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가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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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17.07.01 20:35
최근연재일 :
2019.05.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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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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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제3장 초능력자 - 왕국력 1008년 12월 가을 (2)

리루비안 연대기 제1부 - 모든 것을 가진 자




DUMMY

“에릭, 잠깐 얘기 좀 해.”

방금 전까지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에 가까운 수술을 하고 와 피곤해져 있어 자려고 했던 에릭은 힘없이 미소 지었다.

“미안, 내일 하면 안될까? 지금은 좀 자고 싶어.”

평소라면 알았다고 했을 레이니지만, 오늘은 달랐다. 레이니는 팔짱을 낀 채 에릭을 노려보고 있었다. 에릭은 그 눈빛에 압도되어 침대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레이니는 그대로 입을 열었다.

“본 얘기로 들어가기 앞서 몇 가지만 말할게. 첫째, 난 에릭이 너무 좋아. 내가 먼저 고백하고, 전쟁 통에도 붙어 있을 정도로. 둘째, 에릭은 친절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셋째, 에릭은 바빠. 하루 일과가 잠과 일밖에 없을 정도로. 후, 이제 본 얘기로 들어갈게.”

평소와는 사뭇 다른 레이니의 분위기에 에릭은 마른침을 삼켰다. 뭔가 자신이 레이니에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에릭은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에릭에게 레이니의 청천벽력 같은 말이 내리 꽂혔다.

“우리 해어져.”

에릭은 눈만 크게 뜬 채 멍하니 레이니를 보았다. 레이니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내렸다.

“미안해, 무슨 소린가 싶겠지? 여태까지 잘 지냈으니까.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 난 에릭과 계속 지내면 행복하긴 하겠지만, 계속해서 고통 받을 것 같다’고. 제멋대로지? 멋대로 고백해 놓고, 멋대로 차고. 나 나쁜 여자야. 그러니까 더 좋은 사람 찾아. 그럼 이만.”

레이니는 미리 싸놨던 짐을 들고 방에서 나가려고 하였다. 그 때까지 멍하게 있던 에릭은 그제야 정신차리고 레이니의 팔뚝을 붙잡았다.

“아냐! 레이니는 나쁘지 않아. 레이니가 그렇게 고통 받고 있는 줄 몰랐어. 우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서로 얘기해 보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에릭의 그 말에 레이니는 결심이 약해졌다. 정말 무르고 착해 빠진 사람이었다. 이렇게 착한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시 한 번 결심을 다질 수 있었다. 레이니는 에릭의 팔을 뿌리쳤다. 에릭을 돌아본 레이니는 울고 있었다.

“거짓말! 나 알고 있어. 에릭이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거. 꼭 내가 아니더라도 에릭은 자기 일처럼 다른 사람을 생각해 준다는 거. 그게 얼마나 날 괴롭게 하는지 알아? 조금은 이기적이면 안돼? 에릭하곤 아무 상관 없는 저 환자들 좀 내팽개치고, 나랑 조금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안돼? 난 에릭의 연인이 맞아? 연인이 뭔데? 서로 사랑하는 사이 아냐? 서로 사랑하는 사이면, 서로 특별하게 대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근데 나랑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점이 뭐야? 밤에 서로 알몸 보여준다는 거? 그건 연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잖아! 에릭이 특별대우 해주는 건 에린스 밖에 없어. 에린스가 그렇게 좋아? 연인인 나도 무시하고 아껴줄 만큼 특별해? 그럼 여동생이랑 결혼하란 말이야! 내가 불쌍해서 연인이 되어 준거라면 필요 없어! 그런 동정 필요 없어!”

에릭은 레이니의 고함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레이니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받아들여줄 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절망적으로 에릭은 레이니의 말에 합리적인 반론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라도 친절했다. 그러지 않으면 공평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평하다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레이니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에릭은 고개를 떨궜다.

“레이니, 미안해. 내 행동이 그렇게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사과할게.”

한바탕 말을 쏟아낸 레이니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에릭은 감히 레이니의 등을 두드려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잡아주면 잡을 수 있을까?’, ‘그랬다가 더 큰 화를 부르면 어떡하지?’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에릭은 말없이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에릭이 고민하는 사이에 울음을 멈춘 레이니는 에릭에게서 등을 돌렸다.

“됐어. 어차피 에릭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또 우릴 놔두고 달려나갈 거잖아?”

에릭은 부정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에릭은 그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레이니는 다시 뒤로 돌았다. 다시금 에릭과 마주본 레이니는 웃고 있었다. 에릭은 그 미소가 지금까지 봐왔던 레이니의 미소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괜찮아. 난 에릭의 그런 점에 반한 거니까. 그 모습, 꼭 유지하길 바라. 언제나 상냥한 에릭으로.”

레이니는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방문을 연 레이니는 나가기 전 자그맣게 속삭였다.

“잘 있어, 에릭. 계속 사랑했어.”

문이 닫히고, 레이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에릭은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에릭은 겨우 답을 할 수 있었다.

“잘 가, 레이니. 나도 사랑해.”

왼손의 흉터가 아파왔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번화는 뭐라고 코멘트를 달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에릭에겐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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