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Butterfly 1 (2) “이 기차 안의 승객들은 모두 수험생입니다.”
“···이야기는 들어보죠.”
조금 감질맛 나게 해볼까라고 데이비드는 생각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심술궂은 사람이 될 위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궁금한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의 흥미도 있었고 말이다.
“믿겨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이 열차 내에는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죠?”
“크로치아토 시험. 이렇게 말하면 알겠습니까?”
아. 데이비드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크로치아토 시험. 그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저 이 한 단어만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귀결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생각이 놀랍다. 그리고 그는 이 불길한 예감이 꼭 빗나가주길 바랐다.
“승객들은 전원, 크로치아토 시험의 수험생. 그리고 지금 막 1차 시험이 시작된 겁니다.”
“맙소사···.”
“···놀라우신가요?”
“아뇨. 아니, 예. 어째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하네요. 그게 놀랍군요.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죠?”
“···그런 와중에 저는 지금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거죠.”
녹색 눈동자의 인물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성의 없는 태도에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주면 외려 이쪽이 미안해질 뿐이다.
“나의 힘···?”
“그래요. 여기,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내,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그래요! 당신이여야만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당신에게도 꽤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다시금 그의 녹색 눈동자는 주저하며 데이비드의 벽안을 피했다.
“···하지만 당신이 저를 신용할 수 없다면 그곳에 있는 편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밖의 상황보다는 평화로울 지도 몰라요.”
“······.”
“이 위험에 당신을 끌어들이는 것이 마냥 죄스럽기만 하군요. 당신의 뒤편에 창문이 있을 겁니다. 그리로 휴지가 당신의 곁을 찾아들 거예요.”
데이비드는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웬 창문으로 붉은색의 독수리가 그의 부리에다 티슈를 하나 물고 들어왔다. 그는 말없이 독수리가 건넨 휴지를 받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이봐··· 잠깐.”
“···뭐죠?”
“이, 이름··· 이름이 묻고 싶군요. 당신의 이름··· 어떻게 되십니까.”
“트라파슈···. 트라파슈 야카(Trapasche Jaka)···.”
이름:트라파슈 야카(Trapasche Jaka)
나이:15세
키/몸무게:169cm/57kg
국적:프랑스(France)
직업:문헌정보학과 대학생, 마술사, 연금술사
취미:독서, 영화감상
혈액형:O형
사역마: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호문쿨루스:선악과의 뱀(The Serpent)
데이비드의 푸른 벽안은 크게 요동치며 티슈 안을 살피고 있었다. 그곳에는···.
“꽃무늬야. 자네가 부탁한···.”
어느 새, 곁에 있던 독수리가 말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데이비드의 손등에 뜨거운 것이 흐르고 있었다.
“왜 울고 있나, 젊은이···.”
“큭, 난··· 바보 자식이었어! 은사가 굴려 보낸 은혜를 그저 발로 걷어차 버렸지! 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놈이야! 이 공허하고 외로운 곳에 남겨져서··· 그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어떻게 되어버렸던 거야! 크흑!”
“······.”
“하지만··· 이제야 알겠어. 이 고독감을 달래줄 수 있었던 건 바로 야카 씨의 상냥함이었다는 걸! 비록 이 사소하고 작은 티슈 한 장이지만···. 내게는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알았다면··· 부디 이 더럽고 냄새나는 곳으로부터 나가주길 원하네, 용사여.”
“다, 당신의 이름은···.”
“마즈다···.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h)일세.”
이름: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h)
나이:8세
키/몸무게:111cm/13kg
국적:이라크(Iraq)
종족:매목 수리과 대머리수리(Haliaeetus leucocephalus)
취미:발톱 관리, 벌레 사냥, 노래 부르기
혈액형:?형
사역마: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붉은 깃털의 독수리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날아갔다. 남자는 이제야 결심한 듯이 두 눈을 전의로 불태웠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칸막이의 문은 세상 밖을 향하여 힘차게 태동하기 시작했다.
“아, 어서 와요. 그러니까···.”
“데이비드. 데이비드 크리스티나(David Christina)입니다. 야카 선생님.”
