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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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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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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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화 - 그 아이를 만나고 싶다.

DUMMY

21화 - 그 아이를 만나고 싶다.


합격자 명단이었다. 점수대로 이름이 나열되어있었다. 나는 볼 것도 없이 맨 위를 바라보았다. 수석이 아니면 더러운 세... 아니, 내 목숨이 위태로울 테니까. 제발... 간절한 마음을 담으니 드디어!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동 1등 엘렌 S 슈네이도르, 에스텔 R 하르페닌.”


그러자 옆에 있던 에스텔이 환호성을 지르며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새끼고양이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푹신한 잔디밭이라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 꼬맹이 주제에 나보다 크잖아?


“엘렌! 살았어! 살았다구!”


그게 중요하냐? 난 지금 숨 막혀 죽을 것 같은데?


“헤헤헤. 미안해.”

“하아, 괜찮아. 그런데 공동 1 등이라니. 프시케 언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아마, 죽이진 않으실 것 같은데? 반만 죽일 수도 있지.”


그건 그거대로 더 무섭다. 내 반쪽이 불구가 된다는 소리 아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점수는 서로 만점이라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순 없었다. 그래도 일주일 공부한 것치곤 대박을 터트린 거라 프시케 언니는 크게 혼낼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아가씨들, 정말 축하드려요!”

“고마워. 에스텔, 언니들께 말씀드리러 가자.”

“응!”


***


프시케 언니는 내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 얼굴을 하셨다. 수석 입학이 둘이나 생기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거다. 설마, 공동이라고 해도 수석 입학인데 막냇동생을 때리겠는가? 그것도 친구 앞에서? 으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프시케 언니는 다 패고 다녔군.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엘렌, 우선 입학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프시케 언니의 가르침 덕분이죠.”

“에스텔도 축하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낼 리가 없다. 프시케 언니의 뜻은 내 위에 누구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과연 같은 점수를 받은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지 긴장되는 순간이다.


“죽이지는 않으마.”


휴우, 다행히 존속살인에서는 벗어났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그 다음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단, 1학기 성적을 보고 판단하겠다.”


또 있었단 말입니까! 수석 입학만 하면 다 되는 일인 줄 알았거늘! 내 캠퍼스 라이프에 공부라니!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라는 말을 했다간 지금 죽을 수도 있었기에 입을 콱 다물었다. 프시케 언니가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좋다. 그럼, 기대하겠다. 수석이니 어느 학과에 지원할 생각이더냐?”


에스텔은 이미 검술 학과니 강력한 경쟁자는 사라진 셈이다. 이건 정말 다행이다. 이 괴물 같은 녀석과 같은 학과라면 1등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었다. 아니, 내 목숨이 위태롭겠지.

내가 지원할 수 없는 검술, 마법, 의학, 예술을 제외하면 남은 학과는 행정, 법학, 사학, 정치였다. 심사숙고한 결과. 나는 결정했다. 이 학과로.


“사학과에 지원하겠습니다!”

“음, 과연 그렇게 되는 건가... 아무튼, 네 형부와 똑같은 학과로구나.”


어째, 뭔가 불안하다.


“프란은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학과였다면 이번 학기까지만 두고 보려 했는데 안 되겠구나. 이건 명예가 걸린 일이니.”

“아,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사학과가 아니라 정치학과입니다!”


하지만 이미 프시케 언니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네 형부의 가문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니, 그건 형부의 가문이지. 우리 가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불만이더냐?”

“아닙니다!”


나는 또다시 주먹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하늘보다 멀게 만 느껴졌다. 후우, 차라리 정령 학과가 있었다면 그쪽으로 지원했을 텐데. 그럼 1등은 자연스레 내것이 되겠지. 하지만 그건 꿈에 불과한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몇 달째 네그라도를 소환하지 않았다. 녀석이 또 삐져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확 솟구친다. 소환해도 소환자를 무시하는 정령은 줘도 안 가진다. 정말 무쓸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또 있단 말인가... 제발! 가만히 두면 어디 덧나나요?


“다프네와 클레오라는 녀석을 감시해라.”

“네? 제가요?”

“그래.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즉시 메시지 전송 수정구슬로 보내 거라.”


그거 엄청 비싼 물건인데요? 저에겐 구입할 돈이 없습니다.


“내가 하나 구해다 주마. 네 형부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다. 입학선물이란 명목으로 주면 되겠구나.”


메시지 전송 수정 구슬은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가문의 기사단 반년 운용자금과 맞먹을 정도니 돈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공짜라면 안 받을 수 없지. 게다가 론데르만 가문은 부자로 유명하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막내 처제에게 선물하는 정도는 티도 안 날 것이다. 그 전에 프시케 언니에게 닦달당하겠지. 불쌍한 형부, 부디 몸조심하세요. 그래야 어여쁜 조카도 볼 수 있을 거 아닙니까?


***


제르딘은 그 날 이후로 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론데르만 후작 부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데미소스 3세가 앓고 있던 병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왕국의 세자가 궁 밖으로 나돈다는 말이 궁전 내외에서 떠돌아다닌다면?

