문을 퍼뜨렸다. 발해 조정과 지방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부단속을 강화하였지만 어느 한 곳에 구멍이 있었는지 조금씩 조금씩 백성들이 고려로, 혹은 흑수말갈로 귀부하였다. 신덕의 고려행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발해의 조정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을 전하라. 좌효위장군 척유선을 흑수도행군 총관으로 삼으니 즉시 군사를 이끌고 놈들을 토벌하라!"


흑수말갈을 정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해가 건재하다고, 해동성국은 여전하다는 것을 그들은 만천하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발해는 불세출의 맹장 척유선에게 부월을 하사하고 5만이나 되는 대군을 편성하여 출정시켰다.

아려와 매속치류가 각기 마, 보군 1만을 이끌었고 총관 척유선이 이끄는 본대 3만이 그 뒤를 따라 북상하였다. 발해군은 초전부터 각지의 적들을 격파하며 전진해 나아갔지만 흑수말갈은 과거의 흑수말갈이 아니었다.


흑수말갈에 오수걸몽이라는 걸출한 명장이 나타나며 발해군의 진군에 제동이 걸렸다. 흑수말갈의 수비를 발해군이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오수걸몽은 발해군의 좌익을 맡고 있는 매속치류의 군대를 목표로 유인책을 감행하여 적당히 져주며 그들을 깊숙히 끌어들이고는 철리, 월희말갈과 연합하여 삼면에서 공격하였다. 발해군의 본대와 우익보다 좌익이 훨씬 앞에 위치한 상황에서 삼면 협공을 받게된 것이다.

좌익 1만명은 참패하였다. 장군 매속치류는 파도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막다가 힘이 다

해 전사하였고 살아남은 이들은 불과 수백 명뿐.


'태왕께서 좌효위장군 척유선을 흑수도행군 총관으로 삼아 아려, 매속치류와 함께 5만의 군사를 이끌고 흑수를 정벌하였다. 그러나 적장 오수걸몽에게 패하고 장군 매속치류가 죽었다. 흑수말갈을 정벌하면서 이토록 참담한 패전이 없었다. - 발해사 - '


"가서 전해라.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오라고."


오수걸몽, 흑수말갈의 명장.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포로로 잡은 병사를 풀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는 척유선의 분노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작가의말

 연속 연재는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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