아이보리색 머리에 녹색의 눈동자를 한 소년이 데이비드를 맞이하고 있었다. 소년의 왼쪽 볼에는 ‘៩’ 문양의 데인 듯한 상처가 나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객실의 천장부분이 까맣게 태워진 채로 벌레 먹은 듯이 날아가 있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쇠사슬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데이비드 군.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설명하죠. 지금 객실의 연결고리가 끊겨있어요. 어떻게든 해주세요.”
“네? 뭐, 뭐라구요? 아니, 그건 그렇고 너무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기, 쇠사슬이 보이지? 저게 객실을 대신 연결해주고 있는 거다.”
“···어, 아까 그 독수리다.”
“어이, 독수리가 아니야! 마즈다라고 부르게나!”
“저기, 야카 선생님. 이 말하는 마즈다라는 거··· 선생님의 펫인 겁니까?”
“아니요. 제가 그의 펫입니다.”
“보, 보통 반대 아닙니까?”
“그리고 선생님이라 부르는 건 그만두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야카 선생님!”
“자네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
선로가 곡선으로 꺾이면서 검은색의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트라파슈 야카는 괴로운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데이비드 군, 이 쇠사슬은 제 마력으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끊어지고 말 거예요. 부디 그것만큼은 막아주시길 바래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자네, 전기력을 다루는 마술사가 아닌가? 그렇다면 방금처럼 자기력도 다룰 수 있을 터인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전력이 이래서야··· 객실 전체를 끌어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요. 헌데, 승객들은 전부 앞 칸으로 옮겨간 겁니까? 왜 여러분은···.”
“트라파슈와 나는 자네를 찾아온 거네.”
데이비드는 가슴 한 켠이 괴로운 듯이 부여잡았다. 그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제 탓이로군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이 객실을 옮겨보도록 하죠. 하지만 여러분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큰 도박이 될 수도 있겠군요···.”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이 난 겐가?”
“네, 마즈··· 다···. 물론 저 혼자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모두 위를 봐주세요.”
트라파슈와 마즈다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전신주가 있었다.
“이 전신주는 앞 조종석의 동력입니다. 이걸로 충분한 전력이 공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동력으로부터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확실히 이 거리에서는 부족하구만.”
“과연···. 그렇다면 데이비드 군에게는 저의 쇠사슬이 필요하겠군요.”
“예, 선생님의 쇠사슬이 전도체가 될 수 있다면, 전기가 제게 닿을 수 있겠죠.”
“하지만 쇠사슬을 지금 전신주에 건다면 일시적으로 열차와 거리를 벌리게 될 걸세.”
“그러니까 도박이지요.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데이비드는 트라파슈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트라파슈는 이내 자신의 쇠사슬을 객실에서 떼어 내며 전신주에다 걸었다. 데이비드는 그것을 재빠르게 붙잡은 뒤에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물러나 계십시오!”
객실 바닥으로 대량의 전류가 흐르며 용트림 치듯 솟구쳤다. 트라파슈는 크게 점프하며 마즈다의 발톱에 매달렸다. 잠시나마 트라파슈는 마즈다의 곁에서 활공하였다. 이윽고 자기력이 앞 객실과 선로 위를 종횡하며 그들을 앞으로 이끌었다.
“이때입니다! 뛰어내리세요!”
“지금이에요, 마즈다!”
“으악! 알겠는데··· 너 되게 무거워, 인마!”
마즈다는 트라파슈를 앞 객실에 내팽개치자마자 녹초처럼 쓰러졌다.
“···휴우, 조금만 늦었으면 선로 밖으로 떨어질 참이었어.”
“안심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거 같아요, 데이비드 군.”
트라파슈가 앞의 객실의 문을 열자마자 강한 쇠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객실의 내벽은 너덜너덜해진 시체들과 넝마가 된 시트 그리고 화약 냄새와 탄흔(彈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데이비드는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
“야카 선생님. 아무래도 선생님의 설명이 필요한 것 같군요.”
“···아직도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말했듯이 크로치아토 시험이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이 기차 안의 승객들은 모두 수험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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