가뜩이나 약한 세력이 완전히 와해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배다른 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왕국의 총리인 트레디오스 공작이 국왕의 말을 지키며 중립에 서 있기에 자리를 보존할 수 있던 것이지. 자신의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모, 아바마마께서는 전혀 차도가 없으신가?”


그러자 옆에서 시중을 들던 중년 여인이 대답했다.


“네. 그러하옵니다. 오히려 병환이 악화되었다고...”

“참 신기해. 벌써 10년이란 세월 동안 병마와 싸우고 계시다니.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


그의 유모는 제르딘의 말을 들어줄 뿐이었다. 위험한 발언을 넘나드는 그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친구이자 호위기사인 데미안조차도 말리지 못했다. 제르딘은 언제나 그래왔듯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새 왕비 마마가 즉위한 이후, 건강했던 아바마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네. 그리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셨지.”

“저하, 이제 그만 하소서. 밖에서 누가 들을까 무섭사옵니다.”


하지만 제르딘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록 그녀의 주름진 이마는 하나씩 늘어갔다.


“아니. 들을 수 있으면 들으라고 해. 유모,”

“하명하소서.”

“무섭나? 그들이 무섭냔 말일세.”


유모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제르딘도 알고 있었다. 유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걱정이 많고 착하며 사려 깊다는 것을.


“나는... 무섭네.”

“저하! 그런 말씀은...”

“끝까지 들어보게. 나는 무섭네. 그들이 참 무서워. 앞에서는 살랑살랑하며 ‘저하’라 말하고 뒤에서는 나를 ‘망할 새끼’라고 부르며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는 녀석들이니까.”


그의 거친 입담에 유모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초점이 풀린 거로 봐선 이미 주량의 한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건 별개의 문제다.


“외가는 새 왕비 마마의 가문의 힘에 짓눌려 벌벌 떨고 있고 메를린 가문만이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지. 나머지 가문들은 다 똑같아!”


쨍그랑!


분노를 참을 수 없던 제르딘이 던진 술잔이 바닥으로 처참하게 내려앉았다. 원래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유모는 서둘러 치우려 했지만, 그는 만류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했다. 그래야 이 답답함이 풀릴 것 같았다.


“트레디오스 공작과 슈네이도르 백작은 중립! 제네쉬 가문은 눈치를 보고 있고! 론데르만 후작은 그 망할 년을 따라 중립! 벌써 왕국을 지탱하는 4개 가문이 내 손을 들어주지 않았단 말일세!”


이제 그는 실실 웃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고도 처참했다. 그래, 저 깨진 술잔처럼 말이다. 정말 똑같다.


“케이샤 후작과 외척이 된 유네스 백작은 나를 제거하려 하지. 녀석의 편에 서서 말이야.”


제르딘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리자 유모는 서둘러 그를 부축했다.


“하하하하. 유모, 이 사람에게 그런 호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네. 난 이미 끝났어. 왕위에 오르려면 적어도 3 가문의 동의가 필요하지. 그런데 나는 고작 메를린 가문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그는 새로운 잔에 술을 따르고 비틀거리며 단숨에 들이켰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유모가 보였지만, 무시했다.


“유네스 가문은 6가문이 아닌데도 외척이란 이유로 7 가문이라며 작업을 하고 있지. 하위 가문들은 대부분 그걸 찬성하고 말이야. 그런데! 왜 그걸 가만히 두고 보는 거냔 말이야! 배알도 없는 것이더냐!”

“저하, 너무 취하셨사옵니다. 이제 그만 쉬시옵소서. 내일 있을 관료회의에 참석하셔야지 않습니까?”

“관료회의, 그래 그런 게 있었지. 그런 게 있었어. 유모, 난 말일세... 관료회의가 정말 싫다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겨내셔야 합니다.”

“이겨내? 어떻게 이겨내지? 이번에 7 가문으로 가결되면 녀석들의 힘은 더 막강해질 거야... 난 그걸 막을 방법이 없고.”


제르딘은 지금까지 포섭되지 않은 6가문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계획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 보류였다. 왕국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트레디오스 공작과 슈네이도르 백작에겐 거절을 당했다. 게다가 슈네이도르 백작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피했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막내딸인 엘렌을 잡은 것인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오히려 은발의 마녀에게 경고까지 들었다. 다시 한번 접근했다간 죽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래도 내가 이 나라의 세자인가? 이 나라의 왕족이냔 말일세! 으아아아아!”


집기들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제르딘의 손은 붉은 피로 물들어갔다. 유모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자가 지금까지 분노를 참아왔던 것인가? 항상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신들을 대했던 건 모두 연극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아. 하아. 하아.”

“저하, 진정하시옵소서! 이럴 분이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그의 귀엔 유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엘렌, 엘렌을 만나고 싶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 아이를 말이다...”


제르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유모의 다급한 목소리가 왕궁의 복도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오늘은 두 편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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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86 엘렌과 슈네이도그 가주의 진실한 대화(2) +4 17.09.26 232 5 12쪽
85 엘렌과 슈네이도르 가주의 진실한 대화(1) +1 17.09.26 187 6 11쪽
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7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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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3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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