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神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휘닛
그림/삽화
휘닛
작품등록일 :
2017.06.29 01:04
최근연재일 :
2019.07.16 00:2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173
추천수 :
15
글자수 :
146,713

작성
17.07.08 03:44
조회
40
추천
0
글자
7쪽

첫번째 이야기 - 사냥개

DUMMY

그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게이트에 들어선 시각은 4시10분이었다.


민호는 검색대를 지나자마자 휴대폰을 켰다.


‘아뿔사!’


그는 손가락을 가늘게 떨었다.


아니 온몸에 경련이 일어난 듯 그 자리에 깊게 뿌리내려 박은 헐벗은 사시나무는 오들오들 떨었다.


비행기모드인 전화기의 진동은 쉴 새 없이 떨어댔고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1초 1초가 흘러가고 있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한쪽 손으로 나머지 팔을 부여잡으며 잠금을 해제하였다.


[부재중 전화 1통]


역시나 하은이 엄마의 전화였다.


‘제발 늦지 않았기를... 제발... 나는 무엇 때문에 아니 어떻게 여기 까지 왔는데... 프롤로그에서 반전과 엔딩 플래그를 꼽는 게임이 대체 어디 있냐고! 제발...’


[뚜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통화대기음마저 아주 길게 느껴졌다.


아주 비참하게도 놀림을 받는 것 같이 비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여보세요...”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그러나 그립던 어여쁜 목소리... 미영이었다.


민호는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울 수 없었기에, 솔직하게 감정을 표출할 수 없었기에, 그녀가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자신뿐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그저 잠자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아무런 대답은 없었지만 미영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숨소리가 미약하고 작게 수신되어 송신될 때는 아주 크게 증폭되어 전해져왔다.


그래서 그냥 그간의 쌓인 모든 울분을 토해내었다.


그렇게 그들의 공허한 대화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독였다.


하은이 엄마의 말소리가 낮아지고 느려짐에 따라 하은이 아빠의 심장 고동소리도 낮아지고 느려져갔다.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추수를 수 있게 된 민호는 그제야 입술을 열었다.


“내가 그리로 갈까?”


“아니야.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멀어져야해. 지금 바로 갈 거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


“그..그래... .... ... .”


아무래도 미영은 자신이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어쩌면 당연했고 위기의 순간인 지금 그녀의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다면 히든 캐릭터로서 임무 달성과 극적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 분명했다.


민호는 곧 만날 테지만 문득 하은이의 목소리도 궁금해졌다.


“미영아. 옆에 하은이 있어? 바꿔주라”


“응 그래. 하은아 아빠야... 아빠야... 하은아!!!”


갑작스런 하이 톤에 놀란 민호는 눈을 찌푸리며 귓가에서 휴대폰을 떼어내었다가 다시 붙였다.


“여보세요? 왜 그래?”


[뚜뚜뚜]


미영은 남편의 물음을 뒤로한 채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소리쳐도 끊어진 핸드폰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불길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몸에 똬리를 틀었고 어여쁜 갓난애는 울먹일 뿐 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나약하고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었다.


갓난애는 헤라클래스로서의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쏜살같이 튀어나가 공항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발견했다.


너무나도 희고 깨끗한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하은이를... 그리고 그 옆에서 하은이의 고사리를 잡아채 자꾸만 구석진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초록색 스냅백을 쓰고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 녀석... 끔찍하게도 민호의 모든 것을 앗아가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민호는 일말의 망설임 따위 없이 성큼성큼 쫒아가 외쳤다.


“야 이 자식아 너 뭐야!”


그 녀석은 멈칫하여 잠시 서더니 하은이를 옆에 끼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이 새끼야!”


추격전을 지속하던 두 사람은 으슥하고 외진 그리고 막다른 통로에서야 끝이 났다.


“너! 너 뭐야! 너 뭐하는 새끼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민호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그 녀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간사하게 씨익 다.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려던 민호는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뒤통수가 욱신거려왔고 뜨거운 액체가 자꾸만 시야를 가려왔다.


뒤에서 깡깡 거리는 쇳소리가 들렸고 희미해지는 시야로 그녀석이 걸어 왔다.


민호의 면전까지 다가온 그 녀석은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어이 히어로 근데 이걸 어떻게 하나? 이 게임은 악당도 이을 수 있는데”


민호의 두 눈이 아주 시뻘겋게 충혈이 되었을 때 정신을 잃어버렸다.


민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통수가 아려왔다.


만져보니 곪아 터진 상처가 여전히 덜 아물어 진득한 피와 부어오른 커다란 혹이 만져졌다.


민호는 벽을 세차게 내려치며 소리 질렀다.


그런다고 분이 삭혀지지 않았다.


민호는 비틀대며 일어서서 걸었다.


목적지를 잃은 오발탄 마냥 걸었다.


지레 겁먹은 주위 사람들이 길을 터주며 수군대었다.


그러나 민호의 귓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무언가에 홀리듯 이끌려 누군가 앞에 섰다.


“홀홀홀 어제 오늘 이 늙은이를 찾는 이가 참 많구먼 홀홀홀”


민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민호의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홀홀홀 글쎄 이 늙은이가 뭘 할 수 있겠나? 그저 운명에 맞춰 지나가는 거지. 홀홀홀”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홀홀홀 두 사람 중 누구를 말하는 건가?”


“예?”


민호는 놀라서 되물었다.


“게임이 어려우니 난이도를 낮춰서 둘 중 하나만 택한다면 한사람은 구원해주지 홀홀홀”


민호는 대단한 제안에도 눈만 끔뻑였다.


“12시 까지 백두역 물건보관함 21번 앞으로 갈 수 있겠나? 서두르면 늦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만 홀홀홀”


민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빠듯하게도 서두른다면 간신히 도착할 만큼 남아있었다.


민호는 감사의 인사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홀홀홀 사냥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목표로 하지 않아 부디 합리적인 선택을 하여 나를 기쁘게 해주길 바라네. 홀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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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두번째 이야기 - 붉은 달 17.07.10 4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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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이야기 - 사냥개 17.07.08 4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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