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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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닛
그림/삽화
휘닛
작품등록일 :
2017.06.29 01:04
최근연재일 :
2019.07.16 00:2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172
추천수 :
15
글자수 :
146,713

작성
17.07.14 18:59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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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두번째 이야기 - 미끼

DUMMY

반쯤 열린 유리창 사이로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바람 한 줌이 흘러 들어왔다.


한입에 낚아채듯 베어 물어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헛바람 들어간 듯 웃음이 절로 났고 내뱉을 때는 휘파람이 절로 불어졌다.


혼자서 히히덕거리다가 희번덕거리는 따가운 시선에 옆을 돌아보았다.


아직 채 화장을 마치지 못하여 조수석 썬바이져를 내리고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왜 같은 색으로 립스틱을 3개나 가지고 다니는지 물어보는 대신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짧은 침묵이 지나고 마침내 아내가 입을 열었다.


“자기 왜 그렇게 신난 거야?”


“응?”


“그거 알아? 지금 자기 되게 이상해보여”


“글쎄...”


“꼭두새벽부터 나갔다 오질 않나 화장도 못하게 할 만큼 갑자기 서두르게 하질 않나 지금도 혼자서 계속 웃고 있고... 감정기복이 너무 심하달 까나?...”


아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매섭게 쏘아댔다.


나는 입도 벙긋 할 수 없었지만 고맙게도 다은이가 엄마의 말을 끊어주었다.


“아빠 내 생각에 지금 엄마는 화장이 잘 먹어서 화가 난 것 같아”


“다은이 너”


아내는 도끼눈으로 백미러를 째려보았고 다은이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나는 립스틱에 대해 아내에게 묻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 모든 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될 거야 그러니 화 풀어”


“딱히 화난 건 아니었거든 단지 걱정한 거였지.”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뾰로통했다.


아직 화가 풀린 게 아니라는 생각에 미쳤을 때 인상 쓰면 주름 생긴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걸 또 한 번 다행으로 생각했다.


백화점 주차장에 내려서야 아내는 화가 풀린 듯 했다.


다은이는 쇼핑카트를 보자마자 그리로 달려갔다.


“엄마 100원만 나 이거 타고 싶어”


“어머 다은이 그거 타고 싶다고 하면 누가 밀어준다니?


“흥 아빠가 밀어줄 거거든 그죠 아빠?”


“딱히 카트를 끌만큼 살 거는 아닌데... 그냥 아빠가 안아주면 안 될까?


“싫어. 창피하단 말이야”


카트에 타나 내가 안으나 무슨 차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은이는 단호했다.


여린 마음에 적잖은 충격을 받자 나는 오기가 생겼다.


카트 손잡이를 잡는 대신 하은이의 겨드랑이를 들어 올려 한손에 안았다.


“싫어! 저거 탈거야!”


다은이는 내 품속에 안겨서도 발버둥을 치며 떼를 썼다.


나는 그대로 발을 옮겨 무빙워크에 올라탔고 다은이의 귀에 속삭였다.


“떼쓰면 안 사줄 거야”


다은이는 곧바로 얌전해졌지만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런 다은이의 모습이 더욱 귀여웠다.


어른스럽지 못한 대응에 다은이가 화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작 쇠 덩어리에게 다은이를 꽉 안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다.


다가올 머지않은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훔치며 무빙워크에서 내려섰다.


“자기야 식료품은 한 칸 더 내려가야 하는데?”


“나는 다은이 장난감 사주고 내려갈게. 고르고 있어”


아내와 헤어진 뒤 나는 다은이를 장난감 코너에서 내려놓았다.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다은이는 쪼르르 달려갔다.


나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다은이는 이쪽으로 가서 구경하다가 어느 샌가 저쪽으로 가서 구경하는 둥 매대 전부를 헤집으며 다녔다.


그러더니 마침내 진열장 한 곳에 멈춰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양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같은 모델의 인형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단지 직업이나 사는 곳이 제각각 이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고를 수 없는지 매끈한 이마에 주름이 얇게 뜨였다.


초롱초롱하던 미꾸리 한 마리의 눈매가 번뜩이더니 양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까치발을 들었음에도 닿을락말락한 높이여서 상자의 끝을 톡톡 쳐대며 입질만 해댈 뿐이었다.


잠자코 보고만 있다가 살며시 뒤로 다가가 내가 고른 미끼 상자를 주둥이까지 내려다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은이가 한입에 낚아채갔다.


상자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다은이를 보자 헛웃음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다은이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펴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감싸 쥐고는 졸래졸래 따라왔다.


옆구리에 인형 상자를 꼭 쥐고는 자기는 모든 채비를 마쳤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다음으로 간곳은 유아용 의류매장이었다.


나는 빠르게 손가락을 놀리며 옷들을 하나하나 넘겼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뇌리에 각인된 그 옷을 찾을 수 없었다.


똑같은 옷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어쩌면 비슷한 느낌이 드는 옷조차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나는 다은이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며 다음 매장으로 들어섰다.


점원의 상냥한 인사를 무시하며 오로지 옷을 넘기는 것에만 몰두했다.


‘이것도 아냐 이것도 아니고... 없어. 없어. 없다고!’


나는 광기에 사로잡혀 옷가지들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점원의 짜증 섞여 가식적인 인사를 뒤로한 채 또 다시 다은이의 손목을 이끌었다.


‘아냐 없어.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없는 거야.’


미간이 찌푸려지고 이마엔 힘줄이 솟아났다.


“다은아 가자... 다은아?”


홱 하고 휘두른 내 손은 허공을 내질렀다.


다은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예민해진 감정만큼 둔감해진 신경이 피드백 되어 마음을 짓눌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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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두번째 이야기 - 진상 17.07.14 36 0 10쪽
16 두번째 이야기 - 감사 17.07.13 29 0 13쪽
15 두번째 이야기 - 십자가 17.07.11 34 0 12쪽
14 두번째 이야기 - 붉은 달 17.07.10 46 0 7쪽
13 첫번째 이야기 - 무간지옥 17.07.09 36 0 9쪽
12 첫번째 이야기 - 사냥개 17.07.08 40 0 7쪽
11 첫번째 이야기 - 방앗간 17.07.07 43 0 7쪽
10 첫번째 이야기 - 히든 캐릭터 17.07.06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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